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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06화 (106/145)

당신의 파손된 기억 파편 02

<111>

다음 날 아침 신문.

사실, 아직은 인터넷 포털이나 스마트폰 검색을 통해 각종 기사를 접하는 시대가 아니었고.

그러다 보니 이 시대 신문 구독자 수는 상당한 편이다.

한편, 대저택.

서재 데스크 앞에 앉아.

여러 종류의 신문을 쫙 펼쳐놓은 한태산 회장은 이른 아침부터 표정이 무척 딱딱하게 굳어있는 모습이다.

#

“회장님, 병원으로 가시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그룹 비서실 박가영 과장.

그녀는 내내 걱정스러운 눈빛을 하면서 한태산 회장에게 의향을 물었고.

그러나 한태산 회장은 그저 미간을 찌푸릴 뿐, 그러고는 고개를 저었다.

“날씨가 안 좋아서 그래! 박 과장은 가서 최 실장이나 좀 불러와.”

“네! 회장님.”

그 즉시 박가영 과장은 공손하게 머리를 숙였고, 그곳 서재에서 나갔다.

그로부터 잠시 뒤.

신문 넘기는 소리들만 들리며 서재는 무척 조용해졌는데.

한편, 각 신문 여기저기엔 요란한 기사들이 게재되어 있었다.

신라그룹에서 모처럼 생긴 혼사 소식!

비록 결혼 소식까진 아니었지만, 예비단계인 약혼 관련 기사들이 각 신문에 실려 있었다.

#

[···신라家 막내딸 한유나씨 화촉···]

[신라家와 사돈 관계를 맺게 되는 김윤상 국회의원···]

[재벌가 ‘혼맥’ 新트렌트, 정계로 이어져···]

[···한유나씨, 김윤상 의원 장남과 내년 1월 약혼···]

[···약혼남은 성국대 병원 인턴 과정을 밟고 있는···]

[···의사 김정민씨와 내년 1월···]

[신라家 막냇사위는 김정민씨···]

[신라家 한유나의 남자, 용감한 의사 김정민씨로 알려져···]

[성국대 병원 인턴, 용감한 시민상을 받아···]

그렇듯 각 신문에 그런 기사들이 도배되듯 인쇄되어 있었고.

한태산 회장은 무척 딱딱한 표정을 하고서 그런 기사들을 쳐다보다가 잠시 후 고개를 들었다.

노크 소리와 함께.

최지철 비서실장이 서재 안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

“···회장님! 좀 불편하시다고 들었습니다. 그래서 미리 신라병원에 연락해 뒀습니다. 곧 의료진들이 도착할 겁니다.”

좀 전에 최지철 실장은 박가영 과장으로부터 그런 귀띔을 듣자마자 혹시 몰라 선제적으로 의료진들을 부른 것이다.

그러나 한태산 회장은 찌푸린 표정을 유지하며 차갑게 고개를 저었다.

“쓸데없는 짓을 했군! 내 몸은 내가 더 잘 알아. 필요 없어!”

“그래도 혹시 모르는 일입니다. 회장님!”

“쯧쯧!”

그렇듯 한태산 회장은 혀를 차더니 가까이 다가오라고 손짓했다.

한편, 한태산 회장은 데스크 한쪽에 놓여 있는 새로운 투자 건들에 대해 최 실장한테 지시를 시작했다.

최근에 퇴원한 한태산 회장은 그때부터 저택에만 머물면서 요양을 하고 있는 중인데.

그래서 그룹 본사에 출근하지 않고, 그저 이곳에서 그룹 일들을 챙기고 있는 중이었다.

특히, 주요 현안들은 최지철 실장을 통해 각 계열사 사장들에게 전달되다 보니 한태산 회장은 신중하게 이것저것 지시를 이어나가고 있었다.

그러던 중!

갑자기 자신의 심장 부위를 이리저리 만지며.

한태산 회장은 인상을 팍 썼다.

그런 그의 모습에 최지철 실장은 이내 심각한 표정을 지으며 다시금 그의 상세에 대해 물어봤다.

“회장님, 많이 안 좋으십니까? 제가 지금 당장···.”

“···아니, 괜찮아···.”

“회장님!”

“됐다니까! 난 괜찮아!”

“회장님! 사실 제가 개인적으로 알아봤는데, 서둘러 심장이식 수술을 받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심장이식 수술?”

“네! 심장 수술을 받으셨다고 해도 완치가 불가능하다고 들었습니다. 차라리 심장이식 쪽을 알아보는 게 더 낫지 않겠습니까?”

그 말에 잠시 뭔가를 생각하던 한태산 회장.

그러나 그는 이내 고개를 저었다.

“이 나이에···? 내가 이 나이에 남의 심장을 받아서 무얼 할까?”

“회장님. 그런 게 아닙니다!”

“최 실장! 나도 확인해 봤어! 정상영 병원장이 병문안을 왔기에 이것저것 확인해 봤네. 근데 고령 환자는··· 심장이식 건수가 거의 없다고 하더군.”

“아닙니다! 회장님! 절대 불가능한 게 아니지 않습니까?”

그러나 한태산 회장은 냉정하게 고개를 저었다.

“잘못돼서··· 내 명줄이 더 짧아지면 그땐 우리 그룹이 풍비박산이 날 수도 있어. 그건 최 실장도 더 잘 알지 않나?”

“그렇다면 차라리 성국대 병원에서···.”

그러자 한태산 회장의 눈빛이 갑자기 더 날카로워졌다.

“김정민! 그 녀석이 있는 병원 말인가?”

이때, 한태산 회장의 목소리가 너무 차가워져.

최 실장은 자신도 모르게 위축이 되며 머뭇거리게 되었다.

그리고 곧바로 한태산 회장의 진노가 섞인 목소리가 갑자기 흘러나오기 시작했다.

“내가 다시는! 성국대 병원에 갈 생각이 없네! 최 실장도 그렇게 알고 있어!!”

“회장님.”

“그리고 똑똑히 들어! 김정민은 내 사위가 아니야!! 알겠나? 최 실장!”

“네···?”

순간, 당황한 표정을 짓게 된 최 실장.

그는 잠시 멍해졌는데.

이때, 한태산 회장의 두 눈이 충혈되면서 분노가 더 심각해졌고.

그래서 최 실장은 황급히 고개를 숙였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회장님.”

“그리고 잘 들어!”

“······??”

“김윤상 의원은 무척 위험한 자야!”

순간, 최 실장은 벼락같이 고개를 들었고, 그의 두 눈은 점점 더 커지고 있었다.

“···그자들이 감히 우리 그룹에 들어왔어! 김윤상! 김정민! 그 인간들이 우리 그룹을 뜯어먹으려고 들어왔어! 내가 어떻게 이 그룹을 지켜냈는지 최 실장은 알지 않-나! 내 마누라! 내 마누라까지 죽이면서 지킨 곳이다! 내가 반드시 그놈들을 죽여야 돼! 그놈들을 모조리···.”

갑자기 알 수 없는 광기에 휩싸인 듯.

한태산 회장은 그렇게 분개해 하며 말하다가.

순간, 컥컥! 거리며 숨을 몰아쉬었다.

이때, 최지철 실장은 놀란 듯 바짝 다가가 한태산 회장의 상태를 살폈는데.

다행히 한태산 회장은 다시 호흡을 되찾고 있었다.

“회장님! 의사를 당장 부르겠습니다!”

그러나 다시 손을 쳐내며 거부하는 한태산 회장.

그런데 점점 더 이상한 점은 한태산 회장의 눈빛이 갈수록 흉포하게 변하고 있다는 점이다.

“회장님!”

“최 실장! 당장 유나를 불러!!”

“네?”

“유나한테 말해··· 내가 그 약혼을 무조건 막아야겠어.”

그 순간, 최지철 실장의 얼굴이 완전히 일그러졌다.

사실상, 이번 협상은 한태산 회장의 작품이기도 하다.

한태산 회장은 이번 협상의 마지막 결정권까지 쥐고 있지 않았나.

즉, 한태산 회장이 원치 않았다면 이 약혼식은 성립할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 데다가 이번 약혼 협상을 통해 한태산 회장이 얻게 된 것도 상당하다.

장남 한윤기 부사장의 입지!

후계자로서의 그의 입지가 아주 탄탄해진 것이다.

그런데도 한태산 회장은 지금 이 순간 완전히 다른 말들을 하고 있었다.

최지철 실장은 점점 더 상황이 이상해지는 것을 보면서.

한편으론 아주 조심스럽게 한태산 회장의 얼굴을 살펴봤다.

그리고 확실히 달라진 점들을 바로 캐치할 수 있었다.

점점 더 광기가 돋아나고 있는 한태산 회장의 두 눈.

종잡을 수 없이 흔들리고 있는, 무척 불안해 보이는 그의 눈동자.

‘맙소사. 회장님!’

긴 세월을 통해 그룹을 위해 수많은 일들을 해 왔고.

수많은 고비들까지 넘기며 신라그룹을 일구어낸 살아 있는 거인, 한태산 회장!

그러나 그런 한태산 회장마저도 모진 세월의 여파를 비켜 갈 수가 없나 보다.

누가 봐도 현재의 문제는 선명했다.

새하얗게 머리가 변했고, 얼굴에 주름이 가득한 한태산 회장.

그렇게 노쇠한 한태산 회장은 이제 머리 쪽에 심각한 혼란이 온 것 같았다.

앞뒤 사건들이 이리저리 뒤엉켜버리며.

정상적인 사고를 하지 못하게 된, 바로 그런 모습이었다.

그 때문에 어찌할 바를 몰라 하던 최지철 실장.

그래도 혹시 몰라 마지막으로 질문을 더 던져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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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 약혼식 합의와 관련하여··· 김윤상 의원이 감사의 뜻으로 한번 뵙자고, 어젯밤에 연락이 왔습니다. 그건 또 어떻게···.”

그러나 그 말들을 끝까지 마칠 수가 없었다.

얼굴이 아주 심하게 일그러진 한태산 회장.

그가 갑자기 고함을 질렀기 때문이다.

“김윤상 그 새끼! 그 새끼가 감히 날 보자고 했다고! 그 새끼가 감히!! 내가 그 새끼 때문에 징역 3년을 받았어! 집행유예 5년!! 내가 그런 새끼랑 무슨 합의를 했다고 그래?? 최 실장!! 빨리 유나를 불러!!”

“···회장님··· 회장님···.”

점점 더 목소리에 힘이 빠지는 최 실장.

“그 새끼가! 그 새끼 아들이! 우리 유나를 꼬드긴 거야. 우리 착한 유나가 그럴 리가 없어···.”

갑자기 말이 안 통하게 될 정도다.

최지철 실장은 마치 몽둥이로 뒤통수를 얻어맞은 것 같은 그런 충격마저 받게 되었다.

“유나를 깨워! 벌써 아침인데 이제는 일어났을 거 아냐?”

맙소사.

한유나 아가씨는 퇴원과 동시에 완전히 독립해 버렸다.

한태산 회장은 그걸 분명히 알고 있는 상태다.

그런데도···.

“회장님··· 아가씨는···.”

그러나 그 말들을 다 이을 수가 없었다.

한태산 회장은 자신의 앞에 있는 신문을 다시금 쳐다보더니.

노발대발하며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이게 대체 무슨 말이야!! 우리 유나가 약혼을 하다니!!”

순간, 최지철 실장의 어깨는 힘없이 축 처지고 있었다.

갑자기 한태산 회장의 상태는 급격하게 나빠지고 있다.

심장 문제가 있기 전부터 한태산 회장한테 약간의 치매 기운이 있었는데, 절대 이 정도 수준은 아니었다.

단지 약간의 기억 문제에 불과했을 뿐.

그러나 지금은 폭발하듯 그 상태가 악화되고 있었다.

그 원인인 한유나 아가씨 때문인지, 아니면 김윤상 의원 때문인지, 그건 알 수가 없다.

그러나 그 변화가 점점 더 심해지고 있었고.

갈수록 그 행동도 흉포해지고 있었다.

“이 새끼들 보라고!! 이 새끼들! 기자들이 미쳤어! 즉시 항의서한 보내고!! 즉각 검찰에 고발 조치해!!”

그렇게 외치면서 한태산 회장은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잡아 던지기 시작했다.

그렇게 발광하다가.

어느 순간, 얼굴이 갑자기 창백해지던 한태산 회장.

그의 두 눈이 하얗게 변하는가 싶더니 동공이 휙 돌아갔고.

한태산 회장은 썩은 나무토막같이 그대로 앞으로 쓰러지고 있었다.

“회, 회장님!!”

첩첩산중!

이건 뭐.

갈수록 상황이 악화되고 있다.

거기다가 응급상황까지 터져 버렸다.

최지철 실장은 재빨리 데스크 한쪽 비상 버튼을 눌렀고.

그로부터 몇십 초 지나지 않아, 비서팀 직원들이 우르르 서재로 뛰어들어왔고.

그로부터 잠시 뒤, 신라병원 측에서 파견 나온 의사들과 간호사들도 나타났다.

한편, 최 실장은 옆에 서서 한태산 회장의 상태를 확인하다가.

이내 길게 한숨을 내쉬며 탄식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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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문제가 뭡니까?”

“지금 호흡이나 맥박은 괜찮습니다. 다만, 동공 반응이 좀 이상합니다. 서둘러 병원으로 옮긴 뒤, 정밀 검사를 하는 게 좋을 것 같습니다.”

“그럼··· 생명에는 지장이 없는 거죠?”

“네. 우선은 그렇습니다.”

“그럼 혹시 뇌에···?”

그러자 의사의 표정이 갑자기 심각해지고 있다.

이때 최지철 실장은 눈을 감고 다시금 탄식했다.

즉, 한태산 회장의 문제는 심장만이 아니다.

대기업의 총수로서 한태산 회장은 너무 많은 스트레스를 지금껏 받아왔고.

몸과 마음마저 너무 심하게 노화되어 버린 것이다.

결국, 신라병원으로의 즉각 이송이 결정되었다.

그런데 바로 그때.

40대 초반의 나이로 보이는, 무척 젊어 보이는.

그러나 50대 초반의 나이인 손미희 여사는 아주 도도한 눈빛을 하고서 서재 안으로 들어서고 있었다.

<112>

“부사장님!! 회장님께서···!”

서울 도심의 모습이 거대한 유리창을 통해 보이는 아주 넓은 사무실.

아침 9시, 정상적인 회사 업무가 막 시작될 무렵.

노크 소리와 함께 거칠게 사무실로 뛰어들어온 수행비서 강승현 과장.

그 모습에 신라생명 한윤수 부사장은 즉시 미간을 찌푸린 채 강승현 과장을 쳐다봤고.

검정 정장 차림의 강승현 과장은 즉시 사정 이야기를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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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장님께서!! 좀 전에 회장님께서 신라병원으로 긴급호송됐습니다!!”

“뭐? 신라병원에?”

순간, 깜짝 놀라며 벌떡 일어서는 한윤수 부사장.

“아버지가 왜? 무슨 일이야?”

“아직, 정확한 이유는 모릅니다. 다만, 최지철 실장님께서 그때 같이 계셨다고 합니다.”

“최지철 실장?”

“네!”

이때, 잠시 무언가를 생각하던 한윤수 부사장.

“위독하신가?”

“아뇨. 그런 것 같진 않습니다.”

“확실해?”

“네! 그건 확인했습니다. 다만, 뇌 쪽에 문제가 있는 것으로···.”

“뇌? 어떤 문제?”

“그건 아직 정확하게 알 수가 없습니다.”

“그럼··· 위독하신 건 아니라는 말이지?”

“네!”

그러자 한윤수 부사장은 즉시 나가보라고 손짓했다.

그 말에 강승현 과장은 머리를 숙이며 밖으로 나갔고.

그때부터 한윤수 부사장은 찌푸린 표정을 하고서 뭔가를 계속 생각하다가.

슬그머니 고개를 돌려 좌측의 거대한 유리창을 쳐다봤다.

아침부터 눈송이가 흩날리고 있고, 그 눈송이가 아침 도심을 어지럽히고 있다.

그러나 서울을 하얗게 만들 정도로 눈이 많이 내리고 있는 것은 아니다.

그럼에도 그 색다른 광경을 잠시 쳐다보다가.

한윤수 부사장은 다시 시선을 옮겼다.

그는 자신의 데스크 위에 차곡차곡 쌓여 있는 신문들 중에서, 자신이 가장 위쪽에 접어놓은 기사 한 꼭지를 쳐다봤다.

[···신라家와 사돈 관계를 맺게 되는 김윤상 국회의원···]

그러다가 그는 미간을 심하게 찌푸렸고.

갑자기 그의 두 눈엔 섬뜩한 기운마저 피어오르고 있었다.

‘그러니까··· 아버지는··· 형을 후계자로 생각한단 말이지.’

사실, IMF를 거치는 동안, 무척 위태로웠던 계열사들 중의 하나가 바로 신라생명이었다.

그런데 자신은 그 신라생명을 맡아 지금껏 회사를 지켜냈다.

신라그룹의 가장 기본적인 돈줄을 자신이 꿋꿋하게 지켜낸 것이다.

그런 큰 공을 지닌 자신을 뒤로하고서.

그저 장남이라고 해서.

형 한윤기를, 아버지는 그룹 후계자로 삼으려고 하고 있다.

그래서 자신은 그걸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

신라그룹은 그 자체가 피를 밟고서 성장한 곳이 아닌가.

그룹에 위협이 된다며, 자신의 둘째 마누라까지 죽인 인간이 바로 아버지 한태산 회장이다.

그런 작자가 왜 갑자기 형한테 인자한 모습을 보인단 말인가.

무능한 장남보단 자신이 더 나은데···.

쾅!

순간, 주먹으로 데스크를 내려친 뒤 한윤수는 즉시 휴대폰을 손에 쥐었다.

최지철 실장과 즉시 통화를 하기 위해서다.

어떤 기회가 생길지 모르겠지만.

지금부턴 뭐든 빨리 움직여야 한다.

형(한윤기)은 느긋한 상황이겠지만, 자신은 다르다.

그리고 그건 동생 한윤형(3남)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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