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적의 수술 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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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시브 브리딩, 다량 출혈 사태!
젠장!
무척 당혹스러운 상황이다.
서철성 교수님도 놀랐고, 나 역시 마찬가지다.
우리가 잠시 놀란 사이, 삽시간에 흉부는 피로 물들고 있다.
문제는 이렇듯 피가 펑펑 쏟아지고 있을 때 즉각 지혈 작업이 안 되면, 심각한 쇼크를 환자한테 줄 수 있다. 환자 사망으로 이어질 수도 있다.
특히, 앞서 동맥 쪽 상황은 다소 위험해 보였는데.
그 불안 불안했던 징후가 드디어 현실화됐고 수술 중에 이렇듯 나타나고 있었다.
순간, 우리는 각자 손을 뻗었다.
그러나 이미 피를 펑펑 쏟아내고 있는 동맥 출혈에 대해 단순한 지혈 작업으로 막을 수가 없다.
“김 선생! 나 좀 도와! 여기 잡아!!”
“교수님! 그 포인트가 아닙니다!”
“여길텐데, 이게 아닌가?”
뜨끈뜨끈 피. 끈적끈적한 상태.
그 혈액이 수술 장갑을 완전히 휘감았고.
즉시 지혈을 하고자 나섰으나 시야 확보가 안 되자, 상황이 무척 어려워졌다.
이럴 때 무턱대고 혈관을 마음대로 잡고 눌렀다간 혈관 내압이 갑자기 솟구쳐 다른 동맥 부위도 파열될 수 있다.
그리고 바로 그때.
[베살리우스의 눈(A)]
[병변 부위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성공 확률 90%, 침투 깊이 제약]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꾸역꾸역 피가 쏟아져 나와, 동맥 파열 위치를 종잡을 수가 없는 바로 그 시점.
나는 더 늦기 전에 서둘러 특성 [베살리우스의 눈(A)]을 발동시켰다.
그 순간, 각 위치별 복합적인 손상 양상 외에도 다양한 출혈 포인트들이 내 눈에 들어왔다.
그런데 이거 진짜 미쳤다.
상당한 크기의 대동맥 파열이었다.
보통, 이런 식의 파열이 나타나게 되면 환자의 사망확률은 90%를 상회하게 된다.
특히, 강력한 혈압에 노출되어있는 대동맥에서 매시브 브리딩(다량 출혈)이 터지게 되면 그땐 도무지 걷잡을 수 없게 된다.
더군다나 완전순환정지 과정이 완료되지도 않은 상태에서 발생한 대동맥 출혈!
더 특이한 것은 우리가 주목하고 있던 그 주요 포인트에서 발생된 출혈이 아니라는 것이다.
전혀 다른 곳에서, 그런 매시브 브리딩이 터진 것이다.
즉, 수술 중에 쉽게 예측할 수 없었던 바로 그런 위치.
이런 심각한 상황은 수술 집도의마저 크게 당황하게 만드는데. 수술의 방향이 정형성에서 벗어나게 되고 또한, 예측 불허의 순간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내 머릿속에 엄청난 경종이 울렸다.
바로 테이블 데스를 알리는 섬뜩한 경종!
실제 내가 경험했던 수많은 수술 외에도 내가 공부했던 수많은 임상 논문들에선 이런 식의 매시브 브리딩이 터지게 되면 대체로 환자 사망으로 이어진다고 보고했다.
그렇듯 아찔한 순간.
온몸의 털이 올올이 솟구치며 그 지독한 긴장감이 심장을 통해 전신으로 퍼져나갈 때.
순간, 이를 역전시킬 방법이 불현듯 떠올랐다.
바로 시간과의 싸움!
더 빨리 움직여야 하고.
더 빨리 처치해야 한다.
물론 서철성 교수님의 집도가 아주 빠르다고 하지만, 그것만으로는 여전히 부족했다.
특히, 지금 같은 생사의 문제에선 더욱 냉철하면서도 더욱 빠른 속도감이 필요했다.
그게 아니면 이제 피할 수 없을 것 같은 환자 사망.
그래서 서철성 교수님한테 계속 의존하며 기다릴 여유가 없어졌다.
찰나의 순간, 나는 상황판단을 마쳤고.
회귀 이후, 처음으로 내 실력을 온전히 드러낼 순간이 왔음을 깨달았다.
사실, 저번 김성미 환자의 폐암 수술 때는 [혼미] 특성을 이용하여 수술 중간에 집도했으나, 그때 내가 썼던 술기는 내 본연의 술기가 아니었다. 바로 특성 [갈렌의 나이프(B)]의 도움이 아닌가. 그러나 지금은 이런 [전용 특성]들 외에도 내 실력까지 모조리 쏟아내야 한다.
에이씨! 모르겠다!
빨리 움직이자! 더 늦기 전에!
결국, 나는 서철성 교수님한테 조금 미안했으나.
더 늦기 전에 새로운 특성 [은밀한 수술자(S)]를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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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밀한 수술자(S)]
[수술방 공간이 당신의 권역이 됩니다. 수술 참여자들의 기억이 조작되며 당신 홀로 수술을 진행할 수 있습니다. 또한, 이 권역으로의 외부인의 침입은 불가하며, 외부인이 이 권역을 인식하는 것 자체도 불가능해집니다. 제한 조건: 유효 시간 30분 이내, 쿨타임 24시간]
그리고 바로 그 순간, [전용 특성] 발동과 동시에 내가 속해 있던 수술방에 아주 큰 변화들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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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하드립니다! 은밀한 수술자, 절대적 공간 권역 특성이 최초로 발동되었습니다!]
[경험치 +100]
[최초, 절대 공간 권역 발동자에겐 새로운 전용 특성이 부여됩니다]
[전용 특성: ???의 블러드 디텍터(B)]
[출혈 부위를 즉각 탐지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성공 확률 85%]
이런 시스템 알람이 뜨면서 내가 만든 권역이 마치 생동하는 듯 그 기운들이 꿈틀거리기 시작했는데.
이때, 권역 내부의 모든 수술자들은 의식을 잃은 듯 움직임을 멈춘 채 날 가만히 쳐다보고 있었다.
그러나 특성 [혼미] 때와는 다르게, 완전히 의식이 사라진 모습들이 아니었다. 흡사 내 지시를 기다리고 있는 듯한 그런 모습들.
그 순간, 나는 이 특성의 본질적 차이를 깨닫고서 즉시 외쳤다.
“서 교수님! 저 좀 도와주세요. 퍼스트 어시 좀 맡아주세요.”
그러자 바로 시스템 알람이 들려왔다.
[수술 참여자가 늘어났습니다. 특성 유효 시간은 10분 단축됩니다]
그러니까 이 권역 내에서 혼자서 수술을 진행하게 되면 유효 시간 30분을 온전히 누릴 수 있으나 누군가의 도움을 받게 된다면 유효 시간이 감소된다는 거다.
그렇듯 유효 시간이 갑자기 짧아지자, 아쉬움이 생겨났으나. 그럼에도 장단점이 있어 재빨리 움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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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 블러드 디텍터(B)가 발동됩니다!]
한편, [???의 블러드 디텍터(B)]는 [베살리우스의 눈(A)]의 하위 특성과도 같은 느낌이 드는데.
[베살리우스의 눈(A)] 특성이 좀 더 넓은 범위의 손상에 집중되지만, [???의 블러드 디텍터(B)]는 단지 출혈 부위만 잡아주기 때문에, 지금 상황에선 좀 더 명료하게 문제 부위에 접근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그러고는 나는 또 다른 특성들도 즉각 발동시켰다.
[수처 마스터(C), 수처(봉합) 중 손가락의 움직임이 2배 빨라집니다]
[춤추는 메스(B), 메스를 손에 쥐면 손의 움직임이 2.5배 빨라집니다]
[예술자의 손(B), 아주 손쉽게 양손으로 조직 절개가 가능합니다. 제한 조건: 0.01 mm 이상]
[이격 블레이딩(C), 공간 장벽을 격해 내부 조직을 절개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공간 장벽 1cm 범위]
[갈렌의 나이프(B), 비정상적인 조직을 깨끗하게 절개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직경 1.5cm 범위 내]
그렇듯 [은밀한 수술자(S)] 권역 특성에 이어, 총 6개의 전용 특성들이 일제히 발동되었다.
즉, 이 특성 발동은 동시다발적인 발동이었고.
그러자 시스템 알람은 쉴 새 없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각 특성이 융합될 수 있습니다]
[특성 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합니다]
[경험치 +1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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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수님! 이쪽 겸자 좀 부탁드립니다!”
잠시 후, 나는 출혈 포인트의 위쪽 아래쪽 혈관 위치를 지정해서 서 교수님한테 겸자를 하도록 한 뒤, 즉각 단순 봉합을 시도했다.
사실, 예측하지 못한 곳에서 혈관이 터졌지만, 문제는 각 동맥에 박혀 있는 파편들도 아주 심각한 위험 인자들이다. 그쪽에서도 언제든 출혈이 터질 수 있다.
그렇듯 수술 집도의가 수술 중에 수많은 변수에 노출되게 되면, 그땐 골든아워의 의미도 자연 사라지게 된다.
그래서 지금 나는 복합적으로 돌발 상황들에 대해 인식하고 또한 대비할 필요성이 있었다.
그 때문에 회귀 전 교수였을 때의 수술 솜씨에 더해서 [수처 마스터(C)]와 [춤추는 메스(B)] 특성을 적극 활용하여 집도와 수처를 진행했다.
그러자 내 손놀림은 내 눈이 쫓아가기 힘들 정도로 아주 빨라졌다.
더군다나 예술자의 손(B) 덕분에 이제 양손 사용도 가능해지자 더 놀라운 일이 일어났다.
마치 내 손이 제멋대로 움직이는 듯한 느낌이 들 정도로 메스를 쥔 손과 수처를 하는 손이 각각 따로 빠르게 움직였다.
즉, 한 손으로는 메스를, 한 손으로 수처가 진행되는 식이다.
때로는 그 두 손이 하나의 일을 함께하기도 했는데.
그런 미친(?) 짓들이 가능하게 된 것은 바로 그 놀라운 특성들 때문이다.
그리고 그때마다 시스템 알람이 터져 나오고 있었다.
[특성 간 시너지 효과가 발생합니다!]
[수술 속도가 더 빨라집니다!]
[경험치 +10]
[경험치 +10]
[경험치 +10]
[특성 간 융합이 100% 가능합니다. 융합하시겠습니까?]
[경험치 +10]
[경험치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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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듯 쉴 새 없이 경험치 획득을 알리는 알람들이 들려왔는데······.
한편, [???의 블러드 디텍터(B)]를 통해 출혈 부위가 순간순간 감지되면, 공간을 격하는 [이격 블레이딩(C)] 특성으로 조직 박리 작업들이 이어졌고, 곧이어 혈관 겸자 뒤 그 부위를 중심으로 아주 빠른 수처도 이어졌다.
“교수님, 15번 메스!”
“티슈 포셉으로 여기 좀 잡아주세요!”
“4-0 prolene 수처!”
“5-0 prolene 수처!”
“교수님! 이쪽 좀 잡아주세요!”
“그쪽 지혈 좀!”
“석션! 여기도!”
“좀 물러서 주세요!”
그러고는 다시 시작되는 혈관 문합 과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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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로운 특성이 획득되었습니다!]
[전용 특성: 수술자의 의지(B)]
[수술 중, 집중력이 2배 증가합니다. 시력이 2배 증가합니다. 실패 확률이 높은 수술을 불굴의 의지로 극복하며 성공시킵니다]
[경험치 +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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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각 파편이 제거될 때마다 적절한 수처 혹은 인조 도관 삽입 등도 이어졌다. 그리고 단순 혈관 겸자가 이어지는 동안, 아주 빠른 문합이 진행되었고. 그걸 마치면 혈류는 다시 정상으로 복원되었다.
[축하드립니다]
[수처 마스터(C) 특성이 상향 조정됩니다!]
[수처 마스터(B)]
[수처(봉합) 중 손가락의 움직임이 2.5배 빨라집니다]
그 와중에 특성 상향 조정도 생겨났는데.
그 바람에 수처 속도는 더 빨라졌고, 완전순환정지를 할 필요도 없이 순식간에 각각의 수처가 마무리되고 있었다.
이때 일부 출혈된 혈액은 즉시 석션 혹은 거즈를 통해 제거되었다.
[경험치 +10]
[경험치 +10]
[경험치 +10]
[경험치 +10]
[경험치 +10]
그런데 바로 그때.
생각지도 못한 문제가 생겼다.
바로 환자 바이탈 문제.
박신희 선생이 무의식 상태에서 가만히 서 있자, 수혈팩을 짜서 혈액을 공급하는 게 늦어지고 있었다.
결과적으로 환자 바이탈은 점점 처지고 있는 상태다.
사실, 여기저기 출혈이 발생하고 있어 그런 문제가 생기는 건 지극히 당연하다.
그래서 나는 즉시 수술 시간부터 확인했다.
원래 내게 주어진 [은밀한 수술자]의 유효 시간은 30분.
그중의 10분은 서철성 교수님을 활용하면서 사라졌고.
이후, 수술 과정 중에 8분의 시간이 이미 지난 상태다.
그런데 여기서 10분을 더 버리고, 박신희 선생을 조종하는 건 역시 문제가 있다.
할 수 없이 나는 다른 방책을 쓰기로 했다.
“서 교수님! 수혈팩 좀 짜 주시겠어요?”
그러자 서 교수님은 박신희 선생의 자리로 가더니 그때부터 그 손으로 수혈팩을 힘껏 짜 넣기 시작했다.
그렇게 자리 이동이 일어났고.
할 수 없이 나는 그때부터 누구의 도움도 없이 혼자서 수술을 진행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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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갈렌의 나이프(B), 비정상적인 조직을 깨끗하게 절개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직경 1.5cm]
잠시 후, 나는 환자의 대동맥궁 원위부 쪽 파편 조각을 제거한 뒤, 주변 괴사 조직도 잘라냈고, 곧바로 빠른 수처를 진행했다.
이때, 순간적으로 혈관 겸자가 사용되었고.
대동맥 파열 부위에 대한 일차적인 응급처치로써 단순 봉합이 진행되었다.
물론, 실질적인 치료는 완전순환정지가 진행된 후, 인조 도관 등을 넣고서 좀 더 섬세하게 문합하는 방식이 될 것이다. 그러나 지금은 그 일을 할 때가 아니었다.
[???의 블러드 디텍터(B)가 다시 발동됩니다]
한편, 환자 흉부와 복부의 출혈 양상 등을 조망하며 나는 계속 집도를 이어나갔다.
또한, [수처 마스터(B)]와 [춤추는 메스(B)] 덕분에 양대퇴동맥간 우회술도 순식간에 시행되었다.
그러다가 다시 내 손놀림이 빨라졌다.
이미 인간의 경지를 넘어선 바로 그런 속도로써 이것저것 조직을 박리한 뒤, 폐 주변 상태도 꼼꼼하게 확인했다.
특히, [베살리우스의 눈(A)] 특성을 통해 폐 손상 부위를 확인하다가.
그때, 나는 갑자기 정신을 차렸다.
아차! 내가 계속 이럴 때가 아니다.
이제 마무리해야 할 때다.
석션하고 또한 거즈로 정리해야 할 때.
어느덧 유효 시간이 3분 남은 상태다.
그래서 그때부터 빠르게 주변을 정리했고.
그 일을 마친 뒤, 비로소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그리고 이제 남은 시간은 겨우 1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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