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3화 (3/300)

3화. 각성이 너무 잘 됨

스윽 ―

“음…….”

다시는 떠지지 않을 것처럼 감겼던 그의 눈이 천천히 스르르 떠졌다.

“으… 머리야…….”

태운은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고 자리에서 비틀비틀 일어났다.

‘분명 마력감염증 때문에 정신을 잃었던 것 같은데……?’

다시 깨어난 태운은 어안이 벙벙했다. 마력감염증은 치사율 95%에 달하는 무서운 병이 아니던가.

‘설마…….’

태운은 주변을 휙휙 둘러보았다.

“…….”

여전히 어두운 언덕 위에 그는 홀로 우두커니 앉아있었다.

토독 ―

핸드폰을 확인해보니 여전히 2095년 4월 17일… 아니, 하루가 지나 18일이었다.

‘꼬박 하루 동안 여기 누워있었다는 건가…….’

태운은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대부분의 마력감염증을 이겨냈던 사람들은 보통 죽지 않고 7일을 넘게 버틴 사람들이었기 때문이다. 개인차는 있었지만 헌터들은 대부분 마력감염증에 걸린 지 10일이 넘어서 일어났다.

또한 마력감염증으로부터 얼마나 빨리 벗어나는지가 헌터 능력과 상관관계가 있다는 연구 결과도 있었기에,

‘마력감염증이 아니었나?’

태운이 마력감염증에 걸렸는데도 하루만에 일어났다는 건 상식선을 벗어나는 일이었다.

* * *

헌터의 능력은 크게 4가지로 나뉘었다.

일반형, 동물형, 자연형, 초자연형.

첫 번째, 일반형은 헌터의 60% 정도가 속하는 유형이었다.

이렇다 할 고유 능력은 가지고 있지 않지만, 마력은 다룰 수 있는 유형. 대신 다른 고유 능력자들과는 다르게 가장 마력을 자유자재로 다룰 수 있다는 특징이 있었다.

두 번째, 동물형은 동물과 관련된 고유 능력을 가지는 유형이었다.

헌터 중 30% 정도를 차지하며 동물의 특성을 사용할 수 있다는 것이 특징이었다.

사람보다 훨씬 뛰어난 스펙을 가진 동물의 특성을 활용함과 동시에 마력으로 강화까지 가능했으니, 그들의 신체 능력은 실로 어마어마했다.

하지만 동물의 특성을 따온다는 한계(?)로 인해 고유 능력임에도 그들의 능력은 서로 겹치는 듯한 사례가 빈번했다.

세 번째, 자연형은 자연계의 힘을 사용하는 유형이었다.

헌터의 10% 정도의 소수만이 해당되었다.

일반적으로 가장 강한 능력을 지닌 유형의 자들로 다른 유형들과는 다르게 처음부터 고유 능력이 완성되어 있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일반형과 동물형, 그리고 초자연형은 4차례의 각성을 거치며 능력이 차차 완성되어가는 반면, 자연형은 4차례의 각성을 거치며 힘의 한도가 늘어날 뿐 이렇다 할 변화가 없었으니까.

마지막, 초자연형은 자연계의 법칙을 벗어난 힘을 사용하는 유형이었다.

특이형이라고도 불리며, 그 특수성 탓에 그들은 항상 주목받기 일쑤였다.

하지만 초자연형은 그 능력에 따라 잭팟과 꽝으로 나뉘었다.

염동력이나 미래시 같은 훌륭한 능력들이 있는가 하면 반대로 배탈 안 나기, 수면 불필요 등 이상한 능력도 종종 나타났기 때문이다.

때문에 기껏 초자연형이 되었음에도 일반형보다 못한 처지의 헌터가 된 사람들도 더러 있었다.

어쨌든 일반형을 제외한 다른 유형의 능력을 가진 헌터들은 모두 10일이 지나기 전에 깨어났다는 공통점을 지니고 있었다.

그러니까 깨어나는 시간이 이를수록 동물형이나 자연형, 초자연형의 능력을 가지게 될 가능성이 크다는 의미였다.

그런데 태운은 지금 하루만에 깨어난 것이었다.

‘아니 잠깐만… 18일 오전 12시?’

핸드폰을 멍하니 바라보다 다시 한번 날짜와 시간을 확인한 태운은 깜짝 놀라고 말았다.

분명 그 개… 가 아니라 고위 헌터를 찾아갔을 때의 시간이 17일 저녁 8시 경이었다. 그리고 모바일 뱅킹을 확인해보니 소주를 산 시간은 밤 9시 38분.

근처 편의점에서 이곳까지 오르는 데에는 한 시간 정도 걸리니 여기에 도착한 시간이 대략 밤 10시 반. 꽤나 푸념을 늘어놓았으니 쓰러진 시간은 분명 밤 11시가 넘었을 터였다.

‘지금이 12시 3분이라면… 길어야 한 시간도 안 되어서 깨어났다고?’

한 번도 들어본 적도 없는 사례였다.

지금까지 확인된 최단 시간에 깨어난 사람은 5년 전 6일하고도 반나절 만에 일어난 태운과 같은 나이의 한 소녀였으니까.

그 사건으로 인해 그녀는 세계적으로도 주목을 받았고, 아니나 다를까 고유능력으로 ‘4대 원소’라는 자연형이면서 초자연형 같은 능력을 각성했다.

그녀의 능력은 4대 원소인 물, 불, 흙, 공기를 다룰 수 있다는 점에서 자연형 능력이기도 했지만, 헌터 한 명당 하나의 고유 능력이 주어진다는 일종의 법칙을 벗어나는 초자연형이기도 했다.

그런 점에서 세계 헌터학자들은 그녀의 케이스를 두고 ‘유니크형’이라고 새로운 유형으로 구분 지었다.

7일이 지나기 전에 깨어난 최초이자 유일한 헌터인 그녀는 세계에서 최초이자 유일하게 유니크형 능력을 얻게 된 것이다.

그녀가 잘 성장한다면 한국에서도 세계급 헌터를 배출할 수 있을 거라며 한동안 언론이 시끄럽기도 했었다.

‘지금 한국 4대 길드 중 하나에 속했다고 들은 것 같은데…….’

그녀는 이미 한국 4대 길드 중 하나에 속해 전폭적인 지원을 받으며 헌터가 된 지 5년 만에 B급 헌터가 되었다고 했다.

그러나 그 등급은 마력 수치가 조금 부족해 B급 판정에 그쳤을 뿐, 능력적인 특성으로 인해 조금 과장하면 A급 상위 헌터와도 견줄 수 있는 수준이라고 했다.

그런 그녀가 그 정도였으니 한 시간 만에 일어난 태운의 능력은 어느 정도일까?

‘분명 헌터들은 눈앞에 홀로그램 같은 게 뜬다고 했던 것 같은데… 난 안 뜨는 거 보니 마력감염증이 아니었나 보네.’

“후우……”

태운은 아무래도 자신이 단순한 감기 몸살을 마력감염증으로 착각했다고 생각했다.

‘오히려 다행인 거지.’

하마터면 진짜 죽을 뻔했으니까.

그렇게 생각하며 한숨을 내쉬는 그때,

띠링 ―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

마력 : 17

눈앞에 정말로 홀로그램 같은 것이 떠올랐다.

“헙!”

살짝 놀란 표정을 짓는 태운.

그러나 깜짝 놀라는 것도 잠시, 그의 표정은 곧 의아함으로 바뀌었다.

“…초힘?”

‘초힘이 뭐지?’

힘이면 힘이지, 초힘은 또 무엇이란 말인가?

처음보는 단어에 별 이상한 말도 다 있다고 생각하면서도 태운의 표정은 살짝 고양되어 있었다.

‘그냥 힘보다 더 쎈 초특급 힘이라는 걸까? 사이어인보다 초사이어인이 더 센 것처럼?’

톡톡 토독―

태운은 곧바로 핸드폰으로 단어의 뜻을 검색해보았다.

[초힘―SUPER FORCE]

―태초의 힘으로 모든 힘의 근본이자 근원. 빅뱅 이후 중력, 전자기력, 약력, 강력이라는 4가지의 힘으로 분리되었다.

“……!!!”

검색 결과를 본 태운의 입이 쩍하고 벌어졌다.

‘이, 이거…….’

태운의 눈동자가 심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두 번째 유니크형이 된 것 같았으니까.

* * *

토옥 ―

납골당 한켠에 놓여진 위패.

그리고 한 청년이 위패 위에 하얀 국화 한 송이를 내려다 놓았다.

“…엄마.”

태운은 가만히 위패를 쓸어내리며 겨우 한 마디를 내뱉었다.

평생 고생만 하시다 가버리신 어머니였다. 그리고 이 얄궂은 능력은 소중한 걸 모두 떠나보내고 나서야 주어졌다.

“…나, 좋은, 헌터가, 될, 게.”

행여나 울음이 터지지는 않을까, 태운은 차오르는 눈물을 꾹꾹 참으며 한 글자 한 글자 천천히 말을 뱉어냈다.

“후우…….”

한 차례 심호흡하는 태운. 그러더니 이내 씨익 미소를 지어 보였다.

“돈이 아니라, 도의를 다하는 그런 훌륭한… 헌터가 될게. 나 헌터 협회에 들어가려고. 나 각성한 능력도 좋은 것 같아. 심지어 너무 좋아서 숨겨야 할 판이라니까? 엄마도 알지? 나 사실 주목받는 거 싫어하는 거. 챔피언 된다는 애가 주목받는 걸 싫어하면 어쩌냐고 엄마가 맨날 뭐라 그랬었잖아. 큭큭… 뭐, 다행히 아무도 격투기에 관심을 안 가져서 내가 바라는 대로 돼버렸지만…….”

아무도 없는 납골당.

그곳에서 태운은 그렇게 한참 동안이나 위패 앞에서 어머니와 대화를 이어나갔다.

잠시 뒤,

넙죽.

위패 앞에 두 번 절을 올린 태운은 바로 위에 있는 아버지의 위패를 천천히 올려다보았다.

“…아버지.”

울컥.

예전 생각들이 떠오르며 다시 한번 쏟아지려는 눈물을 참아낸 태운은 이글거리는 눈빛으로 아버지의 위패를 쳐다보았다.

“죄송해요. 제가… 엄마를 못 지켰어요. 그 대신 꼭 엄마 복수는 할 거니까 걱정 마세요.”

부르르 ―

주먹을 꽉 쥔 태운의 팔이 부들부들 떨렸다.

“이제 아들한테 맡기시고, 두 분은 하늘에서 행복하세요.”

주르륵 ―

세상에 홀로 남겨진 태운의 볼 위로 결국 참았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또 올게요.”

저벅저벅.

재빨리 납골당을 나서는 태운.

투둑 ―

그의 발밑으로 닭똥 같은 눈물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끄윽…….”

한번 터져버린 눈물은 좀처럼 주체할 수가 없었다.

외로운 챔피언의 단단한 어깨가 안쓰럽게 흔들리고 있었다.

* * *

다음 날.

태운은 곧바로 헌터사관학교에 입학 신청을 했다. 어차피 회사에 사직서도 제출한데다가 이제 와서 할 일도 없었기 때문이다.

하지만,

―아… 바로 입학은 힘드세요.

―네?

―매년 3월에 입학식이 있거든요. 그래서 입학식 이후에 각성하신 분들은 그다음 해에 입학하시면 되세요.

타이밍이 맞지 않았다.

“입학까지 거의 일 년 정도 남은 건가……?”

매년 초 이루어지는 입학이었기에 아쉽게도 바로 입학할 수는 없었다. 지금은 4월이었으니 입학인 3월까지는 거의 1년 정도 남은 것이다.

“흠…….”

집으로 돌아온 태운은 눈앞에 놓인 여러 권의 책들을 바라보았다.

입학처에서 나누어준 책들이었다.

―마력 확인되셨구요. 입학 기다리면서 예습하시는 걸 추천드려요. 여기 교과서 전부 미리 드릴 테니까요. 내년 3월 1일이 입학식이고, 입학식 며칠 전에 연락이 갈 거예요. 더 궁금하신 점은?

―어… 그래도 마력이 생겼는데 특별히 주의사항 같은 건 없나요?

―아, 학교에서 정식으로 배우시기 전에는 마력 사용은커녕 딱히 느끼지도 못하실걸요? 독학으로 하려면 최소 느끼시는 데에만 2년은 걸리세요. 그러니까 걱정 말고 그냥 이론 공부하시면서 기다리세요.

‘독학으로 하면 2년이나 걸린다고?’

태운은 손을 뻗어 손바닥을 하늘을 향했다.

우웅 ―

흐릿한 무언가가 태운의 손바닥 위에 잠시 나타났다가 사라졌다.

‘난 바로 되는데?’

태운은 자신이 여러모로 규격 외임을 깨달았다.

* * *

1년은 쏜살같이 지나갔다.

입학식을 일주일 앞둔 어느 날.

23살이 된 태운은 오늘도 어김없이 인근에 있는 산속에서 수련에 임하고 있었다.

“후읍… 푸우… 후읍… 후우…….”

마치 무협지에 나오는 무인처럼 넓적한 바위 위에 앉아 가부좌를 튼 채 명상을 하고 있는 태운.

그는 지금 책에서 예습한 마력 호흡을 반복하고 있었다.

‘마력을 각성한 헌터가 마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단 2가지.’

태운은 규칙적으로 호흡을 계속하며 책에서 봤던 내용들을 떠올렸다.

‘바로 마력호흡과 몬스터 사냥.’

몬스터 사냥을 위해선 헌터증이 필요한데, 헌터증은 헌터사관학교를 수료해야 발급되기 때문에 현재 태운이 마력을 늘릴 수 있는 방법은 마력호흡 밖에 없었다.

‘몬스터 사냥에 비하면 효율이 많이 떨어져 사관생도 시절 외에는 거의 안 한다던데…….’

태운은 그 사실에 의아함을 감출 수 없었다.

‘난 마력호흡도 이렇게 잘 오르는데?’

[마력이 1 오릅니다.]

[마력이 1 오릅니다.]

[마력이 1 오릅니다.]

[마력이 1 오릅니다.]

[마력이 1 오릅니다.]

마력호흡을 시작한 지 1시간 만에 마력 수치가 5나 올랐던 것이다.

‘나는 확실히 특이한 케이스인 것 같긴 해.’

각성하자마자 마력을 사용할 수 있는 것에 그치지 않았던 태운의 능력.

태운의 특이점은 단지 마력 운용에만 그치지 않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