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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21화 (121/145)

화이트 크리스마스 08

<125>

아-악!

갑자기 터져 나온 비명 소리!

크게 놀란 듯 박미옥 간호사의 두 눈은 찢어질 듯 커졌다.

날카로운 가위 끝.

그게 갑자기 자신의 가슴으로 미친 듯이 날아들고 있었고.

그 아찔한 순간!

그녀의 머릿속은 하얗게 변하며 온몸이 온통 얼어붙고 말았다.

순간적인 동작 상실.

즉, 그대로 몸이 굳어버렸던 그녀.

이건 바로 전두엽-편도체 회로에서 유도된 일종의 신체 반응이다.

갑작스러운 위협과 공포. 그런 위기 앞에서 본능적으로 나타나게 되는 이른바 동결(freezing) 작용.

이런 신체 공포 반응은 무척 자연스러운 반응이기도 하다. 그런데 순간적인 위협을 앞두고서 사람이 그렇게 반응하게 된다면, 그 자체로 무척 위험해지게 된다. 그럼에도 이건 어찌할 수 없는 신체 반응이기도 했다.

그런데 잠시 뒤.

박미옥 간호사는 무척 놀란 듯 뒷걸음질 치고 있었고.

그러다가 그녀는 이내 멈칫했다.

왜냐하면, 자신의 앞을 어느새 가로막고 서 있는 사람의 존재 때문이다.

바로 자신의 지척에서 환자를 돌보고 있던 조은하 선생.

그 조은하 선생이 갑자기 자신의 앞을 가로막고 섰고.

그 끔찍한 위기의 순간, 그 가위를 직접 손을 뻗어 막아낸 것이다.

“아악···.”

신음하며, 또한 인상을 팍! 찡그린 조은하 선생.

이때, 그녀는 그 통증에 얼굴을 마구 일그러뜨리면서도.

다른 한 손으로 즉시 그 주취자의 손목을 잡고 있었다.

그리고 잠깐 이어지는 완력 싸움.

그러나 조은하 선생이 건장한 젊은 주취자의 완력을 절대 이겨낼 수가 없다.

“이 시발년이!! X년아!! 죽을래!!”

순간, 젊은 주취자는 괴성을 지르며 왼손을 높이 들고서 조은하 선생의 얼굴을 사정없이 때리려고 했다.

그 순간, 박미옥 간호사의 두 눈은 다시금 커졌다.

이때, 누군가가 갑자기 환상처럼 나타난 것이다.

정말 갑자기 땅에서 솟구친 것 같이 갑자기 나타난 남자.

그는 그 찰나의 순간 주취자의 왼팔을 막았고.

한쪽 어깨가 번개같이 돌아가면서, 단숨에 주먹으로 주취자의 턱을 가격했다.

타격 위치가 정말 좋았고.

풀 스윙의 힘이 워낙 상당하다 보니.

둔탁한 소리와 함께 주취자의 턱이 그대로 밀려 나가며 머리가 옆으로 돌아갔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남자는 다리를 걸며 주취자를 힘껏 밀쳤고.

그 힘을 이기지 못한 주취자는 그대로 뒤로 넘어졌다.

이때, 주취자는 주변 의료용 카트들을 제멋대로 치며, 요란한 소리를 내며 바닥에 쓰러졌는데.

그렇게 주취자를 제압한 남자는 즉시 몸을 돌리며 외쳤다.

“선배님!! 얼마나 다쳤어요!!??”

그리고 그 요란한 목소리에 비로소 박미옥 간호사는 정신을 차리게 되었다.

한편, 박미옥 간호사는 두 눈을 정신없이 깜빡이다가 길게 한숨을 내쉬었고.

그러고는 고개를 돌려 그들 두 사람을 쳐다봤다.

자신을 보호해준 조은하 선생. 그리고 그녀의 손을 감싸며 즉시 지혈 작업을 하고 있는 남자. 바로 김정민 선생이었다.

#

“박 간호사, 괜찮아?”

“언니, 괜찮아?”

그리고 이때, 바로 옆에서도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숙희 수간호사와 이진희 간호사였다.

그 순간, 박미옥 간호사는 완전히 정신을 차렸다.

‘어머, 어떡해. 나 때문에 조 선생님이···.’

이때, 사태가 좀 더 논리적으로 파악되었고.

좀 전의 공포감은 사라졌고.

얼어붙었던 몸은 원래대로 돌아왔다.

그 순간, 그녀는 다시 고개를 돌렸다.

그리고 저 앞에 쓰러져 있는 주취자를 그녀는 노려봤다.

‘저 미친 새끼가!’

저 미친 새끼가 자신을 공격하려고 했다.

아무리 주취자라고 해도, 할 게 있고 하지 말아야 할 일이 있다.

아무리 인사불성 상태라고 해도.

어쩜 저렇게 미친 듯이 사람을 공격한단 말인가.

“미친 새끼!”

결국, 그녀의 입에선 험한 욕설이 흘러나왔고.

순간, 그녀의 두 눈이 다시 커졌다.

“언니! 저 새끼 좀 봐!”

박미옥 간호사는 즉시 수간호사에게 외치며, 그쪽을 손짓했다.

쓰러져 있던 주취자, 그가 다시 몸을 일으키려고 하고 있었다.

그런데 저걸 절대 용납할 수가 없다.

다시 무슨 짓을 저지를지 모르는 일이고.

다시 바보처럼 당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 순간, 박미옥 간호사는 갑자기 달려들었고.

뭔가 눈치를 챈 수간호사 김숙희 간호사가 가세하자, 이때 이진희 간호사도 함께 달려들었다.

“야, 이 미친 새끼야!”

“젊은 새끼가 왜 그래!”

“살인미수야! 이 새끼야!”

욕설과 고함을 지르며 그녀들은 주취자에게 달려들었고.

주취자의 온몸 여기저기를 잡고서 미친 듯이 손으로 내려쳤다.

그러자 주취자도 발악하며 주먹을 휘둘렀다.

그 주먹에 간호사들은 이곳저곳 얻어맞고 비명을 지르기도 했으나.

그럼에도 그녀들은 절대 물러서지 않았다.

“야! 머리카락 잡아!”

“이 새끼, 너 죽었어!”

“언니, 내가 다리 잡을게!”

“시발, 미친 새끼!”

한편, 주취자는 간호사들이 자신의 몸과 머리카락을 마구마구 쥐어뜯고, 또한 자신의 몸 위에 올라타서 쉴 새 없이 자신을 때리거나 꼬집자, 어느 순간 더는 이겨낼 힘이 없어진 듯 축 늘어지고 있었다.

이때, 술기운까지 가세한 터라, 주취자는 더는 견디지 못했고. 반면, 분기탱천한 간호사들은 마침내 주취자를 완벽하게 제압해 버렸다.

#

“씨발 새끼! 저 미친 새끼가!”

“헉. 헉. 이 미친놈아, 니가 이러고도 사람이냐!”

“아으, 진짜 미치겠네.”

“언니, 근데 괜찮아?”

“박 간호사는?”

“전 괜찮아요. 근데, 언니! 언니! 거기 피 났어요.”

“뭐? 나한테?”

“언니! 잠깐만요! 이 간호사, 거즈 좀!”

“네. 잠시만요.”

“어떡하죠? 상처가··· 이거 몇 바늘 꿰매야 할 것 같은데···.”

“난 괜찮아. 빨리 신고부터 하자.”

주취자를 완전히 제압한 간호사들은 그 즉시 경찰에 신고했고.

주변 주취자들은 눈이 동그래진 채 가만히 서 있었다.

사실, 좀 전까지 행패를 부리며 온갖 술주정을 했던 그들.

그러나 간호사들이 미친 듯이 달려들어 건장한 남자를 완전히 제압해 버렸고.

또한, 응급실 여기저기가 온통 난장판이 되자, 다들 술기운이 확 가신 모양이었다.

“저 새끼들도 경찰 오면, 싹 다 집어넣어야 돼!”

한편, 무척 분개해 하며 외치는 수간호사 김숙희.

좀 전, 주취자가 휘두른 무언가 때문에 팔목에 깊은 상처를 입게 된 그녀.

그렇게 피를 흘리게 된 그녀는 주변 다른 주취자들을 노려보며 그렇게 외쳤고.

그런 그녀의 모습에 주취자들은 각자 움찔하며 각기 다른 반응을 보이고 있었다.

조용히 자신의 베드로 돌아가, 조용히 눕는 주취자들도 있었고.

비틀비틀 걸으며, 응급실을 그냥 나가는 주취자들도 있었다.

또는, 응급실 바닥에 털썩 주저앉아 고개를 푹 숙이고 있다가.

이내 그대로 잠에 빠져드는 주취자들도 있었다.

어쨌든 좀 전의 큰 소란으로 인해 주취자 전체가 조용해져 버렸고.

잠시 후, 응급실 여기저기에선 코 고는 소리만 요란하게 들리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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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으··· 근데 진짜 미치겠네.

한편, 조은하 선배의 그 손을 즉시 살피면서 나는 계속 탄식했다.

사실, 내가 좀 더 가까운 곳에 있었더라면 내가 먼저 나섰을 것이다.

그러나 안타깝게도 그 타이밍을 놓치고 말았다.

문제를 인지하는 순간, 주취자는 이미 공격해 버렸고.

바로 옆에 서 있던 조은하 선배가 그나마 즉시 대응한 끝에 좀 더 심각해질 수 있는 사태를 피할 수 있었다.

그러나 역시나 놀라운 일이다.

그녀는 단지 맨손으로 그 뾰족한 가윗날 공격을 막아낸 것이다.

물론, 단순한 반사적 행동이겠지만.

그 행동 자체가 실로 놀라운 것이다.

누구든 그렇게 나서는 게 쉽지 않기 때문이다.

현재, 그녀의 손바닥은 온통 피범벅이다.

상처도 무척 심한 상태다.

그나마 그래도 주취자의 추가 공격을 내가 막을 수 있었던 건, 정말 다행스러운 일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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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고 보면, 사실 나는 좀 전에 조은하 선배가 그런 식으로 주취자의 공격을 막을 줄은 전혀 예상치 못했다.

그 때문에 경악하면서도.

나는 서둘러 [혼미(B)]를 발동시키게 되었는데.

물론, 이곳에서 내가 [혼미(B)]를 발동시키는 것은 무척 위험한 일이다.

왜냐하면, 이곳 응급실에 있는 CCTV 존재 때문.

수술실 CCTV 의무 설치 문제는 아직 이 시대에는 낯선 이야기지만.

응급실 CCTV 같은 건, 전혀 그렇지가 않았다.

이런 식의 폭력적인 주취자 환자들 때문에 병원에선 방어적인 목적으로 CCTV를 설치할 수밖에 없었고.

이곳 병원 응급실에도 CCTV가 현재 설치되어 있는 상태였다.

어쨌든 나는 앞뒤 재지 않고 [혼미]를 발동시켰고.

그 순간, 이곳 사람들 모두가 일시적으로 정지되며 몸이 굳었다.

그들의 의식 역시 순간적으로 혼미해졌을 것이다.

그 순간, 나는 전력을 다해 뛰었다.

대략 1초, 2초 정도의 갭(gap)이라고 할 수 있는 그 시각.

그 짧은 순간이 끝나자마자 나는 즉시 [혼미(B)]를 해제했고.

주취자의 왼팔을 한쪽 팔로 막은 뒤 전력을 다해 그의 턱을 노리며 주먹을 날렸다.

사실, CCTV 영상 녹화본에선 이런 장면이 약간 이상하게 보일 수도 있다.

사람들이 일시 정지된 것처럼 멈칫했다가.

순간, 내가 뛰었고.

그리고 주취자에게 즉시 주먹을 날렸다.

겨우, 1, 2초의 차이지만.

그럼에도 이 녹화본을 보면서 누군가는 그런 이상한 부분들을 집어낼 수도 있을 것이다.

그렇듯 큰 리스크가 있는 일임에도 나는 [혼미] 특성을 쓰게 되었고.

그로 인해 머릿속이 혼란해졌으나, 한편으론 조은하 선배의 손 때문에 [혼미] 특성을 쓴 게 전혀 후회되지 않았다.

내가 거기서 그자를 멈추게 하지 않았더라면, 조은하 선배는 그때 얼굴까지 얻어맞았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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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그 녹화본 건은 강제철 실장한테 부탁하자!

경찰이 자세히 녹화본을 들여다보지 않도록, 강제철 실장 선에서 제어하면 될 것이다.

어쨌든 그렇게 머릿속을 정리한 뒤, 조은하 선배의 출혈을 막고자 응급처치를 즉각 시작했고.

그러다가 문득, 나는 뒤돌아봤다.

등 뒤에서 요란한 소리가 들렸기 때문.

간호사들이었다.

지금 그녀들은 주취자한테 달려들어 육박전을 벌이고 있었는데.

무척 우악스럽게 그녀들은 주취자를 쥐어뜯으며 제압하고 있었다.

이때, 잠시 저 상황을 도와줄까 고민했으나.

주취자의 몸 위에 올라타서 응징하고 있는 그녀들은 그 기세가 너무 사나워 보였고.

내가 도저히 간섭할 수 없는 그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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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한참 뒤.

지혈이 어느 정도 되자, 조은하 선배의 상처 부위를 생리식염수로 세척했고.

부분 소독을 진행한 뒤 좀 더 자세히 상처를 살펴봤다.

가위의 뾰족한 부위에 손바닥이 찔렀고.

그 뾰족한 게 깊숙이 들어가면서 주변 조직까지 짓눌려 버린 상황이었다.

자칫 손바닥에 구멍이 날 수도 있었던 끔찍한 상황.

그나마 뼈가 다친 것 같지 않았고.

손가락들을 움직일 수 있어 신경 손상도 현재로선 없어 보였다.

그래서 상처 부위를 보호한 뒤.

상처에 대한 세밀한 확인을 위해 엑스레이뿐만이 아니라 이것저것 검사를 진행했다.

그러고는 수간호사 선생의 상처를 확인해 보니, 어느새 응급처치가 다 되어 있는 그녀의 상처는 생각보다 심하지 않았고, 단순 봉합을 이후 진행하면 될 것 같았다.

한편, 그사이, 여기저기 소식이 전해진 듯, 병원 보안팀 직원들 외에도 관할 경찰서 경찰들이 응급실에 나타났다.

이때, 박미옥 간호사는 그들에게 상황 이야기를 했고.

그사이, 나는 수간호사 선생의 상처 봉합을 시작했다.

그리고 그걸 마치자마자, 곧이어 조은하 선배의 상처에 대한 봉합도 진행했다.

이때는 간단한 마취과정을 진행한 뒤, 조은하 선배가 눈을 꼭 감고 있는 동안, [수처 마스터(B)]를 발동시켜 순식간에 세부 봉합을 모두 마쳤다.

그러고는 드레싱 작업 및 몇 가지 주사 투여까지 다 마치고 나자, 조은하 선배는 비로소 몸을 일으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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