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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37화 (137/145)

응징 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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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거짓 없는 입]

[대상자의 입을 통해 진실을 들을 수 있습니다]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그렇게 특전 발동과 동시에 나는 질문을 던졌다.

“그 사고가 나시던 밤, 그 시각에 다른 일정이 없었던 것으로 그때 들었습니다. 근데 왜 병원 밖에 있었습니까?”

그리고 잠시 뒤.

윤 실장은 잠시 멍해지는 듯한 모습이었다.

특전 발동의 결과다.

그리고 마침내 윤 실장은 입을 열었다.

그런데 그 표정이 무척 이상했다.

자신이 뭔가를 말하고 있는데.

자신의 머릿속에는 그런 기억이 떠오르지 않아, 무척 이율배반적인 느낌을 받게 되었나 보다.

여하튼, 윤 실장은 내 질문에 대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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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갑자기 연락이 와서··· 손미희 여사를 뵙고 돌아오다가···.”

그리고 그 순간, 윤 실장은 흠칫 놀라며 눈이 커졌다.

지금 자신이 말한 것들을 그녀는 실제 기억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그 혼돈.

그 혼란.

순간, 인상을 팍 찡그리며 윤 실장은 눈을 감았고.

두 손으로 머리를 잡고서 괴로운 표정을 짓다가.

한참 뒤,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이때, 그녀는 무척 놀란 눈으로 날 쳐다봤다.

“기억났어요! 전부 다 기억났어요! 맙소사, 다 기억났어요!!”

역시! 특전의 힘은 놀랍다.

[거짓 없는 입] 특전은 오로지 진실만을 말하는 특전.

이런 특전이 발동되자, 윤 실장을 어쩔 수 없이 자신의 뇌 속에 새겨져 있던 진실만을 말하게 되었다.

다만, 그 기억이 영구 상실된 게 아니다 보니, 그 과정에서 머리와 입이 다르게 반응하는, 즉 머릿속 혼란을 유발하고 말았다.

그러나 그런 충격은 생각지도 못한 긍정적인 효과를 낳게 했다.

트라우마 상태에서 사라졌던 그 기억들.

그 기억들이 혼란 속에서 이어지다가, 마침내 회복된 것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놀라워하는 것도 잠시.

윤 실장의 표정은 이내 납덩이처럼 굳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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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럼 실장님! 대체 어떻게 된 겁니까?”

내가 다시금 묻자, 무척 떨리는 눈으로 윤 실장은 날 쳐다봤다.

그리고 그녀는 뭔가 말할 듯 말 듯 잠시 주저하고 있었다.

그러고 보니, 이번 [특전] 효력은 이미 끝난 것이다.

이 [특전]은 일회용이기 때문.

여하튼, 이제부턴 윤 실장의 사심 없는 대답이 중요하다.

그래서 나는 잠시 기다렸고.

그사이 감정을 조절한 윤 실장은 그날 있었던 일들에 대해 차분하게 설명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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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1년 11월 23일 금요일 새벽.

윤 실장이 타고 있던 렌트카는 대형 화물트럭과 부딪혔고.

차랑 대 차량의 사고 결과, 그녀의 차량은 심하게 망가져 결국 폐차 처리되었다.

그리고 당시 그 차량은 에어백 불량으로 에어백도 터지지 않았는데, 그 때문에 윤 실장의 피해는 아주 심각했다.

특히, 각종 파편들이 많이 튀어나와 윤 실장의 흉부를 강타했고.

그 때문에 그녀가 자칫 사망할 수도 있는 그런 상황이었다.

물론, 나는 서철성 교수님과 함께 수술에 참여하여 윤 실장의 생명을 간신히 구해낼 수 있었다.

그런데 이건 세상에 드러난 사건의 경과이고.

더 중요한 것은 그 이전에 있었던 일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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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때, 손미희 여사가 갑자기 연락을 줬고··· 손미희 여사를 만나기 위해 저는 병원에서 나왔습니다. 호텔 스카이라운지로 갔고, 거기 와인바 룸으로 갔습니다. 그리고 저는 차를 운전해야 해서 와인 대신에 음료수를 마시면서 대화하다가··· 손미희 여사가 저한테 제안을 했습니다.”

“제안? 어떤 거 말입니까?”

“정확하게는··· 음, 위협이었습니다.”

위협? 위협을 했다고??? 손미희 여사가?

“한국을 떠나라고 하더군요.”

그러면서 윤 실장의 미간은 심하게 일그러졌다.

“지금 당장 떠난다면, 100만 달러를 주겠다고··· 그렇지 않으면, 곧 심각한 문제가 생길 거라고, 그렇게 말했습니다.”

심각한 문제?

심각한 문제가 생긴다??

나는 잠시 머릿속이 복잡해졌다.

지금껏 한윤기, 한윤수, 한윤형에 초점이 맞춰지고 있었는데.

갑자기 손미희 여사가 튀어 오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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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미희 여사!

그래! 생각보다 좀 대단한 여자다.

실제, 강제철 실장이 줬던 그 기밀서류엔 손미희 여사에 대한 정보들도 있는데.

손미희 여사는 손명국 의원의 여동생이자, 한태산 회장의 세 번째 아내이지만.

그녀의 이력이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한태산 회장과 결혼하기 전, 손미희 여사는 미술관 큐레이터 경력을 쭉 거쳐왔고 이후 손명국 의원이 경영했던 [태평그룹] 산하 [태평 르네상스 미술관]의 관장을 맡아 그때 그 역량을 크게 펼쳤다.

이때, 손미희 여사는 정·재계에 상당한 인맥 관계를 형성하게 되었고. 그 와중에 정권 실세와도 교분이 아주 두터워졌다.

그 때문에 한태산 회장은 미혼 상태의 아름다운 손미희 여사에게 큰 호감을 품게 되었고, 특히 그녀가 주최하는 전시회에 다녀온 뒤, 손미희 여사에게 푹 빠져들게 되었다.

그 결과, 5년 전, 손미희 여사는 한태산 회장과 결혼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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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요?”

“당연히 그때 저는 거부했죠!”

그렇듯 윤 실장은 다부지게 말했는데.

그것도 잠시.

그녀는 다시 미간을 찌푸렸다.

“근데 제가 그렇게 말하자 손 여사가 그때부터 무척 사나운 말들을 쏟아냈어요. 욕설도 섞여 있었고, 위협하는 말들도 많았고. 그래서 참을 수가 없어 저는 양해를 구한 뒤, 바로 거길 나왔습니다.”

그렇듯 윤 실장은 손미희 여사와의 만남에 대해 자세한 설명을 마쳤는데.

이때, 나는 다시금 곰곰이 생각하다가, 뭔가 이상한 점이 생각났고, 그래서 즉시 질문을 던졌다.

“근데 아까··· 음료수를 드셨다고 하셨죠?”

“네. 그쪽에서 준비한 쥬스 한 잔 정도 마셨는데···.”

“혹시, 사고 전엔 아무 문제가 없었습니까?”

그러자 윤 실장의 표정은 바로 심각해졌다.

“지금 생각해 보니··· 문제가 있는 것 같습니다.”

“어떻게요?”

“운전해서 병원으로 다시 돌아오는 길에··· 그 중간 기억이 없습니다.”

중간 기억이 없다?

“그리고 엄청난 충격을 받고 정신을 차렸다가, 다시 정신을 잃었는데··· 그 정도만 대충 기억납니다.”

그렇게 말하며 윤 실장의 표정은 아주 딱딱하게 굳어있었다.

결국, 윤 실장은 내 질문의 의도를 바로 알아차린 것 같았다.

즉, 선의가 아닌, 악의를 가진 여자의 초대.

그 쥬스에 뭐가 들어있었는지, 과연 누가 예측할 수 있겠는가.

“그럼 그때, 그 트럭은 봤습니까?”

잠시 생각하다가 윤 실장은 이내 고개를 저었다.

“아뇨. 못 봤습니다.”

하긴, 큰 충돌 충격으로 인해 정신을 차렸기 때문에 그녀는 사고 전후 사정을 정확하게 파악하지 못하고 있었다.

그렇게 윤 실장이 설명을 마쳤는데, 그때부터 우리는 각자 잠시 생각에 잠기게 되었다.

윤 실장은 조용해졌고.

나 역시 잠시 침묵했는데, 이때 내 머릿속은 아주 바빠졌다.

결국, 앞뒤 관계를 따진다면 무조건 손미희 여사가 유력한 용의자다.

즉, 손미희 여사가 윤 실장을 죽이기 위해 사람을 보냈을 가능성이 크다.

그리고 그 사고를 당한 윤 실장은 당시 과다 출혈 상태였고.

사망 가능성이 무척 큰 상태였다.

아무리 서철성 교수님이라도 해도 감당하기 힘든 일이었는데.

당시 나는 [은밀한 수술자]를 발동시켰고.

여러 [전용 특성]들을 적극적으로 활용한 끝에 윤 실장을 간신히 구할 수 있었다.

만약 내가 나서지 않았다면, 과다 출혈의 윤 실장은 어쩔 수 없이 죽게 되는 바로 그런 상황이었다.

그 정도로 상대는 완벽에 가까운 살인 계획과 살인 실행을 했던 게 분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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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궁금한 게···.”

“네, 말씀하세요.”

“손미희 여사는 대체 어떤 사람인 것 같습니까?”

윤 실장의 개인적인 의견을 듣고 싶어 나는 그런 질문도 했다.

그러자 윤 실장은 잠시 생각하다가 다소 무거워진 어조로 대답했다.

“지금 생각해 보니까 제가 너무 쉽게 생각했던 것 같습니다.”

쉽게 생각했다?

“평소 도도한 면모가 없잖아 있지만, 사리 분별은 정확하다고 생각했는데··· 그건 제가 잘못 생각한 것 같습니다.”

“어떤 점에서요?”

“그곳에서 봤던 손미희 여사는 완전히 다른 사람이었습니다. 섬뜩하기도 했고, 소름이 돋는다는 느낌이 들 정도로···.”

그러니까 그 여자는 자신의 얼굴을 가리고 있던 그 가면을 아마 그때 휙! 벗어 던졌나 보다.

즉, 윤 실장을 위협하기 위해 자신의 진면목을 드러낸 것이다.

“그럼 혹시, 위험한 사람들이 나중에 나타나지 않았습니까? 여기 계신 게 많이 위험했을 텐데···.”

정말 그런 상황이라면, 윤 실장은 입원 기간 동안 또 다른 위험에 직면한 거나 다름없다.

그러나 윤 실장은 고개를 저었고, 잠시 뭔가 생각하다가, 또 입을 열었다.

“선생님, 강제철 실장님이라고···.”

이때, 나는 흠칫 놀랐다.

그녀는 갑자기 강제철 실장을 언급했기 때문이다.

“저희 강 실장님을 아십니까?”

그러자 윤 실장은 고개를 끄덕였다.

“네. 몇 번 통화도 했습니다. 약혼 일 때문에···.”

그래, 그럴 수는 있겠다.

“근데 왜 강 실장님을?”

나는 의아해하며 그렇게 물었고, 윤 실장은 아주 차분하게 대답했다.

“선생님 때문에··· 병원 주변 정리를 하셨다고 하더군요. 별의별 이상한 사람들이 이때 걸려들었고··· 그때 절 노리는 사람들도 일부 발견되었다고 합니다.”

그 순간, 나는 잠시 당혹스러움을 금할 수가 없었다.

이건 또 무슨 말인가.

다만, 놀라운 점은 윤 실장을 노리던 사람들이 존재했다는 것이다.

“그래서요? 그 사람들 정체는 밝혀진 겁니까?”

“네.”

이때, 윤 실장이 너무 간단하게 대답하자, 오히려 내가 더 당황했다.

“누굽니까?”

즉시 내가 묻자, 윤 실장은 이번에도 간단히 대답했다.

“손미희 여사입니다.”

아!

결국, 인과를 따지게 되면 누가 봐도 손미희 여사일 수밖에 없다.

그러나 단기 기억 상실 상태였던 윤 실장으로선, 강제철 실장님의 그 코멘트가 무척 당혹스러웠을 것이다. 난데없이 손미희 여사가 자신을 노린다고 했으니까 말이다.

한편, 윤 실장은 뜻밖의 말도 덧붙였다.

“그리고 지금 와서 생각해 보니까, 제 생각엔 손명국 의원도··· 여기에 관여한 것 같습니다.”

그러니까 손미희 여사의 친오빠 손명국 의원.

그가 이 일에 관여했다고?

“혹시 증거는 있습니까?”

“아뇨. 죄송합니다만, 증거는 없지만 제 추측입니다.”

“추측이라? 혹시 그렇게 생각하신 이유가?”

“우선, 계열사 지분 구도 때문입니다.”

계열사 지분 구도???

그렇듯 대화의 범위가 갑자기 넓어지고 있었다.

“현재, 손명국 의원은 중견 그룹인 [태평그룹] 회장 자리에서 물러났지만, 아직도 [태평그룹]에 대한 지배력이 아주 대단합니다.”

그리고 이어지는 말들.

“···경준씨가 파악한 바에 의하면, 그 [태평그룹] 계열사들을 통해 현재 신라건설 지분 12.2%가량을 보유하고 있는 중입니다.”

신라건설 지분 12.2%?

이건 절대 작은 수치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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