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화. 마정석이 너무 혜자임
바야흐로 지금은 대 마정석 시대.
현대의 거의 모든 에너지가 마정석으로부터 나온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전 세계 인간이 사용하는 모든 에너지의 총량 중 무려 80%가 마정석 에너지로 대체되었으니까.
전기 사용량이 크게 줄어 풍력 발전과 태양열 발전만으로도 전기 수요를 감당할 수 있다 못해 남아돌고 있었으며, 그로 인해 친환경 발전소를 제외한 화력 발전소, 원자력 발전소 같은 곳들을 사라진 지 오래였다.
석탄과 석유도 이제는 거의 사용되고 있지 않아 지구는 그야말로 마정석의 출현 덕분에 회복기를 맞이하고 있었다.
(이로 인해 중동을 비롯한 세계의 여러 산유국들의 경제가 붕괴 직전까지 가기도 했다.)
마정석의 마력은 사용되면 그 어떤 잔재도 남기지 않고 사라졌으니까. 학자들은 불과 20년 전에 비해 지구의 환경이 100배 이상 좋아졌다고 평가를 내리기도 했다.
대체 에너지의 등장으로 인해 빠르게 깨끗해져 가는 지구.
그런 대체 에너지를 가져오는 1차 생산자나 다름없는 헌터에 대한 대중들의 인식이 좋을 수밖에 없는 이유 중 하나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일반인들은 마력에 면역이 없는데 어떻게 마정석의 마력이 이렇게 대중화될 수 있었을까?
마정석의 대중화가 가능했던 이유에는 두 가지가 있었다.
첫 번째, 마정석은 마력을 외부로 뿜어내지 않았다.
말 그대로 던전의 마력이 결정화된 것이 마정석.
마력이 결정화된 것이니 주위에 미약하게나마 마력을 뿜어낼 만도 했지만, 신기하게도 마정석은 직접 추출하지 않는 이상 전혀 그런 특징이 없었다.
부수거나 가루로 만들어도 마찬가지.
가루의 형태가 될지언정 마력을 뿜어내는 일은 없었다.
때문에 일반인들도 마정석을 안전하게 사용할 수 있었던 것이다.
두 번째, 마정석의 마력은 전기와 비슷한 성질을 지니고 있었다.
사실상 전기가 에너지로 사용할 수 있는 시작점이 된 모터, 전동기.
전동기는 전류로 인해 발생한 자기장의 힘을 역학적 에너지로 바꾸는 방식으로 작동한다.
마정석의 마력도 마찬가지.
오직 몬스터의 뼈대를 통해서만 마력이 추출되는 마정석은 몬스터의 뼛가루가 섞인 물체와 닿으면 몬스터의 뼛가루에 흡수되며 순수한 자기장을 발생시켰다.
전기에너지가 에너지로 사용될 수 있었던 이 원리로 마정석의 마력이 대체 에너지로 쓰이는 것이었다.
몬스터의 뼈가 흡수한 마력은 어떻게 되는가?
마력이 없는 몬스터의 뼛가루는 지구상의 어떤 물질보다도 빠르게 산화된다는 특징을 가지고 있었다.
던전보다 마력이 턱없이 부족한 지구로 나오면 단 일주일 만에 완전히 산화되었으니까.
몬스터의 뼛가루는 마정석으로부터 흡수한 마력을 이런 산화 작용을 막는 데에 사용했다.
마정석과 오래 맞닿아 있을수록 수명이 길어지는 몬스터의 뼈.
즉, 뼈는 끊임없이 산화되려고 하니 끊임없이 마력을 추출하고, 마정석은 뼈와 맞닿는 순간 마력을 빼앗기며 끊임없이 순수한 자기장을 발생시키며 에너지를 공급하는 원리였다.
과열로 인한 폭발 위험이나 마력 감염 위험도 없고, 친환경적이기까지 하니 마정석은 지구의 제 1 에너지로 떠오를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러니 마정석을 이용하기 위해서는 몬스터의 사체도 필수.
뼈는 마정석의 에너지 추출을 위해 사용되고, 몬스터가 죽고 마력을 잃은 몬스터의 살점들은 딱히 독성이 없는 이상 가축들의 사료로 재활용되었다.
그야말로 보물창고.
던전은 인간에게 아낌없이 주는 나무나 다름이 없었던 것이다.
그리고 헌터란, 그 보물창고의 유일한 수확자였다.
* * *
9,000대의 마력을 달성하고 그로부터 1주.
태운은 던전을 드나들며 마정석을 캐 날랐다.
[마정석 시세표] *kg당 가격
F급 ― 10,000
E급 ― 50,000
D급 ― 100,000
C급 ― 250,000
B급 ― 500,000
A급 ― 1,000,000
S급 ― 3,000,000
EX급 ― 5,000,000 ~
“…되게 오래 걸리네.”
마정석은 거의 대부분 던전의 공간이 끝나는 끝자락에 위치해 있었기에 마정석이 있는 곳까지 가는 데에만 보통 한나절이 걸렸다.
만약 던전의 규모가 더 컸다면 그 이상이 걸렸을 터였다.
다행히 태운이 맡은 던전은 중소규모의 던전이었지만, 혼자서 모든 작업을 해야 했기에 시간이 오래 걸린 것이다.
던전 맵 끄트머리를 장식하고 있는 마정석들.
그 모습이 마치 먼 옛날에 유행했던 게임 스타크래프트의 미네랄 같았다.
그러나 차이점이 있다면 게임 안에서는 일꾼 역할을 맡은 캐릭터가 그 광물을 조금씩 잘라서 운반했다면, 태운은 땅속까지 들어내어 통째로 옮긴다는 점이었다.
[자기장(磁氣場)]
자기력을 이용하여 일대를 완전히 자신의 영역을 만든 후,
[자화(磁化)]
자기장 영역에 들어온 모든 마정석들에게 일시적이지만 강제로 자성을 부여했다.
그렇게 하면,
[자기부상(磁氣浮上)]
쿠구구구구 ―
태운에 손짓을 따라 땅속에서 통째로 뽑혀 나와 모습을 드러내는 마정석들.
[자기흡인(磁氣吸引)]
곧이어 거대한 마정석들이 태운의 힘에 이끌려 앞으로 날아왔다.
슈우욱 ― !
금방 채워지는 아공간 수납 가방.
100kg이라는 한계치가 몇 초 만에 금방 채워졌다.
“후! 이제 끝인가?”
미친 듯한 능력 활용으로 대형길드도 수십 명의 마정석 채굴꾼들이 2~3주나 걸려 해야 하는 일을 태운은 혼자서 1주일 만에 끝내버릴 수 있었다.
‘몬스터 사체까지 하기는 좀 귀찮다.’
태운은 여기저기 널려있는 대왕 아카콘다의 사체들을 흘긋 바라보았다.
‘어차피 담지도 못하겠네.’
100kg짜리 가방이라 한 마리도 못 담는다. 태운은 깔끔하게 사체들은 포기하기로 했다.
타다닥!
가벼운 발걸음으로 태운은 보스를 찾아 나섰다.
어차피 나가는 길이었고 던전 내에 몬스터는 이제 없으니 보스만 토벌하면 내일쯤 알아서 사라질 테니까.
마력 수치도 마정석도 얻을 수 없는 던전은 헌터들의 입장에선 그냥 성가신 ‘숙제’ 같은 존재였다.
더군다나 보스는 일반 몬스터들과 마력수치도 비슷한 주제에 쓸데없이 강력했으니 오죽하면 헌터 커뮤니티에서 길드들이 올리는 대토, 일명 '대리 토벌' 의뢰들이 게시판 지분의 대부분을 가져갔을까.
물론 그걸 하려는 사람은 많지 않았다.
페이는 높았지만, 그 시간에 다른 던전을 배정받아 마정석을 캐고 마력 수치를 올리는 게 훨씬 이득이니까.
이런 일을 하는 사람들은 거의 대부분 소속이 없는 자유 용병들이었다.
그들은 채굴꾼을 고용할 자금도 부족했고, 그렇다고 던전 필드를 토벌하기엔 위험부담이 컸기 때문이다.
자유 용병들 입장에서는 길드들이 일반 몬스터들을 싹 정리하고 마정석까지 다 채굴해놓은 상태에서 보스 몬스터 한 마리만 레이드 하는 게 편하고 더 이득이었다.
태운도 그냥 헌터 커뮤니티에 의뢰를 올릴 수는 있었다.
그러나 그럴 필요가 없는 것이,
‘한 방에 끝날 텐데 뭐하러?’
‘청뢰’라는 치트키가 있었으니까.
굳이 생돈을 날릴 필요가 없는 것이다.
‘그렇다고 한 방에 끝낼 건 아니지만.’
태운은 마력 강화로만 보스를 상대하기로 마음먹었다.
‘고진감래(苦盡甘來), No pain No gain.’
일부러 자신에게 핸디캡을 설정한 채 전투에 임하는 것.
선수 시절에도 일부러 한쪽 손만 쓴다든지, 킥만 날린다든지 하며 써먹던 훈련방식이었다.
언젠가 청뢰 치트키가 먹히지 않는 상대가 나타날지도 모르는 일이었으니까.
촤좌작!
태운이 멈춘 곳은 커다란 강가였다.
‘마정석을 캐는 내내 여기서 기운이 느껴졌어.’
태운은 보스를 나타나게 하기 위해 강 속에 손가락을 넣고 살짝 전류를 흘려보냈다.
그러자,
부글부글부글.
강 한가운데에서 거품이 올라오더니,
“샤아아아아악!”
지금껏 봐왔던 대왕 아나콘다들보다 머리 하나는 더 큰 대왕 아나콘다가 모습을 드러냈다.
촤아아아아 ―
보스가 솟아오르며 함께 솟아올랐던 강물이 마치 폭포수처럼 쏟아져 내렸다.
“네가 여기 왕이냐?”
씨익 ―
보스를 마주한 태운의 입가에 살벌한 미소가 그려졌다.
이제 던전을 닫을 시간이었다.
* * *
강원도 춘천의 어느 사무실 안.
똑똑.
“들어오세요.”
의자에 앉아 서류를 읽고 있던 남자가 노크 소리에 대답했다.
끼익 ―
문을 열고 들어오는 한 여성.
꾸벅.
여성이 목례를 하자 남자는 살짝 미간을 찌푸리며 손을 내저었다.
“그래, 무슨 일이시죠?”
여성은 잠시 머뭇거리다가 입을 열었다.
“저… 이제 마력 폭주하지 않을 자신 있…….”
“그만.”
“…….”
어색한 정적이 흘렀다.
“휴…….”
가만히 여성을 바라보던 남자는 이마를 짚으며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최서아 씨. 능력만 좋으면 뭐합니까? 정작 마력 하나 제대로 못 다뤄서 툭하면 폭주하는데. 던전 혼자 토벌해요? 같이 고생하는 길드원들은 생각 안 하십니까?”
외견상 다정해 보이는 남자의 입에서 거침없이 힐난하는 말들이 쏟아지니, 그의 말들은 더욱더 충격적으로 다가오고 있었다.
“그래서 그때 이후로 지금 몇 달째 마력 연습만 하고 있…….”
그러나 여성도 할 말이 있다는 듯 작은 목소리로 툴툴댔다.
하지만,
“듣자 하니 아직도 숨 조금만 차면 폭주한다던데요? 그걸 바로 어제 들었는데? 근데 하루만에 나아졌다고요? 그럼 내가 어제 뭘 들은 거지?”
남자가 기관총을 쏘듯 여성을 몰아붙이자 여성은 더 이상 그 잔소리를 견뎌내지 못하고 입술을 꽉 깨물었다.
“…죄송합니다.”
끼익! 쿵!
곧장 문을 닫고 나가버리는 여성.
그녀가 나간 문을 바라보며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하아… 대체 언제쯤 마력을 잘 다룰는지…….”
그녀의 마력 폭주는 대한민국 4대 길드 중 하나인 청룡길드의 마스터, 김천용의 큰 고민 중 하나였다.
세계 최초 유니크형의 능력을 각성한 최서아를 누구보다 발 빠르게 영입하는 데에 성공했던 청룡길드.
그러나,
‘조금만 지치면 마력이 폭주한다니…….’
그렇다면 체력을 기르면 되지 않냐고 하겠지만,
‘애초에 사관학교에서도 기초반인 채로 졸업…….’
근력 D, 지구력 D, 순발력 D, 유연성 C.
최서아의 졸업 체력장 성적이었다.
물론 마지막까지 기초반인 채로 졸업하는 사람은 많았다. 아니, 오히려 다수였다.
문제는,
‘그녀가 가진 능력에 비해 한참 못 미친다는 거지.’
그녀가 무려 유니크형이라는 것이었다.
게다가 자연형 능력 4개가 합쳐진 누구라도 기대할 수밖에 없고 누구나 부러워하는 능력이었다.
‘물론 본인이 제일 답답하겠지.’
김천용은 그녀의 심정을 조금이나마 이해하려고 노력하고 있었다.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툭하면 폭주하는 그녀 때문에 다른 길드원들까지 위험하게 만들 수는 없는 노릇이었다.
‘슬슬 다시 답답해하는 것 같은데… 던전 한번 돌게 해줘야 하나.’
그렇다고 그녀만 혼자 보낼 수는 없다.
최근 다른 유니크형이 한 명 더 나왔다고는 하지만 그녀는 세계에서도 희소가치가 분명한 존재.
다른 길드에서의 회유 혹은 납치나 음해 등이 일어나도 이상하지 않았다.
‘후… 어쩔 수 없군.’
삑.
김천용은 책상 위에 놓인 전화기의 버튼 하나를 눌렀다.
{네, 마스터.}
“네, B급 대리 토벌 의뢰 하나 받아주세요. 최서아 씨 이름으로. 그리고 최서아 씨랑 팀을 이룰 토벌대 명단 올려주시고요.”
{네, 알겠습니다.}
삑.
“하아…….”
김천용은 엉덩이를 의자 끝에 걸터앉아 거의 눕다시피 뒤로 기대었다.
“머리 아프다…….”
스윽 ―
슬쩍 자신의 책상 위를 바라보는 김천용.
수북이 쌓인 서류와 결재판들이 그의 검토만을 기다리고 있었다.
“하아…….”
그렇지 않아도 시커멓던 김천용의 눈 밑이 점점 더 거무죽죽하게 늘어져 가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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