응징 06
<143>
경찰 조사가 시작되었다.
정체불명의 남자들.
이들이 무단 주거침입을 했고, 살인을 저지르려고 했다.
정당방위에 해당되는 격투가 없었다면 이때 사망자가 생겼을 것이고.
더 끔찍한 결말로 이어질 수도 있는 그런 사건이었다.
우선, 경찰은 가해자들과 피해자의 원한 관계에 주목했는데.
그러나 이날 밤, 내 증언이 있은 뒤 수사는 급물살을 타게 되었다.
“뭐? 성국대 병원 VIP실 사건! 그 사건의 용의자들이라고?”
즉, 지난 11월 초에 있었던 성국대 병원 VIP실 사건. 무단 침입 및 경호원 폭행 사건, 바로 그 사건의 주범이 이번 사건의 범인이라는 것이 나를 통해 알려지게 되었고. 그 때문에 이 사건의 중요성은 갑자기 폭발적으로 커지게 되었다.
그러니까 이건 단순 강도 및 살인미수 사건이 아니라는 것이다.
살인미수 사건이되 계획적 범행 사건이라는 것이다.
그 때문에 사건 수사는 복잡해질 수밖에 없는데.
문제는 이런 복잡한 일들에 얽히게 되면, 이곳저곳 불려 다닐 수밖에 없게 되고, 많은 시간을 빼앗길 수밖에 없다.
그래서 나는 잠시 경찰서에 들러 간단한 참고인 조사를 받은 뒤 강제철 실장한테 전화를 걸어 그의 도움을 받기로 했다.
그리고 그사이 성국대 병원 응급실을 경유한 뒤 수술대 위에 눕게 된 서철성 교수님, 그는 긴급 응급수술을 받게 되었다.
이때, 서철성 교수님의 소생을 의심하지 않았는데, 가장 중요한 부위에 대한 처치가 완료되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실제, 자정이 지나갈 무렵.
나는 남들보다 빨리 서철성 교수님의 회복 사실을 알게 되었다.
바로 시스템 알람 덕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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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플레이어의 적극적인 개입에 따라 ‘예고된 죽음’은 완벽하게 회피되었습니다]
[그 인과율에 따라, 사신의 낫(S) 특성은 일시적으로 죽음의 낫(S) 특성으로 변경됩니다···]
[···치명적인 죽음의 저주··· 그 저주가 지금 즉시 불특정 대상에게 도래합니다···]
[그 죽음이 새롭게 완료되는 시간, 앞으로 44분 뒤···]
[죽음의 카운트다운의 시간 동안 당신은 사신의 낫을 임의로 사용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이때, 저번처럼 내 손에 그 낫이 환상처럼 나타났다.
시퍼런 검정 초승달 모양의 거대한 날을 가진 낫!
그 낫이 다시 내 손아귀에 들어와 있었다.
그리고 한편, 또 다른 시스템 알람도 들려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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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과율 누적에 따라··· 사신 위험 등급이 급격히 증가됩니다···]
[사신의 유혹은 폐기되며···]
[···사신의 분노로 즉각 변경됩니다]
[사신의 분노 Lv.1]
[사신의 직접적 개입이 가능합니다···]
[당신에 대한 물리적 상해가 가능합니다···]
[사신의 공격을 조심하세요!]
[사신의 눈이 활짝 열립니다!]
[조심하세요!]
[죽음의 공포가 밀려듭니다···]
그렇듯 사신의 위험성을 알리는 시스템 알람들이 이어지다가.
곧이어 또 다른 시스템 전언도 이어졌다.
바로 [천사의 심장(SS)] 특성과 관련된 특별 보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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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심이 없는 자비로운 당신! 무한한 축복이 주어집니다]
[축하드립니다! 당신의 생명력이 1년 늘어납니다···]
[···천사의 축복과 영원한 행운이 깃듭니다!]
그렇듯 내 잠재 수명이 늘어났다.
사실, 나는 서철성 교수님한테 [일대일 교환(S)]을 통해 몇 주의 수명을 넘겼는데.
이번 일이 끝나자, 그 보상으로써 1년의 수명 증가를 받게 되었다.
근데 이게 참 묘한 일이 아닌가.
회귀 전에도 그랬고, 회귀 후에도 그랬지만.
내가 서철성 교수님한테서 받은 은혜가 한둘이 아니었다.
환자에 대한 깊은 관심과 열정을 배우게 된 것도 바로 서철성 교수님 덕분이었다.
그런데 이런 상황에서 보상을 받게 되니 약간 쑥스럽기도 하다.
하지만, 그래도 무척 다행스러운 일이 아닌가.
서철성 교수님이 무사하시니까 말이다.
죽음의 문턱에서 서철성 교수님은 돌아오셨고.
그 아찔한 순간을 극복하셨다.
여하튼 나는 안도의 한숨을 내쉰 뒤, 비로소 고개를 돌렸는데···.
현재, 내 눈앞에 보이는 서철성 교수님의 딸, 서수연의 모습.
내가 경찰 조사를 마친 뒤 돌아왔을 때, 서수연은 내내 수술실 대기실에 머물며 수술 결과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는 중이었다.
반면, 서수연의 할머니는 안정을 취하기 위해 응급실로 들어가, 수액 주사를 맞으며 누워 있는 상태였다.
그런데 지금 눈앞에 보이는 서수연은 무척 힘들어 보이는 모습이었다.
사실, 그녀는 그 엄청난 사건을 겪었고.
더 끔찍한 일들을 당할 수도 있었다.
그럼에도 용감하게 버티고 있었고.
서철성 교수님의 수술 결과를 기다리며 애써 모든 것들을 참아내고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금방이라도 눈물을 펑펑 쏟아낼 것 같은, 마치 그런 위태로운 모습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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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힘들지 않아? 힘들면 의국으로 가자. 거긴 좀 따뜻하고···.”
그러나 그녀는 날 힐끔 쳐다본 뒤 바로 고개를 저었다.
“근데 수술시간이 좀 길어질 수도 있는데···.”
그런데 이번에도 그녀는 고개를 저었다.
“···전 괜찮아요.”
“괜찮다고?”
“···네.”
“좀 춥지? 내가 이 잠바 빌려줄까?”
그러나 그녀는 다시금 고개를 저었다.
다 괜찮다고 한다.
뭐든 필요 없다고 하고.
그래서 나는 잠시 서수연을 쳐다봤다.
현재 고3, 예비 대학생이 다름없는 서수연.
그녀는 복도 대기실 벤치에 앉아, 한 번씩 고개를 숙였다가 다시 고개를 드는 일을 반복하고 있는데.
고개를 들 때마다 입술을 깨문 모습으로 수술 통제실 문을 하염없이 쳐다보고 있었다.
내가 그토록 위로했지만.
그럼에도 무척 불안한 모습이었다.
그래서 나는 서수연의 긴장감을 조금 낮추려고 다른 화제를 슬쩍 꺼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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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능 봤다고 했지?”
“···네.”
“그럼 어느 대학에 지원했어?”
그러자 잠시 말이 없다가 서수연은 천천히 대답했다.
“원래··· 한국대 의대 가려고 했다가···마음이 바꿨어요.”
근데 그게 무슨 말이지? 마음이 바꿨다고?
한편, 이때 나는 그 와중에 내 손목시계를 한번 쳐다봤다.
현재 [죽음의 낫]이 적용되는 시간.
현재,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한참 진행 중이다.
즉, 누군가의 생명이 위급한 상태다.
그래서 이 대화를 절대 오래 할 순 없다.
그래서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어느 대학?”
그러자 바로 답변이 돌아왔다.
“성국대 의대.”
성국대 의대??
나는 조금 놀라며 서수연을 쳐다봤다.
그러니까 서수연은 결국 내 후배가 되는 셈인가.
근데 왜 나는 몰랐지?
그러고 보면, 서수연과 나는 학번 차이가 제법 되는 데다가.
서철성 교수님의 성격상 딸에 관한 일을 절대 우리한테 말하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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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데, 선생님···.”
“왜?”
한편, 서수연은 갑자기 그렇듯 나한테 말을 걸었는데.
이때 나는 의아해하며 쳐다봤고.
서수연은 아주 진지해진 눈으로 날 빤히 쳐다보더니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근데, 아까···.”
“아까?”
“네. 제가 본 게···.”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바로 쓴 미소를 지었다.
하긴, 많이 궁금할 테지.
서수연의 눈앞에서 갑자기 뭔가 휙휙 바뀌었다.
문 앞에 있던 내가 어느새 범인의 등 뒤로 갔고, 범인의 머리를 내려쳐서 기절시켰다.
거기다가 눈 깜짝할 사이에 수처까지 마무리했다.
거의 몇 배속으로 빨리 가속되어 움직이는 내 손의 모습.
그런 모습들을 그녀는 직접 보았다.
그래서 문제는 이런 상황을 내가 설명한다고 해서 어디 제대로 설명이나 되겠는가.
결국, 나는 고개를 저었다.
그리고 다시금 검지를 꺼내 쉿! 하는 시늉을 했는데.
그러자 수연은 눈치껏 입을 꾹 닫았다.
한편, 나는 다시 입을 열었다.
“수연아.”
“···네?”
“지금은 서 교수님이 더 중요하잖아. 그리고 아까도 말했지만, 크게 걱정할 건 없어. 반드시 쾌차하실 거니까. 수술은 반드시 성공할 거야.”
“···네. 감사합니다.”
그리고 나는 다시 또 말했다.
“수연아.”
“네?”
“근데··· 진짜 미안하다. 하지만 너도 결국 이해할 거야.”
“네??”
의아해하는 서수연.
“그런 끔찍한 일들은··· 그래, 어쩌면 잊는 것도 좋겠지. 잠깐 자고 일어나면 더 괜찮아질 거야.”
이때, 내가 무슨 말을 하는 건지, 그녀는 전혀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계속 말을 이어나갔다.
“확실히 넌··· 서 교수님 성격을 많이 닮은 것 같아. 그래서 더 고맙고.”
그리고 바로 그 순간.
나는 더는 시간을 끌 수가 없어 서수연을 향해 즉각 특전 하나를 발동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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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전! 천사의 눈물]
[지난 24시간의 기억을 완벽하게 삭제할 수 있습니다. 제한 조건 1회 사용]
[사용하시겠습니까?]
네!
그리고 그 순간!
신비로운 광채에 휩싸이던 서수연.
한편, 그 광채가 사라지는 순간, 그녀는 갑자기 힘을 잃고 픽 쓰러졌다.
나는 재빨리 그녀를 부축했고, 그러고는 즉시 고함을 질렀다.
그러자 수술 대기실에 있던 한 간호사가 잠시 후 의아해하며 대기실로 걸어 나왔다.
“선생님! 응급실에 연락 좀 해 주세요!”
그렇게 응급실 연락을 부탁한 뒤, 나는 서수연을 업고서 후다닥 응급실로 뛰어갔다.
그러고 보면, 24시간 기억이 삭제당하면서 충격을 받은 서수연, 그런 그녀를 당장 응급실에 데려가는 일도 중요했지만.
현재 나에겐 또 다른 중요한 일이 남아 있다.
바로 죽음의 카운트다운.
그나마 다행인 점은, ‘사신의 낫’ 덕분에 ‘사신의 감각’ 같은 것이 다시 생긴 것 같았고.
그 때문에 [죽음의 낫] 저주가 내려진 대상자를 이전보다 좀 더 쉽게 식별할 수 있게 되었다.
바로 공간적 위치가 느껴졌고, 바로 응급실 쪽이었다.
수많은 생사가 오가는, 그리고 강력한 인과율이 지배되고 있는 응급실.
그런 응급실을 찾은 어느 환자에게 죽음의 저주가 내려진 것 같았고···.
그래서 나는 좀 더 빨리 뛰었다.
그리고 잠시 뒤.
비로소 응급실에 도착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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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편···.
그리고 그때부터 시간은 다시 아주 빠르게 흘러갔는데···.
죽음의 44분.
그 죽음의 카운트다운도 어느 순간 과거의 일이 되어버렸다.
2002년 1월 1일의 새벽.
나는 각종 [전용 특성]들을 적극적으로 이용한 끝에 이번에도 [죽음의 저주]가 내려진 환자를 구할 수 있었다.
그렇게 죽음의 카운트다운이 끝나자.
내 손에 있던 그 낫은 어느 순간 스르륵 소멸되어 버렸다.
한편, 그로부터 한 시간 뒤.
드디어 기다리던 소식도 날아들었다.
서철성 교수님의 수술.
그 수술이 무사히 끝났다는 소식이 응급실로 전해진 것이다.
그러자 흉부외과 교수님들이 다시 나타났고.
응급실로 직접 찾아와 서철성 교수님의 가족들을 다시금 위로했다.
한편, 서수연은 약간 몽롱한 표정을 지으며 정신을 차렸는데.
이때, 나는 혹시 몰라, 사건과 관련된 이야기들을 적당히 전달했고.
그러자 서수연은 크게 놀랐다가 다행히 안정을 취하는 모습이었다.
여하튼 그런 사건들이 무사히 해결되는 사이, 아침이 밝아왔다.
2002년 1월 1일의 아침.
특히, 새해 아침.
그 강렬한 아침을 맞이하며.
응급실 인턴 근무를 정리했고.
이날 아침, 서둘러 병동 이동을 한 뒤, 이제 본격적으로 신경외과 턴을 시작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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