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화. 수련이 너무 잘 됨
처음 마력호흡을 연습했을 때, 책의 설명과는 다르게 마력이 오르는 속도가 생각보다 빨라 다소 놀랐던 적이 있었다.
책의 설명이 잘못된 것은 아닐까 싶어 인터넷으로 찾아보았지만,
{사관생도 질문 드립니다.}
―왜 헌터 선배님들은 졸업 이후 마력호흡을 잘 안 하시나요? 던전 안 들어갈 땐 마력호흡하면 되잖아요?
ㄴ 몇 시간 동안 주구장창 앉아서 후읍 푸우 ㅇㅈㄹ하고 있어야 하는데 너 같으면 하겠냐? 심지어 단위 시간 안 지키면 리셋되는 걸 ㅋㅋㅋㄴ 마력호흡 일주일 하는 것보다 던전 한두 번 들어가는 게 더 이득이니까요.
ㄴ 마력호흡할 시간에 차라리 쉬는 게 더 낫죠. 헌터도 사람인데 던전 돌고 나오면 할 거 해야죠?
ㄴ 나중에 등급 오르시면 던전 돌 때마다 마력 수치가 위아래로 10~20씩, 심하면 100단위로 요동쳐요. 하루에 6시간 마력호흡해서 겨우 2 올려봐야 한순간에 날아갈 수도 있는데 하고 싶은 마음이 들겠어요?
ㄴ 던전 안 들어가고 마력호흡할 바엔 차라리 운동을 하겠다.
마력 수치 1을 올리는 데에 필요한 단위 시간이 3시간이라는 일반적인 정보만을 얻을 수 있었다.
‘마력 1이 오르는 데 3시간이나 걸린다고?’
정보를 확인한 태운은 놀라움을 감출 수가 없었다.
태운은 처음 마력호흡을 했을 때도 1시간 만에 마력 수치를 3이나 올릴 수 있었으니까.
즉, 태운은 남들의 수 배의 효율로 마력호흡을 할 수 있다는 말이었다.
‘왜 나만 다르지?’
그 이유를 찾기 위해 태운은 마력호흡 방법에 대해 적혀 있는 부분을 집중적으로 파고들어 자신이 했던 마력호흡과의 차이를 비교해보았다.
[마력호흡]
―마력을 신체 내부에서 순환시키며 들숨과 날숨을 반복한다. 마력은 미약하게나마 서로 끌어당기는 성질을 가지고 있기 때문에 지구의 마력이라고 할 수 있는 자연지기가 자연히 호흡을 통해 끌려들어 오게 된다. 이때 폐 안으로 들어온 기운의 일정 비율만이 체내의 마력과 동조하여 신체 내부 마력으로 치환된다. 그러나 치환이 이루어지는 데에는 시간이 걸리므로 천천히 호흡하는 것이 중요하다. 자연지기를 많이 흡수하겠다고 호흡을 빨리하게 되면 남는 마력 하나 없이 들어온 그대로 모조리 허공으로 흩어질 것이다.
요약하자면 마력호흡의 방식은 간단했다.
첫째, 마력을 내부로 돌리며 호흡할 것.
둘째, 최대한 많은 기운을 들이마실 것.
셋째, 최대한 많은 치환을 위해 천천히 호흡할 것.
‘변수가 생길 수 있는 부분은 두 번째와 세 번째뿐.’
이러한 추론을 토대로 태운은 자신의 폐활량이 남다르다는 것과 호흡의 속도도 남들보다 훨씬 천천히 했음을 알 수 있었다.
하지만,
‘아니, 이 정도는 누구나 추론하고 해낼 수 있는 거 아닌가?’
단순히 이 2가지 이유 때문에 자신의 마력 효율성이 몇 배로 뛰었다면, 다른 이들도 이미 해내고 있어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무리 태운이 격투기 선수였더라고 하더라도 같은 사람인데 폐활량이 차이나 봐야 얼마나 차이가 나겠는가?
한동안 고민하던 태운.
‘…에이, 몰라.’
태운은 고민은 나중으로 미뤄두기로 했다. 아직 사관학교에 입학도 못 한 자신이 혼자 고민해봐야 알 수 있을 리 없을 테니까.
그렇게 그저 마력호흡을 반복하고 또 반복하며 연습한 태운은, 처음에 시간당 3정도 오르던 것을 단 1년 만에 시간당 5나 올릴 수 있는 지금의 경지에 이르게 된 것이었다.
“후!”
스륵 ―
마력호흡을 마무리하고 눈을 뜬 태운의 안구에 맑은 마력 한 무리가 잠시 빛나다가 이내 사라졌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
마력 : 4387
지난 4월부터 매일 두세 시간씩 마력호흡을 단련한 결과가 눈앞에 떠올랐다.
‘이왕이면 게임처럼 다른 것도 표시해주면 좋으련만.’
모든 헌터의 공통 능력이기도 한 이 상태창은 아쉽게도 고유능력과 마력 수치만을 보여주었다.
‘그래도 이게 어디야.’
일부나마 자신의 수준을 정확히 파악할 수 있다는 건 좋은 일이었으니까. 게다가 태운은 작년과는 다르게 능력 1차 각성을 끝마친 상태였다.
능력의 각성이란?
모든 헌터들이 거치는 과정으로, 일정 마력 수치에 도달하면 각성이 이루어졌다. 고유능력의 유형별로 각성의 내용은 모두 달랐지만, 각성이 이루어지는 지점은 모두 동일했다.
1차 각성은 1,000.
2차 각성은 5,000.
3차 각성은 30,000.
4차 각성은 50,000.
특히 4차 각성에 도달한 자들은 EX급 헌터, 또 다른 말로 세계급 헌터라고도 불리며 전 세계의 단 10명만이 이 단계에 도달할 만큼 드물고도 드높은 경지였다.
태운의 현재 마력 수치는 4687이므로 곧 2차 각성을 노려볼 수도 있는 위치였다.
‘입학 전에 2차까지 각성하고 가면 좋을 텐데…….’
이미 자신이 유니크형이라는 사실은 숨기기로 작정했던 태운이었다.
5년 전, 아니 이제는 6년 전 최초로 유니크형이 되었던 그녀처럼 연예인이라도 된 것마냥 일거수일투족이 보도되는 건 사양이었으니까.
자신의 힘에 대해 조사해본 결과, 전자기력을 제외한 다른 힘들은 모두 눈에 보이지 않는 무형의 힘이니 잘만 하면 자연 계열이라고 속여 넘길 수도 있을 터였다.
상태창을 닫으며 생각을 가다듬은 태운은 천천히 몸을 풀더니 이내 손발을 휘두르기 시작했다.
휘익! 슈슉! 후웅! 팡!
태운의 주먹과 발이 뻗어질 때마다 주위의 공기가 거칠게 흔들리며 바닥에 있던 먼지들이 일어나기 시작했다.
“후읍!”
있는 힘을 다해 내지른 주먹.
콰직!
몇백 년은 되어 보이는 듯한 고목의 몸통이 단번에 안쪽으로 함몰되었다.
“후우! 후우!”
거친 숨을 내뱉는 태운.
태운은 살짝 욱신거리는 주먹을 바라보며 씨익 미소 지었다.
“좋아.”
무려 마력을 사용하지도 않은 상태에서 이뤄낸 결과.
그동안의 힘들었던 수련의 성과가 슬슬 그 모습을 드러내고 있었다.
* * *
“흡!”
위로 올라가며 일자로 뻗어진 다리.
“핫!”
태운은 겉보기에도 어마어마해 보이는 거대한 바위를 무모하게도 발뒤꿈치로 찍어 내렸다.
쾅!
“끄읍!”
어마어마한 통증이 몰려들었지만, 태운은 이를 악물며 고통을 견뎌냈다.
‘처음에 비하면 이 정도야!’
앞으로는 몬스터들, 그리고 어쩌면 몬스터들보다 더 다루기 힘든 헌터들을 상대해야 할 터였다.
그게 바로 체육관이 아니라 산으로 단련장소를 정한 이유였다. 샌드백보다는 나무나 바위를 치는 것이 훨씬 더 도움이 될 테니까.
프스스 ―
옅게 피어올랐던 먼지가 가라앉으며 쩍 갈라진 바윗덩어리가 모습을 드러냈다.
“됐어!”
태운은 주먹을 꽉 쥐며 소리쳤다.
욱신.
발이 욱신거리긴 했지만 아마 괜찮을 것이다.
이미 격투기 선수 시절부터 이런 수련을 하다가 손과 발에 한 번씩 금이 간 적이 있었기 때문에 어느 정도로 해야 뼈가 괜찮은지 아닌지 감각적으로 파악할 수 있었으니까.
“후우!”
착 ―
한 차례 숨을 고른 태운은 휴식도 없이 곧바로 엎드리며 팔굽혀펴기 동작을 취했다.
[중력 조작 ― 3G]
그그긍 ―
고유능력 ‘초힘’ 중 첫 번째 능력인 중력이 태운의 몸에 작용하며 순식간에 온몸에 어마어마한 부하가 걸렸다.
“흐읍!”
부들부들.
팔이 마구 떨려왔지만, 태운은 이를 악물고 팔굽혀펴기를 시작했다.
“하나… 둘… 마흔아홉… 쉰!”
콰앙!
태운의 몸이 엎드린 자세 그대로 쓰러지며 커다란 소리를 냈다.
“커헉……!”
가슴으로 엎어진 태운은 부지불식간에 가해진 충격에 헛숨을 토해냈다.
“아오…….”
태운은 쓰러지기 전 중력 조작을 해제하지 않은 방금의 자신을 원망하며 곧바로 중력을 해제했다.
슈욱 ―
“허억… 허억…….”
평상시 우리의 몸에 작용하는 중력의 크기는 1G.
그 중력을 3배로 조작했으니 80kg 정도인 태운은 160kg의 무게를 온몸에 실은 채 운동한 것과 동일했다.
실로 어마어마한 운동 강도가 아닐 수 없었다.
‘아직은 3배가 한계인가…….’
현재 태운이 증폭시킬 수 있는 중력의 한계는 4.6배.
마력 수치 100당 0.1배씩 증가시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최대로 하면 1분 만에 마력이 다 거덜 나겠지만 말이지.’
태운은 고유능력 중 하나인 중력을 자신의 수련 도구(?)로 이용하며 나날이 강해지고 있었다.
“후우…….”
태운은 몸을 뒤집어 하늘을 바라보고 누웠다.
“좀만 기다려라…….”
꽈악 ―
태운의 주먹이 허공을 움켜쥐었다.
‘정원준……!’
하늘 위에서 흘러가는 구름 하나가 어느새 원수의 얼굴로 바뀌어 가고 있었다.
으득 ―
구름을 바라보는 태운의 눈빛이 활활 불타오르고 있었다.
* * *
어느덧 다가온 헌터사관학교 입학식 당일.
주섬주섬.
태운은 짐을 싸고 있었다.
‘여기도 마지막인가.’
커다란 짐가방 2개, 그리고 메는 가방 하나. 나머지 다른 가구들은 모두 처분했다.
헌터사관학교는 기숙학교였으니까.
앞으로 2년간은 사회로 나오기도 힘들 터였다.
“…….”
텅 빈 집을 바라보는 태운은 어쩐지 이상한 기분에 괜히 명치를 한번 쓰다듬었다.
가구는 모조리 처분했다지만, 집을 싹 비워냈음에도 겨우 가방 3개에 모든 짐이 들어갈 정도로 별것 없던 태운의 집.
단출하게 어머니와 함께 살아가던 예전의 나날들이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다시 새롭게 시작하는 거야.’
태운은 마지막으로 텅 빈 집안을 둘러보며 그렇게 다짐했다.
아버지를 잃고, 꿈을 잃었을 때처럼.
지금 이 힘든 시기도 버티다 보면 다 지나갈 테니까.
언젠가, 그땐 그랬었노라고 추억할 수 있을 테니까.
끼익 ―
정들었던, 하지만 그만큼 아파했던 집을 떠나는 태운의 표정은 사뭇 결연해져 있었다.
* * *
북한산 앞에 위치한 헌터사관학교.
와글와글.
입학식 당일 많은 인파가 몰렸다.
‘뭐지……?’
요 며칠간 수련의 마무리와 짐 정리를 하느라고 정신이 없었던 태운은 왜 이렇게 많은 인파가 몰렸는지 영문을 알 수 없었다.
현대 사회에서 헌터가 탄생하는 것이 드문 일이기는 해도 이제는 꽤나 익숙해진 일이었으니까.
하지만, 단 한 번 인파가 몰린 적이 있었다.
그건 바로 지금으로부터 6년 전, 유니크형의 능력을 가진 헌터가 나타났을 때였다.
“왔다!”
“찍어! 두 번째 유니크형 각성자다!”
여기저기 터지는 플래쉬 세례에 학교 입구로 들어가려던 태운까지 봉변을 당했다.
알고 보니 몰린 인파의 대부분은 기자들이었던 것이다.
‘드, 들킨 건가?’
어떻게 알았을까? 누구에게도 말한 적 없고 남들 앞에서는 능력을 사용한 적도 없었는데.
난감해진 태운은 입술을 지그시 깨물었다.
‘하아… 앞으로 얼마나 시달려야 할지… 푸흡… 이렇게 입구컷을 당하네?’
속으로 자조적인 웃음을 흘리던 태운이 어쩔 수 없이 입을 떼려는 찰나,
“한마디만 해주세요! 유강천 씨!”
‘유강천?’
자세히 둘러보니 카메라들의 각도가 미세하게 틀어진 채 다른 사람을 찍고 있었다.
스윽 ―
태운은 최대한 자연스럽게 뒤를 돌아보았다.
“…….”
그의 뒤에는 한 남자가 석상처럼 딱딱하게 굳은 표정을 하고 서 있었다.
“헌터사관학교에 입학하시는 소감이 어떠십니까!”
“한 말씀만 해주세요!”
“전 세계 두 번째 유니크형 헌터로 각성했는데 기분이 어떠신지?”
쏟아지는 플래쉬와 질문 세례.
태운은 슬쩍 자리를 피하며 굳은 표정의 남자를 안쓰러운 눈빛으로 바라보았다.
‘…엄청 피곤하겠다.’
태운은 새삼 다시 한번 자신의 능력을 숨기기로 결정한 것을 참 잘했다고 생각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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