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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29화 (129/145)

의술의 신 05

<133>

[사망 예정: 박성태···]

[남은 시간: 44:00]

순간, 나는 좌우를 두리번거렸다.

현재, 오른손에서 느껴지는 그 기괴한 느낌. 소름 끼치는 느낌. 특히, 내 손에 들어와 있는 사신의 낫의 이질적인 느낌 때문에 계속 그쪽에 신경이 크게 쓰였으나, 지금 상황에선 더 중요한 게 남아 있었다.

죽음의 카운트다운!

그게 지금 시작되고 있었다.

바로 죽음의 44분이다!

누군가 그 시간 안에 죽게 된다.

무언가 즉각 대응하지 않으면, 누군가는 반드시 죽게 된다.

도대체 그 대상체가 누굴까.

박성태???

그 이름은 내가 처음 듣는 이름이다.

즉, 이번에는 완전히 낯선 사람한테 그 죽음의 숙명이 넘어간 것.

앞서 죽음의 숙명을 가졌던 조은하 선배.

그녀는 결국 죽음의 숙명으로부터 완전히 벗어나게 되었고.

반면, 그 죽음의 저주는 생면부지의 타인인 박성태에게 이제 넘어간 것이다.

한편, 나는 이때 갑자기 놀란 듯.

계속 좌우를 살피며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저 옆에 있는 형사들.

특히, 조은하 선배와 이야기 중인 어느 형사.

그리고 주변을 점검하듯 1층 로비 이곳저곳을 살피고 있는 또 다른 형사.

미란다 원칙을 고지받은 뒤 수갑이 채워진 강기준을 끌고서 곧장 밖으로 나가고 있는 건장한 형사들까지

그런데 그들에게서 갑자기 달라진 점들을 보게 되었고.

내 시야에는 정말 뜻밖의 정보가 잡히고 있었다.

#

바로 숫자였다.

아주 큰 숫자들.

한편, 그들의 머리 위에는 그런 큰 숫자가 요란하게 빛나고 있었고.

그 숫자가 계속해서 변하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 시스템 알람이 즉시 들려왔다.

#

[···사신의 낫을 소지한 당신! 현재 경이적인 능력을 갖게 되었습니다···]

경이적인 능력???

대체 어떤???

[주요 특전···]

그러면서 시스템 설명은 계속 이어졌다.

[···낫의 소지자는 인간의 수명을 직접 확인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서 인간 수명 확인 방법에 대한 설명이 쭉 이어졌는데.

바로 저 머리 위의 숫자들이 인간의 수명과 관련된 숫자들이었다.

그런데 이 숫자가 단순하지 않다.

사신의 세계와 이곳의 세계는 숫자의 개념이 달랐고.

그 때문에 특별한 계산법이 필요했다.

다행히 나는 시스템으로부터 그 계산법을 전달받게 되었고.

그 계산법에 의해 현재 시간 개념으로 수명을 계산해봤는데.

눈앞에 보이는 젊은 형사의 남은 수명을 마침내 계산할 수 있었다.

#

그리고 잠시 뒤.

나는 흠칫하며 그 젊은 형사를 다시 쳐다봤다.

13년 23일 17시간 35분 12초?

그런데 도대체 이게 무슨 일이지.

겨우 이런 시간 밖에 안 남았다고???

고작 13년이다.

저 젊은 형사한테 남은 시각이 고작 13년으로 계산되고 있었다.

혹시 내가 잘못 계산했나.

대략 20대 후반의 나이로 보이는 젊은 형사.

그래서 나는 다시금 계산법에 의해 계산을 진행했다.

사실, 나는 의대 진학을 할 정도로 나름 뛰어난 머리를 갖고 있어, 쉴 새 없이 암산을 거듭했고.

그리고 다시금 결괏값을 얻어냈다.

13년 23일 17시간 34분 38초?

맙소사, 이 결괏값은 별로 달라진 게 없다. 그저 계산 과정에서 소요된 몇십 초가 더 지나갔을 뿐이다.

아이씨! 저 사람은 직업 때문인가.

생각보다 빨리 사망하게 되는, 그런 숙명을 갖고 있는 남자.

나는 그 형사의 얼굴을 잠시 쳐다보다가 이내 쓴 미소를 지었고.

이때, 정신이 번쩍 들어, 재빨리 조은하 선배를 쳐다봤다.

그리고 잠시 뒤.

나는 새로운 숙명을 얻게 된 그녀의 수명을 직접 확인할 수 있었다.

#

그리고 이때, 나는 이런저런 감회가 생겨나며 잠시 나만의 감상에 빠져들었다.

사실, 그러고 보면, 세상이란 건 정말 신기하지 않은가.

어느새 바뀌어 버린 조은하 선배의 수명.

실제, 엄청난 위기가 왔음에도 그녀는 전혀 인지하지 못했고.

그사이, 그녀의 수명은 고작 몇 시간에서 수십 년으로 다시 바뀌고 있었다.

그래서 더 아이러니하다.

이혼의 아픔을 겪은 뒤, 아프리카로 의료 봉사를 가려고 했던 나. 그런 내가 이렇듯 회귀를 하게 되었고, 이후 시스템으로부터 신기한 능력까지 얻게 되었다.

그리고 아이러니하게도, 그 때문에 내 주변의 상황은 아주 많이 변해 버렸다.

회귀 전에는 죽었던 사람들이 살아서 지금 돌아다니고 있고.

그들과 인연을 맺게 되었으며.

어느새 한유나와 약혼까지 앞두게 되었다.

회귀 전에는 무척 살얼음판 같았던 아버지와의 관계.

그 관계도 많이 진전된 상태다. 그 차가웠던 관계는 눈이 녹듯 조금씩 풀어져 가고 있는 중이다.

그리고 그때의 사고 충격! 어머니와 동생이 사망했던 그 충격 속의 비밀!

그런 비밀도 이제 알게 되었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지금부터!

현재의 나는 44분이라는 제한 조건이 걸려 있으나.

그 시간 동안 인간의 수명을 직접 볼 수 있게 되었고.

또한, 권능이라고 할 수 있는 신적인 능력을 잠시 갖게 되었다.

#

[···평범한 인간은 절대 이 낫을 볼 수 없습니다···]

한편, 시스템은 이 ‘낫’에서 비롯된 특전에 대해, 그렇듯 설명을 계속 이어나갔는데.

그 설명 자체가 갈수록 놀라울 지경이었다.

[···이 낫을 휘둘러 인간의 목을 자르면, 그때 인간은 즉시 사망합니다···]

[···이때, 낫의 길이는 최대 10km만큼 늘어날 수 있으며···]

[···생명을 앗아갈 수 있는 숫자는 무한대입니다···]

[···다만, 그 죽음이 인과의 율에서 벗어날 경우, 이땐 수많은 새로운 인과들이 발생하게 되며···]

[···만약 그 새로운 인과들이 모여 거대한 역풍을 만들어 내면, 낫의 소지자는 역풍의 징벌을 받게 되며, 먼지처럼 흩어지며 소멸될 수도 있습니다···]

그러니까 사신이라고 해서 사람들을 마음대로 죽일 수 없다는 말이다.

함부로 사람을 죽였다간.

인과의 율법에 의해 사신마저도 징벌을 받게 된다는 의미다.

그리고 그 징벌이 생각보다 중했다.

신적 존재의 파괴!

완벽한 소멸을 의미했다.

그런데 곧이어 나는 다시금 깜짝 놀랐다.

사신은 함부로 인간을 죽이지 못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꼭 죽이지 못하는 것도 아니라는 것을 잠시 후 알게 되었다.

#

[···당신이 원한다면, 인간에게 죽음의 저주를 부여할 수도 있습니다···]

[···이런 죽음의 저주는 인과의 율에 전혀 배치되지 않습니다···]

[···그 방법은 목을 베지 않고 다른 부위를 베는 것입니다···]

[···그리하여 죽음의 저주를 받은 인간은 44분 뒤, 새로운 인과의 율에 의해 숙명이 결정됩니다···]

그러니까 죽음의 저주라는 건, 인과의 율법에 전혀 배치되지 않는다고 한다. 즉, 주어진 44분이라는 제한 시간. 그 자체가 새로운 인과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전혀 인과의 율법에 배치되지 않는다는 것이다.

그 때문에 [죽음의 낫] 특성에 대한 내 이해가 더 깊어졌다.

즉, 이 특성은 이런 낫의 기능에서 비롯된 거고.

바로 실물과 시스템이 연계된 형태라고 할 수 있다.

근데, 문제는···.

이런 것들을 다 알고 나자, 문득 두려움이 생긴다.

사신은 보통 강력한 게 아니다.

그 자체가 권능을 발휘하게 된다면, 한낱 인간이 어찌할 수 없는 아주 막강한 존재가 될 수밖에 없다.

왜냐하면, 새로운 인과, ‘죽음의 저주’를 적용시켜 언제든 사람을 죽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국, 사신의 손에서 이 ‘낫’을 완전히 빼앗지 못한다면, 사신은 언제고 더 거대한 마수를 뻗칠 수 있고, 또한 내가 시도하는 일들에 대해 더 거대한 장벽이 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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흠! 그러니까··· 이 낫이 그렇게 중요한 물건이란 말이지.

나는 다시금 내 손에 들어와 있는 낫을 가만히 살펴봤다.

무척 예리하면서도 무척 섬뜩한 날의 모습.

뭐든 잘라 버릴 것 같고, 뭐든 베어버릴 것 같은 그런 모습이었다.

그러다가 갑자기 나는 정신이 번쩍 들었다.

그러고 보니, 두 번째, 사신의 강림 때다.

그때, 사신은 이 낫으로 내 목을 서걱! 서걱! 자르기 시작했고.

그때, 내 목이 거의 잘릴 뻔한, 아주 끔찍한 순간이 있었다.

그런데 그 행위 자체가 ‘죽음의 저주’를 뿌리는 일이 아닌가.

그러나 당시 나는 죽음의 저주를 받지 않았다.

이건 무척 의아한 일이다.

한편, 이런 내 의문을 인지한 듯 시스템은 조금 더 설명을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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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련 특성을 보유한 플레이어는 죽음의 낫에 적용되지 않으나···]

[···시스템 연계에 따라, 사신의 직접적 행위가 가능합니다···]

시스템 연계? 그리고 사신의 직접적 행위?

[···현재 당신은 사신의 유혹 Lv.2 단계에 있습니다]

참, 그렇지.

두 번째 사신의 강림 때, 사신은 나에게 자신의 추종자가 되라고 제안했다.

이때, 나는 당연히 거부했다.

그러자 분노한 사신은 [사신 위험 등급]을 상승시켜 버렸고.

그 결과가 바로 [사신의 유혹 Lv.2]단계였다.

#

[사신의 유혹, Lv.2]

[경험치가 높아질수록, 사신의 위협과 유혹은 크게 증가합니다]

[당신에 대한 물리적 상해는 현 단계에서 적용되지 않습니다]

[사신의 관심 범위가 넓어집니다···]

[당신의 주변 사람들, 앞으로 그들이 위험해질 수도 있습니다···]

그래, 그러니까···.

어쨌든 ‘죽음의 낫’의 형태로는 날 어떻게 할 수 없다는 말이다.

그건 무척 만족스럽다.

하지만, [사신 위험 등급]이 향후 더 높아진다면.

그땐 사신이 나에게 직접적인 테러를 가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 때문에 갑자기 오싹한 느낌이 일어났고.

무언가 알 수 없는 섬뜩한 기운들이 날 향해 우르르 몰려드는 듯한 그런 느낌도 강하게 들었다.

흠! 결국, 대비책이 필요한데···.

물론, 아직은 모든 게 뚜렷하지 않았고.

한편으로는 모든 게 마치 안갯속에 있는 것 같은 그런 느낌이 드는 것도 사실이었다.

#

“···김 선생! 근데 대체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해?”

한편!

깊은 생각에 빠져 있던 나는 정색하며 고개를 들었다.

바로 조은하 선배다.

좀 전까지 형사와 대화를 나눴던 그녀.

어느덧 대화를 마친 듯 내 앞에 서 있었고.

의아해하며 날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 나는 흠칫하며 다시금 그녀의 수명 숫자를 확인했다.

아까 전과 조금 변한 수명 수치.

[58년 10일 12시간 36분 55초]

즉, 그녀의 수명은 앞으로 58년 이상이나 남아 있는 상태다.

불과 몇 시간밖에 남지 않았던 그녀의 수명.

그러나 저렇듯 무진장 길어져 버렸다.

그래, 잘 됐다.

정말 잘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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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게 좀··· 생각을 정리할 게 있어서···. 이제 됐습니다!”

나는 즉시 머릿속의 혼란을 털고 미소를 지었고.

그러자 조은하 선배는 슬쩍 다른 말을 꺼냈다.

“그럼, 우리 어떻게 할까?”

그러고 보니, 조은하 선배가 별관 1층에 다시 내려온 건, 내가 제의한 대로 커피를 마시러 나가기 위해서였다.

근데 생각해 보면, 이제 구태여 커피를 마시러 나갈 필요가 없어졌고.

더군다나 조은하 선배의 수명에 대해서도 더는 신경 쓸 필요가 없게 되었다.

사실, 그런 것들보다 이제는 더 중요한 문제가 현재 남아 있는 상태다.

#

“선배! 죄송한데, 잠깐 좀 다녀올 데가 있어서···. 먼저 숙소에 가 계세요! 제가 좀 이따가 꼭 전화 드릴게요.”

그러고는 나는 날 쳐다보고 있는 젊은 형사한테도 즉시 양해를 구한 뒤, 서둘러 별관을 벗어났고.

황급히 응급실 쪽으로 뛰어갔다.

현재 저 응급실에는 김한석 선생이 야간 진료를 보고 있을 것이다.

문제는 좀 전에 생긴 죽음의 저주가 ‘박성태’ 환자를 선택했고.

사실, 이건 명확하게 표현할 수 없는 기이한 직감인데.

그 박성태 환자가 저 응급실 안에 있을 것 같았다.

특히, ‘사신의 낫’을 내가 직접 쥐고 있어 아무래도 나한테 또 다른 감각이 생긴 것 같은데.

그리고 잠시 뒤.

나는 그 응급실 안으로 후다닥 뛰어들어갔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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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지도 못한 아주 뜻밖의 일!

한쪽 베드에 누워 있는 노인을 걱정스러운 눈으로 살피던 어느 할머니.

그 할머니는 갑자기 뭔가에 놀란 듯, 좌우를 두리번거렸고.

그러다가 뭔가에 이끌린 듯 날 빤히 쳐다봤다.

그러나 그것도 잠깐일 뿐.

“허, 허, 허. 어, 어어어!!!”

알 수 없는 신음 소리를 갑자기 냈고.

사시나무 떨듯 갑자기 몸을 부르르 떨었다.

그러다가 다리에 힘까지 잃고서 털썩 주저앉았고.

의아해진 내가 즉시 그쪽으로 다가서자.

그대로 안구에 흰자위를 드러내며, 픽! 하며 기절해버리는 것이 아닌가.

어? 갑자기 왜 저러시지?

날 보자마자 갑자기 저렇듯 반응하는 할머니의 모습.

영문을 알 수가 없어 나는 당황해 하면서도 즉시 할머니를 부축했고 그 상태를 즉시 살펴봤다.

그런데 이때, 지척에서 아주 요란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김한석 선생.

그의 무척 다급해진 목소리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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