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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8화 (18/300)

18화. 능력이 너무 사기임

부우웅 ―

스윽 ―

감겨있던 태운의 두 눈이 스르륵 떠졌다.

“…여긴가?”

택시 창문 밖을 바라본 태운은 아직 완전히 가시지 않은 졸음에 눈을 다 뜨지 못하고 눈살을 찌푸렸다.

꽤 넓은 논이 펼쳐져 있는 곳.

논 한가운데에 꽤 큰 던전 입구가 형성되어 있었다.

“감사합니다.”

부우웅 ―

택시가 떠나가고,

촤륵 ―

택시에서 내린 태운은 곧바로 보고서를 펼쳐 들었다.

[던전 조사 보고서]

― 던전 배경 : 정글

― 출현 몬스터 : 대왕 아나콘다

― 특징 : 일반 아나콘다의 수십 배 크기, 특수 능력 없음, 단 힘이 무척 강함.

― 추정 마력 : 8000대 초반

― 던전 등급 : B

생각보다 간단한 내용.

“그러니까 그냥 크기만 한 뱀이라는 거잖아?”

일반 아나콘다의 몸길이는 대략 6m에서 10m 사이 정도이다.

그 크기에 수십 배라는 말은 웬만한 빌딩 이상의 크기라는 의미.

즉, 말 그대로 거대한 괴수라는 말이었다.

우드득 ― 뚜득 ―

그러나 태운은 그 의미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인지 아닌지 아무렇지도 않은 표정으로 가볍게 몸을 풀기 시작했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전자기력/?/?)

마력 : 5508

오늘 아침에도 마력 호흡으로 5를 더 올렸다.

B급의 마력 구간은 5,000에서부터 9,999까지.

아직은 B급 중에서도 중상위 수준인 대왕 아나콘다들을 상대하기엔 좀 부족해 보이는 마력인 것이 사실이었다.

그러나,

‘나랑 차이가 많이 날수록 많이 오를 거 아니야?’

씨익.

태운은 패배라는 가능성은 전혀 염두하고 있지도 않은 듯했다.

“그럼 가볼까?”

태운은 당당하게 던전 안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여전히 장비 하나 걸치지 않은 채.

평생을 맨몸으로 싸워온 격투가의 고집이자 자존심이었다.

* * *

“후우… 진짜 습기가 심하네.”

던전 안으로 진입한 태운.

그는 이미 어느새 윗도리마저 벗어 던진 상태였다.

최소한의 방어구조차 착용하지 않은 데다가 옷마저 벗어 던진 태운의 모습은 다른 헌터들이 봤다면 제대로 미쳤다고 말했을 것이었다.

스스스 ―

입장한 지 얼마 지나지도 않아서 정글 너머에서 뱀의 숨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콰직 ― 뚜득!

얼마나 큰지는 모르겠지만 어디선가 뱀들이 움직일 때마다 뭔가 커다란 것들이 부서지는 소리가 났다.

‘…왔다!’

태운의 감각에 잡힌 방향에서 거대한 무언가가 다가오고 있었다.

“와…….”

‘생각보다… 훨씬 큰데…….’

사실 아나콘다가 어느 정도 크기인지 정확히 모르고 있던 태운이었다.

쿠구궁 ―

뱀이 움직일 때마다 땅이 울리고,

우드득 ― 쿵!

나무가 쓰러졌다.

“샤아아아아아!”

쩌억.

거대한 아가리를 벌린 대왕 아나콘다가 태운에게 돌진했다.

그 크기가 어찌나 큰지 아나콘다 입속에 있는 이빨 하나가 태운의 키만큼이나 컸다.

태운은 마치 건물이 통째로 자신을 향해 쓰러지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파앗 ― !

마력으로 다리를 강화한 태운은 빠르게 뒤로 포물선을 그리며 피해냈고,

콰드득 ― !

대왕 아나콘다의 거대한 아가리는 땅을 통째로 뜯어냈다.

쿠르르르 ―

대왕 아나콘다가 뱉어낸 대지가 작은 산사태처럼 지면으로 쏟아져 내렸다.

“…C급이랑 B급 차이가 너무 심한 거 아니야?”

파지직!

태운은 뒤늦게나마 아무래도 맨몸으로 상대하기에는 무리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했다.

하긴 마력 수치만 3,000가량 차이 나는 상대였으니 당연했다.

‘일단은 어쩔 수 없지.’

[금뢰창(金雷槍)]

콰지직!

금빛 번개의 창이 대왕 아나콘다의 눈을 향해 쏘아졌다.

슈르륵!

거대한 몸집에도 불구하고 대왕 아나콘다는 재빨리 몸을 놀리며 금뢰창을 피해냈다.

쿠과광!

대왕 아나콘다의 거친 움직임에 대지가 비명을 질렀다.

“어쭈?”

애꿎은 나무들을 꿰뚫으며 날아가는 금뢰창을 본 태운의 이마에 핏줄이 솟았다.

[전신 강화]

투웅!

온몸을 강화한 태운의 신형이 대왕 아나콘다의 머리를 금세 따라잡았다.

치직!

“원딜이 안 되면 근딜이지.”

[금뢰권(金雷拳)]

빠악!

“샤아아아!”

태운의 주먹이 아나콘다의 뒤통수를 후려쳤다.

그러나 머리가 어찌나 단단한지, 맨손으로 고목을 부수는 태운의 주먹에 맞고도 표피가 번개에 의해 조금 탄 것 이외에는 상처가 없었다.

그래도 아프긴 했는지 대왕 아나콘다의 몸 전체가 요동치기 시작했다.

쾅! 쿠가가가가강! 콰광!

웬만한 빌딩만 한 뱀이 난리를 치자 일대의 나무가 모조리 날아가기 시작했다.

“윽!”

여기저기서 날아오는 파편에 태운 또한 정신을 차릴 수가 없었다.

슈슉! 휙!

그 와중에도 놈의 몸 위를 뛰어다니며 모조리 피해내는 데에 성공한 태운은, 계속 난리를 치고 있는 대왕 아나콘다를 바라보았다.

“한 대 맞고 드럽게 난리 치네 진짜!”

[자기장(磁氣場)]

지이잉 ―

무형의 기운이 일대를 감싸 안았다.

보이지는 않았지만, 주변의 기운이 묘하게 달라지자 대왕 아나콘다는 난리법석을 멈추고 태운을 노려보았다.

“스스슷… 샤아아아아!”

“맷집도 좋은 것 같은데 내 기술 상대나 좀 해줘라.”

태운의 손이 위로 뻗어지고,

치직! 치지지지지지직!

순식간에 대왕 아나콘다 머리 위에 주먹 크기만 한 뇌구들이 수도 없이 생겨나기 시작했다.

“이것도 어디 한번 버텨봐.”

휙 ― !

태운의 손이 아래로 내려감과 동시에 자기장 안을 가득 채운 수많은 뇌구에서 번개 줄기가 대왕 아나콘다를 향해 떨어져 내리기 시작했다.

[만뢰(萬雷)]

콰과광! 콰광! 콰지지지지직!

그야말로 하늘을 가득 뒤덮은 뇌우.

몇 초도 되지 않는 짧은 순간에 엄청난 개수의 번개 줄기가 떨어져 내리며 일대를 날려버렸다.

* * *

칙… 지직…….

쿠웅 ― !

온몸이 새까맣게 타버린 대왕 아나콘다의 거대한 몸이 아가리를 쩍 벌린 채 지면에 떨어졌다.

“후우…….”

[마력이 813 오릅니다.]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전자기력/?/?)

마력 : 6,321

한 번에 엄청난 양의 마력이 올랐다.

자신의 마력 수치를 기준으로 아래위 10% 내의 몬스터는 10 전후의 일정한 수치가 오르는 반면, 자신의 마력 수치의 110%를 초과하는 몬스터에게서는 그 몬스터가 가진 마력의 10%에 해당하는 마력을 얻을 수 있었으니까.

그리고 여러 명이 잡을 경우에는 그 기여도에 따라 10%가 나눠졌다.

‘이 녀석은 8,130 정도의 마력이었구나.’

털썩.

상태창을 확인하고 기진맥진한 태운이 바닥에 주저앉았다.

‘만뢰’는 그만큼 마력이 많이 소모되는 기술이었던 것이다.

“아이고… 힘들다 진짜.”

애초에 B급 던전은 최소 마력 5,000 이상의 B급 헌터들이 최소 10명 이상은 있어야 하는 곳.

10명 이상이 있어도 몬스터는 마력 수치와는 별개로 기본 신체 능력 또한 인간보다 월등했기에 크고 작은 부상을 입는 것이 정상이었다.

그러나 그에 비해 태운은 마력만 소진했을 뿐, 몸은 멀쩡했다.

“잠깐 나가서 마력 좀 채우고 다시 들어와야겠다…….”

태운은 몸을 질질 이끌며 다시 던전 입구로 향했다.

별다른 상처는 없다지만 겨우 몬스터 한 마리에 너무 많은 마력을 사용하고 말았으니까.

결과적으로 절대적인 마력 수치가 오르면서 상당 부분 채워지긴 했지만, 그래도 혼자 하는 레이드였으니 조금은 신중할 필요가 있다는 판단이었다.

스륵 ―

“후읍… 후우…….”

던전 게이트 앞에 앉아 마력호흡을 하는 태운.

마력통이 다 채워지지 않은 채 하는 마력호흡은 마력 재충전의 가속 효과가 있었다.

1시간 뒤,

“후우…….”

마력호흡으로 마력을 다 채운 태운은 다시 몸을 풀고 던전에 입장했다.

입장하자마자 바닥에 쓰러져있는 대왕 아나콘다의 시체가 태운의 눈에 들어왔다.

“마석은… 없겠지?”

A급 이상의 던전에서만 나타난다는 마석.

그러나 A급 던전에서도 보기 힘든 게 마석이었다.

하물며 B급 이하의 던전에서 마석이 발견될 리가 없었다.

치직! 지직…….

손날을 세워 번개를 입힌 수도로 태운은 죽은 뱀의 몸 이곳저곳을 뒤지기 시작했다.

“…없네.”

혹시나 하는 마음으로 빠르게 대충 뒤졌음에도 덩치가 워낙 커서 5분 정도가 소요되었다.

그때,

“샤아아아아!”

스스슷 ―

사방에서 여러 기척들이 느껴지기 시작했다.

“여러 마리는 좀 힘들 것 같은데……?”

쿠궁 ―

아직 쓰러지지 않은 나무들 사이에서 번쩍이는 8개의 눈동자.

그리고 곧 4마리의 대왕 아나콘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샤아아아아아!”

쓰러진 대왕 아나콘다를 본 4마리가 갑자기 더 크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가족이냐?”

울부짖는 뱀들을 보며 태운이 말했다.

“미안한데 얘가 먼저 공격했다.”

“샤아아아아!”

말을 알아들은 건지 4마리의 뱀들은 일제히 태운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콰광! 쿠아아앙!

이미 정글이라고 보기 어려울 정도로 지면이 망가지면서 일대가 초토화되기 시작했다.

태운은 여기저기서 쏟아지는 아가리들과 꼬리를 침착하게 피해내며 공격의 밑작업을 하고 있었다.

‘그냥 빨리 끝내는 게 이득인 것 같다.’

파직!

태운의 몸에서 푸른 전기가 튀었다.

마력을 중첩시킨 것이다.

‘한번 맞추면 계속 갉아먹는 번개… 이거라면.’

보통의 금뢰보다는 많은 마력을 잡아먹는 청뢰였지만, 만뢰보다는 확실히 가성비가 좋았다.

사실상 일격필살이나 다름없었으니까.

어찌 보면 청뢰의 존재가 태운이 자신 있게 맨몸으로 던전 토벌에 나서는 이유이기도 했다.

[청뢰창(靑雷槍) 4연격]

파지직!

공중에서 흩뿌려진 4개의 창이 일대를 뒤흔들고 있는 아나콘다들의 몸에 꽂혔다.

빠지지지직!

“샤아아아아아!”

금뢰권으로도 상처를 낼 수 없었던 뱀들의 몸에 구멍이 나고,

파지직! 파지지지직!

어느새 창의 형태는 사라지고 남은 푸른 번개가 뱀들의 몸 전체를 잠식해나가기 시작했다.

* * *

“샤아아아아! 샤아아! 샤아아아아아!”

고통에 몸부림치는 4마리의 대왕 아나콘다들.

콰드드득 ― ! 쾅!

공격도 아닌 단순한 몸부림에 땅이 흔들리고 쓰러져있던 나무들마저 튕겨지며 솟구쳐 날아다녔다.

그 무질서함 속에서 태운은 날아오는 파편들을 쳐내거나 피하며 뱀들의 몸에서 피어나는 푸른 번개를 관찰하고 있었다.

‘대체 원리가 뭘까?’

이철민과의 대련 이후로 사라지지 않던 의문이었다.

직접 맞아본 철민조차 제대로 답해주지 못했으니까.

‘번개는 내 고유능력이지. 근데 내가 단지 마력을 중첩시킨 것뿐인데 몸에 닿으면 번져 나간다라…….’

그때 태운의 뇌리에 스치는 이론 하나가 있었다.

[모든 물질은 인력을 가지고 있고 큰 질량을 가진 것은 작은 질량을 가진 것을 끌어당긴다. 지구가 태양 주위를 벗어나지 못하고 공전하는 이유가 바로 그것이다.]

‘내가 마력을 중첩시켰기 대문에 내 마력 입자 하나하나의 질량이 커졌고… 그에 비해 하나씩 존재하고 있는 상대방의 마력 입자를 끌어당기는 것과 동시에 전기 특유의 전도 성질이 합쳐진 거라면……?’

대충 앞뒤가 맞는다.

즉, 태운에게서 뻗어나간 청뢰는 상대방의 마력을 이용해 계속해서 마력을 공급받는 것과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미친? 그럼 진짜로 거의 무조건 한 방이란 소리잖아?’

오소소 ―

태운은 팔에 돋아난 닭살을 얼른 쓸어내렸다.

‘내 생각이 맞다면 상대방이 마력 중첩을 할 줄 모르는 이상, 내 청뢰를 막을 순 없어.’

철민의 말에 따르면 마력 중첩은 단순히 어렵다고 말할 수 있는 정도의 난이도가 아니었다.

마력 입자 하나하나를 한 쌍으로 묶어서 운용해야 한다는 건데, 이는 보통의 마력 활용력이 아니라면 시도조차 할 수 없는 일종의 ‘기예’라는 것이다.

최상위급 헌터들조차 마력을 입자 단위로 다룰 수는 없었으니까.

어쨌든 자신만의 ‘비장의 수’의 원리를 대강이나마 짐작해낸 태운의 입가에 미소를 그려졌다.

쿵 쿠궁 쿵 쿵!

2분 정도 지났을까.

계속해서 몸부림치던 녀석들이 지면에 쓰러졌다.

‘내 청뢰를 막는 방법은 단 2가지.’

저벅.

태운은 대왕 아나콘다 한 마리의 앞으로 가 녀석의 숨이 끊어졌는지 확인했다.

‘본인의 마력을 중첩시켜 청뢰의 마력 갉아먹기를 막아내거나.’

툭툭.

[마력이 811 오릅니다.]

[마력이 824 오릅니다.]

[마력이 803 오릅니다.]

[마력이 809 오릅니다.]

더 이상 아나콘다의 몸에서는 번개가 튀어 오르지 않았다.

‘청뢰를 맞은 부위 근처의 마력을 전부 없애거나.’

대표적인 방법으로는 맞은 부위를 도려내는 거겠지.

“상태창.”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전자기력/?/?)

마력 : 9568

태운은 상태창을 보며 벌어진 입을 다물 수 없었다.

네 마리가 거의 동시에 죽어서 그런 것인지, 본래라면 8,000대에서 정체되었어야 할 마력 수치가 한 번에 9,000을 넘겨버렸으니까.

“…이제 여기서도 볼장 다 봤네.”

뜻밖에 행운까지 겹치며 폭풍 성장을 이룬 태운.

단 하루 만에 태운은 더 이상 B급 던전에서조차 성장할 수 없게 되어버리고 말았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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