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4화 (14/300)

14화. 생도가 너무 재수 없음

“큭!”

데구르르 ―

강천은 놈들의 공격을 피해 재빨리 바닥을 굴렀다.

그리고,

파앗 ― !

곧바로 경직되지 않은 발로 튕기듯이 일어나며 자신의 앞에 있던 흰개미의 목을 잘라냈다.

덜렁.

깨끗이 자르지 못했는지 거의 떨어질 듯하면서도 몸뚱이에 매달려있는 흰개미 머리.

빙글 ―

강천은 하단 돌려차기로 녀석을 마무리했다.

쾅!

수박만 한 개미의 머리통이 다른 개미에게 날아가 부딪혔다.

“키에엑!”

“후!”

강천은 들어올린 다리를 접었다 폈다하며 재빨리 경직된 근육을 풀어냈다.

‘하마터면 큰일 날 뻔했네.’

강천은 식은땀을 닦아내며 다시 자세를 잡았다.

[마력이 36 오릅니다.]

씨익 ―

눈앞에 떠오른 메시지를 확인한 강천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던전에 입장하기 전 강천의 마력 수치는 242. 단 한 마리를 잡았을 뿐인데 마력이 36이나 올랐다.

철민에게 듣기로 이 녀석들의 마력 평균은 300 중후반대였다.

‘진짜 10%가 오르네?’

자신의 마력 수치를 기준으로 위아래 10% 수치 내의 몬스터는 10 전후로 일정하게 마력수치가 오르고, 10% 넘게 차이가 날 경우엔 해당 몬스터의 마력 수치의 10%를 얻을 수 있다는 게 사실인 듯했다.

단번에 마력 호흡 약 100시간에 달하는 마력을 얻은 강천의 표정이 환해졌다.

‘이러니 졸업하면 마력호흡을 안 하지!’

사삭! 콰슉!

금세 익숙해졌는지 흰개미 떼들을 학살하기 시작하는 강천.

상급생 4명은 그의 뒷모습을 멍하니 바라보고만 있었다.

“쟤는 긴장도 안 되나…….”

“맞다, 강천 오빠도 괴물이었지?”

그러자 철민이 버럭 소리쳤다.

“너희들은 뭐해! 저기 몰려오는 거 안 막아? 권태운! 너는 뭐 장비도 안 끼겠다고 큰소리치더니 지금 여기서 뭐 하는…….”

“네?”

투둑.

옆에 서 있는 4명에게 뭐라고 하다가 태운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방향인 위쪽을 올려다본 철민은 말을 잇지 못했다.

태운은 어느새 토굴의 천장에 구멍을 내고 위로 올라간 상태였으니까.

주륵 ―

구멍을 내려다보는 그의 발치에서는 개미들의 체액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아, 아니다.”

순간, 말문이 막힌 철민은 태운을 향해 손을 내저었다.

“하아… 재수 없어.”

철민의 마음 한켠에 있던 맨몸으로 입장한 태운에 대한 걱정이 말끔히 사라졌다.

역시 잘난 놈들은 걱정할 필요가 없었다.

* * *

‘던전에 혼자 들어가게 해주면 더 좋을 텐데. 그리고 이왕이면 난이도도 한 C급으로…….’

태운은 자신에게 손을 휘휘 내젓는 철민을 내려다보며 한번 담판을 지어봐야겠다고 생각했다.

“…….”

어느새 태운을 포위한 흰개미들이 턱을 벌린 채 입으로 무언가를 쏴대고 있었다.

하지만,

“대체 너희들 뭐 하는 거냐?”

빠각!

태운은 몸을 낮춘 채 자신에게 저주파를 쏘고 있는 흰개미를 간단하게 싸커킥으로 머리통을 날려버렸다.

5,000이 넘는 마력을 지닌 태운에게 300대 마력의 개미의 저주파는 전혀 효과가 없었던 것이다.

‘아무도 없는 거 맞지?’

태운은 자신이 뛰어 올라온 구멍을 흘깃 바라보았다.

어느새 철민은 다른 5명을 살펴보느라 정신없는 상태.

자신과는 다르게 다른 이들은 생초짜나 다름없었으니 아무리 철민이라도 보이지 않는 이곳까지 신경 쓰기는 힘들어 보였다.

그리고 그건 태운에게 절호의 기회나 다름없었다.

“어디 기술 좀 시험해볼까.”

파지직!

태운의 몸에서 금빛 번개가 튀어 올랐다.

“음… 이렇게?”

빠지지직!

금빛 번개를 두른 태운의 주먹이 개미의 머리를 박살 냄과 동시에 새까맣게 태워버렸다.

‘이러면 딱히 그냥 마력 강화랑 크게 차이가 없잖아. 마력을 좀 응용해야 하는데.’

태운은 자신이 읽었던 만화나 소설 등을 떠올리며 상상력을 총동원해보았다.

지지지지직…….

태운의 손바닥 위로 번개의 힘이 담긴 마력 구체가 나타났다.

휙!

태운이 여전히 저주파를 성공시키기 위해 노력하고 있는 개미들 사이로 구체를 던지자,

쾅! 빠지지지지직!

“케에에엑!”

구체가 터지며 일대의 개미를 모조리 감전시켰다.

타닥…….

타다 남은 불씨가 내는 소리와 함께 개미 수십 마리가 새까맣게 그을렸다.

철퍼덕! 턱! 쿵!

수십 마리가 일제히 바닥에 쓰러지자,

사사사사사 ―

그 위를 순식간에 새로운 개미들이 덮었다.

“연습하기 딱 좋은 곳이네.”

아직 마력에 여유도 있었고, 이 개미들은 저주파를 걸어야 본격적인 공격을 하려는 듯 끈질기게 시종일관 저주파만 보내고 있었다.

‘뭔가 저주파 치료받는 기분인데.’

파직!

금빛 뇌전이 다시 튀어오르며 태운의 눈빛이 맹수의 눈빛으로 돌변했다.

“너희들은 저주파 마사지 전문이지? 난 전기 마사지 전문이다!”

콰지지지지직!

전신에 금빛 번개를 두른 태운의 신형이 흰개미들 사이를 파고들었다.

파지지직! 치지직!

“키에에엑!”

개미들 사이 이곳저곳에서 샛노란 전기가 마구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개미굴 전체가 탄내로 가득 차기 시작했다.

* * *

끼익 ―

“다들 고생했다.”

대형 봉고차가 사관학교 대련장 앞에서 멈춰 섰다.

“으으… 삭신이야…….”

민아가 우는 소리를 하며 내리자 뒤따라 내리던 대한이 바로 말꼬리를 붙잡고 늘어졌다.

“그러게, 무슨 어울리지도 않는 도끼를 들고 설치냐?”

째릿!

민아의 눈빛이 바로 돌변하는 듯싶었지만,

“에휴, 상대해줄 힘도 없다.”

곧 피곤한 듯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고 말 뿐이었다.

그 모습을 지켜보던 철민은 짧게 한숨을 쉬며 모두에게 말했다.

“다들 어서 들어가서 쉬어라. 내일도 난 대련장 앞에 있을 테니 각자 컨디션 잘 조절하면서 나오도록.”

““넵!””

모두가 짐을 챙겨 기숙사로 돌아가려는데,

“…….”

어째선지 태운은 딱히 짐도 없으면서 차 앞에 가만히 서 있었다.

“응? 형 안 가?”

강천은 그 자리에 가만히 서 있는 태운을 바라보았다.

“응, 교관님한테 말씀드릴 게 있어서. 먼저 가!”

“음? 그래, 내일 봐!”

다른 사람들이 모두 대련장을 떠나자 철민이 팔짱을 낀 채 먼저 입을 열었다.

“그래, 무슨 할 말이 있어서 남았나?”

잠시 뜸을 들이던 태운은 크게 심호흡을 한 후 입을 열었다.

“교관님, 부탁이 하나 있습니다.”

꿈틀.

‘뭐냐 또…….’

뭔가 불안한 낌새를 느낀 철민의 눈가가 살짝 경련을 일으켰다.

* * *

“뭐? 그건 안 돼!”

철민은 정색하며 말했다.

“혼자서 C급에 보내달라니! 네가 아무리 잘 싸운다고 해도 그건 맨 몸인 사람들 사이에서나 먹히는 거야. 던전이 무슨 애들 장난인 줄 알아?”

철민의 고함에도 태운은 의지를 꺾지 않았다.

“교관님은 단신으로 어디까지 토벌하실 수 있습니까?”

“뭐?”

태운의 물음에 철민은 두 눈을 끔뻑였다.

“조금 무리해서 부상까지도 감수한다면 B급까지도 가능하겠지. 그건 왜 묻나?”

“그럼 제가 교관님과 싸워서 이긴다면 허락해주시겠습니까?”

“무슨 말도 안…….”

철민은 버럭 화를 내려다가 상당히 진지해 보이는 태운의 눈빛을 보고 멈칫했다.

‘…진심인가?’

정말 본인이 자신을 이길 수 있다고 생각하는 것인가?

이철민은 전 A급 헌터였다.

사정상 은퇴는 했지만, 지금도 마력 수치가 무려 18,000이 넘는 강한 헌터로 딱히 현역에 비해서도 꿇리지 않는 수준이었다.

그런 이철민을 입학한 지 1년도 안 된, 아니 이제 반년 된 녀석이 이기겠다라…….

평범한 생도였다면 개소리 말고 당장 꺼지라고 했겠지만,

‘이놈은 달라.’

눈앞에 이 녀석은 결코 일반적인 잣대로 볼 수 없었다.

뭔가 그럴만한 이유가 있기에, 그리고 정말 자신을 이길 자신이 있기에 이런 말도 안 되는 요구를 하는 것일 터.

‘이번 기회에 좀 꺾어놔야겠군.’

그리고 지난번 맨몸 대련에서 진 걸 은근히 마음에 담아두고 있었던 철민이었다.

“좋다. 만약 네가 이긴다면 혼자 C급 던전에 들어갈 수 있게 해주지. 다만 네가 진다면, 앞으로 졸업하기 전까진 잔말 말고 내 지도를 따라야 할 거다. 거기에 졸업할 때까지 내 잔심부름까지 해라. 어때? 이래도 하겠나?”

“좋습니다.”

태운은 지체 없이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그럼 언제할 건데?”

철민의 물음에 태운의 입꼬리가 말려 올라갔다.

“지금 하실까요?”

“하!”

‘이 새끼 봐라?’

태운의 자신만만한 표정을 바라본 이철민은 그저 어이가 없었다.

카각 ― !

자신의 자존심을 긁어대는 꽤나 도발적인 녀석이었다.

* * *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전자기력/?/?)

마력 : 5,178

마력 수치는 그대로였다. 오늘은 마력호흡을 할 시간이 없었으니까.

저주흰개미로는 마력 수치를 올릴 수 없었기도 했고.

‘다행히 마력은 이제 다시 꽉 찼다.’

던전에서 나와서 좀 쉬기도 했고, 학교로 돌아오는 길에도 쉬었으니까.

‘하지만 그건 교관님도 마찬가지겠지.’

즉, 태운은 3배가 넘는 마력 차이를 극복해야 했다.

그러나,

‘해볼 만하다.’

마력은 철민이 3배 이상 우위였으나 신체능력은 태운이 최소 3배 이상 우위일 터였다.

아무리 헌터들이 강하다고 하더라도 마력을 사용하지 않은 순수한 신체적 능력은 일반 운동선수와 비슷한 수준이었으니까.

‘중력 트레이닝 만세다.’

최근 태운은 3.4배의 중력으로 트레이닝하고 있었다.

전신을 압박하는 중력 때문인지 근육의 크기는 그닥 커지지 않았지만, 느껴지는 힘만큼은 전보다 확실히 강해졌음이 뚜렷하게 느껴지고 있었다.

“승리 조건은 전투 불가 상태 혹은 항복 선언. 이의는?”

“없습니다.”

철민은 어느새 장비를 모두 착용한 상태였다.

은색 갑옷과 커다란 메이스를 든 철민의 기세는 무시무시했다.

“비겁하다고 하지 마라. 이건 던전 입장 자격 테스트니까. 애초에 던전에 장비 없이 들어간다는 놈은 너뿐이니.”

“예, 괜찮습니다.”

그러나 태운은 살짝 당황하고 있었다.

‘장비까지 입으실 줄은 몰랐는데.’

순간 생각보다 힘들겠다는 생각이 태운의 머릿속을 스쳐 지나갔다.

어느새 대련장 한쪽에 자리를 잡은 철민.

“그럼 시작해볼까?”

푸쉬익 ― !

싸움을 앞둔 은빛 갑옷을 걸친 코뿔소 한 마리가 콧김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 * *

콰아앙!

철민이 내려친 메이스에 대련장 바닥이 산산조각 났다.

“하여간 쓸데없이 재빨라서는!”

부와앙 ― !

철민이 메이스를 휘두르는 속도도 결코 느리지 않았다.

그러나 그것을 피하는 태운의 몸놀림은 그 속도를 한참이나 상회하고 있었다.

부아앙! 휙! 부웅! 휙!

“흡!”

계속해서 간발의 차이로 피하는 태운의 몸놀림에 철민은 잔뜩 약이 오르고 있었다.

애초에 탱커 포지션인 철민이 빠른 기동력을 지닌 태운을 잡기엔 역부족이기도 했지만.

‘지구전으로 가도 내가 진다. 저쪽은 마력이 넘치니까.’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태운은 뒤로 공중제비를 돌며 거리를 벌렸다.

탁! 타닷!

“재주도 좋구나!”

퍼엉 ― !

지면을 박차며 재빨리 거리를 좁히는 철민.

지직…….

그러나 태운의 손 위에선 이미 금빛 전기가 튀어 오르고 있었다.

한 번의 던전 경험을 통해 벌써 얼추 전투 스타일이 몸에 익기 시작한 태운의 기술이 작렬하기 시작했다.

‘뭐 이미 자연형이라고 밝혀놨으니까!’

애초에 고유능력이 없는 일반형과 1차 각성을 해야 능력을 사용할 수 있는 동물형, 초자연형과는 다르게 자연형은 마력만 다룰 줄 알게 되면 1차 각성 전에도 고유능력을 사용할 수 있었다.

괜히 자연형 능력이 4개의 유형 중 유일하게 ‘완성형’ 능력이라고 불리며 우대받는 것이 아니었다.

파지지직!

[금뢰창(金雷槍)]

피잇!

“헙!”

눈에 보이지도 않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쏘아진 금빛 번개의 창이 철민의 복부를 향해 날아들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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