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91화 (91/145)

기적의 수술 02

#

그 순간, 나는 재빨리 외쳤다.

“교수님! 집도의 자리로 돌아오세요.”

그러고는 즉시 [은밀한 수술자(S)]의 마지막 절차를 진행했다.

즉, 기억 조작 행위다.

방법은 간단했다.

우선, 여러 혈관들이 깔끔하게 봉합된 걸 서철성 교수님이 이후 보게 된다면 아마 경악을 금치 못할 것이다.

그래서 이런 당혹감을 해소하기 위해, 서철성 교수님의 기억을 조작할 예정이다. 즉, 서 교수님이 직접 내게 수처를 지시했고, 내가 서둘러 수처를 진행한 끝에 몇 군데 파열 혈관들을 적시에 봉합해서 위급한 상황을 막게 됐다는 거다.

아마도 그게 가장 합리적일 것 같았고.

내 수처 실력이 이미 소문나 있는 터라 논리적으로도 어긋남이 없어 보였다.

그렇듯 그런 방법을 시스템에 전달하자, 잠시 후 [은밀한 수술자] 특성이 소멸되었고.

이때, 서철성 교수님 등이 정신을 차렸다.

그리고 바로 그때.

여기저기서 놀람의 탄성이 즉시 들려왔다.

바로, 서철성 교수님과 스크럽 널스의 입에서 터져 나온, 아주 큰 탄성들이었다.

<94>

이제 수술은 새로운 국면으로 접어들었다.

곧이어 완전순환정지(total circulatory arrest)를 위한 준비 과정을 모두 마친 뒤.

완전순환정지 상태에서 수술이 시작되자, 그때부터 대동맥 파열 부위들에 대한 인조 도관 문합술 등이 차례로 이어졌다.

그 일들을 대략 20분 만에 끝낸 뒤 비로소 완전순환정지 상태는 해제되었는데.

곧이어 횡격막과 좌폐하엽을 훑으며 괴사 조직을 절개했고, 복원술도 진행되었다.

그 과정에서 심하게 손상된 흉벽 조직들에 대해선 늑골과 연계된 철사 고정술 등이 시행되었고.

또한, 주변 근육 조직 등을 이용한 흉벽 조직 복원술 등도 전개되었다.

그런데 이번 수술은 거기서 끝난 게 아니다.

#

“이것 봐! 김 선생! 여기 봐! 여기, 폐우중엽 열상 구획이 있지? 좌폐하엽에서 처치한 대로 여기도 조직 복원술이 필요해. 이건 김 선생이 직접 해 보는 게 어때?”

앞서, 내가 자신의 지시를 받아 재빠른 수처를 진행했고.

그 수처만으로도 응급 상태를 막았다는.

그런 조작된 기억을 갖게 된 서철성 교수.

그 바람에 나에 대한 기대치가 훨씬 더 높아진 것 같았다.

그러고 보면, 늘 빠른 집도를 하는 서철성 교수님은 메인 집도를 남한테 맡기는 경우가 거의 없다.

남한테 맡겼을 때 생길 수 있는 여러 문제들 때문에 감히 그런 시도를 잘 하지 않는 편이다.

그런 그가 이례적으로 나한테 수술 집도 제의를 했다.

그 순간!

“네, 한번 해 보겠습니다.”

나는 즉시 그렇게 말했고 그는 날 한번 쳐다보더니 옆을 물러났다.

이번엔 서철성 교수님이 직접 수술 집도의 자리를 비워준 것인데.

그렇게 나는 수술 집도의 포지션에 서게 되었고.

그때부터 폐우중엽 주변 조직에 대한 처치를 바로 시작했다.

사실, 이런 처치는 특별할 게 없다.

생리식염수로 꼼꼼하게 주변을 세척하는 일.

그리고 괴사된 폐 조직을 적절하게 절제하는 일 등을 수행하면 된다.

특히 이런 괴사 조직을 제거하지 않고 남겨 놓으면 지속적인 염증 상태가 유발되며 그로 인해 폐 상태는 갈수록 악화될 수 있다.

“여기 받으세요.”

잠시 후, 스크럽 널스는 나한테 15번 메스를 넘겼고.

그 메스를 손에 쥐고서 괴사 조직들을 깔끔하게 절제해 나갔다.

특히, 수술용 현미경을 통해 미세 절개 수술까지 이어졌고.

그런 작업들을 마친 뒤, 곧이어 주변 부위에 대한 수처를 바로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내 움직임과 폐 조직 상태를 유심히 쳐다보던 서철성 교수님.

잠시 후, 내가 수술용 현미경에서 눈을 떼고서 미세 봉합까지 모두 마치자.

그는 고개를 끄덕이며 이번엔 다른 위치를 가리켰다.

“대흉근 쪽도 봉합해 봐.”

그래서 나는 시야 범위를 바로 옮겼고.

문제 부위를 주목한 뒤, 관련 출혈을 확실히 막기 위해 늑간동맥을 결찰했다. 이미 출혈이 일어난 각 위치에 대해선 거즈로 닦아내거나 생리식염수로 여러 번 세척했고. 이후, 괴사된 조직과 염증 부위 조직을 차례로 절제해서 제거했다. 그러고는 곧이어 단순 봉합 작업도 진행했다.

“그 정도면 충분하다. 김 선생, 비켜봐.”

나는 즉시 물러섰고.

서철성 교수님은 이때 집도의 포지션에 다시 서더니 흉부 전체를 두루두루 살피며 현재 상황을 꼼꼼하게 확인했다.

그러고는 시선을 내려 흉부 아래 복부 쪽도 조심스럽게 살폈다.

앞서 절제했던 비장.

그쪽 부위에선 특별한 문제가 생기지 않았다.

이제 남은 건, 간 손상에 대한 처치와 소장 출혈에 대한 외과적 처치뿐이다.

물론, 그 일들은 우리가 할 일들이 아니었다.

“이제 마무리하자.”

“네! 교수님!”

그 순간, 서철성 교수님의 표정도 조금 밝아졌고.

나 역시 속으로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사실상, 테이블 데스가 발생해도 전혀 이상하지 않을 정도로 무척 위험천만했고 또한 위급했던 수술.

그러나 큰 고비를 넘긴 뒤 수술은 무사히 마무리되고 있었다.

#

그리고 잠시 뒤.

흉부 쪽, 마무리 봉합은 진행되었다.

이때, 서철성 교수님과 내가 함께 봉합을 진행하다 보니, 그 과정은 무리 없이 빠르게 진행되었고.

그 일들을 모두 마친 뒤에도 서철성 교수님은 수술방을 나가지 않고 주변 정리가 다 마무리될 때까지 옆에서 기다려줬다.

그리고 드디어 일반외과 의사들이 수술방으로 들어오자, 서철성 교수님은 비로소 간호사들한테 수고 인사를 했고, 나한테는 손짓하며 같이 밖으로 나가자고 했다.

그러면서도 일반외과(GS) 의사들한테 몇 가지 코멘트를 하는 걸 잊지 않았다.

“최 교수님! 출혈 포인트는 다 잡았습니다. 더는 바이탈이 처질 우려가 없으니 수혈은 최소화하면서 진행하시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아, 그래요? 교수님! 정말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손상 포인트에 대한 감염 가능성도 좀 더 신경을 써야 할 것 같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말씀하신 대로, 그것도 저희가 알아서 대응하겠습니다.”

그렇게 대화를 마친 뒤, 우리는 드디어 수술방에서 나오게 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일반외과(GS) 의사들의 수술이 시작되는 그 순간.

행위의 시행 자체만으로도 윤 실장의 생사가 결정된 듯.

시스템 미션 달성 알람이 곧바로 나한테 날아들었다.

#

[미션 완료 ······100%!]

[축하드립니다!]

[연계 미션(2): 광란의 질주(클래스 A)를 완벽하게 완수하셨습니다! 업적 보상으로 성좌 특별 보상이 부여됩니다]

[성좌 특별 보상!]

[전용 특성, 일대일 교환(S)]

[당신의 생명력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달된 생명력만큼 수명은 감소됩니다. 반대로 타인이 허락할 경우, 타인의 생명력을 당신이 흡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성 발동시 사신이 당신을 주목하게 됩니다]

[절대 포기하지 않는 당신에게 무한한 경의와 지지를 보냅니다!]

그렇듯 미션 달성 알람이 떴고.

기이한 전용 특성이 이때 부여되었다.

일대일 교환?

사실, 특성 이름에서도 묘한 기운이 풍기고 있는데.

특히, 이 특성은 [성좌 특별 보상]이었고, 더군다나 등급도 [S등급]이었다.

그러니까 보통 특성이 아니라는 말.

그럼에도 이것저것 마음에 걸리는 부분들도 있었다.

내 수명이 감소될 수 있다는 것과 특성 발동시 사신이 주목하게 된다는 그런 변수가 생긴다는 거다.

어쨌든, 다음 미션에 대한 정보도 곧이어 공개되었다.

#

[메인 미션 <피 흘리는 권좌>!]

[미션은 다시 연계 미션 3으로 연결됩니다···]

[연계 미션(3)이 생성되었습니다!]

[연계 미션(3)······ 피 흘리는 약혼식(클래스 S)···]

[해당 정보는 곧 공개됩니다]

그러고는 다시 이어지는 세부 미션 내역.

#

[연계 미션(3): 피 흘리는 약혼식(클래스 S)··· 김윤상 의원의 생명을 구하세요!]

[김윤상 의원의 죽음. 그 죽음의 숙명을 과연 피할 수 있을까요?]

[세상에 대한 당신의 지속적인 개입, 그로 인해 김윤상 의원의 사망 일자는 더 앞당겨졌습니다]

[사신의 낫(A), 완전 개방!]

[사신의 낫(A): 예고된 죽음을 피하고 싶습니까? 아직 당신에겐 기회가 있습니다. 죽음을 회피하는 순간 새로운 죽음의 저주와 싸워야 합니다]

[이번 연계 미션의 달성 여부가 결정될 때까지, 사신의 낫(A) 특성은 무기한 발동됩니다]

[어떤 방식으로든 사신의 낫(A) 특성을 해제할 수 없습니다]

[특전: 천사의 노래!]

[강림한 사신과 동등한 위치에서 거래를 진행할 수 있습니다. 거래 물품 혹은 대상은 당신이 선택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업적 보상: ??????]

[실패: 메인 미션 실패 및 전체 특성 및 등급 2단계 하락]

그렇듯 새로운 미션의 세부 정보들이 제시되고 있었다.

<95>

“여기 앉게.”

서철성 교수님의 사무실.

잠시 후, 작은 회의 탁자 앞에 놓인 간이 철제 의자에 나는 앉았다.

서철성 교수님의 사무실은 내부 가구 구조가 무척 단순한 편이다.

교수용 데스크 하나, 회의 탁자 하나, 그리고 한쪽 벽면은 수많은 책들이 꽂혀 있는 원목 책장들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이곳은 작은 냉장고도 없고, 사무실 정수기도 따로 없다.

오로지 수많은 논문들과 임상 자료들로 뒤덮여 있다.

특히, 창가 쪽 선반 쪽에도 논문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고.

데스크 위와 회의 탁자 위에도 임상 논문들과 케이스 스터디 자료들이 수북하게 쌓여 있었다.

“커피 한잔 마실 텐가?”

그 순간, 나는 의아해하며 그를 쳐다봤다.

이곳은 물을 끓일 전기포트도 없고 따로 컵들도 없는데, 대체 어디서 커피를 준비한단 말인가.

“교수님, 근데 여긴···.”

내가 그렇게 말하며 좌우를 두리번거리자, 그는 피식 웃으며 전화기를 들었다.

그러고는 누군가와 통화하더니 아침 식사를 위한 샌드위치들과 커피 두 잔을 시켰다.

그런 뒤 전화를 끊고서 날 쳐다봤고, 다시 피식 웃었다.

“날이 밝았는데 자넨 아직 모르는 모양이군.”

그러면서 창문 블라인드를 확 걷어 올렸다.

그러자 강렬한 햇살이 갑자기 내 얼굴을 덮쳤다.

#

순간, 나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머리를 숙였고, 그 햇살을 피했다.

계속 실내에만 있다 보니, 그 강렬한 햇살을 보게 되자 갑자기 눈이 멀 것만 같은 그런 느낌마저 들 정도였다.

“매일같이 너무 바쁘게 지내다 보니, 식사를 종종 놓치거든. 그래서 이렇게 식사 배달을 종종 시키네. 물론, 웃돈을 더 주고 하는 거라서 좀 비싼 식사네. 하지만, 언제든 먹을 수 있고, 또한 시간 절약도 할 수 있네.”

서철성 교수님은 나름 자신만의 방법을 고안해낸 모양이다.

“교수님, 근데 죄송한데 지금 몇 시 정도 됐습니까?”

교수실에 벽시계도 없다. 그래서 나는 그렇게 물었고.

이때 서철성 교수님은 컴퓨터 모니터를 한번 쳐다보더니, ‘오전 9시 50분’이라고 했다.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어제 저녁부터 시작해서 지금까지 이런저런 사건들이 많았고.

어느새 아침이 환하게 밝았다.

2001년 11월 23일 금요일 아침, 이날은 이렇게 시작되고 있었고.

잠시 후, 서철성 교수님은 회의 탁자 맞은편 자리에 앉았다. 그리고 우리는 대화를 시작했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