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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40화 (140/145)

응징 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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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깜짝 놀랐다.

그리고 그 미세한 인기척에 반응하며 즉시 고개가 돌아갔다.

두 눈이 저절로 커졌고.

나는 반사적으로 벌떡 일어났다.

몸을 부들부들 떨며 고개를 돌리려고 애쓰고 있는 남자. 이쪽을 쳐다보려고 무척 노력하고 있는 남자.

그 순간, 나도 모르게 몸을 숙여 뭔가를 잡았고 그 남자한테 가까이 다가갔다.

바닥에 떨어져 있던 망치였다.

그 망치를 높이 치켜든 나.

아직 고개를 다 못 돌린 그는 그 와중에도 자신의 몸을 움직이려고 부단히 노력하고 있었다.

다만, 이제야 확실히 보이지만.

그 남자의 왼쪽 머리 쪽. 그쪽이 약간 들어가 있다.

그 주변은 벌겋게 변해 있고.

바로 출혈의 흔적이다.

그리고 이때, 시스템 알람이 다시 들려왔다.

[특수 상황 발생!]

[상대의 적개심이 두부(머리) 손상을 극복하고 당신의 지배력을 무력화하고 있습니다···]

[특성 발동이 곧 취소됩니다···]

그러니까 저 남자는 [혼미(B)] 상태를 거의 극복해냈다는 말이다.

도대체 어떤 정신력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그런 일들이 가능할까.

그런데 문제는 [혼미(B)]가 깨지는 순간, 그때 발생할 수 있는 일들이다.

현재, 너무 억세게 쥐고 있어 도저히 떨쳐낼 수 없는 칼.

그 칼이 아직 남자의 손에 들려 있었다.

그리고 바로 그때.

[특성 발동이 취소됩니다···]

그런 갑작스러운 시스템 메시지과 함께, 남자의 어깨가 휙 돌아가는 순간.

더 이상의 망설임이 허용되지 않은 나는 전력을 다해 망치를 휘둘렀다.

순간, 둔탁한 굉음이 들렸고.

남자는 휘청거렸다.

그리고 비틀거리다가 결국 바닥에 엎어지고 있다.

쿵!

남자는 거실에 쓰러졌다.

그리고 잠시 침묵이 찾아들었는데.

이때 나는 잠시 멍한 눈으로 남자를 쳐다보다가, 이내 깜짝 놀라며 고개를 돌렸다.

서철성 교수님의 딸.

서수연이라고 했던가.

입에 재갈이 물린 그 여자애, 그리고 눈물범벅이 된 모습의 그 여자애는 지금 날 정신없이 쳐다보고 있다. 무척 놀란 눈으로, 무척 커진 눈동자로, 몹시 떨리는 모습으로.

한편, 서철성 교수님 쪽에선 신음 소리가 커지고 있었는데.

이럴 때가 아니지!

정신이 번쩍 든 나는 재빨리 [혼미(B)] 특성을 다시 발동시켰다.

사실, [혼미]는 일종의 마취제와 같은 효력이 있다 보니, 서 교수님의 신음 소리는 이내 사라졌다.

비로소 나는 길게 한숨을 내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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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아!

세상에나!

진짜 미쳤다.

[혼미(B)]가 무력화되는 경우가 다시 발생했다.

과거, 한유나의 입원실에서도 그런 경우가 있었는데.

지금 상황도 거의 마찬가지였다.

도대체 어떤 사람이기에.

나는 먼저 서철성 교수님 쪽을 한번 쳐다본 뒤.

좀 전에 경황이 없다 보니 제대로 확인하지 못했던 그 남자 쪽으로 다가가, 좀 더 자세히 살펴봤는데.

그러다가 이내 나는 인상을 팍 쓰며 다시 망치를 손에 잡았다.

낯선 얼굴, 아니, 낯설지 않은 얼굴.

분명히 내가 두 눈으로 똑똑히 봤던 그 얼굴.

한유나의 입원실에서 봤던 그 괴한.

당시, 건장한 보디가드들을 단숨에 쓰러뜨리고 유유히 사라졌던 그 괴물 같은 남자.

그런 남자를 여기서 보게 되자, 갑자기 섬뜩한 느낌이 확 일어났고, 이를 말할 수 없는 분노가 치밀어올랐다.

그런 자가 서 교수님을 죽이려고 했어!

그리고 날 죽이려고 여길 불러낸 거고.

갑자기 치가 떨렸고.

심한 욕설들이 입에서 마구 튀어나왔다.

근데 도대체 어떻게 서 교수님은 이런 자들과 싸웠을까. 특히, 앞서 봤던 이 남자의 머리 한쪽 상처를 보면, 누군가 뒤쪽에서 갑자기 내리쳐서 생긴 게 분명한데. 그때, 한 명은 완전히 쓰러졌지만, 이 남자는 쓰러지지 않은 것 같았고, 그래서 서 교수님은 더 위험해진 게 분명했다.

그러다가 나는 한숨을 내쉬었고.

한 손에 망치를 든 상태에서, 다른 손을 뻗어 괴한의 맥박 상태를 한번 확인해 봤다.

하! 역시 이 인간은 대단하다.

웬만해선 죽지 않는구나.

현재, 맥박엔 큰 문제가 없다.

그러고 보면, 정말 치를 떨 정도로 지독한 놈이 아닌가.

이들은 [사신의 낫]의 경고조차 뜨지 않고 있었다.

쓰러져 있으나 죽음과는 무관하다는 말.

나는 차가운 눈으로 그 남자와 또 다른 남자를 노려보다가.

이내 등을 돌렸고.

서둘러 서철성 교수님한테 달려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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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정말 큰일 났다.

서철성 교수님의 상태.

정말 심각하다.

특히, [베살리우스의 눈(SS)] 특성과 [???의 블러드 디텍터(B)] 특성을 통해 확인된 서철성 교수님의 상태.

거의 치명상을 입은 거나 다름없는 모습이었다.

대장 쪽 부위가 파열됐고.

간과 비장도 파열됐다.

심한 출혈이 발생하고 있으며.

장기손상 이전에 과다 출혈에 의한 쇼크사가 올 가능성이 크다.

그럼 이제 내가 어떻게 해야 할까.

현재 정상적인 수술을 할 수 없는 상황이다.

시간은 충분하지 않고, 공간적 제약도 있다.

이제 기껏 몇 분 남은 서철성 교수님의 생명.

그래서 그 순간, 나는 재빨리 생명 연장을 위한 [전용 특성]부터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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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대일 교환(S)]!

[전용 특성, 일대일 교환(S)이 발동되었습니다]

[당신의 생명력을 타인에게 전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전달된 생명력만큼 수명은 감소됩니다. 반대로 타인이 허락할 경우, 타인의 생명력을 당신이 흡수할 수 있습니다. 다만, 특성 발동시 사신이 당신을 주목하게 됩니다]

[당신의 수명이 하루 감소됩니다]

[서철성 교수의 수명이 비례적으로 늘어납니다]

그렇듯 하루의 수명이 더 주어지게 되자, 서철성 교수님의 안색은 순식간에 좋아지고 있었는데.

그런데 그 혜택은 그리 오래가지 않았다.

복부에서 진행되고 있는 과다 출혈.

그런 출혈 때문에 생명력은 눈에 띄게 사라지고 있었고.

새롭게 주어진 하루의 시간은 삽시간에 줄어들면서 곧바로 [사신의 낫(S)] 특성은 새로운 경고를 전해오고 있었다.

그만큼 과다 출혈의 파괴력은 엄청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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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신의 낫(S) 특성이 다시 사망 예정자를 인지했습니다!]

[사망 예정: 서철성]

[남은 시간: ??:??:??]

[···인과에 의한 사망 시간이 다시 계산됩니다···]

[남은 시간: 00:44:44]

뭐? 44분 44초?

사실, 남은 시간이 최소 24시간이 되어야 한다.

그러나 저렇듯 비약적으로 줄어 들어버렸다.

그래서 나는 그 즉시 [일대일 교환(S)] 특성을 다시 발동시켰다.

[전용 특성, 일대일 교환(S)이 발동되었습니다···]

[당신의 수명이 일주일 감소됩니다]

[서철성 교수의 수명이··· 증가합니다]

그리고 곧이어 들려온 시스템 알람!

[사망 예정: 서철성]

[인과에 의한 사망 시간이··· 다시 계산됩니다···]

[남은 시간: 00:45:43]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답답한 마음을 금할 수가 없었다.

내 수명을 일주일이나 던졌으나.

기껏 1분 남짓 수명이 늘어났을 뿐이다.

혹시나 하는 생각에 1주일을 더 던져봤지만.

의미 없는 일이라는 것을 곧 알게 되었다.

[특수 상황 발생!!]

[일대일 교환(S) 특성이 즉시 무력화되었습니다!]

즉, 극단적인 과다 출혈 상황.

이땐, [일대일 교환(S)] 특성의 효력마저도 거대한 인과의 법칙에 의해 저절로 파괴되고 있었다.

그렇다면 방법은??

더는 이런 특성빨을 기대할 수가 없다.

무조건 출혈부터 잡아야 한다!

무조건 말이다!

그렇듯 새로운 목표를 확인한 나는 이때 슬쩍 고개를 돌렸다.

그러고 보면, 이 [혼미(B)] 특성을 이대로 계속 유지할 필요가 없다.

오히려 지금 상황에선 날 도와줄 사람이 무조건 필요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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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로부터 5분 뒤.

간이 수술 준비가 빠르게 진행되었다.

서수연은 울면서 이것저것 찾아서 가져왔는데.

서 교수님 집에 있던 간단한 수술 도구들을 가져왔고, 그때부터 멸균 작업부터 시작했다.

특히, 수술용 메스와 수술용 봉합 바늘은 가스레인지 불을 이용해서 멸균했고, 이후 거실 주변과 서 교수님의 복부를 소독액을 이용해 전체적으로 소독했다.

다만, 문제는 마취제가 없다는 것. 수혈을 하지 못한다는 것.

그러나 이번 수술시간은 고작 3분 내외가 될 거라 큰 문제가 없을 것이다. 또한, 마취제가 필요할 때, [혼미(B)] 특성으로 대체하면 될 것이라 이것도 큰 문제가 되지 않을 것이다.

한편, 서철성 교수님은 좀 전에 내 얼굴을 봤고.

그 때문에 안도했는지 현재 기절한 상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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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수연! 지금부터 내 말 잘 들어!”

잠시 후, 나는 서수연에게 다시 지시했다.

아직 눈물이 눈가에 맺혀 있는 서수연은 무척 큰 눈으로 날 쳐다봤다.

“지금 당장 119 연락하고 상황 이야기해! 그리고 성국대 병원 응급실에도 반드시 연락해서 상황 알려주고···. 그리고 이건···.”

한편, 나는 바닥에 떨어져 있는 망치를 가리키며 눈짓했는데.

이때, 서수연은 잠시 날 쳐다보다가, 뭔가 이유를 알기라도 한 듯 바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러고 보면, [혼미(B)]가 깨지면서 내가 망치를 휘두르는 것을 보게 됐던 그녀. 특히, [혼미]가 깨지면서 눈앞의 광경이 갑자기 바뀌는 기괴한 순간을 봤을 것이다. 그것만으로도 무척 놀랐을 텐데, 다행히 그녀는 영리했다.

내가 침입자를 공격한 것을 그녀는 봤고.

자신의 아빠가 날 쳐다보며 안도해 하는 것도 그녀는 보게 되었다.

그것만으로도 그녀는 내가 어떤 사람인지 눈치채는 것 같았고.

내가 망치 손잡이 부위를 천으로 닦아낼 때도 가만히 있었다.

사실, 서철성 교수님이 이걸 들고 싸운 거라면, 정당방위가 쉽게 성립된다.

그러나 내가 저 망치를 들고 그 일에 끼어들게 되면, [혼미] 때문에 애매해진 내 동작을 일일이 경찰관한테 설명할 때 문제가 생길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지문을 닦아낸 건데.

이때, 갑자기 서수연이 다가오더니 그 망치 손잡이 부위를 자신의 손으로 꽉 쥐었다.

그리고 날 쳐다보는 그녀.

순간, 나는 잠시 멍해졌다가, 그녀의 의도를 바로 깨닫게 되었다.

그래서 피식 웃은 뒤, 더는 그 일에 신경 쓰지 않고 재빨리 몸을 돌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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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이제부터 내가 하려는 것은 [전용 특성]들을 이용해, 매시브 블리딩(과다 출혈)의 가장 큰 원인이 되고 있는 간정맥 부위에 대한 응급 봉합을 하려는 것이다.

이 출혈의 중요성은 [베살리우스의 눈(SS)] 특성과 [???의 블러드 디텍터(B)] 특성을 통해 확인된 바다.

특히, 이 부위에 대한 치료가 끝난 뒤 병원으로 호송된다면, 서철성 교수님은 이후 응급수술을 통해 충분히 소생할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지금 이 상태 이대로 병원으로 들어간다면, 누구도 서철성 교수님에 대한 응급수술을 하려고 하지 않을 것이다.

그땐 서철성 교수님은 무조건 사망한다.

그래서 나는 현재 시각을 확인한 뒤, 서수연에게 외쳤다.

“이제 시작할 테니까 너도 시작해!”

그리고 잠시 뒤.

나는 재빨리 부분 개복을 했고.

[베살리우스의 눈(SS)] 특성과 [???의 블러드 디텍터(B)] 특성을 가동하면서.

꽉 찬 선혈 때문에 시야 확보가 거의 되지 않은 상태에서 아주 빠르게 수술을 시작하게 되었다.

이때, [예술자의 손(B)], [춤추는 메스(A)], [수처 마스터(B)], [수술자의 의지(B)] 등의 전용 특성들 외에도 [일대일 교환(S)] 특성이 다시 활용되었다.

그리고 마침내 외부 봉합까지 마치고 수술 장갑을 낀 손을 슬쩍 위로 들었을 때, 나는 흠칫하며 고개를 돌렸다.

두 눈이 동그랗게 커진 서수연.

서수연이 지금 날 빤히 쳐다보고 있었다.

이때, 나는 좀 당황했으나 이내 쓴 미소를 지었다.

그러고 보면, [혼미] 때문에 서수연은 내 비밀을 대충 알게 된 상황이 아닌가.

그래도 내가 검지를 들고서 쉿! 하는 흉내를 내자, 서수연은 침착하게 머리를 끄덕이고 있었다.

여하튼, 그 일들을 모두 마친 뒤.

나는 서 교수님의 어머니 상태도 확인했는데.

[사신의 낫] 경고가 뜨지 않았던 상태에서.

잠시 후, [베살리우스의 눈(SS)] 특성을 통해 확인하자, 간단한 뇌진탕 증상만 확인되었다.

그리고 잠시 뒤.

119구급대원들과 경찰관들이 우르르 이곳으로 나타났다.

이때, 새롭게 계산된 [사신의 낫(S)]의 경고가 내 귀에 들려왔다.

[사망 예정: 서철성]

[남은 시간: 06:34:55]

이것은 주요 출혈 원인을 잡게 되자, [일대일 교환(S)] 특성이 다시 효력을 발휘한 결과였고.

그 때문에 소생을 위해 필요한 상당한 시간을 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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