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술의 신 06
<134>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어레스트가 왔어요! 갑자기··· 하! 죽겠네!”
땀을 뻘뻘 흘리며 흉부 압박을 진행 중인 김한석 선생.
그는 베드 위에 올라가 심폐소생술을 진행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럼에도 그 환자는 전혀 반응이 없다.
“배 간호사!”
“네?”
“200줄로 올립시다!”
그리고 잠시 뒤.
팡! 하며 심장 충격이 가해졌다.
이때, 크게 들썩이던 환자.
그러나 그것이 잠시, 이번에도 별다른 변화가 없다.
ECG 그래프 역시 마찬가지다. 그저 직선으로 쭉 이어지는 모습. 현재, 어떤 펄스도 감지되지 않고 있었다.
“하아! 이거 어떡하나?”
김한석 선생의 얼굴은 현재 붉게 달아오른 상태다.
이대로 가면 환자의 사망은 결국 기정사실이 된다.
“다시 한번 더!! 한 번 더 갑시다!! 에이씨! 한 번만 더 가자고!!”
“선생님, 그럼···?”
“300J(줄) 차지!!”
“네!”
“···하나!! 둘!! 셋!!”
곧이어 자동제세동기를 통한 더 강력해진 심장 충격이 이어졌다.
파-앙!!
엄청난 충격.
환자는 아주 크게 들썩였다.
그러나 반응은 고작 그뿐!
바이탈 모니터엔 별다른 반응이 없다.
“선생님, 이젠 어떡하죠?”
이때, 배 간호사는 정색하며 의견을 물었고.
김한석 선생의 얼굴은 아주 심하게 일그러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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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점 더 암담해지고 있는 심폐소생 과정.
곧이어 김한석 선생은 베드 위에 뛰어들어 환자 흉부에 대한 직접 압박을 시도해 봤지만.
이 역시 반응이 없다.
이것도 안 되고, 저것도 안 되고.
결국, 주변 사람들의 얼굴엔 암운이 깃들기 시작했다.
한편, 그쪽을 신기한 듯 쳐다보던 일부 환자들.
그들은 이내 그 표정이 아주 딱딱하게 굳어버렸고.
결국, 답답한 표정을 지으며 다른 쪽으로 고개를 돌리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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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나는 바로 지척에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미간을 찌푸렸다.
바로 저 환자다!
박성태? 바로 그 환자!
좀 전, 알 수 없는 직감에 이끌려, 이곳으로 달려왔고.
그리고 이곳에서 진짜 박성태 환자를 볼 수 있었다.
그러나 현재 환자 식별이 문제가 아니라, 이 환자의 상태는 정말 심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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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예정: 박성태!]
[남은 시간: 31:02(31분 02초)]
그렇듯 생사가 결정되는 시간은 점점 더 가까워지고 있었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더는 기다릴 수 없어 즉시 김한석 선생의 팔을 잡았다.
현재, 땀을 뻘뻘 흘리고 있는 김한석 선생.
그는 의아해하며 즉시 고개를 돌렸고.
나는 즉시 말했다.
“선생님, 제가 한번 해 보겠습니다. 저번에도 했고, 이쪽은 저도 경험이 많습니다.”
그러자 김한석 선생은 미간을 찌푸리며 조금 짜증 섞인 어조로 대답했다.
“···근데, 구태여 해 볼 게 있을까요?”
“아뇨, 선생님, 바로 시작할게요.”
한편, 나는 그의 대답을 기다리지 않고 바로 움직였고.
그러자 김한석 선생은 더는 자신의 노력이 의미 없다고 생각한 듯.
군말 없이 베드에서 내려오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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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피네프린(epinephrine) 주사는요?”
이때, 즉시 베드 위에 올라서며 내가 묻자, 김한석 선생은 ‘긍정’을 뜻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혹시 몇 분 경과됐죠?”
그리고 그렇듯 다시 물었다. 가장 중요한 골든타임을 확인하기 위해서다.
“대략 5분 정도···.”
하! 근데 이거 진짜 쉽지 않겠다.
심폐소생술 자체가 분초를 다투는 일이다.
그래서 이 작업이 4분 이내에 성공하게 되면 이땐 환자에게 큰 문제가 없다. 특별한 조직 손상이 없게 된다.
하지만, 4분을 경과하게 되면 그때부터 조직 손상이 시작된다.
특히, 10분을 경과하게 되면 조직 손상이 너무 심각해져 더는 소생할 방법이 없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한편, 나는 흉부 압박을 시도하기 전!
이때, 혹시나 하는 생각에 다시금 환자의 모습을 빠르게 살펴봤는데.
그러다가 갑자기 정색했고.
재빨리 환자의 목 쪽 부근으로 손을 뻗었다.
그리고 즉시 환자의 편도 부위 쪽을 직접 만져봤다.
뭐지? 이거?
환자의 편도가 이상하다.
너무 심하게 부어 있는 상태.
인상을 팍 찡그린 나는 환자의 편도 부위를 계속 만지다가.
그 순간, 무언가 꺼림칙한 기운이 느껴져 재빨리 [베살리우스의 눈(SS)]를 발동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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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살리우스의 눈(SS)]
[병변 부위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성공 확률 99%, 스캔 깊이 제약 없음]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그 순간, 바로 발동된 [베살리우스의 눈] 특성.
그런데 이 특성은 SS등급으로 진화된 상태였고.
현재, 거의 완벽에 가까운 환자 진단 능력을 가진 상태다. 바로 99% 확률이다.
그리고 몇 초 뒤.
나는 깜짝 놀라며 재빨리 환자의 입을 잡았다.
그러자 바로 들려오는 시스템 알람.
[인덕의 아스클레피오스!]
[환자의 신체 활력이 30% 증가됩니다···]
사실, 이건 내가 얻은 [칭호] 때문에 생긴 건데, 환자가 자연스럽게 받게 되는 일종의 버프 같은 것이다.
그러나 현재 상황에선 신체 활력이 30% 증가되는 건 크게 중요하지 않았고, 그래서 그 상황을 무시하며 나는 계속 환자를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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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확실히 목에 문제가 있다!
그런 데다가 이 환자는 기관삽관이 안 된 상태!
저런 상태에서 과연 호흡이 잘 될 수 있을까.
더군다나 환자의 얼굴엔 청색증 기운마저 나타나고 있었다.
즉, 문제가 있다는 것이다.
물론, 어레스트 상황이 갑자기 도래했기 때문에 기관 삽관을 진행할 여유도 없이 심폐소생술을 진행했을 수도 있다.
그런데 곧이어 그 상황을 즉각 파악해 보니, 그런 이유가 아닌 것 같았다.
내가 즉시 환자의 입을 벌리고 그 내부를 살피기 시작하자, 김한석 선생의 입에선 낮은 신음소리가 바로 흘러나왔다.
그리고 그 순간, 나는 경험을 토대로 그 문제의 원인을 바로 알아차렸다.
앞서, 경황이 없어 김한석 선생이 그냥 심폐소생술을 진행한 게 아니다.
김한석 선생은 기관 삽관을 제대로 할 수가 없어 중간에 포기했던 게 분명했고.
그 대안으로써, 저 백마스크를 대충 씌운 것이다.
그런데 그 바람에 현재 생각지도 못한 다소 황당한(?) 문제가 발생해 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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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미치겠네!
이러니 호흡이 안 되잖아.
아무리 해도 심폐 기능이 회복되지 않은 거고···.
그냥 그 입속의 혀가 뒤로 감겨 있는 상태이고.
그런 혀가 기도를 완전히 막고 있는 상태였다.
하! 진짜 돌겠네!
그러니 좀 전까진 기도 폐쇄 상태라고 할 수 있다.
결과적으로 심폐소생술 자체가 무용지물일 수밖에 없었고.
김한석 선생이 아무리 노력해도 상태를 호전시킬 수 없었던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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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재빨리 혀를 정리했다.
그러나 거기서 멈출 수 없다.
심하게 부어 있는 편도.
이 때문에 환자의 호흡 자체가 이후에도 힘들어질 수 있다. 즉, 좀 전과 같은 상황이 다시 발생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그 즉시 한쪽 의료용 카트 위에 놓여 있던 기관 삽관 세트를 잡았고, 그때부터 아주 빠른 속도로 기관 삽관을 마쳤다.
그런데 이때, 김한석 선생은 빠른 내 손놀림뿐만이 아니라 내가 순식간에 기관 삽관에 성공하자 그 자체에 매우 놀라 버렸다.
특히, 환자의 편도가 심하게 부어 있는 상태라, 좀처럼 기관 삽관술 자체가 쉽지 않다. 왜냐하면, 그 와중에 튜브가 잘못된 위치에 들어가게 되면 아주 치명적인 부작용이 발생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그런 상황임에 나는 일반 환자들한테 기관 삽관할 때보다 더 빨리 그 일을 마치게 되었고.
그 일을 마치자마자 곧바로 심장 충격을 바로 진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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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0줄 차지! 비켜요! 하나, 둘, 셋!”
그리고 곧이어 다시 진행된 심장 충격!
팡!!
그리고 그 순간.
환자는 크게 들썩였고.
이때, 뜻밖의 시스템 알람이 들려왔다.
[천사의 심장(SS)]
[자동으로 유효 특성이 적용됩니다! 천사의 축복을 받은 당신, 영원한 행운이 깃듭니다!]
그리고 그 순간, 뜻밖에도 환자의 심장에 큰 변화가 생겨났다.
그토록 조용했던 ECG 그래프.
그 그래프가 갑자기 요동치기 시작한 거다.
이때, 모두가 놀란 눈으로 모니터를 쳐다봤다.
그러나 나는 힐끔 쳐다본 뒤, 재빨리 환자의 상태를 다시 살폈다.
그러나 아직 완벽하지 않다.
나는 재빨리 베드 위에 올라갔고.
그때부터 아주 격렬한, 흉부 압박을 다시 시작했다.
온 힘을 다 쏟아내는 듯한 그 흉부 압박은 그때부터 이어졌는데.
순식간에 내 이마엔 땀이 송골송골 맺히고 있었다.
그리고 그 와중에.
나는 다음 단계 특성도 즉시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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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 ???의 블러드 디텍터(B)]
[출혈 부위를 즉각 탐지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성공 확률 85%]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그 순간, [베살리우스의 눈]의 하위 특성과도 같은 [???의 블러드 디텍터(B)]가 발동되자, 환부와 출혈 부위를 좀 더 세분화해서 구분할 수 있게 되었고.
그 결과, 환자 상태를 좀 더 정확하게 알 수 있게 되었다.
환자의 문제는 바로 심장 동맥 혈관 쪽이다!
특히, 블러드 클랏(혈전)에 의해 혈관 한쪽이 완전히 막혀 있는 상태.
그로 인해 급성 심근경색이 발생했던 거고.
이후, 어레스트 상황으로 이어진 것이다.
문제는 이런 급박한 상황에서 수술적 처치를 할 수가 없다.
심장 동맥 쪽 문제라서 더 세심한 수술 과정이 필요한데.
현재 이 환자는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진행되는 당사자이고, 그래서 그에게 주어진 시간이 많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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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망 예정: 박성태]
[남은 시간: 29:05]
그렇듯 점점 시간은 촉박해지고 있는데.
한편, 좀 전의 노력 덕분에 다시 심장을 뛰게 하는 데 성공했으나.
나는 이게 전부가 아니라는 걸 이미 알고 있다.
왜냐하면, ‘죽음의 저주’라는 건 단순히 이 정도 수준에서 끝나지 않기 때문이다.
실제, 얼마 전, 죽음의 저주가 아이 엄마, 김주은 환자한테 전달되었을 때.
때마침 [빛나는 손가락] 특전이 있었고, 나는 이를 이용해 김주은 환자를 직접 치료했다.
그러고 보면, 여기서 아주 중요한 해법이 포함되어 있다.
직접적인 치료는 완벽한 인과를 의미하는 것이고.
이땐, 사신과의 협상 자체가 필요 없게 된다.
이땐, 죽음의 저주마저도 쉽게 소멸할 수 있게 된다.
그런데 문제는···.
이 짧은 시간 안에 치료할 수 있는, 이른바 [빛나는 손가락]과 같은 경이적인 특전이 나에겐 남아 있지 않다.
그래서 나는 고민했고.
그러다가 뭔가 좋은 생각이 때마침 떠올랐다.
그 때문에 나는 좀 더 과감하게 움직이기로 결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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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 문제 부위를 아는 것과 모르는 것은 확실히 차이가 있어.
그게 바로 진단 능력의 힘이다.
특히, [베살리우스의 눈(SS)] 특성과 [???의 블러드 디텍터(B)] 특성 덕분에 나는 이 환자의 가장 큰 문제점들을 알게 되었고.
그 때문에 적절한 처치를 바로 시행하게 되었다.
먼저, 환자의 흉부 부위에 대한 주변 소독을 즉시 진행했고.
잠시 뒤.
나는 흉부 한쪽을 미세하게 절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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