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징 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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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철성 교수님?
대체 무슨 일이시지?
요즘 진료부원장 취임을 앞두고서 부쩍 바쁘시다고 했는데.
나는 얼른 전화를 받았다.
“네! 교수님! 접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아주 뜻밖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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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혹시 김정민 선생님··· 전화번호 맞으시죠?”
“네?? 네. 그렇습니다만.”
“아, 다행이군요.”
“근데 그거 서 교수님 휴대폰이 아닌가요?”
“네! 맞습니다.”
대체 무슨 일이지.
곧이어 그 남자의 목소리가 계속 들려왔다.
“김 선생님! 혹시 지금 시간 되시면··· 바로 여기로 와 주시겠어요?”
“네??”
“이분 상태가 좀 안 좋습니다.”
“무슨 말씀이신지?”
“제가 집 주소지 보내 드릴 테니까 지금 당장 와 주세요! 저는 서 교수님 조캅니다! 급해서 빨리 오셔야 합니다!”
그러면서 목소리가 점점 빨라지고 있었다.
그러다가 전화가 툭 끊겨 버렸다.
한편, 그렇듯 일방적인 통화가 끝나자, 나는 잠시 멍해졌다.
도대체 이게 무슨 소리지?
이때, 문자메시지도 바로 날아들었다.
그러나 그곳엔 별다른 설명 없이 주소 하나가 적혀 있다.
나는 가만히 그 문자메시지를 쳐다보다가 이내 미간을 찌푸렸고.
그 즉시 서철성 교수님한테 다시 전화했다. 대체 무슨 상황인지 정확하게 확인하기 위해서다.
그런데 그때부터 내가 전화를 몇 번이고 해도 상대가 도무지 전화를 받지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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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 대체 왜 그래?”
“아니, 잠깐만.”
나는 주소지를 다시금 확인한 뒤, 재빨리 흉부외과 스테이션으로 전화를 걸었다.
이때 스테이션 김선화 간호사가 전화를 받았고.
대충 사정을 이야기한 뒤 서철성 교수님의 집 주소와 대조해 봤다.
그런데 뜻밖의 목소리가 다시 들려왔다.
“네? 맞다고요?”
문자메시지의 주소는 바로 서철성 교수님의 집 주소지였던 것.
“···그렇군요. 아뇨! 아닙니다! 제가 그냥 확인해 볼게요.”
그러고는 전화를 끊은 뒤 나는 잠시 생각을 거듭하다가.
얼른 외투를 손에 쥐고서 황급히 뛰어나가며 외쳤다.
“야! 나 급한 건이 있어서, 바로 나갔다고 올게! 장태욱 선배한텐 내가 가면서 연락할 테니까···.”
그러고는 나는 응급실 밖으로 뛰어나갔다.
곧이어 때마침 나타난 택시를 바로 잡아탔고.
목적지를 이야기한 뒤, 택시 기사한테 최대한 빨리 가달라고 부탁했다.
그러자 택시는 마치 총알처럼 정말 빠르게 도로를 질주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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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님! 도착했습니다.”
그로부터 10분 뒤.
그리 멀지 않은 곳에 위치하고 있는 서철성 교수님의 아파트에 나는 도착했다.
이때, 택시비를 서둘러 지불한 뒤 통화를 하면서 황급히 내렸다.
좀 전에 응급실 치프 장태욱 선배한테 양해를 구했고.
혹시 몰라 흉부외과 스테이션에 다시 전화를 걸어 서철성 교수님한테 문제가 생긴 것 같다는 말도 전했다.
그런데 한편으론 계속 이상한 생각을 감출 수 없다.
이상하단 말이야.
‘이분 상태가 좀 안 좋습니다’
당시 통화 중에 남자는 그렇게 말했다.
그러면서 자신을 서 교수님의 조카라고 소개했다.
그런데 조카라고 하면 ‘이분’이라는 말을 쓸 이유가 없지 않은가.
통상, ‘삼촌’ 같은 호칭을 썼을 텐데.
그래서 갈수록 이상한 느낌이 들었으나.
다만, 주소지가 서철성 교수님의 집 주소라서.
그 점 때문에 이 석연치 못한 상황을 도무지 무시할 수가 없다.
어쨌든 나는 현관 앞에 서서 아파트 호출 버튼을 눌렀고.
잠시 후, 아무런 코멘트 없이 현관문이 스르륵 열리고 있었다.
그렇다면 서철성 교수님의 집에 누군가가 있다는 말? 그 조카가 지금 문을 열어준 것일까.
그런데 이때, 나는 뭔가 꺼림칙한 느낌을 감출 수가 없었고, 그래서 내 휴대폰을 꺼내 다시금 살펴봤다.
그러고 보면, 서철성 교수님한테 전화했으나 통화가 불발된 건은 무려 20건이 넘는다.
특히, 택시를 타고 가면서도 계속 전화를 했는데. 그런데도 서철성 교수님이나 그 조카는 전화를 받지 않았다.
그런 와중에 눈앞의 현관문은 정말 터무니없게도 너무나도 쉽게 열리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띵! 하며 엘리베이터가 1층에 섰다.
이때, 엘리베이터 문이 열렸고.
아주 이쁜 강아지를 품에 안은 어느 할머니가 걸어 나오고 있었다.
나는 즉시 옆으로 비켜줬고.
그러고는 엘리베이터 안으로 걸어 들어가다가.
갑자기 뒤돌아보며 외쳤다.
“저기 죄송한데요! 하나 여쭤봐도 될까요?”
그러자 의아해하며 고개를 돌리는 할머니.
의복 자체가 아주 화려해 보이는 할머니였다. 인상도 무척 좋았고.
“무슨 일인데?”
이때, 할머니는 의아해하며 물었고.
나는 즉시 질문을 던졌다.
“혹시 12층, 1203호에 사시는 분 혹시 아세요? 의사 선생님이신데.”
“의사 선생님?”
반문하며 또한 고개를 갸웃거리다가 그 할머니는 갑자기 낮은 탄성을 질렀다.
“거기 수연이 집이네. 거긴 왜?”
수연이?
나는 바로 이해할 수가 없었으나 혹시 모를 오해를 피하기 위해 재빨리 입을 열었다.
“아! 저는 거기 서 교수님 제자입니다. 갑자기 방문하게 된 건데, 제가 마침 선물을 안 가져왔습니다. 혹시 죄송한데, 그 집에 필요한 게 뭐가 있을까요?”
그러자 할머니는 날 빤히 쳐다봤다.
뒤늦은 확인이지만, 내가 수상한 사람인지 아닌지 확인하는 듯한 모습이다.
그러나 그것도 잠시.
할머니는 웃으며 대꾸했다.
“딸이 서수연이니까 아버지가 서 교수 맞네. 근데 서 교수, 벌써 퇴근했어? 그 집 아들이 퇴근을 거의 안 한다고 하던데?”
이때, 나는 할머니의 말 중에서 ‘그 집 아들’이라는 말에 주목하며 다시 질문했다.
“근데, 서 교수님께서 어머님 걱정이 많으시던데, 정정하시죠?”
“어? 무슨 걱정??”
“그게···.”
“낮에도 만났어. 아주 팔팔하시던데?”
그 순간, 나는 표정이 좀 굳어졌다.
“아, 네, 감사합니다.”
나는 재빨리 머리 숙여 인사한 뒤, 더 이상의 대화가 필요 없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엘리베이터 문을 닫고서 12층이 아니라 14층을 바로 눌렀다.
그리고 엘리베이터가 계속 올라가는 동안, 나는 깊은 생각에 잠겼다.
서 교수님의 집에는 어머니와 딸이 있다. 그리고 전화상의 그 조카도 있을 것이다.
그런데 그런 상황에선, 서 교수님의 상태가 안 좋다면 그냥 앰뷸런스를 불러야 하는 게 마땅하지 않은가.
그런데 왜 하필 날 불렀을까.
서 교수님이 나에 대한 깊은 신뢰가 있다고 해도 말이다.
역시 그 자체가 무척 이상했다.
더군다나 그 조카의 말투도 이상했다.
그분?
그분?
그분이라고 지칭하는 조카.
확실히 이상하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나는 알 수 없는 오싹한 느낌을 갑자기 받게 되었다.
슬며시 피부에 일어나고 있는 소름의 흔적.
동시에 내 머릿속도 복잡해졌다.
그러고 보면, 한유나를 노렸던 이들도 있었고, 날 노렸던 이들도 있었다.
거기다가 윤 실장은 이유를 알 수 없는 사고를 당해 거의 죽을 뻔했다.
다만, 서철성 교수님은 한유나와 특별한 관련성이 없다.
그럼에도 혹시 모르는 일이 아닌가.
앞서, 윤 실장은 이런 말들도 했다.
강제철 실장님이 사람을 보내서 병원 주변을 정리했다고.
좋지 못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병원 주변에 제법 도사렸다는 말이다.
그래, 뭔가 이상해.
내가 이럴 때가 아니다.
그래, 혹시 모르니까.
경찰 신고부터···.
그런데 바로 그때.
전혀 생각지도 못한 아주 뜻밖의 시스템 알람이 뜨고 있었다.
그리고 이때만큼은 그 알람을 들으면서.
나는 내 귀를 의심하지 않을 수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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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고! 경고! 사신의 낫(S) 특성이 사망 예정자를 인지했습니다!]
[사망 예정: 서철성]
[남은 시간: 00:10:32]
그 순간, 나는 정말 경악을 금치 못했는데.
강제적으로 발동되어 있는 사신의 낫(S) 특성.
그 전용 특성이 지금 서철성 교수님의 죽음을 예지하고 있었다.
마치 둔기로 머리를 얻어맞은 듯한 충격까지 받은 나는 엘리베이터가 14층에 도착하자마자 바로 12층을 눌렀고.
12층에 마침내 도착하자, 앞뒤 가리지 않고 그 아파트 문고리를 잡고서 휙 잡아당겼는데.
뜻밖에도 그 문이 저절로 열리고 있었다.
그런데 바로 그 순간.
활짝 열린 그 문을 통해 드러난 넓은 거실의 풍경.
이때, 나는 경악하며 두 눈이 찢어질 듯 커지고 말았다.
<142>
서철성 교수님.
그는 피범벅이 된 채 신음하고 있었고.
그러나 그 억센 손으로 한 남자의 목을 잡고 있었다.
한편, 그 남자는 손에 쥔 칼로써 서철성 교수님의 배를 쉴 새 없이 찌르고 있는 중이었다.
그리고 그 옆으로 머리가 피범벅이 된 한 남자가 쓰러져 있고.
그 근처에 기절한 할머니와 몸을 부들부들 떨며 발버둥 치고 있는 여자애의 모습이 보였다.
그 여자애는 온몸이 묶여 있는 상태다. 그리고 수건으로 입이 막혀 있는 상태.
그런 여자애가 눈물범벅이 된 모습으로 갑자기 날 쳐다봤고.
그 찰나의 순간, 나는 더는 다른 생각을 할 수가 없게 되었다.
[혼미(B)]!
[10m 이내 대상자들의 의식을 혼미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0m 거리]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그 순간, [혼미(B)]가 즉각 발동되었고.
눈앞의 사람들은 찰나의 순간 멈춰버렸다.
마치 시간이 정지된 것 같은 그런 느낌.
그러나 이런 [혼미(B)]가 발동되었다고 해서 시간이 멈춰지는 것은 아니다.
그저 시간은 계속 흘러간다.
다만, 사람들의 의식만 사라지고, 그들이 지금 상황을 인지하지 못하게 될 뿐이다.
나는 즉시 다가갔고, 재빨리 남자를 밀쳤다.
그러나 그 남자의 온몸에 엄청난 힘이 실려 있었고.
그래서 쉽게 밀리지 않다가, 간신히 옆으로 밀어낼 수 있었다.
한편, 나는 무척 떨리는 눈으로 서철성 교수님의 복부를 곧이어 살펴봤다.
그런데 그 상태가 아주 심각하다.
꾸역꾸역 쉴 새 없이 흘러나오고 있는 피.
더군다나 칼에 찔린 곳이 한두 군데가 아니었다.
간 쪽, 비장 쪽, 그리고 대장 쪽 부위.
거기다가 앞서 치열한 싸움이 있었던 모양인지 서철성 교수님의 목 쪽에도 칼자국이 남아 있었다.
나는 그 모습에 손을 부르르 떨다가, 재빨리 움직였다.
앉은 자세에서, 그 남자의 목을 잡고자 손을 높이 들고 있던 서철성 교수님.
그런 그의 자세를 바로 하며 바닥에 조심스럽게 눕혔다.
그리고 찢어진 상의를 완전히 찢은 뒤, 복부를 좀 더 자세히 살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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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살리우스의 눈(SS)]
[병변 부위를 구분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성공 확률 99%, 스캔 깊이 제약 없음]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의 블러드 디텍터(B)]
[출혈 부위를 즉각 탐지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성공 확률 85%]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그러고는 재빠르게 현재 상황을 확인했다.
그런데 바로 그때였다.
갑자기 이상 현상이 나타났다.
바로 옆쪽.
[혼미] 상태여야 하는 남자.
그런데 그 남자한테서 갑자기 뭔가 움직임이 발생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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