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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귀했더니 의사가 능력을 가짐-143화 (143/145)

응징 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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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 시팔! 멍청한 새끼들!”

별장에서부터 300m 떨어진 언덕.

그 어둠 속 언덕에서 적외선 망원경을 통해 별장의 상황을 관찰하던 박 사장은 무전기를 꺼내 바로 입을 열었다.

“수고했습니다.”

그러고는 무전기를 끈 그는 저 멀리 어둠 속, 우측 좌측을 번갈아 가며 쳐다본 뒤, 씩 웃었다.

오른쪽 눈 밑으로 긴 칼자국 흉터를 가지고 있는 남자.

그는 곧이어 휴대폰도 꺼냈다.

이때, 잠시 통화가 이어졌다.

“네. 실장님! 상황상, 일이 잘 되고 있습니다. 네! 일이 끝나면 바로 인천으로 넘어가서··· 그때 전화 드리겠습니다. 그리고 도련님 일은··· 아! 그땐 죄송했습니다. 흉부외과 교수까지 노릴 줄은··· 네! 네! 그럼 인천에 도착하는 즉시 다시 연락드리겠습니다.”

그러고는 그는 전화를 끊은 뒤, 슬쩍 고개를 돌렸고.

긴장한 듯 자신을 쳐다보는 조직원들을 향해 손짓했다.

“야, 담배 하나 가져와.”

그리고 잠시 뒤.

담배를 입에 물고서 쭉 빨았다가 하얀 연기를 뿜어내던 그는 잠시 후 별장 쪽을 가리키며 입을 열었다.

“총성 끝나면 가야 하니까 다들 대기하고 있어.”

“네! 사장님!”

“그리고 봤지? 다들 명심해! 우리 뒷배가 얼마나 쎈 지 알겠지?”

“네.”

“시발! 저 새끼들 보라고. 국정원 새끼들도 졸라 허둥거리잖아. 시바! 그럴 수밖에. 국정원 위에 또 뭐가 있는지 너흰 모르지? 시바! 졸라 세상이 재밌다니까.”

“근데 사장님.”

“왜?”

“갑자기 총은 왜 쏜 겁니까?”

그 질문에 조직원들은 다들 박 사장을 쳐다봤는데.

바로 이때.

시커먼 어둠 속에서 시커먼 복장을 한 조직원 한 명이 눈길을 빠르게 헤치며 나타났다.

아주 날렵해 보이는 그의 손에는 권총 한 자루가 들려 있었고.

그는 즉시 박 사장의 앞으로 다가오더니, 자신이 갖고 있던 그 권총을 박 사장한테 공손하게 바치고 있었다.

“시팔! 이거 보라고! 이 총! 이거 때문에 요원들이 정신이 하나도 없잖아. 탕! 탕! 탕! 그리고 스나이퍼까지 나섰고. 그러니 혼줄이 싹 나가지. 지네들끼리 총 쏘고 난리잖아. 그렇게 총격전이 벌어지면 무조건 사건은 커져.”

“근데 국정원이 관여한 일인데··· 사건이 커지면 더 심각해지는 거 아닙니까?”

“심각해지면 더 좋다니까. 우리가 끌고 갈 새끼들은 우리 맘대로 당분간 회 쳐 먹을 수 있다니까.”

“하지만 저격 같은 건···.”

“국정원 저 새끼들도 알 거야. 그래도 국정원 요원들인데. 그래도 상관없어. 공식적으로 스나이퍼 존재는 없는 거고. 별장 새끼들이 먼저 쏜 거로 기록될 테니까. 야! 시팔! 저기 끝났다! 빨리 가자!”

담배를 휙 던진 뒤, 그는 재빨리 지프에 올라탔다.

그리고 곧이어 다섯 대의 지프가 일제히 출발했고.

하얀 눈이 쌓인 도로를 거침없이 달린 끝에 그들은 잠시 후 별장 앞에 도착했다.

그 직후, 그들은 일제히 지프에서 내렸고, 별장 안으로 황급히 뛰어들었다.

그리고 잠시 뒤.

그들은 피를 흘리고 있는 총 다섯 명의 남자들을 각자 붙들고 나왔는데.

각 차량에 한 명씩 나눠 태운 뒤, 지프는 곧장 출발하고 있었다.

그렇게 그곳을 벗어난 지프는 한참을 빠르게 달렸고.

그로부터 한 시간쯤 뒤 인천 톨게이트를 통과했다.

이후, 각 차량은 인하대병원 사거리와 낙섬사거리를 다시 빠르게 통과했고.

그리고 마침내 인천 연안 부두 쪽으로 아주 빠르게 다가서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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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실장님, 그럼 최덕렬의 행방은 어떻게 됐습니까??”

“의원님, 그쪽도 작전 중입니다. 다만, 상해 공안의 눈을 피해 조심스럽게 움직이고 있습니다. 곧 소식이 올 겁니다.”

“혹시, 중국 국가안전부 쪽에서 눈치채진 않겠죠?”

“최대한 주의를 기울이고 있습니다.”

“그래서 말인데··· 최덕렬은 차라리 한국에 들어오지 않는 게 좋겠습니다.”

그렇게 말하며 무척 차가운 눈빛을 보이고 있는 김윤상 의원.

어찌 되었든 최덕렬은 전 안기부장이다.

그런 자를 처리한 데 있어 그만큼 부담감이 커질 수밖에 없다.

차라리 국내가 아니라 해외에서 처리하는 게 훨씬 더 부담감을 덜어낼 수 있다.

“의원님! 결정해 주시면, 그 결정 사항을 바로 상해에 전달하겠습니다.”

그러자 잠시 눈을 감고 생각하던 김윤상 의원.

그러고는 다시 눈을 떴다.

“최 부장이 관여했다는 건, 이미 확인된 바고···.”

일급 보안이 걸려 있던 국정원 문건.

그러나 영리한 김 차장은 그걸 빼냈고.

며칠 전, 그 문건이 의원실로 들어오면서.

그날의 사건에 대해 더 낱낱이 알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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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이번 별장 진압 중에 대테러팀 요원 한 명이 총격전 중에 최종 사망했다는 겁니까?”

“네. 좀 전에 그렇게 연락을 받았습니다.”

“음. 그럼 더 잘 됐군요. 우리가 만든 함정이지만, 스파이 혐의가 더 확실해졌고 이게 아니고선 국정원 인간들을 함부로 잡을 수가 없죠. 합당한 명분이 있어야 합니다. 특히, 현장에서 벌어지는 정보전 중에 누군가가 죽게 된다면, 블랙 요원들끼린 피의 복수가 진행되기도 하죠.”

“의원님, 그럼···?”

“집행합시다!”

그리고 잠시 뒤.

김윤상 의원의 입에선 무척 냉혹한 목소리가 흘러나왔고.

추가적인 코멘트도 이어졌다.

“그리고 계획한 대로 우리 선에서 일을 끝내도록 합시다! 김 차장한텐 제가 따로 언질하겠습니다.”

“네. 알겠습니다. 그러시다면, 그 친구들한테 지금 즉시 작업 지시를 내리겠습니다.”

그러자 김윤상 의원은 고개를 끄덕였다.

사실, 이번 국정원 라인을 정리하는 건, 그에게 있어서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복수라는 목적.

그리고 이게 단순한 복수 목적만이 아니다.

과거, 검사 재직 시절, 파견근무 형태로 안기부에 들어갔다가 무시무시한 실세 최덕렬을 만나게 되었고.

이후, 자신은 새로운 세계에 눈을 뜨게 되었다.

그래서 오늘날의 김윤상을 만든 것은 바로 최덕렬이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그런데 그런 최덕렬을 제거하는 일이다.

사실, 자신 역시 최덕렬 계열이었고, 최덕렬 전 안기부장의 은밀한(?) 후광을 받으며 당내 주력으로 빠르게 성장할 수 있었다.

그 때문에 최덕렬을 지우는 것은···.

그 자체가 자신에게 큰 리스크가 될 수밖에 없다.

하지만, 이번 사건을 더 자세히 파헤치면서 이럴 수도 있다는 사실에 경악했고, 모멸감을 심하게 받은 것도 사실이다.

감히 자신에게 그런 짓을 할 수 있다니!

바로 자신의 자존심과 긍지가 크게 손상을 받았다. 그래서 이걸 용납한다는 것은 자존심을 버리는 일이나 다름없다.

그리고 정치적 손익을 따지면, 최덕렬을 대신할 수 있는 인간도 나타났다.

바로 국정원 김 차장이다.

은밀한 국정원이지만, 서로의 비밀을 공유하는 순간, 그 연대 관계는 더 강력해질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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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원님! 박 사장한테서도 연락이 왔습니다. 무사히 창고로 들어갔다며···.”

그러자 김윤상 의원은 데스크를 탁! 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바로 갑시다.”

“네. 의원님.”

즉, 인천 부두 창고에 무사히 타깃들이 도착했고, 이제 그들을 향한 신문의 시간이 된 것이다.

그리고 잠시 뒤.

거의 자정이 다 된 시간.

시커먼 중형차는 국회의사당을 빠르게 벗어나고 있었다.

<146>

“···저 사람들입니까?”

“네. 당시 사건에 가담했던 요원들입니다. 조상천과 윤평근은 다른 창고에 넣어뒀습니다.”

그러니까 현장 요원들이다.

총 3명의 현장 요원들.

“근데, 이들이 전부가 아닐 텐데요?”

그러자 강제철 실장은 즉시 대답했다.

“나머지 2명은 해외팀으로 발령이 났다가, 현지에서 사망했습니다. 5년 전, 7년 전에 각각 그렇게 됐습니다.”

그러니까 현지에 사망했다?

하긴, 현장에서 뛰는 블랙 요원들은 늘 큰 위험을 안고서 살아가게 된다. 특히, 정보를 다루는 직업이다 보니, 큰 위험이 주변에 도사리는 법이다.

“아쉽지만 어쩔 수 없군요.”

김윤상 의원은 이내 쓴 미소를 지었다.

어쨌든 당시 관여자 2명이 이미 사망한 상태라 그들에게 죄를 물을 수가 없다. 또한, 그들의 가족을 대상으로 복수하는 것도 이치에 맞지 않는 상황. 그러나 김윤상 의원은 그렇듯 가볍게 포기할 정도로 아주 자비로운 사람이 아니었다.

“대충 순직 처리됐을 텐데. 그럼, 유가족한테 연금이 나가겠군요?”

“네. 아마도 그럴 겁니다.”

“그럼 김 차장한테 전화해서 그 연금을 반드시 말소시키세요. 뭐든 방법이 있을 테니까.”

“아! 연금? 네, 알겠습니다. 의원님.”

그러고는 김윤상 의원은 다시 고개를 돌렸다.

3명의 건장한 남자들.

30대 후반에서 40대 초반의 나이로 보이는 남자들이다.

그런데 지금 박 사장과 그의 조직원들은 피 묻은 야구방망이를 들고서, 거꾸로 매달려 있는 그들을 미친 듯이 내려치고 있는 중이다.

쉴 새 없이 풀 스윙이 이어지는 가운데, 피가 튀고 뼈가 부러지는 소리도 요란했다.

한편, 재갈이 입에 물려있어 기괴한 신음 소리만 내는 그들.

쉴 새 없이 이어지는 그 고통에 발버둥 치며 한 번씩 파닥거렸으나.

박 사장 등은 전혀 멈출 줄 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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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서 저 사람들이 무언가 입을 열던가요?”

그 질문에 백발의 강제철 실장은 즉시 고개를 저었다.

“아닙니다. 아직 입을 꾹 닫고 있습니다.”

사실, 국정원 일급 문건이 입수되어 모든 사건의 내막이 드러났다.

그래서 저 저항은 의미 없는 저항일 뿐.

그러나 김윤상 의원은 그걸 저들에게 알려줄 생각이 없다.

그저 차갑게 그들을 노려보기만 했고.

그러다가 김윤상 의원은 문득 고개를 돌렸다.

한쪽 구석.

그곳에 놓여 있는 큼직한 드럼통 세 개.

여기저기 녹이 슬어 있는 드럼통들이다.

그리고 그 옆, 작은 통에 꽂혀 있는 온갖 연장들.

그곳엔 뼈를 자르는 톱이 있었고.

날이 시퍼런 칼과 도끼 등, 각종 연장이 여기저기 뒤엉켜 있었다.

한편, 김윤상 의원은 잠시 뭔가를 더 생각하다가 더 차가워진 눈으로 그들 세 사람을 응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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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 실장님.”

“네?”

“그래도 국정원 직원들인데···.”

사실, 이게 밑도 끝도 없는 말이지만.

강제철 실장은 그 말의 의미를 바로 알아들었다.

사람을 죽이는 일.

그게 어디 쉬운 일이겠는가.

그러나 김윤상 의원은 무척 냉정하다.

“셋 모두, 실종 처리될 겁니다.”

그러고는 김윤상 의원은 다시 차갑게 말했다.

“바로 진행합시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잠시 뒤.

차가운 기운을 펄펄 흘리던 김윤상 의원은 담배를 입에 문 채 그 현장을 계속 쳐다봤다.

그리고 이때, 강제철 실장은 할 수 없다는 듯 박 사장한테 다가갔고, 뭔가를 귓속말로 지시했다.

그러자 섬뜩한 미소를 짓던 박 사장.

그는 몸을 돌려 김윤상 의원에게 구십 도로 머리를 숙였고.

그러고는 조직원들에게 손짓했다.

그리고 그때부터 시작된 끔찍한 일들.

산채로 세 사람에 대한 신체 절단이 바로 시작되었다.

입에 물려있던 재갈은 어느새 피범벅이 되었고.

그들의 눈과 코에서까지 피가 줄줄 흘러나왔다.

그런데 생각보다 조직원들의 솜씨가 뛰어나, 사지를 절단하고 목을 잘라내기까지 시간이 얼마 걸리지 않았다.

그리고 그때부터 아주 빠르게 드럼통에 그들의 시신을 집어넣었고.

그 세 개의 드럼통에 다시 시멘트를 가득 부었다.

그렇듯 완벽한 실종(?)을 위한 처리가 완료되자, 김윤상 의원은 탁탁 손을 쳐서 담뱃재를 날린 뒤, 등을 돌렸다.

이제 남은 사람들.

조상천 전 국장과 윤평근 국장을 처리하기 위해 그는 묵묵히 건너편 창고로 넘어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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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그로부터 한참 뒤.

이전과 달리 얼굴과 손, 와이셔츠가 온통 피범벅이 된 김윤상 의원.

그는 외투도 입지 않은 채 창고 밖으로 천천히 걸어 나오고 있었다.

이때, 안색이 조금 해쓱해진 강제철 실장, 그가 뒤늦게 따라붙었다.

“의원님, 이걸로 닦으시죠.”

수건이었다.

물끄러미 그 수건을 쳐다보던 김윤상 의원.

잠시 후, 그는 그 수건을 받아 자신의 얼굴에 묻어 있던 누군가의 살점과 피를 닦아냈고, 그 수건을 강제철 실장한테 다시 넘겼다.

그러고는 그는 고개를 들어 하늘을 쳐다봤다.

아직 새벽이다.

새카만 하늘.

그리고 저 멀리서 불어오는 바람은 무척 거칠고 차갑기만 하다.

마치 온몸을 얼려버릴 것만 같은 그런 지독한 한기를 머금고 있다.

‘근데, 내가 좀 심했나? 국장급까진···.’

그러나 이내 고개를 저으며 김윤상 의원은 상념을 떨쳐냈다. 이렇게 처리하지 않으면 무조건 살아남을 인간들이 아닌가.

잠시 가만히 서서 바닷가 쪽을 말없이 쳐다보다가.

김윤상 의원은 앞으로 걸어나갔다.

“갑시다.”

그리고 잠시 뒤.

승용차 뒷좌석에 탑승한 김윤상 의원은 출발과 동시에 창문을 내렸다.

이때, 아주 차갑고 맹렬한 바람이 밀려 들어오는데.

창고에서 후끈 달아올랐던 그 열기는 그 바람에 남김없이 씻겨 나가는 것 같았고.

그제야 그는 비로소 정신이 맑아지는 것 같았다.

‘근데, 이 짓도 더는 못하겠군. 정보 쪽 일은 확실히 더러워. 음, 답답하기도 하고. 결국, 나도 나이가 들었나···.’

한편, 김윤상 의원의 입가에 나타난 기묘한 미소.

그러나 그 미소도 심하게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에 쓸려가며 이내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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