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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36화 (136/145)

응징 01

<139>

“야! 잘 다녀왔어? 너 얼굴 더 좋아진 것 같다.”

이동욱과 방지현, 두 사람은 웃으며 날 맞이했다.

2001년 12월 31일 새벽 5시 30분.

오늘 출근 시각인 새벽 6시보다 좀 더 일찍 응급실로 들어갔고, 그곳에서 밤샘 근무 중인 두 사람을 만날 수 있었다.

그런데 두 사람 모두 눈 밑이 유난히 퀭하다. 무척 피곤해 보이는 모습. 잠을 제대로 자지도 못하고 밤새 일하고 있었던 모양이다.

“어때? 여기 응급실은?”

그러자 두 사람의 입에선 동시에 앓는 소리가 새어 나왔다.

그래. 그렇지. 이맘때가 가장 힘들 수밖에.

연말연시 시즌이다.

IMF 이후 수많은 송년회가 다시 열리게 되었고, 그 때문에 밤이 깊어져도 응급환자들의 내원이 쉽게 줄어들지 않는다.

사실, 회귀 전, 나는 파견근무를 가지 않고 이곳에서 연말을 보냈기 때문에 그런 어려움을 직접 듣지 않아도 바로 알 것 같았다.

“에휴, 둘 다 고생 많다. 참, 너희 배고프지 않아? 내가 간식거리를 좀 사 왔는데···.”

어젯밤에 사서, 내 오피스텔 냉장고에 넣어뒀던 간식거리.

현재 나는 두 손에 큼직한 비닐백 두 개를 들고 있는 중인데.

그 말이 끝나자마자 이동욱과 방지현은 내 손에서 그걸 빼앗았고, 이것저것 살펴보더니 빵과 샌드위치, 음료수 등을 자신의 주머니에 팍팍 집어넣었다. 그리고 나머지는 곧장 스테이션으로 가져갔다.

“야, 우리 잠깐 나가자.”

잠시 후, 이동욱은 손짓했고.

우리는 그 즉시 응급실을 빠져나와 밖으로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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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으으, 근데 미쳤다. 왜 이렇게 춥지?”

그러고 보면, 파견근무를 했던 곳도 상당히 추운 곳인데.

여긴 잠깐 밖에 나왔을 뿐인데도.

얼굴이 얼어붙을 정도로 맹추위가 이어지고 있었다.

“야아! 안 되겠다. 우리 그냥 1층으로 가자.”

그래서 우리는 본관 1층으로 들어갔고, 거기 한쪽 벤치에 앉게 되었다.

그러고는 두 사람은 간식을 먹기 시작했는데.

그때부터 우리는 틈틈이 지난 2주 동안 있었던 일들에 대해 서로 이야기를 나누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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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결국 넌··· 산부인과(OB-GY)로 가게 된 거네?”

한편, 잠시 뒤.

레지던트 후기 지원과 관련해서 내가 묻자, 이동욱은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전기 때 미달이었고, 이번 지원자는 나 혼자라서···.”

“그럼 후기 전형은 다 끝난 거지?”

이동욱은 다시 고개를 끄덕였다.

결국, 산부인과 후기 레지던트 지원자는 이동욱이 유일했고.

경쟁률 자체가 의미 없기 때문에 이동욱의 산부인과 행은 이미 결정된 것이다.

“그럼 우리는··· 1월까지 턴 돌고 나서 각자 흩어지겠네.”

아쉬운 듯 내가 말하자 이동욱은 날 쳐다본 뒤 방지현을 쳐다봤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잖아. 이젠 전공 타고서 달리는 건데. 근데 너흰 앞으로도 잘 할 거야. 문제는 나야! 나는 정말 잘 모르겠어. 잘 할 수 있을지···. 메이저 전공에 들어가기 정말 싫었는데, 결국 메이저로 가게 된 거고. 앞으로 수술도 많이 해야 할 텐데···.”

“야! 근데 무슨 걱정을 벌써부터 해? 그냥 천직이라고 생각하고, 눈 딱 감고 열심히 해 봐! 우리가 흉부외과 수술을 많이 해 봐서, 산부인과 수술 쪽도 금방 적응될 거야.”

그러자 이동욱은 동의하듯 고개를 끄덕였다.

“하긴··· 흉부외과 수술은 보통 수술이 아니니까. 야! 근데 당장 더 큰 문제도 있어. 내일부터 우리 좀 긴장해야 하는 거 아냐?”

“내일? 왜??”

“신경외과 턴 시작이잖아.”

아, 맞다.

드디어 내일 신경외과 턴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런데 거긴 벌써 문제가 예측된다.

저번 김춘식 환자 사건 때문에 치프 윤정화 선생과 내가 트러블이 발생했고.

윤정화 선생은 우리가 인턴으로 들어오길 벼르고 있다는 소문마저 돌고 있다.

특히, 이곳 응급실은 여러 진료과와 계속 부딪히다 보니, 수많은 소문들이 생성되고 또한 거쳐 가는 곳이다 보니, 그런 소문들을 듣게 된 이동욱과 방지현은 잔뜩 긴장하고 있는 중이었다.

그래서 나는 일부러 웃으며 입을 열었다.

“너흰 걱정할 거 없어!”

“······?”

“타깃은 나일 텐데. 하지만 알잖아? 내 사정이 많이 달라진 거.”

그러자 이동욱과 방지현은 고개를 절레절레 젓다가 할 수 없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사정은 달라졌다.

어느 순간, 나는 이곳의 스타급 인턴이 되어버렸다.

수술 같은 걸 잘 해서가 아니다.

김윤상 의원의 장남이라는 것과 신라그룹 막냇사위가 된다는 보도들 때문에 그 사실을 모두가 알게 되었다.

거기다가 알만한 사람들은 다 알겠지만···.

2002년 1월 1일자로 박윤후 교수님은 병원장 겸 의대 부총장에 취임한다.

서철성 교수님은 2인자 위치라고 할 수 있는 진료부원장에 취임한다.

그리고 이분들은 나에 대한 신뢰가 무척 깊다.

그렇듯 나는 병원 밖에서도 인맥이 상당하지만.

병원 내에서도 대단한 인맥을 갖게 된 상태다.

거기다가 각종 일들이 겹치면서, 신경외과 한정미 교수와도 많이 친해진 상태다.

또한, 한정미 교수 라인에 있는 레지던트 2년차 이소정 선배는 은근히 날 인정하는 편인데···.

그 때문에 박희경 교수 라인에 있는 치프 윤정화 선생으로선 그런 세력 구도를 절대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 치프 윤정화 선생은 내가 무척 껄끄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다.

여하튼!

“야, 다 먹었으면, 우리 이제 들어가자.”

어느덧 새벽 6시가 가까워지는 시각.

나는 일어섰고, 두 사람도 입 주변을 닦은 뒤 일어섰다.

그러고는 우리는 빠른 걸음으로 걷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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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 자! 서울 도착했습니다!! 일어나세요!!”

한편, 바로 그 시각.

새벽 무렵.

2001년의 마지막 날.

고속버스 터미널도 이 시각부터 무척 분주해진 상황이다.

복잡한 서울을 떠나 지방으로 내려가는 사람들도 많아졌고.

서울을 찾는 사람들도 많아졌다.

특히, 서울 터미널에 도착하는 고속버스 차량엔 거의 빈자리가 없을 정도인데.

좀 전에 도착한 버스에선 이제 사람들이 줄을 서서 하나둘 내리기 시작했다.

한편, 버스 가장 뒤쪽에 앉아 있던 두 남자.

한 명은 여전히 고개를 숙인 채 잠을 자고 있었고.

모자를 깊게 눌러쓴 다른 한 명은 좌우를 쳐다보며 날카로운 두 눈을 번득이고 있었다.

그러다가 그는 고개를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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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시발! 그만 자! 이제 내리자!”

어깨를 탁! 치며 깨우는 남자.

그러고는 그 건장한 체격의 남자는 일어섰다.

그러자 좀 전까지 자고 있던 남자는 비로소 눈을 떴다.

“야! 시발! 빨리 가자고.”

한편, 잠시 멍해 있던 남자.

그는 완전히 정신을 차린 듯 벌떡 일어섰다.

그리고 두 사람은 늦지 않게 버스에서 내렸고.

버스 하단 짐칸에서 자신들의 배낭을 찾은 뒤 그걸 등에 메고서 잠시 후 터미널 안으로 들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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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흐, 존나 사람 많네.”

“연말이잖아. 시팔.”

“근데 진짜, 이게 대체 몇 달 만이냐?”

“야, 밥이나 먹자!”

짜증 섞인 눈으로 좌우를 살피던 남자는 새벽부터 문을 연 가게 한 곳을 가리켰다.

터미널 내, 허름한 국밥집.

그는 손짓하며 앞장섰고.

두 사람은 잠시 후 그 가게로 들어섰다.

그리고 잠시 뒤.

뜨거운 돼지국밥에 정신없이 밥을 말아 후르륵 먹은 뒤, 두 사람은 곧바로 일어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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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이제 어떻게 할까? 바로 귀신 잡으러 갈까?”

“시발! 그 새낀 무조건 잡아야지! 바로 들어가자!”

“인마, 정신 차려! 차근차근 조심해서 들어가야지!”

“야! 시팔! 말이 그렇다는 거잖아. 시팔!”

“근데, 그 귀신 새끼! 꼭 잡는다고 해서 돈이 나오는 것도 아닌데···.”

“그러니까 뼈까지 발라버려야지. 시팔!”

한순간, 두 눈에서 섬뜩한 기운이 흘러나오는 두 남자.

그러다가 갑자기 신경질적인 목소리도 흘러나왔다.

“시팔! 이 개새끼야! 너, 시발 새끼! 그러니까 너 때문에 일이 다 꼬였잖아! 시발! 졸라 개새끼! 돈도 없이 섬에 들어가는 건 지독하다고! 시팔!”

그렇게 남자, 아니 주호가 사납게 으르렁거리자.

동생 주태는 인상을 팍 쓰다가 머리를 숙였다.

그리고 주태는 잠시 야구모자를 벗은 뒤 사정없이 자신의 머리를 뻑뻑 긁었다.

“시팔, 가려워 죽겠네.”

“아으, 더러워! 개새끼!”

그러고 보면, 두 사람은 경찰 추적을 피하려고 작은 섬으로 들어갔고, 거기서 뱃일을 하면서 꽤 긴 시간을 보냈다.

그 때문에 얼굴과 피부는 심하게 햇볕에 그을린 상태.

현재 야구모자 아래 얼핏 드러난 그들의 얼굴은 온통 진한 구릿빛으로 변한 상태다.

“야! 가자! 서철성부터 잡아서 조지자고!”

“그 새끼 집 주소는 따 놨지?”

“시팔! 내가 갖고 있어. 그 새끼 조지면 뭐든 나오겠지.”

“어디 산다고 했지?”

“저기서 시내버스 타면 금방이야. 시팔! 얼마 안 걸려.”

“근데, 형! 우리 신문 같은 것도 좀 봐야 하지 않나?”

“신문?”

“개새끼야! 2001년이잖아! 조선 시대처럼 살면 돼? 컬리티는 우리가 유지하는 거야! 이 병신 새끼야!”

“개-새끼!! 너 뱃구녕 X창 내고 만다!! 이 개새끼야!!”

그러고 보면, 한동안 작은 섬에 갇혀 살다 보니 세상 돌아가는 것에 둔감해진 상태다.

그 때문에 그들은 그동안 성국대 병원에서 발생했던 일들을 전혀 알지 못하고 있었고.

그렇듯 둔감해진 자신의 상황을 대략 떠올린 듯, 잠시 주위를 두리번거렸다.

그러고는 그들은 터미널 내 매점 쪽으로 곧장 다가갔다.

이때, 동전 몇 개를 꺼내 매점 주인한테 던진 뒤.

가판대의 신문 몇 개를 대충 뽑아 들어 자신들이 메고 있는 큼직한 배낭에 그 신문들을 쑤셔 넣었다.

그러고는 그들은 다시 움직였다.

그리고 잠시 뒤.

두 사람은 무척 복잡해진 인파 속으로 들어갔고.

어느 순간, 그들은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140>

“···윤 실장님, 곧 퇴원하신다면서요?”

한편, 응급실 복귀 후, 나는 파견근무 관련 보고서를 마무리하느라 조금 바빴다가.

어느 정도 일이 끝나자, 재빨리 윤 실장의 입원실을 찾게 되었다.

현재, 윤 실장의 전남편인 김경준씨는 유나의 일을 도맡아 진행하다 보니 무척 바빴고.

그래서 이곳 입원실엔 윤 실장만 있는 상태였다.

물론, 내가 나타나자 윤 실장은 바로 몸을 일으켰고.

예전에 봤을 때와는 다르게, 무척 몸 상태가 좋아 보였다.

“네. 이제 퇴원하려고요. 몸 상태도 좋고, 앞으로 할 일도 많은데. 그래서 조금 있다가 바로 퇴원하려고요.”

“네? 조금 있다가요?”

“네. 경준씨가 오면 그때 퇴원하려고요. 좀 있다가 10시쯤에요.”

이때, 나는 즉시 벽시계를 쳐다봤는데.

현재 시각은 아침 9시를 넘어서고 있다.

그러고 보니, 내가 늦지 않게 여길 찾아오게 된 것 같다.

특히, 윤 실장은 혼자 있기 때문에.

내가 [특전]을 발동시킨다고 해도 혹시 모를 문제를 최소화할 수 있을 것이다.

그래! 반드시 확인해야 돼!

윤 실장이 그날 겪었던 일들은 반드시 짚고 넘어가는 게 맞을 것 같았다.

비록 단기 기억 상실증이라도 해도, 그 기억을 끄집어내는 건 무척 중요할 것 같았다.

그래서 나는 윤 실장과 가벼운 담소를 잠시 나눈 뒤, 곧이어 특전 [거짓 없는 입]을 발동시키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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