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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18화 (118/145)

화이트 크리스마스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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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효 시간 [10:00]

유효 시간 [09:59]

유효 시간 [09:58]

드디어 시작이다.

근데 참 신기하다.

[검은 고양이] 특성···.

어둠 속에서 완전히 몸을 숨길 수 있고.

밝은 곳에서도 몸을 숨길 수 있다.

특히, 이번 특성은 무려 S급이다 보니 10분간 특성이 유효하다.

일전에 [검은 고양이(B)] 특성을 썼을 땐 아주 위급한 상황이었고.

그땐 밝은 곳에서 몸을 숨길 수 있는 유효 시간도 고작 10초에 불과했다.

그러나 지금은 유효 시간이 한참 길어져 좀 더 느긋해졌고, 그래서 나는 주변 상황과 내 자신에 대해서 잠시 살펴볼 시간을 가질 수 있었다.

그래, 진짜 신기하단 말이야.

마치 투명인간 같은 것.

그러나 이게 단순한 투명인간 상태가 아니다.

[검은 고양이] 특성은 다른 사람들의 시선으로부터 완전히 내 몸을 숨기는 것.

거의 완벽에 가까운 회피 기능이다.

물론, 그땐 경황이 없어 [검은 고양이(B)] 발동시 입을 꾹 닫고 꿈쩍도 하지 않았으나 지금은 조금 달라졌다.

상태를 시험하듯 손뼉을 한번 마주치자 짝! 소리가 나야 하는데.

마치 신비한 벽에 막힌 듯 그 소리가 전혀 들리지 않았다.

내 몸이 만들어낸 소리, 그런 소리마저 완벽히 차단한 것이다.

오오! 이거 참 대단한 은신술인데···.

그때 10초는 너무 짧았다.

10분 정도의 유효 시간이라면 진짜 뭐든 할 수 있겠다. 거의 완벽에 가까운 은신술이니까.

그렇게 짧은 확인을 마치자마자 나는 곧바로 다음 행동을 시작했다.

재빨리 화장실 밖으로 뛰어나왔고.

유효 시간 [09:22]

곧바로 1226호실 앞에 섰다.

그러고는 즉시 문고리를 잡고서 앞으로 밀었다.

근데 지금 내 상태는 투명인간 상태나 다름없긴 하나, 확실히 다른 점들이 있다. 그리고 그런 다른 점들 때문에 내가 이런 행동을 하는 데 전혀 불편함이 없다.

즉, 내 몸이 다른 사람들한텐 보이지 않음에도.

나는 내 다리와 내 두 손 등 모든 것들을 볼 수가 있다.

다 보인다고!

본래, 이 특성의 능력은 제한된 기간 동안 세계의 이목에서 벗어나는 것.

마치 내가 같은 공간 속, 다른 공간으로 넘어간 거나 다름없고.

쉴 새 없이 현실과 특성 능력이 교차하다 보니, 그런 일들이 가능해진 것 같았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비로소 1226호실 안으로 들어섰다.

한편, 저 통로 위쪽 CCTV.

그 CCTV는 1226호실 문이 갑자기 열리는 장면을 촬영했을 것이다.

다만, 대체 누가 갑자기 문을 연 것인지 전혀 식별할 수가 없어.

누군가 그 영상을 재생한다면 무척 당혹스러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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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사이 나는 어느덧 고태진의 침대 앞에 섰다.

그런데 고태진의 모습.

그 모습 자체가 처참하다.

온몸에 화상 흔적들이 가득한 고태진.

특히, [베살리우스의 눈(S)] 특성을 즉시 발동시켜 그의 전신을 스캔하자, 이런 화상 흔적들은 대다수가 치유된 흔적이라 [베살리우스의 눈(S)] 특성에 잘 잡히지 않았고, 대신에 그의 머리 쪽에 뭔가 이상한 징후들이 관찰되었다. 기타, 교통사고 충격으로 얻게 된 각종 다른 외상들은 대다수 치유된 상태였다.

그렇듯 상태 확인을 마치자마자.

문을 여는 순간부터 서서히 닫히는 1226호실 문이 완전히 닫히기 전, 나는 즉시 특전들을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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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 은빛 바늘]

[전신 외상을 완벽히 치유합니다]

[특전: 은빛 성수]

[부족한 활력을 100% 충전합니다]

그렇게 두 개의 특전이 일제히 발동되며 고태진에게 집중되었다.

사실, 외상 치료가 된다고 해도 오랫동안 누워있던 고태진은 자신의 활력을 회복하는데 시간이 많이 걸릴 테고.

그가 즉시 활력을 되찾고 가뿐하게 일어난다면 검찰 수사 속도 역시 무척 빨라질 것이다.

또한, 그 외에도 혹시 모를 시너지 효과가 있을까 해서 유사한 특전 두 개를 동시에 발동시킨 건데···.

유효 시간 [08:53]

잠시 후, 그의 몸에서 즉각 변화가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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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진짜 빛이 장난이 아니네.

그의 전신을 완전히 휘감은 채 요란하게 발산되는 빛들.

순간, 눈이 너무 부셔, 잠깐 시야를 잃을 정도의 그런 빛이었다.

마치 천사의 광휘 혹은 천사의 축복을 받은 것 같은 그런 모습.

그렇게 고태진은 새하얀 빛무리에 휩싸여 있었고.

그런데 그 빛무리는 찰나의 순간 다시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그때, 시스템 알람이 들려왔다.

[축하드립니다!]

[특전 간의 시너지 효과가 발생했습니다!]

역시 시너지 효과!

원래 기존 특성들을 쓸 때도 이런 시너지 효과를 톡톡히 봤는데.

특전 또한 마찬가지였다.

마치 요리를 할 때 어떤 재료를 넣느냐에 따라 맛이 달라지듯, 특성 혹은 특전들도 서로 간의 능력들이 융합되며 새로운 시너지 효과들을 만들어내고 있었다.

다만, 특전 같은 건 상점에서 살 수가 없고.

그래서 그 특전들이 무척 귀하다 보니, 이런저런 시도를 많이 할 수 없는 건 그저 아쉬울 따름이었다.

[특전, 은빛 바늘은 특전, 은빛 성수와 융합되었고···]

[특전 능력치가 상승되었습니다]

[전신 외상이 완벽히 치유됩니다]

[활력 플러스에 따라, 생체 시스템을 정상으로 돌립니다···]

[축하드립니다!]

[···특전 융합 성공에 따라 특별 보상이 주어집니다!]

[경험치 +100]

[특별 보상!]

[특전, 빛나는 손가락]

[외상 부위에 직접 손가락을 접촉할 경우, 외상 부위가 말끔하게 치유됩니다. 제한 조건: 첫 발동 시각부터 24시간 유효]

그렇듯 생각지도 않은 새로운 특전 [빛나는 손가락]이 나한테 부여되었고.

곧이어 뜻밖의 알람도 들려왔다.

[새롭게 바뀐 인과율 법칙에 따라··· 연계 미션(3), 피 흘리는 약혼식(클래스 S)의 전개 속도는 더 가속화됩니다···]

[주의하세요! 김윤상 의원의 목숨이 점점 더 위험해집니다···]

순간, 나는 간이 철렁 내려앉을 뻔하다가 바로 정신을 차렸고.

고태진의 안색을 재빨리 확인한 뒤, 다음 행동을 시작했다.

바로 간병인의 발을 세게 걷어찬 것이다.

근데 워낙 마음이 급해지다 보니, 좀 더 힘이 실렸고.

그러자 간병인은 바로 놀라며 잠에서 깨어났다.

그 여자는 찌푸린 눈으로 좌우를 두리번거리다가.

아픈 듯 자신의 한쪽 발을 만졌고.

그런 뒤 충혈된 눈을 마구 찡그리며 간이침대에서 완전히 일어섰다.

한편, 거의 닫히기 직전인 입원실 문!

그런데 그 문이 갑자기 휙 열리자, 여자는 그쪽을 쳐다봤고.

반사적으로 그쪽으로 다가왔다.

[07:16]

한편, 나는 그 모습까지 확인한 뒤, 즉각 화장실로 들어갔다.

그러고는 [검은 고양이] 특전을 즉시 취소했다.

다행히 이곳 화장실에는 다른 사람이 없는 상태.

그것까지 다시 확인한 뒤, 나는 즉시 휴대폰을 꺼냈고.

김덕규 검사한테 전화를 걸면서 비로소 화장실에서 걸어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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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검사님! 접니다. 김정민···. 그게, 다른 게 아니라··· 신라병원에 일이 좀 있어 잠깐 들렀다가··· 고태진씨 입원실을 좀 봤는데, 상태에 변화가 있습니다. 네! 네! 근데 잠시만요! 자세한 건 제가 다시 전화 드릴게요. 어쩌면 이번 기회에 썩은 뿌리를 통째로··· 네! 네! 자세한 건 제가 조금 있다가 다시 전화드리겠습니다.”

그렇게 나는 빨리 통화를 마쳤다.

“미안.”

그러고는 나는 즉시 한유나에게 그 말을 했는데.

그녀는 어느새 내 옆으로 다가와, 내 옆에서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누구?”

그녀는 호기심을 보였다.

“환자 가족. 이것저것 할 이야기들이 있어서.”

“아.”

그리고 이때, 우리는 인기척을 느끼며 나란히 고개를 돌렸다.

1226호실 문을 열고, 가만히 서 있는 간병인.

그 졸린 눈의 간병인은 우리를 잠시 쳐다보는 듯하다가 이내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잠시 뒤.

간병인은 안쪽에서 문고리를 세게 잡아당긴 듯 문이 바로 닫히고 있었다.

그 순간, 나는 한유나의 손을 잡으며 바로 엘리베이터 쪽으로 걸어갔는데.

이 모든 것들이 지금 CCTV에 찍혔을 것이다.

그런데 정작 중요한 것은 이런 행동들로 인해 내 모든 알리바이가 확정되었다.

결국, 간병인이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왔기 때문에, 앞서 1226호실 문이 저절로 열리던 그 모습은 그 해석이 다소 애매해질 수 있다. 즉, CCTV 영상에선 1226호실 문이 저절로 열린 것으로 보이겠지만. 이게 밖에서 연 게 아니라 안에서 연 것으로 오해될 가능성이 더 커지게 되었다.

사실, 이런 일은 귀신이 손을 쓰지 않는 이상, 문이 스스로 열릴 이유가 없을 테고.

결국, 멍한 표정에 졸린 눈을 하고 있는 간병인이 문을 연 것으로 다들 확정할 것이다. 아무리 간병인이 부정한다고 해도 말이다.

“우리 나가자. 점심 먹을래? 배고픈데.”

어느덧 점심 때가 다 된 시각.

그래서 우리는 좀 더 빨리 걷기 시작했다.

<123>

그리고 그로부터 시간이 흘러···.

“···왜 이렇게 늦었어? 어디 갔다 온 거야?”

어느덧 응급실 턴이 바뀌게 되는 저녁 7시.

그 저녁 7시가 거의 다 된 시각.

조금 전, 질문을 던진 사람은 바로 조은하 선배다.

“죄송합니다! 중간에 눈이 오는 곳이 있어서.”

“어디?”

“고속도로··· 참! 서울에 잠시 다녀왔습니다.”

그러자 조은하 선배는 날 쳐다보며 피식 웃었다.

“약혼녀?”

나는 이때 머리를 긁적이며 그렇다고 대답했다.

“좋을 때구나.”

약간 허전함이 감도는 목소리로 말한 뒤 조은하 선배는 나한테 손짓했다.

나는 거의 아슬아슬하게 저녁 7시에 맞춰 응급실에 도착했다.

본래, 인수인계 때문에 좀 더 일찍 응급실에 도착해야 하는데. 실질적으로 조금 늦게 응급실에 도착한 거나 다름없다.

그러나 조은하 선배는 전혀 꾸짖지 않았고 응급실 한쪽 모니터 앞으로 날 데려갔다.

그리고 그녀는 응급실 일들을 이야기하기 전, 다시금 개인적 질문을 던졌다.

“잠은 잤어?”

나는 대충 웃음으로 대답했다.

어디 잠잘 시간이 있겠는가.

점심을 먹고, 이것저것 한유나와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시간 가는 줄 몰랐다.

그래도 일찍 출발했는데.

이 맘때 갑자기 눈이 내리는 지역이 중간에 있었고.

그곳을 지나다 보니 생각보다 시간이 경과됐던 것이다.

“직접 운전했어?”

“네.”

“위험하진 않았어? 눈이 왔다며?”

“쌓이진 않아서 괜찮았습니다. 다만, 다들 서행하는 분위기라서···.”

그렇듯 사실 그대로 말하자, 그녀는 슬쩍 다른 말을 했다.

“차라리 고속버스를 타고 가지?”

그러고 보니, 내가 운전할 게 아니라 고속버스를 타고 갈 걸 그랬다. 그랬다면 그 시간 동안 잠이라도 푹 잤을 텐데.

그러나 갑자기 진행된 일이라 거기까지 생각할 겨를이 없었고. 서울로 가기 전까지만 하더라도 온갖 생각들이 내 머릿속에 가득했으니까 말이다.

“그럼, 인수인계는 어떻게 됐습니까?”

오늘 낮 근무를 한 사람들은 김한석 선생과 장종욱 응급실 과장이다.

그리고 이제 시작되는 나이트 근무는 조은하 선배와 내가 맡게 됐다.

물론, 오늘 밤, 우리가 이곳 응급실을 담당하게 됐지만, 이 일이 무척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여하튼 이곳은 시골병원!

어레스트(심정지) 환자가 이 병원을 찾아오는 경우는 많아야 일주일에 한두 번 정도라고 하고, 어떤 때는 한 달에 몇 번밖에 없을 정도로 그런 경우가 흔치 않다고 한다.

다만, 경증과 중증 사이에 걸쳐 있는 애매한 환자들이 우르르 몰려들 때면, 그땐 밤새 눈코 뜰 새 없이 무척 바빠진다고 한다.

“···근데 폭설 끝나고, 주취자 환자들이 많이 늘어났대. 어쩌면 야간이 더 바빠질 거라고 하고. 잠깐! 이쪽으로 좀 와 봐!”

조은하 선배는 다시 손짓하며 이번에는 한쪽 구석진 베드 세 개를 가리켰다. 그리고 그곳엔 세 명의 노인 환자들이 각종 바이탈 장치를 달고서 각각 베드에 누워있는 모습이었다.

“저 환자들은 아직 대기 타고 있어. 흉부외과 쪽에서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 해서.”

“네? 환자를 받을 수 없다고요? 무슨 일이 있습니까?”

내가 즉시 묻자, 조은하 선배는 바로 설명했다.

“여긴 흉부외과 전문의가 2명 있대.”

그건 나도 아는 이야기다.

이런 시골병원에선 제대로 수술을 할 수가 없다 보니, 수술도 못 하고 돈도 안 되는 흉부외과 쪽은 의사 TO가 많을 수가 없다. 물론, 큰 수술거리가 생기면 즉시 상급병원으로 환자를 올려보내기 때문에 이 인원만으로도 여긴 충분히 운영될 수 있다.

“근데 한 분이 폐암 치료 분야 쪽이고 다른 한 분이 심장 및 혈관 분야 쪽인데. 심장 분야 김유승 과장님이 오늘 토요일 제주도 학회에 가는 바람에···.”

그러니까 토요일 저녁 이 시각, 담당 의사가 없어 환자들이 대기 상태라는 거다.

“그럼 환자들은요?”

“다행히 중증은 아냐. 당장 어떻게 될 분들도 아니고···. 타 병원으로 이송해 주겠다고 해도 그냥 여기 있겠대.”

그렇다면 달리 방법이 없다.

“그럼 제가··· 김유승 선생님이 오시기 전까지 계속 살펴보는 게···?”

조은하 선배는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럼, 새 환자들 오기 전까지 잘 살펴봐.”

“네!”

그래서 그때부터 나는 바삐 움직였다.

그 환자들과 관련된 의료 기록을 먼저 확인했고.

잠시 후, 직접적인 상태 확인을 위해 가장 좌측에 위치한 70대 노인 환자한테 먼저 다가갔다.

그러고는 노인의 현 상태를 이것저것 확인한 뒤 바로 일어섰는데.

그런데 바로 그때.

내 바지 주머니에 들어있던 휴대폰이 갑자기 아주 요란하게 진동하기 시작했다.

흠칫하며 나는 휴대폰을 꺼냈고.

의아해하며 발신자 번호를 확인해 보니.

오늘 하루 내내 수십 번의 통화를 했던 서울지방검찰청 특수2부 김덕규 검사가 다시금 나한테 전화를 준 것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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