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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42화 (142/145)

응징 07

<144>

“···최초 내원시, GCS 스코어 12점이었고, 뇌진탕 증상이 있었습니다. 머리 상처는 당시 봉합됐고, 항생제 처방 후 다음 외래진료 스케쥴이 잡혔습니다. 그러나 일주일 뒤, 응급실로 다시 이송됐고, 브레인 CT 결과, 측두부 쪽에서 볼록 렌즈 모양의 흰색 음영이 관찰됐습니다. 경막 동맥에 손상이 있는 것으로 보이며···.”

“그만해! 김 선생, 충분하다.”

그로부터 며칠 뒤.

아침 7시 30분.

회진을 도는 시각.

내가 근무하게 된 신경외과의 이진석 교수는 무척 만족해 하는 표정을 지었다.

사실, 이번 턴의 인턴들은 앞서 흉부외과와 응급실 등에서 제대로 일을 배웠다고 하는데···.

특히, 흉부 수술 경험이 상당히 많다고 하더니 그 때문에 매사에 흠이 없을 정도로 완벽한 모습이었다.

“최상진 선생! 이번엔 인턴 컬리티가 좋아서 좀 편하지?”

이진석 교수는 자신의 앞에 서 있는 레지던트 1년차 최상진을 쳐다보며 그렇게 물었고.

최상진은 즉시 동의하며 대답했다.

“네! 큰 도움이 되고 있습니다. 근데, 김정민 선생은 흉부외과에서도 잘 했지만, 여기 수술방에서도 아주 잘할 것 같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그게 좀 안타깝단 말이야. 우리 신경외과도 아주 좋은데··· 왜 흉부외과를 택했을까?”

그렇게 갑자기 나한테 질문이 날아들었고.

나는 잠시 어색한 표정을 짓다가 대답했다.

“죄송합니다만, 교수님. 흉부 수술에··· 마음이 많이 끌렸습니다.”

“하아! 그러니까 턴 순번이 문제라니까! 여기 먼저 왔으면 또 달라졌을 텐데. 아! 자네 약혼식도 있다고 했지?”

와! 교수님이 그것도 아시네.

“언제?”

“1월 26일, 그때 예정되어 있습니다.”

“26일? 뭐, 시간은 아직 많이 남았네. 근데 결혼은?”

“아직, 결정된 건 없습니다.”

그러자 고개를 가만히 끄덕이며 걷던 이진석 교수.

그러던 중 병동 창문 쪽을 쳐다본 뒤 고개를 갸웃거렸다.

“오늘도 참 문제라니까. 저렇게 눈이 오는데··· 외래진료가 제대로 돌아갈지 모르겠어.”

그러고는 이진석 교수는 계속 앞장섰고.

레지던트, 인턴들은 재빨리 그를 뒤쫓으며 잠시 후 어느 입원실로 들어서게 되었다.

#

그리고 다시 시간이 흘러···.

2002년 1월 8일 화요일 아침.

이날은 새벽부터 눈이 펑펑 내리더니.

어느새 세상이 온통 하얗게 변해 버린 상태다.

병원 야외 주차장뿐만이 아니라, 저 너머 도로, 저 인근 건물들까지 온통 하얗게 채색되었다.

마치 모두가 그 아름다운 순백의 모습을 뽐내는 듯한 그런 모습이었고.

그 와중에 병원 앞은 무척 분주해졌다.

제설 장비를 손에 쥔 사람들이 몰려나와 재빨리 주변 제설 작업을 진행하는 모습이었고.

특히, 병원 앞 도로 쪽에는 제설 차량이 오가며 도로를 정리하느라 무척 바쁜 모습이었다.

그럼에도 어찌나 눈이 많이 내리는지, 눈이 치워지기 무섭게 다시 눈들이 주변에 쌓이고 있었다.

마치 하늘에 거대한 구멍이 뚫린 듯, 쉴 새 없이 눈들이 쏟아지고 있었고.

병원 창문을 통해 보이는 세상은 눈과 사투를 벌이는 사람들과 그 눈이 만들어내는 세상의 모습들을 대조적으로 비추고 있었다.

한편, 교수님들의 아침 회진이 끝나게 되자 나는 다시 바빠졌다.

각 입원 환자에 대한 처방을 넣기도 했고, 각종 차팅을 진행하기도 했다.

사실, 흉부외과 턴 때는 이런 일들 외에도 수술 참여까지 하다 보니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는데.

그나마 이곳 신경외과 근무는 조금 여유가 있는 게 사실이었다.

우리는 주로 신경외과 병동 관리 외에도 잡일 쪽에만 투입되었고.

수술장 보조 업무는 따로 주어지지 않았다.

“야. 너희가 말턴이라서, 우리도 좀 부담스럽다니까.”

최상진 선배는 간간이 그런 말을 했는데···.

우리는 전공이 결정된 인턴들이라서 신경외과에서 각종 술기를 정성 들여 가르칠 이유가 없어진 것이다.

더군다나 신경외과는 나름 인기가 좋아 레지던트 숫자가 충분했고, 그 때문에 수술 보조 인력도 충분했다.

그러다 보니 말턴인 우리는 수술 외적인 일에 주로 투입되었고, 때로는 각 교수님의 개별 연구 일들을 보조하는 임무를 맡기도 했다.

그 때문에 수술 업무가 없음에도 일들이 생각보다 많아졌는데···.

그렇듯 그런 업무들에 적응하는 사이, 내 주변에는 다시금 큰 변화의 바람이 불어오고 있었다.

즉, [연계 미션(3): 피 흘리는 약혼식(클래스 S)]은 본격적으로 시작되었고.

내가 미처 인지하지 못하는 사이, 특히 병원 밖에선 아주 큰 혼란이 일어나고 있는 중이었다.

<145>

“의원님! 드디어 경기도 13번 안가에 조상천이 나타났습니다!”

“조상천? 조 전 국장?”

“네! 최덕렬 라인이 거의 다 모였습니다. 조상천 전 국장, 윤평근 국장 등.”

“흠, 김 차장도 무척 영리하군요.”

“영리한 자니까 의원님께 머리를 숙인 게 아니겠습니까?”

“그래서요?”

“현재 대테러팀 최 팀장이 현장에 대기 중입니다.”

다음 달, 2월 1일부터 열리는 임시 국회.

그 임시 국회 때문에 의원 회관 내, 자신의 사무실에서 밤늦게 서류를 살피고 있던 김윤상 의원.

그는 서류를 잠시 내려놓고는 이내 차가운 미소를 지었다.

조상천 전 국장과 윤평근 국장.

그들은 사고를 기획했던 주요 책임자들이다.

당시, 자신은 그런 줄도 모르고 운전 중에 조상천 전 국장과 전화통화까지 했다.

늘 선배 대접을 하며 아주 깍듯이 모셨던 인간. 그런데 그런 인간이 자신의 와이프와 자식을 죽이는 끔찍한 일을 기획했을 줄은 꿈에도 몰랐다.

다시 생각해도 이가 갈리고 치가 떨리는 일이다.

“바로 시작합시다! 어쩔 수 없이 대공 기조로 나가야 하지만, 그 함정을 쓰더라도 정리할 건 반드시 정리해야 합니다.”

대공 기조.

즉, 어쩔 수 없이 이들을 2중 첩자 혹은 스파이로 만들어 놔야 뒤처리에 부담감이 훨씬 덜해진다.

더군다나 최덕렬 라인을 국정원에서 지우고 싶은 김 차장은 이번 일에 아주 적극적이었다.

사실, 최덕렬은 이미 은퇴했으나 그 잔재가 국정원에 남아 있었고, 최덕렬 라인의 후계자가 된 윤평근 국장은 나날이 그 기세가 하늘 높은 줄 모르게 상승하는 중이었다.

아마도 김 차장은 그런 윤평근 국장이 무척 부담스러웠던 모양이다.

한편, 그로부터 잠시 뒤

하얀 눈이 뒤덮여 있는 경기도 모처의 국정원 안가.

그 안가 별장을 노리며 갈수록 섬뜩한 기운들이 몰려들기 시작했다.

#

“···1차 제압 후, 상황 확인하고, 무장 해제 실패할 경우 총기 사용도 허가한다!”

침투 전, 간단히 지침을 전달하는 국정원 대테러팀 최진권 팀장.

그런 최 팀장의 지침이 전달받게 된 국정원 요원들은 이내 놀란 표정을 지었다.

여기서 총기 사용이 허가된다는 것은 사살까지 가능하다는 의미.

그래서 누군가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저긴 국내팀 애들이 아닙니까? 총기 사용까지 정말 해야 합니까?”

그러자 최 팀장은 차갑게 외쳤다.

“위쪽 지시! 무조건 따라!”

“그렇지만 팀장님!”

“그러니까 알아서 잘 움직여. 제압 실패하면 무조건 최악 상황 터지니까 각자 맡은 위치 잘 보고, 재빨리 무장 해제시켜!”

“하지만 팀장님! 현장이란 게···.”

즉, 현장에선 어떤 변수가 생길지 모른다.

그런 경우, 최악의 상황까지 반드시 가정해야 한다.

“그래서 다시 말하지만, 저쪽에서 반격하면 전원 사살해도 돼.”

그러자 요원들은 더 놀라운 표정을 지었다.

같은 국정원 요원을 일시에 진압하는 일이다.

그러나 진압 이유에 대해선 하달되지 않았다.

오로지 일시에 상대를 제압하고 체포하는 특수 임무.

문제는 총기 사용뿐만이 아니라 최악의 경우 사살 명령까지 주어졌다는 사실이다. 이런 경우, 무조건 상대를 놓치지 않고 제압하겠다는 강력한 의지가 표출된 것이라고 볼 수 있다. 그래서 다들 표정이 딱딱하게 굳을 수밖에 없었는데.

현재 2002년. 군사정권 시대도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총기 사용과 사살이 허가되었다.

결국, 이 임무가 보통 임무가 아니라는 것이며.

어쩌면 2중 첩자 내지 간첩 사건 등 내부 스파이 문제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요원들의 머릿속에 떠올랐다.

그리고 잠시 뒤.

국정원 대테러팀 최진권 팀장, 그는 이번 임무를 같이 수행하게 된 이방인들에게 손짓했다.

그러자 그들의 대표가 다가왔고.

최진권 팀장은 잠시 그자와 조용히 대화를 나눴다.

그런 뒤, 그는 손가락 수신호를 하며 드디어 작전을 개시했다.

그때부터 방탄복을 비롯하여 완전무장한 요원들은 아주 조심스럽게.

300m 떨어져 있는 산속 별장을 향해 다가갔고.

대테러 제압 작전이 본격적으로 시작되었다.

#

한편, 그로부터 잠시 뒤.

쾅!!

우당탕탕!

굉음이 사방에서 들리며.

앞쪽, 뒤쪽 문이 활짝 열렸다.

그리고 각 유리창이 깨지며 대테러팀 요원들은 일제히 별장 안으로 진입했다.

날이 어두워지면서 별장 곳곳을 밝히고 있던 조명. 그 조명 빛에 주변 눈들은 하얗게 빛나고 있는데.

좀 전까지 조용하던 그 별장은 순식간에 아수라장이 되고 있었다.

“총 버려!!”

“시발! 총 버려-엇!!”

“야, 빨리 제압해!”

“손 들어!”

“각자 위치 사수!”

거의 20여 명의 대테러 요원들이 한 번에 들이닥치자, 별장 안에 있던 최덕렬 계열의 국내팀 요원들은 깜짝 놀라며 총을 꺼내 들었다가, 사방에서 수많은 총구가 자신들을 향하자 경악하며 결국 총을 바닥으로 내려놨다.

이때, 누군가 어느 대테러 요원의 얼굴을 알아보고서 신경질적으로 욕설을 했는데. 그러자 싸늘한 총구가 더 가까이 다가와 자신의 심장 쪽을 겨누자, 그는 경악하며 두 팔을 들고서 물러서고 있었다.

그렇듯 제압 과정은 특별한 문제 없이 진행되는 것 같았다.

그런데 바로 그때.

생각지도 않은 문제가 갑자기 발생했다.

타-앙!

갑자기 터져 나온 굉장한 총성.

마치 천둥 번개같이 울리는 요란한 총성.

그 총성에 대테러팀 요원들은 깜짝 놀라며 반사적으로 몸을 숙였고.

이때 누군가의 비명 소리가 바로 지척에서 터져 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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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발! 저기 봐! 빨리 가 봐!”

놀랍게도 그 총성과 함께 대테러팀 요원 한 명이 쓰러졌고.

그 요원의 어깨에서 피가 사방으로 튀며 줄줄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순간, 상황은 완전히 급변해 버렸다.

“야! 저 새끼들! 확실히 제압해!”

“총성 방향 빨리 확인하고!”

누군가 여기저기서 외쳤고.

한편, 그 총격 때문에 어리둥절해 하던 국내팀 요원들은 자신들을 향해 대테러팀 요원들이 일제히 달려들자, 순간 얼굴이 심하게 일그러졌다.

그런데 바로 그때.

알 수 없는 총격들이 다시 사방에서 요란하게 터져 나왔다.

이때, 대테러팀 요원들은 경악하며.

재빨리 소파, 책상, 탁자 등, 엄폐물을 찾아 몸을 숨겼다.

그리고 바로 그 순간, 국내팀 요원들은 갑자기 본능적으로 반응했다.

알 수 없는 총격들은 현재 대테러팀만을 노리고 있다.

그 때문에 자연스럽게 대테러팀의 총구가 자신들에게 향하게 되자, 국내팀 요원들은 재빨리 몸을 날려 근처에 떨어져 있던 권총을 집어 들었고.

그때부터 요란한 총격전이 시작되었다.

그렇듯 고작 20평 남짓한 거실에서 총격전이 발생하게 되자, 별장 2층으로 올라갔던 요원들과 지하로 내려갔던 요원들마저 그 총격전에 참여하면서 별장 전체는 엄청난 총성으로 뒤덮이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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