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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6화 (6/300)

6화. 학교가 은근 재밌음

10살이 조금 넘어 보이는 그 아이는 3반의 막내였다.

아직 2차 성징이 오지 않은 듯 약간 볼살이 있고 귀엽게 생겨 같은 반 여자 사관생들의 인기를 독차지하고 있었다.

“누나… 나 힘들어!”

“꺄! 귀여워!”

그 녀석의 말 한마디면 누나들은 전부 오구오구 하는 표정을 지으며 웬만한 부탁은 모두 들어주었다. 남자아이는 그 사실을 이미 알고 있는 듯, 자기 옆에 앉아있는 한 누나에게 칭얼대기 시작했다.

‘저 영악한 새끼 봐라…….’

마력호흡을 하며 한쪽 눈을 살며시 뜬 태운은 자기 앞줄에 앉아 옆자리 여인에게 칭얼대는 꼬마의 모습을 구경하고 있었다.

‘알 건 다 아는 것 같은데?’

육체적으로 2차 성징이 아직 오지 않았을 뿐, 알 건 다 아는 것이 분명했다.

그렇지 않고서야,

“하악… 하악…….”

아무것도 모르는 꼬마 남자애가 예쁜 누나를 봤다고 저렇게 숨이 거칠어질 리가 없지 않은가!

태운은 요 며칠 누나들의 사랑을 독차지하며 수업 쉬는 시간마다 누나들에게 안겨있는 꼬마의 모습을 지켜보았다. 이 영악한 놈은 언제나 당연한 듯이 누나들의 품에 안겨 가슴팍에 얼굴을 묻으며 귀여운 척 표정을 짓고 있었다.

‘그래도 내 눈은 못 속이지.’

마력으로 안력을 살짝 강화시킨 태운의 눈에는 이 꼬마 놈의 바지춤이 종종 아주 미세하게 들썩들썩하는 것이 보였다.

‘…저 새끼 초딩 아니야.’

태운은 그렇게 확신했다.

모종의 이유로 인해 신체 발달이 늦어서 작아 보일 뿐, 분명 저 몸뚱이 안의 정신은 최소 중학생 정도일 것이라고.

‘고등학생이면 소름인데.’

어쨌든 이 작은 꼬마 사기꾼은 오늘도 어김없이 자신의 옆자리에 가부좌를 틀고 앉은 여인에게 칭얼대고 있었다.

그러나 그 여인은,

‘유일하게 저 꼬마… 아니, 사기꾼에게 관심을 주지 않는 사람.’

3반 여자들의 인원수는 총 11명.

그중 외모로만 따지면 지금 저 여인이 압도적인 원 탑이었다.

‘연예인 저리 가라 할 정도지.’

태운은 그 여인과 꼬마 놈을 가만히 지켜보았다.

꼬마가 어떻게 저 여인에게 들이댈 것이며 저 여인은 또 어떻게 저 꼬마에게 철벽을 칠 것인지 궁금해졌으니까.

대부분의 남자 생도들을 비롯해 특히 저 꼬마 놈이 첫날부터 저 여인에게 계속 눈길을 주고 있는 걸 눈치채고 있었던 태운이었다.

피식 ―

‘학교 생활 재미없을 줄 알았는데, 별게 다 흥미를 끄네.’

이미 마력호흡이 익숙해질 대로 익숙해진 태운은 다른 곳에 신경 쓰면서도 남들의 3~4배의 효율로 마력을 얻을 수 있었기에 부담 없이 꼬마 놈의 행동들을 관찰할 수 있었다.

꼬마 놈을 여인들에게서 떨어뜨려 놓을 수도 있겠지만,

‘뭐 그럴 것까지야.’

녀석이 딱히 범죄를 저지른 것도 아니고 여자들은 오히려 귀엽다며 좋다고 저 녀석을 안아댔으니까.

저놈이 외관보다 나이가 많다는 것은 태운의 심증이었을 뿐이니 나서기도 애매했다.

바지가 움직였던 건… 음, 조금 조숙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 않은가?

그때,

“누나, 힝 나 힘들어. 잠깐 누나 무릎에 누워도 돼?”

‘미친.’

저렇게 직설적으로 들이댈 줄이야.

태운은 갑자기 들어온 녀석의 직구에 잠깐 흔들릴뻔한 호흡을 가다듬으며 빠르게 진정시켰다. 여성의 뒤통수를 바라보는 그의 눈빛이 흥미롭다는 듯이 반짝이고 있었다.

‘어떻게 나오려나?’

며칠간 같은 반 사람들의 특성을 대강이나마 파악한 결과, 지금 태운의 앞줄에 앉은 저 여자는 굉장히 무뚝뚝하고 말이 없었다.

지인이 없어서 그런 것일 수도 있겠지만, 그냥 사람이 원체 그런 듯했다. 굉장히 아름다운 미모였지만 좋게 말하면 도도한, 나쁘게 말하면 굉장히 차가워 보이는 인상이기도 했다.

귀엽게 생겼지만 뭔가 음흉하고 뻔뻔한 듯한 꼬마와 아름답지만 무뚝뚝하고 차가운 여인의 대결. 태운은 그저 지금 이 순간, 팝콘이 없는 것이 아쉬울 따름이었다.

그때,

스윽 ―

눈을 감고 마력을 느끼려고 집중력을 끌어올리던 여인이 옆으로 고개를 돌리며 꼬마를 쳐다보았다.

“헉!”

꿀꺽.

여인의 아름다운 눈이 정면으로 자신을 향하자, 꼬마 놈은 상당히 놀랐는지 몸까지 떨어가며 침을 꿀꺽 삼켰다.

‘미친 졸라 오지게 이뻐!’

헤 ―

꼬마 놈의 입이 서서히 벌어지기 시작했다. 녀석은 이미 그녀의 외모에 홀려 자신이 어떤 표정을 짓고 있는지도 모르는 듯했다.

‘끝났네.’

태운은 속으로 피식 웃음을 흘리며 슬쩍 다시 눈을 감았다.

아니나 다를까,

“꺼져.”

여인은 단 한마디를 내뱉고는 다시 고개를 돌려 눈을 감아버렸다.

* * *

나 이호진.

어려서부터 항상 신체 발달이 늦었다. 초등학교에 입학할 때는 겨우 5살 아이 정도의 키였고, 중학교에 입학할 때 즈음엔 겨우 130을 찍는 게 고작이었다.

이제 내 나이 17살.

원래라면 올해 고등학교에 갔어야 했지만, 마력감염증에 휘말리는 바람에 겨우 살아나 이곳에 오게 되었다.

사관학교가 무섭지는 않으냐고?

무슨 소리!

특히 나한테는 이보다 더한 천국이 있을 리 없을 정도였다.

같은 반의 누나들, 혹은 조금 성숙한 또래 여자아이들이 나를 초등학교 저학년으로 보며 귀여워해 주었으니까.

분명 입학서류를 작성할 때 나이는 제대로 적은 것 같은데… 교관들도 내가 정확히 몇 살인지는 잘 모르는 눈치다.

하긴, 교관들이라고 해봐야 끽해야 D급 헌터들.

성장가능성이 없다고 여겨져 길드에서는 외면당한 주제에 일이 많아 바쁜데다가 박봉인 협회에서는 일하기 싫은 이른바 ‘백수 헌터’들이다.

사관생들에 대해 크게 관심을 가질 리가 없지.

교관들은 그들의 입장에서 그저 기초 지식에 불과한 간단한 것들을 대단한 것마냥 알려주고 얼른 퇴근이나 하고 싶은 마음뿐일 것이다.

덕분에 나는 자연스럽게 3반의 막내가 되었다. 보아하니 16살짜리 남자애 하나랑 여자애 하나가 있는 것 같은데 뭐 어쩌겠어?

막내 자리를 뺏은 것 같아 쬐끔 미안하긴 하지만…….

어쨌든 이렇게 된 거 나는 나의 17년의 설움을 여기서 풀고 갈 것이다. 예쁜 여자들 사이에서 꼬마인 척 앵기고 부빌 거란 소리지.

최근 일주일 동안 3반 여자들 품에는 거의 전부 안겨보았다. 아줌마도 한 명 있었지만… 흠, 조금 힘들긴 했어도 다른 예쁜 누나들 품에 안길 걸 생각하고 꾹 참아냈다.

하지만,

“후우… 후읍… 후우…….”

내 옆에 앉아 마력호흡을 연습하고 있는 이 누나.

아니, 단순한 누나가 아니다. 잠시 지상에 강림하신 여신님이 분명하다. 살면서 이렇게까지 예쁜 사람은 처음 봤으니까.

솔직히 3반 여자들의 외모는 상당한 수준이다. 연예인 뺨칠 정도로 예쁜 누나도 분명히 있었다.

하지만 외모는 언제나 상대적인 것.

지금 이 여신님에 비하면 다른 여자들은 전부 오징어, 말미잘, 해삼, 멍게 수준이다.

‘이 사람한테 안겨야 하는데…….’

바지 속의 작은 내 친구가 계속 움찔거린다.

‘아직 아니야. 참아!’

누나를 흘긋 바라보았다.

하필이면 3반에서 제일 예쁜, 아니 아마도 세상에서 제일 예쁜 이 누나만이 나의 이 귀여움에 반응하지 않고 있다.

‘설마 내 나이를 알고 있는 건가?’

아니, 그럴 리 없다. 내 나이는 입학서류를 받았던 접수원밖에 모를 테니까.

애초에 학교에 들어와서 내 나이를 언급해본 적도 없고, 학생증은 이미 캐리어 구석 주머니에 완전히 숨겨둔 지 오래니까.

‘아마 부끄러움을 타는 게 아닐까?’

그래, 그게 아니면 말이 안 된다. 나는 실제 초등학교 저학년 애들과 비교해봐도 더 귀여운 외모를 가지고 있으니까.

‘나를 안지 않고 얼마나 버티겠어?’

귀여움은 인간의 마음을 무너뜨릴 수 있는 가장 강력한 무기. 속으로는 아마 근질근질해서 미치고 있을 거다.

‘훗… 부끄러워하긴! 내가 도와줄게요, 여신님!’

가부좌를 오래 틀고 앉아있었더니 다리도 점점 아파온다. 교관들이 다른 쪽으로 간 걸 확인한 뒤, 나는 행동을 개시했다.

“아… 힘들다, 힘들어어…….”

슬쩍.

누나를 살짝 바라보았지만, 여전히 요지부동. 눈을 감은 채 미동조차 하지 않고 있다.

‘좀 더 적극적으로 해야 하나?’

좋아, 부끄러움 많은 여신님. 내가 좀 더 적극적으로 해줄게.

“누나. 힝, 나 힘들어. 잠깐 누나 무릎에 누워도 돼?”

볼에 살짝 바람을 넣고 초롱초롱한 눈으로 나의 여신님을 바라보았다.

‘자! 나를 쓰다듬어주시죠!’

나는 승리를 확신했다.

어지간한 새끼강아지보다도 더한 귀여움의 오라가 나를 휘감는 것이 느껴지고 있으니까.

싸이코패스가 아니고서야 이렇게 귀여운 아이의 부탁을 들어주지 않을 리…….

“꺼져.”

…있네?

* * *

“푸흡! 크흠…….”

‘위험했다.’

태운은 호흡을 멈추고 잠시 입술을 꽉 깨물었다.

여인의 너무나도 단호한 대답과 벙찐 꼬마 놈의 표정에 하마터면 육성으로 터질 뻔했으니까.

‘집중집중… 강해지는 것에 집중하자…….’

항상 힘들게 앞으로만 나아가며 살던 내 인생에 오랜만에 재밌는 일이 생겨서 그런 것일까.

꼬마 놈의 추태가 더욱 재밌어 보였다.

‘나도 참 재미없게 살았구나.’

이 정도 일 가지고 재밌어하다니.

휙휙 ―

태운은 고개를 털어내며 잡념을 떨쳐냈다.

‘집중하자… 최대한 마력을 올리는 거야.’

1시간에 무려 5라는 마력 수치를 올릴 수 있게 된 태운은 벌써 몇 달째 이 정도 속도에 머무르고 있었다.

사실 헌터들이 아무리 노력해봐야 3시간에 1, 정말 가끔씩 2정도 오르는 게 한계라는 걸 생각해본다면 ‘벌써 몇 달째 이 정도 속도’라는 표현은 결코 나올 수 없었다.

하지만,

‘부족해.’

태운의 욕심은 끝이 없었다.

‘일단 목표는 1시간에 6.’

10분에 1씩 올리겠다니. 헌터학계에서 들으면 미친놈이라고 욕을 한 바가지는 얻어먹을 만한 소리였다.

그때,

띵딩 띵딩 띵 띵띠디디디딩~

정겨운 종소리가 울리며 교관 지도 시간이 끝이 났다.

“전원 식당으로 가서 저녁 식사 실시합니다. 이후에는 자유 시간입니다.”

우다다다다 ―

교관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사관생들은 식당으로 달려가기 시작했다.

“후우…….”

마력호흡을 갈무리한 태운은 천천히 눈을 뜨며 막 자리에서 일어서려다,

‘응?’

자신의 앞에 멍하니 앉아있는 작은 사기꾼을 발견했다.

(시X시X시X시X시X시X…….)

고개를 살짝 숙인 채 입 모양으로 계속해서 욕설을 내뱉고 있는 사기꾼.

터엉 ―

그리고 그의 옆자리에 앉아있던 여인은 이미 자리를 뜨고 없었다.

피식 ―

그 한심한 모습에 태운은 자신도 모르게 실소를 흘렸다.

* * *

한 달은 쏜살같이 흘러갔다.

태운은 그때까지도 딱히 친해진 사람 하나 없이 여전히 혼자였다.

‘사람 사귀는 게 쉽지 않네.’

맨날 격투기 훈련만 하고 코치랑만 붙어 다니면서 대회만 주구장창 나가댔으니 대인 관계가 서툴 만도 했다.

더군다나 태운의 외모는 잘생겼지만 조금 세 보이는 면이 있었기에 사람들이 먼저 다가오는 일도 잘 없었다.

그렇다고 태운의 성격이 대인 관계에 있어서 적극적인 편도 아니었고.

‘언젠가 어떻게든 되겠지 뭐. 그나저나…….’

태운은 가만히 상태창을 불러냈다.

‘드디어 달성했어.’

전과는 달라진 상태창이 태운의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씨익 ―

태운의 입가에 만족스러운 듯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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