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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0화 (20/300)

20화. 돈 버는 게 너무 쉬움

― 잔액 : 160,318,000

“하하하…….”

모바일 뱅킹에 뜬 잔액을 바라보는 태운의 입에서 실소가 흘러나왔다.

1주일 만에 던전 하나로 1억이 넘는 돈을 벌었으니까. 대략 320kg 정도의 마정석을 팔고 얻은 금액이었다.

심지어 몬스터의 사체 하나 처분하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이래서 다들 헌터헌터하는구나.’

마정석의 국내 거래는 세금이 면제되는 것도 한몫했다.

물론 오로지 혼자서 해냈기에 이 정도로 번 거지만 그래도 대단하다면 대단한 것이었다.

‘그래도 좀 부족한데…….’

일주일 만에 1억 6천만 원을 벌어놓고도 부족하단다.

샐러리맨들이 들었다면 보고서 마감 직전 저장 안 한 채 실수로 컴퓨터가 꺼졌을 때보다도 더 화딱지가 났을 만한 발언이었다.

‘돈을 더 벌 수단은 없으려나.’

바로 또 던전을 배정받기에는 시간이 너무 일렀다.

던전 토벌도 기록이 남기 때문에 너무 빠른 토벌기록은 이후에 쓸데없이 꼬리를 잡힐 가능성이 컸다.

‘괜히 눈에 띌 필요는 없지.’

돈을 모으는 동안에는 최대한 숨을 죽이고 있을 작정이었다.

자금을 모으는 데에 있어서 괜한 방해가 들어올지도 모르는 일이니까.

‘던전은 대충 2주 간격으로 하자.’

태운은 매트리스 위에 누워 핸드폰을 들여다보았다.

헌터 커뮤니티에 접속한 태운은 남은 1주일 동안 돈벌이가 될만한 게 있을지 의뢰 목록들을 살펴보았다.

‘…엄청 많네?’

대부분 보스 대리 토벌 의뢰이거나 채굴꾼을 모집하는 의뢰들이었다.

‘아무래도 채굴은 눈에 띄겠지.’

마정석을 땅속에서 손쉽게 통째로 들어올리는 걸 보면 누구라도 주목할 테니까.

‘아닌가? 혼자 들어가면 눈에 안 띄려나?’

그렇다 하더라도 터무니없이 빠른 작업속도 때문에 주목을 받을 것이 뻔했다. 딱히 곡괭이질을 하고 싶지도 않았고.

게다가,

‘채굴보다는 대리 토벌 보수가 더 좋네.’

던전을 배정받고 토벌하지 않을 시 내야 하는 위약금은 1억 원.

그래서인지 마정석을 얻고 남은 차익을 마지노선으로 해서 등급별로 1억 원 안쪽으로 보상금이 천차만별로 형성되어 있었다.

‘음… 근데 진짜 많네. F급 토벌도 100만 원이나 줘? 대충 던전당 마정석이 3~400kg 정도 나오는 게 맞긴 한가 보네.’

F급 마정석은 kg당 1만 원이었으니 하나의 던전을 채굴하면 300에서 400만 원 사이의 수입이 생긴다.

그 수익 중 일부로 위험한 보스를 토벌하는 건 낮은 등급의 헌터들에게 오히려 이득이라면 이득이었다.

쓸데없이 다쳐서 마력 수치가 줄어드는 걸 막을 수 있었으니까.

자신과 같은 등급의 보스를 상대로 상처 없이 쓰러뜨릴 수 있는 건 회피 능력이 더없이 탁월하거나 즉사기 비스무리한 비기가 있는 태운 같은 극소수의 헌터들에게만 해당하는 이야기였다.

“좋아, 그럼 토벌을 싹 다 쓸어볼까?”

태운의 몸이 매트리스 위에서 튕기듯 솟아올랐다.

씨익 ―

어느새 돈 버는 맛을 느껴버린 태운이었다.

* * *

똑똑.

“들어오세요.”

김천용은 읽고 있던 서류를 내려놓으며 대답했다.

끼익.

꾸벅.

한 여성이 가볍게 인사를 하며 들어왔다.

“그래요, 이 실장님. 무슨 일이시죠?”

김천용의 물음에 이 실장이라 불린 여성이 옆머리를 살짝 긁적였다.

“마스터, 그… 작은 문제가 생겼습니다.”

이 실장은 무언가 말하기가 껄끄러운지 연신 헛기침을 하고 볼을 긁는 등 불안한 모습을 보였다.

꾸깃.

좋지 않은 예감에 김천용의 주먹이 절로 쥐어지며 책상에 내려놓았던 서류가 구겨졌다.

“…무슨 일인데요?”

김천용의 물음에 이 실장은 떨리는 눈동자를 부여잡으며 대답했다.

“B급 토벌 의뢰가… 하나도 남아 있지를 않아요.”

“…네?”

김천용은 무언가 잘 못 들었다 싶어 두 눈을 끔뻑이며 되물었다.

“…뭐가 없다고요?”

김천용의 되물음에 이 실장은 입술을 한번 깨물며 다시 한번 대답했다.

“전에 말씀하신 B급 보스 대리 토벌 의뢰 말입니다. 지금 남아 있는 의뢰가 하나도 없습니다. 이상하게 B급 의뢰만 씨가 말랐어요.”

“……!”

김천용의 눈빛이 진해졌다.

“설마……?”

김천용의 혼잣말에 이 실장은 그 의미를 알아들은 듯 고개를 살짝 주억였다.

“조금 섣부른 판단일 수도 있겠지만… 제 생각엔 최 헌터의 성장을 방해하려는 세력이 있는 것 같습니다.”

“최서아 씨를 B급 보스 토벌에 내보내려고 결정한 게 불과 엊그제인데? 그걸 알아채고 의뢰를 싹쓸이했다?”

“…….”

잠시 침묵을 지키는 김천용과 이 실장.

“……!”

“…설마.”

두 사람의 심각한 두 눈빛이 허공에서 부딪혔다.

““내부 스파이?””

뭔가 일이 커지고 있었다.

* * *

“끝났습니다.”

“어… 네?”

B급 토벌을 의뢰했던 용병 헌터 이한성은 두 눈을 끔뻑거렸다.

눈앞에 서 있는 이 남자.

웬만하면 아무도 하지 않으려는 B급 토벌 의뢰를 기꺼이 맡아준 남자였다.

그런데 턱이 없는, 그러니까 이매탈을 쓴 남자는 던전에 들어간 지 한 시간도 채 되지 않아서 다시 나왔다.

“아니, 벌써 끝냈다고요? 보스 찾는 데에만 1시간은 걸릴 텐데?”

이한성은 도무지 믿을 수 없었다.

아무리 일반 몬스터들을 전부 처리해놓았다고는 하지만, 보스는 이렇게 쉽게 잡을만한 녀석이 아니었으니까.

더군다나,

‘이 사람도 B급 헌터잖아…….’

물론 등급 갱신을 미뤄둔 헌터일 수도 있다.

그러나 누가 등급 갱신을 미루겠는가? 등급 하나 차이로 할 수 있는 것들이 얼마나 많아지는데.

애초에 A급 헌터나 S급 헌터가 홀로 대리 토벌 의뢰를 받고 다닌다는 것도 이상했다.

“당신, 진짜 토벌한 거 맞아요?”

이한성이 따지고 들자, 이매탈을 쓴 남자가 한숨을 쉬었다.

“후우… 못 믿겠으면 가서 확인하고 나오세요. 다음 스케줄도 있으니까 빨리빨리 확인하시고. 아, 당신 같이 못 믿는 사람들 때문에 입구 앞에 시체 가져다 놨으니까 놀라진 마시고.”

이한성은 결국 의심을 지우지 못하고 던전에 입장했다.

그러자,

“허억!”

이 던전의 보스, 바람매가 입구 앞에 널브러져 있었다.

지난 3주 동안 10명이 넘는 B급 용병들과 싸웠던 일반 바람새들 크기의 2배가 넘는 크기였다. 틀림없는 던전의 보스였다.

던전에서 다시 나오는 이한성.

“큼… 크흠! 확인했습니다. 그 뭐… 죄송하게 됐습니다. 아니 혼자 들어가셨는데도 워낙 빨리 나오시니까…….”

“괜찮습니다. 돈은?”

남자의 말에 이한성은 곧바로 두툼한 봉투를 여러 개 꺼냈다.

“여기 있습니다.”

500만 원 씩 열 봉투.

총 5,000만 원이었다.

“현금으로 주셨으니 10% 떼드릴게요.”

남자는 곧바로 이한성에게 봉투 하나를 돌려주었다.

“아… 감사합니다……?”

이한성은 얼떨떨한 표정으로 봉투를 받았다.

솔직히 꼭 현금으로 달라기에 귀찮았지만, 워낙 토벌 의뢰를 받는 사람이 없어 어쩔 수 없이 비싼 수수료까지 떼가며 인출 해온 돈이었다.

그런데 이렇게 에누리까지 해주다니?

돈을 받아든 이매탈은 봉투를 흔들며 말했다.

“앞으로 뭐 기회 되면 또 봅시다.”

슈슉!

순식간에 눈앞에서 사라지는 남자의 신형.

같은 B급 헌터인 이한성의 눈에도 보이지 않을 정도로 빠른 움직임이었다.

“대체 누구지……?”

이한성은 한동안 던전 앞에서 멍하니 남자가 사라진 자리를 바라보고 있었다.

* * *

“후우!”

집에 도착한 태운.

길거리 노점에서 산 5,000원짜리 싸구려 이매탈을 벗어던지고 매트리스 위로 몸을 던졌다.

“아니 이게 더 돈이 잘 벌리잖아?”

오늘 하루에 처리한 의뢰만 6건. 전부 B급 던전으로 건당 5,000만 원씩 현찰로 받았다.

계좌번호를 통해 신상정보가 털릴 걸 우려해서였다.

연락도 커뮤니티 쪽지 기능을 통해 했으니 신상에 대한 걱정은 어느 정도 덜어도 되었다.

감사비로 10%씩 다 네고를 해줬음에도 오늘 하루에 토벌로 번 돈만 무려 2억 7천만 원.

1주일간 B급 던전에서 채굴한 마정석 판맷값의 거의 2배였다.

‘아니, 이 좋은 의뢰를 왜 안 하지.’

물론 던전의 급이 달라질수록 마정석의 값도 천지 차이였다.

B급 마정석이 kg당 50만 원인데 비해 A급 마정석은 100만 원이니까.

무엇보다 보스 토벌은 마력을 잃을 수도 있는 위험이 컸다.

‘내가 특이하긴 특이한가 봐.”

치직!

태운의 손에서 붉은 전기가 튀어 올랐다.

이번 토벌 도중 만들어낸 금뢰의 열화판, 신기술 적뢰였다.

청뢰가 마력 입자를 중첩시킨 거라면, 적뢰는 마력 입자를 분할시킨 것이었다.

‘위력은 금뢰보다 못하지만.’

어떻게 보면 절약 모드라고 볼 수 있었다.

아무리 태운이라도 하루에 B급 던전 보스를 6마리나 잡는 건 마력이 부족할 수 있겠다는 생각에 만든 것이었다.

물론 청뢰를 쓰면 아마 전부 한방이겠지만,

‘그건 너무 재미없으니까.’

게다가 적뢰에는 한 가지 커다란 장점이 있었다.

그런 바로,

‘적뢰(赤雷)임과 동시에 적뢰이기도 하다는 것.’

마력을 지닌 대상을 따라가는 유도 성질이 매우 강하다는 것이었다.

즉, 공간이동이 아닌 이상 단순한 회피 동작으로는 피할 수 없는 필중의 공격이라는 말이었다.

주변의 마력을 끌어당기는 청뢰와는 다르게 주변의 마력을 따라가는 적뢰의 성질로부터 탄생한 특징이었다.

‘필중의 잽, 적당한 훅, 그리고 필살의 어퍼컷이라…….’

그야말로 삼위일체.

또 말도 안 되는 기술을 만들어낸 태운의 입가에 절로 미소가 지어졌다.

뒹굴.

태운은 어느새 4억이 넘어버린 통장 잔고를 바라보았다.

“얼마 안 남았다…….”

통장을 바라보는 태운의 눈이 서서히 감겼다.

싸우는 것보다도 하루종일 여기저기 돌아다니느라 피곤했던 태운.

갑자기 몰려오는 졸음에 씻지도 못한 채 매트리스 위에서 그대로 잠이 들고 말았다.

본인 때문에 누군가가 상당히 곤란해졌다는 사실은,

“쿠우…”

알고 있을 리가 없었다.

* * *

“아직도 못 찾았습니까?”

김천용은 길드 내 행정사무실에 죽치고 앉아 직원들을 재촉하고 있었다.

“최근 B급 토벌 의뢰를 올렸던 용병 헌터들에게 전부 연락을 해보았지만, 누군지는 모르겠다고 합니다. 턱이 없는 탈을 쓰고 있었고 돈도 현찰로 달라고 했다고…”

“그 사람과 연락을 했을 거 아닙니까?”

“커뮤니티의 익명 쪽지 기능을 사용했다고 합니다.”

“후우…….”

김천용은 이마를 부여잡으며 소파에 주저앉았다.

‘별게 다 골머리를 썩이네.’

사실 청룡길드 입장에선 그리 큰일은 아니었다.

대형 길드에서 내부 스파이야, 뭐 1년에 한두 명씩 잡히는 게 다반사이기도 했고, 최 헌터의 B급 대리 토벌 의뢰야 무조건해야만 하는 일은 아니었으니까.

그러나,

빠득 ―

김천용은 자신이 계획한 일이 틀어지는 걸 두고 보지 못하는 성격이었다.

‘B급 토벌 의뢰 하나 받기가 왜 이리 힘들어?’

최서아가 마력 조절 연습도 관둔 채 우울증으로 인해 방에 틀어박힌 지도 벌써 3일.

하루빨리 토벌이라도 내보내서 다시 기운을 북돋아줄 필요가 있었다.

‘주작길드랑 경쟁하는 것도 바빠 죽겠구만. 쯧!’

“하아…….”

다시 한번 크게 한숨을 내쉰 김천용이 이 실장에게 물었다.

“주작길드의 동향은 어떻습니까?”

이 실장은 안경을 고쳐 쓰며 서류를 파라락 넘겼다.

“최근 한 달간 B급 던전 3개, A급 던전 2개를 클리어했습니다. 그리고 길드 내 헌터 하나가 이번에 거의 준 S에 다다랐다고 하더군요.”

“이런… 설마 정원준?’

“…네.”

김천용은 혀를 차며 또다시 한숨을 내쉬었다.

“또 힘을 얻었으니 어찌나 설치고 다니려는지… 그 망나니 자식이 S급이 되면 어떻게 하고 다닐지 벌써부터 무섭구만.”

S급 헌터.

국내 전체에서도 단 7명뿐인 존재들.

대한민국 4대 길드인 초대형 길드에만 존재하는 국가 최고 전력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였다.

대한민국 4대 길드인 청룡, 주작, 백호, 현무.

현무길드에만 1명이 있었고 나머지 길드에는 각각 2명씩 S급 헌터가 존재했다.

S급 헌터의 숫자에 따라 길드의 입지가 달라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으니, S급 헌터의 존재에 민감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우리 쪽도 얼른 서아가 커야할 텐데… 그놈의 마력 하나 못 다뤄서 저 지경이니… 으휴…….”

김천용의 한숨이 나날이 늘어만 가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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