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27화 (127/145)

의술의 신 03

<132>

“하아, 진짜 춥네.”

왜 이렇게 춥지.

이 시각, 쌩쌩 불어오는 찬 바람.

살을 에는 듯한 냉기를 가득 머금고 있다.

현재 나는 두툼한 외투를 입고 있으나 그럼에도 이런 추위를 쉬이 떨쳐낼 수가 없다.

일부러 외투의 옷깃을 세우며 목을 보호하고 있으나.

그럼에도 내 몸은 떨리고 있다.

얼굴이 무척 시리기도 했고.

찬바람이 지나갈 때마다 얼굴 피부가 얼얼하기도 했다.

그래서 손으로 얼굴을 만지다가 얼른 그 손을 다시 주머니에 넣었다. 손이 금방 차가워졌기 때문.

오늘 밤, 기온이 영하 15도까지 내려간다고 한다.

이런 찬바람까지 가세한다면, 그 체감 기온은 그보다 더 내려갈 수밖에 없을 것이다.

근데 왜 이렇게 안 나오지???

병원 별관, 입구 앞.

나는 손목시계를 쳐다보면서 계속 조은하 선배를 기다렸다.

잠시 커피를 마시자는 내 제안.

그 제안에 조은하 선배는 의아해하면서도 결국 응했는데.

대신에 잠깐 숙소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그리고 그로부터 20분이 지나가고 있다.

그러나 그녀는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에이! 나도 같이 따라 들어갈걸. 내 방이라도 들를 걸 그랬나.

약간 후회도 됐다.

그러나 좀 전에 나는 일부러 그러지 않았다.

혹시 몰라, 별관 입구 주변 상황을 살피기 위한 것인데.

주변 상황, 즉 별관 앞, 작은 정원 사잇길을 돌면서.

혹시 모를 변수의 가능성 등을 이것저것 눈으로 익혀두기 위해서였다.

특히, 조은하 선배는 다가오는 새벽에 죽게 되고.

절대 일어나서는 안 되는 그 일. 나는 최선을 다해 막아볼 생각이다.

하! 근데 왜 이렇게 안 나와?

추워 죽겠는데.

조은하 선배가 금방 나올 줄 알았다.

그러나 시간은 계속 지체되고 있었고.

그래도 별관 주변의 형태와 모습 등을 다시금 확인해 둔 터라, 나는 이제 병원 별관 1층 안으로 들어가, 거기서 기다리기로 결정했다.

그런데 바로 그 무렵.

내가 별관 1층 입구로 막 들어서던 바로 그 순간.

아주 요란한 바이크 소음이 멀리서 들려왔고.

그 요란한 소음이 갈수록 커지는가 싶더니.

아주 시커멓고 아주 늘씬한 수입 바이크 한 대가 별관 앞으로 미끄러지듯 나타났다.

그 바이크는 완전히 별관 입구 앞에 멈춰섰는데.

이때, 새카만 헬멧을 쓰고 있던 남자가 날렵하게 몸을 날려 바이크에서 내렸다.

온통 시커먼 복장인 남자.

그는 좌우를 두리번거리더니 휴대폰을 즉시 꺼냈고. 전화통화 버튼을 누른 듯, 곧장 휴대폰을 귀에 대고서 잠시 서 있었다.

그러다가 그 헬멧은 내 쪽으로 향했고.

이때, 날 쳐다보는 듯하던 남자는 누군가에게 전화를 하면서 내가 서 있는 입구 쪽으로 천천히 걸어왔다.

한편, 내가 계속 그를 쳐다보자 그의 어깨가 움찔거리는 듯했으나.

그는 그대로 내 옆을 스치고 지나가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상당히 공간이 좁은 편인 별관 1층 로비.

그 한쪽에는 이 별관 증축에 관여한 공훈자들의 이름이 대형 조각판에 새겨져 있는데.

그 우측에 위치하고 있는 엘리베이터 구역에서 띵! 하는 소리가 갑자기 들려왔다.

혹시나 해서 나는 남자를 따라갔고,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완전히 열렸다.

그리고 그곳에선, 휴대폰을 귀에 대고 통화를 하고 있던 조은하 선배가 바로 걸어 나오고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갑자기 무척 놀란 표정이 된 조은하 선배.

그녀는 당황한 듯 자신도 모르게 한발 물러섰다.

반면, 헬멧을 쓴 남자는 자신의 휴대폰을 도로 주머니에 넣더니 조은하 선배한테 더 빠른 걸음으로 다가가기 시작했다.

뭐야? 저거?

설마???

순간, 나는 직관적으로 뭔가 심상치 않음을 느꼈다.

그래서 황급히 뛰었다.

그리고 일부러 더 크게 외쳤다.

“선배! 왜 이렇게 늦었어요!?”

내 목소리가 워낙 컸던지, 헬멧 쓴 남자는 움찔하며 갑자기 멈춰섰고.

그사이, 나는 그를 스치고 지나친 뒤, 조은하 선배의 앞에 섰다.

한편, 조은하 선배는 그 표정이 갑자기 살얼음판 같은 모습으로 변해 있었고.

날 쳐다보지도 않고 계속해서 헬멧 쓴 남자만을 노려보고 있었다.

그러다가 뒤늦게 날 쳐다보더니, 조은하 선배는 무뚝뚝하게 말했다.

“김 선생, 잠깐만.”

“아, 네.”

그러고는 조은하 선배는 나한테 손짓한 뒤 내가 옆으로 물러서자, 곧바로 헬멧 쓴 남자한테 차갑게 외쳤다.

“합의할 생각은 절대 없어요. 그리고 더는 할 말도 없으니까 앞으로 절대 전화하지 마세요. 그리고 무척 불쾌한데, 도대체 누가 제 휴대폰 전화번호를 알려주던가요? 경찰이 주던가요? 그게 아니면?”

얼굴이 무척 냉담해진 조은하 선배. 그녀는 연거푸 따지듯 물었다. 그러나 헬멧 쓴 남자, 그는 계속 말이 없다.

“···제가 정식으로 경찰에 이야기해서, 어떻게 됐는지 꼭 확인해 보겠어요.”

그렇듯 불쾌함을 스스럼없이 드러낸 조은하 선배.

그러나 그런 감정을 드러내면서도 그녀는 조금 긴장한 듯, 굳어있는 표정이 좀처럼 풀릴 줄 몰랐다.

특히, 문제는 남자가 쓰고 있는 저 헬멧 때문이다. 그래서 남자의 표정을 전혀 알 수가 없다.

조은하 선배도 그렇겠지만, 나도 무척 당혹스러울 수밖에 없다.

마치 그가 뭔가를 준비하고 있다는 느낌마저 들었고, 얼굴을 가리고 있는 저 헬멧은 그래서 더 위협적이다.

“선배, 누구?”

한편, 나는 일부러 모른 척하며 물었는데.

그러자 조은하 선배는 그제야 날 쳐다보며 입을 열었다.

“많이 기다렸지? 저 사람이 갑자기 전화를 해서.”

그러니까 저 헬멧 쓴 남자가 갑자기 조은하 선배한테 전화를 했다는 말이다.

“너도 얼굴 보면 알 거야. 그때 응급실에서 난동 부렸던 사람이니까···.”

그 순간, 나는 일부러 세게 탄성을 질렀다. 역시나 헬멧 쓴 사람은 주취자 사건의 강기준이었던 것.

그 즉시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한편, 이때 내 머릿속은 무척 복잡해졌다.

사실, 인간의 숙명과 관련해서 수많은 인과들이 서로 맞물린다.

문제는 강기준이 그 인과의 중심이 아닐 수도 있었고.

또 다른 변수가 그녀의 숙명에 관련되었을 수도 있었다.

그러나 강기준이 저렇듯 당당히 눈앞에 나타나자, 그 인과의 관련성은 더욱더 선명해지고 있었다.

왜냐하면, 요 근래 이보다 더 큰 사건이 조은하 선배의 인생에선 없을 것이다.

그럼, 저 새끼가?

바로 저 새끼가 그 살인자(?)란 말인가.

#

“···강기준씨! 당신 미쳤어? 당신은 형사 사건 피의자야! 감히 무슨 짓을 하려고 병원에 들어온 거야? 선배! 지금 당장 경찰 부르죠!”

나는 점점 더 혈압이 치솟았다.

현재, 저 남자는 형사 사건의 피의자다.

그런데 어떻게 저런 식의 접근을 할 수 있단 말인가.

그 자체가 협박이 될 수 있다.

상당한 위협이 될 수 있다.

더군다나 저자는 면상을 드러내지 않고 헬멧을 쓰고 있다.

위협의 목적이 더 뚜렷해 보인다.

근데 이 새끼, 지금 장난치나.

갑자기 헬멧 사이로 이상한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무척 불쾌하게 느껴지는 그런 웃음소리.

마치 비웃는 듯한 그런 웃음소리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사실, 나는 저 인간과 관련성이 없는 게 아니다.

그때, 내가 주먹을 날렸고, 저 인간의 면상을 쳤다.

그 바람에 조은하 선배는 저 남자의 두 번째 공격으로부터 벗어날 수 있었다.

그렇다면, 혹시···.

저 새끼가 현재의 내 모습을 알아보는 것일까.

그런 직감이 문득 들었고.

그 순간 내 목소리는 더 커져 버렸다.

#

“시발!! 헬멧 벗어! 뭣 하는 짓이야!!”

나도 모르게 욕설까지 하며 목소리가 더 사나워졌는데.

그러나 그렇듯 내가 고함을 질러도 남자는 꿈쩍도 하지 않았다.

헬멧을 벗지도 않았고.

다만, 그 이상한 웃음소리만 사라졌을 뿐이다.

그리고 잠시 이어지는 침묵.

이때, 남자가 무슨 표정을 짓고 있는지 알 수가 없고.

도대체 어떤 눈빛을 하고 있는지 그것조차 알 수가 없다.

결국, 나는 다시 고함을 지르면서 남자의 반응을 살펴봤는데.

그 와중에 내가 가진 [전용 특성]들 중에서, 싸움에 쓸 수 있는 [전용 특성]들을 즉시 떠올려봤다.

#

[이격 블레이딩(C)]!

[공간 장벽을 격해 내부 조직을 절개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공간 장벽 1cm 범위]

[검은 고양이(C)]

[빛이 없는 곳에서 완전히 자신의 존재를 숨길 수 있습니다]

그렇듯 대략 두 개 정도.

그런데 문제는 이들 특성들이 1회용 특전 때와는 달리 등급이 너무 낮아 큰 효용성이 없다는 것이다.

과거, 1회용 특전으로 사용했던 S등급의 [이격 블레이딩(S)].

그건 그 특성의 효력이 제법 쏠쏠했다.

유효 거리가 1m 거리였고.

그래서 공격용으로도 쓸 수가 있었다.

그러나 지금 내가 보유하고 있는 전용 특성 [이격 블레이딩(C)]은 고작 적용 범위가 1cm에 불과하다.

[검은 고양이(C)] 특성도 마찬가지다.

과거, 1회용 특전으로 사용했던 S등급의 [검은 고양이(S)]는 이런 곳에서도 10분간 내 존재를 숨길 수 있으나, 내가 보유하고 있는 [검은 고양이(C)]는 오로지 캄캄한 곳에서만 그 특성이 유용하다.

결국, 다 무용지물!

그렇듯 현재 내가 가진 [전용 특성]들은 오로지 의술 목적 혹은 방어 목적만 있을 뿐.

공격용 특성은 전혀 존재하지 않는다.

그렇다고 해서 마냥 포기하긴 이르다.

왜냐하면, 아주 특이한 광역적용 특성인 [혼미(B)] 특성이 내게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여기서 또 다른 문제들도 상충하고 있다.

1층 천장 여기저기에 달려 있는 CCTV의 존재!

그 CCTV의 존재 때문에 내가 갑자기 [혼미(B)] 특성을 발동하는 건 무척 위험해진다.

그 때문에 이도 저도 못하는 상황이 계속 연출되다가.

그로부터 잠시 뒤.

가만히 서 있던 그가 갑자기 등을 돌렸다.

그러고는 입구 쪽으로 걸어가려고 했다.

이대로 자리를 벗어날 생각인 것 같은데.

그 순간, 나는 흠칫했다.

왜냐하면, 저 인간을 저렇게 보내선 안 된다.

더 깊어진 밤에 그는 갑자기 조은하 선배를 노릴 수도 있고.

그래서 그 일이 일어나기 전, 더 늦기 전에 적절한 대응이 필요하다.

그래서 나는 강기준을 좀 더 붙잡아둘 생각으로 재빨리 고함을 질렀다.

“야! 강기준! 개-새끼!!”

나의 갑작스러운 욕설에 흠칫하며 결국 고개를 돌려 날 쳐다보는 강기준.

“시발! 너 결국, 살인자가 될 거지?”

그 순간, 강기준이 완전히 몸을 돌렸고.

그 헬멧이 내 쪽으로 향하고 있었다.

사실, 내가 천기를 누설한 거나 다름없다

그리고 그 때문일까.

무언가 놀란 듯 그의 어깨가 좀 더 경직된 것으로 보였고.

그러다가 잠시 뒤.

그가 천천히 내 쪽으로 다가왔다.

그 순간, 나도 모르게 주먹을 쥐었다.

그래! 나는 절대 저 인간을 저대로 보낼 수가 없다!

갈수록 예정된 시각에 가까워지고 있었고.

그 전에 죽음의 인과를 찢어버릴 방법을 반드시 찾아야 한다.

반드시, 반드시 말이다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