광란의 질주 04
<91>
“···박리 시작할 테니까 김 선생은 이쪽을 잡고 있어.”
잠시 후, 눈앞에 보이는 것은 아주 작은 심장이다.
그러나 공여자의 심장은 아직 조금씩 뛰고 있는 상태. 뇌는 죽었으나 심장은 살아 있는 상태다. 그러나 그 상태는 오래가지 못할 것이다.
펠로우 양종규 선생이 쥐고 있던 15번 메스. 그 메스는 곧이어 이리저리 움직이며 조직과 근육을 잘라냈다.
상대정맥과 우폐동맥이 잠시 후 박리되자, 곧바로 헤파린 투여도 시작되었다.
“받아. 김 선생이 그쪽을 잡아.”
클램프가 내 손으로 들어왔고.
잠시 후, 상행대동맥과 폐동맥 쪽이 차례로 겸자됐다. 곧이어 부분 절개가 진행된 뒤 그 혈관 속으로 perfusion cannular가 파고 들어갔다.
다음으로 이어지는 단계는 좌심방이(left atrial appendage)를 통해 심장의 혈액을 모두 뽑아내는 것이다.
그 과정과 더불어 카디오 플레지아(심정지액, cardioplegic solution)가 주입됐고, 잠시 후 심장은 드디어 움직임을 멈췄다.
겨우 10년도 뛰지 못한 그 작은 심장.
그 심장은 서서히 힘을 잃어갔다.
항상 심장을 살리는 일을 하는 흉부외과 의사들.
그러나 이번엔 심장을 적출하는 일이다.
억지로 참고 있으나 심리적 위축이 있을 수밖에 없고. 무척 조심스러울 수밖에 없다.
잠시 후, 펠로우 양종규 선생의 손이 멈췄다.
그는 아이의 심장을 쳐다보고 있었고, 나 역시 묵묵히 그 심장을 쳐다봤다.
“선생님!”
이때 체외순환사(perfusionist)가 우리를 재촉했고. 그제야 펠로우 양종규 선생의 손에 들린 메스가 다시 움직였다.
“김 선생, 빨리 마치자.”
“네!”
그때부터 진행된 것은 모든 정맥관을 제거하는 작업이다. 심장으로 혈액이 유입되는 걸 완전히 막아야 하기 때문이다.
또한, 좌심실 압력을 낮추기 위해 좌심방을 인위적으로 오픈했다. 그러자 심장에 남아 있던 혈액들이 주르르 빠져나왔다.
그 뒤, 이어지는 작업은 하대정맥 절개과 일부 조직 정리 작업들이다.
그러고 보면, 공여자의 심장 적출 과정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는다.
반면, 수여자 환자로부터 병든 심장을 떼어낼 땐 특히 큰 주의가 요구된다. 또한, 심장이식 과정에서도 복잡한 혈관 문합 시술 때문에 상당한 시간이 소모되는데.
어쨌든 잠시 후, 뇌사자의 심장을 다시 점검했다.
“이쪽 근육층은 충분하지 못하면 이식이 어려워져. 괜찮지?”
“네!”
그렇듯 폐정맥 주변의 근육층이 충분히 있는지도 확인했고.
일부 좌심방 조직은 ‘폐’를 가져갈 다른 병원 적출팀을 위해 남겨뒀다. 이런 좌심방 조직은 폐 이식 때 활용될 수 있다.
또한, 폐 보존액을 주입한 뒤, 심장 부피가 혹시라도 커지지 않는지 그 부분에 대해서도 세세하게 확인했다.
그렇게 심장 적출이 어느덧 완료되고 보관 처리 후, 체외순환사(perfusionist) 간호사의 도움을 받아 심장은 아이스박스로 들어갔다.
이때부터 심장을 무조건 차갑게 보관해야 한다.
그리고 최대한 빨리 이식 수술 현장으로 전달해야 한다. 성공적인 이식을 위한 최대 유효 시간은 적출 이후 4시간 30분 이내이기 때문이다.
“야! 김 선생! 빨리 나가자!”
그때부터 우리는 아주 빨리 움직였다.
이번 이송은 두 갈래로 진행되는데.
경찰 헬기를 이용해 아이스박스를 들고 서울로 날아가는 쪽.
그리고 기존과 동일한 방식으로 차량을 타고 병원으로 돌아가는 쪽이다.
한편, 양종규 선생은 응급 수송 차량을 타고 즉시 대구공항으로 향했다.
경북지방경찰청 경찰항공대가 보유한 경찰 헬기에 탑승하기 위해서다.
반면, 나는 그 전에 방향을 틀어 내 차를 몰고서, 성국대 병원을 향해 이제 빠르게 운전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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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기, 저기! 형님! 저깁니다!”
어둠 속, 병원 야외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던 SUV 차량들.
그 차량 한 곳에 앉아 있던 조수석 남자는 고개를 들었다.
뒤쫓느라 미친 듯이 달렸고, 아슬아슬하게 따라잡았던 소나타.
한편, 병원 관계자들과 함께 움직이던 남자가 드디어 소나타에 탔고, 그 소나타가 다시 움직이고 있다.
그러자 조수석의 남자는 즉시 손짓했다.
“야! 저 새끼 운전하는 거 봤지? 이번엔 고속도로 들어가기 전에 무조건 잡아!”
잠시 후, 두 대의 SUV 차량이 즉시 소나타를 뒤쫓기 시작했다.
고속도로에서 미친 듯이 폭주했던 소나타.
그래서 이번엔 짙은 어둠이 깔린 시내 도로에서 소나타를 멈추게 할 생각이다.
“근데 형님, 저 새끼 뒤엔 졸라 쎈 거물이 있다던데, 우리가 납치해도 되는 겁니까?”
“시발, 우리가 무슨 상관이야! 해 달라는 대로 해 주면 돼. 야! 다들 마스크 끼고 얼굴 가려!”
그리고 잠시 뒤.
어둠 속, 그 SUV 차량들은 좌우로 흩어지며 폭발하듯 속도를 높이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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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차로 신호등에 빨간불이 켜졌다.
앞서 달리던 소나타 속도가 점점 느려졌고, 야간 건널목에 보행자 신호가 들어왔다.
그리고 바로 그때.
SUV 차량 한 대가 1차로 쪽으로 빠르게 달려 앞으로 쭉 치고 나가더니 갑자기 핸들을 우측으로 꺾으며 2차로 쪽으로 갑자기 침범해 왔다.
그 순간, 끼이익! 하는 굉음과 함께 소나타 바로 앞에 멈춰섰는데.
그 바람에 소나타 역시 급브레이크를 밟으며 멈춰섰다.
그런데 이때, 또 다른 SUV 차량이 3차로에서 맹렬하게 달려왔고.
좌측으로 방향을 급격하게 틀면서 소나타 후면을 그대로 강타해 버린 것이다.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소나타는 앞으로 밀려났고.
바로 앞, SUV 차량 후면과 충돌했다.
결국, 소나타는 SUV 차량들 사이에 완전히 끼게 된 거다.
그런데 이때, 또 다른 변화가 발생했다.
조금 떨어진 곳, 2차로 뒤쪽.
그곳에서 천천히 접근해 오던 검정 중형 승용차 한 대.
그런데 그 승용차가 난데없이 요란한 굉음을 내며 가속하더니 그대로 달려왔고.
가장 뒤쪽에 위치한 SUV 차량의 후방을 다시금 쾅! 소리가 나도록 충격했다.
그 바람에 4대의 차량이 앞뒤 틈 하나 없을 정도로 물리고 물린 상태가 되었다.
그리고 그 순간, 검정 승용차 앞뒤 차 문이 열리며, 검정 마스크를 쓴 남자들이 우르르 뛰어나왔다.
이들은 한 손에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었고, 재빨리 뛰어가 앞쪽 SUV 차량을 무차별적으로 공격하기 시작했다.
“개새끼들! 한 놈도 놓치지 마!”
“시발, 빨리 잡아!”
“개새끼들! 나와! 나오라고! 이 개새끼들아!”
“시발, 누구야!”
쾅! 쾅! 쾅!
쩌적! 팡!
SUV 차량 유리창들이 여기저기 박살이 났고. 그 안에 있던 사람들이 뒤늦게 차 문을 밀치며 안에서 튀어나왔다.
그러나 야구방망이를 든 사람들이 그들을 가만히 놔두지 않았다.
번개같이 날아든 야구방망이에 누군가 어깨를 맞고 주저앉았고. 또 다른 야구방망이가 날아와 머리를 내려쳤다.
“시발 새끼들! 누구냐!! 야! 막아! 야구방망이 막아!”
어둠이 짙게 내린 도로 한복판.
너무 늦은 시각, 주변 차량 움직임도 거의 없는 그 도로에서 난데없이 혈투가 벌어지게 되었다.
한편, 소나타 바로 앞을 막고 있는 SUV 차량에선 뒤늦게 사람들이 차 문을 열고 안에서 뛰어나왔는데.
뒤쪽 SUV 차량부터 맹렬하게 공격하던 야구방망이를 든 남자들은 그 순간 타깃을 바꾼 듯 앞쪽으로 뛰어나갔다.
“야! 이 개새끼야!”
“야! 막아! 저 새끼, 소나타에서 떨어뜨려!”
“야! 이 시바 새끼야!”
“저 새끼, 잡아! 소나타 쪽으로 가잖아!!”
“개새끼! 저거 막아!!”
야구방망이를 든 검정 마스크의 남자들.
그리고 역시 마스크를 쓰고 있으나 손에 작은 칼을 들고 있는 남자들.
그들이 혼잡하게 뒤엉키며 혼전이 이어졌다.
곧이어 뒤쪽 SUV 차량에 갇혀 있던 사람들까지 모두 차에서 나오자, 도로 위 혼전 양상은 더 심화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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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형님! 소나타 새끼, 어떡합니까?”
“차 문이 안 열립니다··· 시팔!”
“야! 트렁크 빨리 열어! 연장 빨리 꺼내!”
“개새끼들! 빨리 움직여!”
잠시 후, SUV 차량의 각 트렁크가 열리며 그곳에 잔뜩 채워져 있던 쇠붙이들이 모습을 드러냈다.
특히, 길쭉한 쇠파이프 같은 것들을 가득 싣고 있던 앞쪽 SUV 차량에서 쇠파이프를 꺼내든 남자들은 야구방망이를 들고 있는 이들과 즉각 맞서기 시작했다.
이때, 쇠파이프를 든 몇몇은 날렵하게 몸을 날려, 소나타 정면 유리창과 후면 유리창을 미친 듯이 내려치기 시작했다.
그러자 야구방망이를 든 이들은 번개같이 달려들었고, 소나타가 파손되는 것을 막으려고 맹렬하게 야구방망이를 휘둘렀다.
그로부터 5분간, 그 누구도 우세를 점하지 못하는 혼전이 이어졌다.
그러던 중, 갑자기 변화가 생겨났다.
“야! 그만 해! 빨리! 빨리 뛰어!”
쇠파이프를 손에 쥔 남자들. 그들은 갑자기 너나없이 등을 돌리며 가장 앞쪽 SUV 차량 쪽으로 우르르 달아나 버렸다.
이들을 뒤쫓던 한 남자가 점프하며 야구방망이로 SUV 차량 사이드미러를 박살내 버렸는데.
그러나 SUV는 요란한 엔진 소리를 내더니 번개같이 앞으로 달려나가고 있었다.
“야! 우리도 가자!”
“빨리 튀어와!”
“빨리 와! 빨리!”
뒤에서 들려오는 요란한 목소리.
이때, 야구방망이를 휘둘러, 달아나는 SUV 차량 후면을 가격하던 남자들은 재빨리 최후방 검정 승용차 쪽으로 돌아왔다.
그러고는 그들은 승용차에 탑승했고, 그 즉시 승용차는 거칠게 후진한 뒤 폭주하듯 앞으로 달려나갔다.
한편, 저 멀리서 들려오던 요란한 사이렌 소리는 점점 더 가까워졌는데.
경찰차들은 긴급 좌회전을 한 뒤, 이쪽으로 빠르게 달려오고 있었다.
위용! 위용! 위용! 에에에엥!
그 요란한 사이렌 소리만큼이나 무척 요란하게 경광등이 빛나는 경찰차들.
그중에 일부는 잠시 후 사고 현장에 멈춰섰고.
그러나 대부분 경찰 차량들은 앞서 달아난 용의 차량을 추격하기 위해 더 세게 가속하며 현장을 빠르게 지나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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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괜찮습니다. 실장님. 전 다친 데도 없고···. 네, 잠시만요.”
운전석에 앉아 있던 나는 경찰관이 조수석 창문으로 다가오자 휴대폰 전화를 잠시 옆에 내려놨다.
사실, 좀 전에 사고가 발생한 직후.
나는 강제철 실장으로부터 긴급 연락을 받았다.
물론, 서울 성국대 병원에서 출발할 때부터 나는 뭔가 이상한 미행 차량들이 있다는 느낌을 받았는데.
그렇다고 이런 식으로 앞뒤로 꽉꽉 차를 막고서 뭔가 일을 저지를 거라곤 나로선 전혀 상상도 못 했다.
다만, 미행 차량에 대해선 복잡한 서울 퇴근길 사정 때문에 이미 의식하게 됐으나.
미행 차량을 뒤쫓는 또 다른 미행 차량이 있다는 건 사실상 나도 몰랐던 일이다.
그나마 다행인 건 가장 후방에 있던 그 승용차. 그건 강제철 실장이 보낸 보디가드들이라고 한다.
물론, 좀 이상한 점들도 있다.
그들은 아버지가 예전에 보냈던 일반 보디가드들과 달리, 하나같이 그 모습이 무척 거칠고 난폭해 보였다.
그 점이 좀 의아해했으나.
어쨌든 나는 운전석에서 내렸고.
잠시 후, 좀 전에 있었던 일들을 경찰관들에게 자세히 설명했는데. 그러면서 내 휴대폰을 잠시 넘겨주자, 가장 나이가 많아 보이는 경찰관 한 명이 이때 강제철 실장과 바로 통화를 하게 되었다.
그런데 잠시 후, 그 경찰관은 무언가 경직된 표정을 보였고, 무척 긴장하는 듯한 모습도 보였다.
그러고는 잠시 뒤, 통화가 끊어졌다가 다시 전화벨이 울렸고, 이때 그 경찰관은 다시 전화를 받았는데. 그 순간, 그는 갑자기 요란하게 외쳤다.
“네! 서장님! 경장 구정목입니다! 네! 네! 알겠습니다! 현재, 용의 차량들에 대해 추격은 진행 중이며, 현장에서 정신을 잃고 쓰러져 있는 용의자 4명을 검거했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지금 즉시 김정민씨를 ‘서’로 모시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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