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1화 (21/300)

21화. 던전이 갑자기 열림 (1)

“…마흔아홉, 끄으으… 쉰!”

태운은 오늘도 어김없이 집에서 중력 트레이닝을 하고 있었다.

그동안 태운의 트레이닝 방식에는 상당한 변화가 있었다.

쉬이이이 ―

태운의 전신에서 옅게 피어오르는 연기.

“후우…….”

잠시 눈을 감고 있던 태운은 홀가분해졌는지 고개를 앞뒤 좌우로 한 번씩 젖히며 몸을 풀었다.

“다시!”

착 ―

다시 바닥에 엎드리는 태운.

그그긍 ―

몸에 중력이 걸림과 함께 땀을 뻘 흘리며 중력 트레이닝을 다시 하기 시작했다.

어떻게?

그건 바로 자가 회복을 이용한 것이었다.

어차피 태운은 남들보다 마력 수치를 늘리는 데에 10배 이상의 이점을 갖고 있었으니까.

‘마력이야 높을수록 좋긴 하지만… 신체가 강해지면 더 효율이 좋을 텐데.’

터무니없이 빠르게 성장한 마력 수치에 비해 느린 육체의 성장이 마음에 걸렸던 태운.

‘자가 회복은 시간을 돌리는 것이 아니라 말 그대로 회복이니까, 운동 후 근육의 회복에 사용해도 괜찮지 않을까?’

손가락 마디만 한 깊은 상처도 마력 1이면 회복시킬 수 있어 높은 효율을 자랑하는 자가 회복이었다.

몸을 혹사시킨다 싶을 정도로 운동을 한다 해도 그리 많은 마력이 필요하진 않을 터.

‘한번 해보자.’

그렇게 태운은 며칠간 운동과 자가 회복을 하기를 반복했다.

그 결과,

‘역시!’

태운의 생각은 다행히 틀리지 않았다.

수 시간 동안 운동을 해도 자가 회복에 쓰이는 마력은 거의 1, 가끔씩 2가 사용될 뿐이었으니까.

그렇게 태운은 계속해서 운동과 자가 회복을 반복해나갔고,

“훅! 훅!”

사관학교를 졸업한 지 불과 한 달 만에 벌써 팔굽혀펴기 50개를 중력 4.8배에서도 할 수 있게 되었다.

“푸하아! 하아… 하아…….”

다시 50개를 마친 태운의 몸뚱이가 거친 숨을 토해내며 바닥에 엎어졌다.

“하아… 하아…….”

가만히 옆얼굴을 바닥에 대고 있던 태운.

바닥에 엎드린 태운의 눈에 방 안 풍경이 들어왔다.

‘…확실히 트레이닝 룸이 있으면 좋겠네.’

태운은 비좁은 집을 둘러보며 생각했다.

7월이라 그런지 날도 너무 덥고 벌레가 너무 많아서 야외 트레이닝은 안 한 지가 꽤 된 상태였다.

그래서 집에서 하곤 했지만, 방도 넓은 편은 아니었고 반지하라 환기도 잘 되지 않아 매일 땀 냄새와의 전쟁이었다.

‘이사 갈까?’

돈은 충분했다.

며칠 전 던전 클리어를 협회에 보고했고, 대리 토벌 수당이 더 괜찮았기에 몇 주간 대리 토벌 의뢰만 돌며 돈을 벌고 있었으니까.

“…그냥 살자. 급한 것도 아닌데. 계약기간도 남았고.”

이사를 위해 또 집을 알아보고 짐을 옮길 생각에 태운은 고개를 내저었다.

‘이사는 너무 귀찮단 말이지.’

쉬이이이 ―

태운은 자가 회복으로 몸 상태를 최상으로 만들며 핸드폰을 만지작거렸다.

이젠 습관처럼 헌터 커뮤니티에서 대리 토벌 의뢰를 찾는 태운의 손가락이 바쁘게 움직이고 있었다.

* * *

‘아 맞다. 이제 B급이 아니어도 되잖아?’

한참이나 커뮤니티에서 B급 토벌 의뢰만 뒤지던 태운은 잠시 핸드폰에서 눈을 떼며 방 천장을 올려다보았다.

바쁜 일정에도 태운은 언제나 마력 호흡 단련을 절대 빼먹지 않고 있었다.

그리고 그 결과,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전자기력/?/?)

마력 : 10,003

드디어 마력 수치가 1만을 돌파할 수 있었다. 이제 A급 던전을 신청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러나,

‘A급 던전부터는 대형 길드들이 앞다퉈서 가져가려고 한다고 했지.’

S급 던전은 잘 나오지도 않을뿐더러 그 위험도가 너무 컸다.

국내에서 내로라하는 탑 헌터들도 잘못하면 부상 수준이 아니라 죽을 수도 있었으니까.

애초에 S급 던전의 클리어를 위해 권고되는 최소 멤버는 S급 헌터 10인. 국내 S급 헌터 7명이 전부 힘을 합쳐도 클리어하기 힘들다는 의미였다.

즉, 이는 또한 국내에서 S급 던전이 생성되면 던전 브레이크가 일어날 때까지 대한민국 헌터들만으로는 해결할 수가 없다는 의미.

다행히 그런 일이 일어나기 전에 해외 길드에게 도움을 요청해 해결하긴 했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A급 던전은 인기 폭발이었다.

생성 빈도수도 그리 높지 않은 데다가 돈도 많이 벌리고, 무엇보다 길드원들을 강하게 성장시키는 데에 가장 좋았으니까.

물론 A급 던전도 쉬운 던전은 아니었기에 부상도 많이 당해서 오히려 손해를 보는 경우도 허다하긴 했지만.

그만큼 워낙 인기가 많은 던전이다 보니 기존 원칙인 선착순 배정에 대형 길드들이 불만을 품었고, 결국 던전 점유권에 대한 분쟁이 생길 경우엔 결투로 해결하는 사태가 벌어지고 말았다.

결국 4대 길드 외에 S급 헌터가 하나도 없는 나머지 길드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A급 던전에는 손도 대지 못하는 신세가 되어버렸다.

‘내가 지금 S급 헌터를 이길 수 있을까?’

안 되리라는 법도 없다.

B급 수준의 마력일 때도 A급인 이철민을 이겼으니까. 뭣하면 청뢰를 쓰면 되기도 하고.

그러나 그렇게 하면,

‘눈에 띌 텐데…….’

태운은 잠시 고민에 빠졌다.

주목받지 않고 조용히 강해져 소리소문없이 협회에 들어가기 위해 조기졸업까지 강행했던 것이니까.

‘대형 길드들의 눈에 띄지 않고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방법…….’

고민하는 태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마력호흡밖에 없는 건가? 정말로?’

아무리 태운의 마력호흡이 좋은 효율을 보인다곤 하지만,

‘최소 S급에 도달하려면 앞으로 마력을 2만을 더 올려야 하는데.’

단순 계산으로도 앞으로 마력 호흡을 4,000시간을 해야 했다.

‘하루 4시간이면 1,000일… 8시간을 해도 500일… 12시간씩 해도 거의 1년…….’

태운은 눈앞이 아찔해지는 기분을 느꼈다.

‘…그렇게 오래는 못 기다린단 말이다.’

지금도 고삐 자체가 없는 헌터들이 이곳저곳에서 무고한 피해자들을 만들어내고 있을 터.

꾸드득 ―

거기까지 생각이 미친 태운의 두 주먹이 꽉 말아쥐어졌다.

그렇게 태운이 한참이나 심각하게 고민에 빠져있던 그때,

삐이익! 삐이익!

“응?”

핸드폰에서 긴급 재난 문자가 울렸다.

다행이라고 말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지만,

[충남 천안시, 서든 브레이크 발생, A급으로 추정.]

태운의 고민은 전혀 예상하지 못한 방향으로 풀려가고 있었다.

* * *

서든 브레이크.

일반적인 던전 브레이크와는 다르게 생성되자마자 갑자기 던전이 브레이크 되는 현상을 말했다.

예고 없이 갑자기 발생하기 때문에 대비를 할 수가 없다는 게 가장 큰 특징이자 최악의 특징이었다.

다행히 극히 드문 확률로 일어나기는 하지만 한번 일어날 경우, 가장 낮은 F급 브레이크라고 하더라도 수많은 사상자가 발생했다.

일반인들은 마력 자체에 취약했으니까.

때문에 세계 각 나라들은 모든 도시마다 마력을 차단하는 방마벽으로 만들어진 대피소를 지었다.

한국도 전국에 있는 모든 도시의 대피소를 짓는 등 나름 상당히 대비를 잘한 편의 국가에 속했다.

그럼에도,

“아우우우~!”

지금 이곳에서는 지옥이 펼쳐지고 있었다.

“얼른 대피하세요! 빨리!”

“꺄아아악!”

“으아악!”

아비규환.

분명 이 장소를 나타내는 가장 어울리는 말일 것이다.

“윽… 갑자기 힘이…….”

털썩.

정신을 차리고 달아나려던 일반인들이 몬스터들이 내뿜는 마력에 의해 정신을 잃고 쓰러졌다.

“저기! 저기도 쓰러져있다! 어서 구해!”

가장 먼저 현장에 도착한 헌터 협회의 헌터들이 빠르게 쓰러져있는 사람들을 구출해내려 했지만,

콰드득!

“크아악!”

그런 헌터들을 통째로 물어뜯는 몬스터가 있었으니,

“아우우우우~!”

바로 웨어울프였다.

“크르릉!”

아파트 2층 크기의 거대한 몸집의 웨어울프들.

크기도 크기지만 그 덩치를 가지고도 가공할만한 스피드와 파워를 가지고 있어 더욱 무서운 존재였다.

우두둑 ―

도로변에 심어져 있던 가로수를 한 손으로 가볍게 뽑아버리는 웨어울프.

부웅! 꽈앙!

이리저리 휘두르며 근처에 보이는 모든 것들을 닥치는 대로 부수기 시작했다.

“길드들의 지원은! 아직인가!”

현터 협회 충청도 관할 지부장 이현도가 무전에 대고 악을 썼다.

{치직… 청룡길드가 출발했지만, 시간이 꽤 걸릴 것 같습니다. 치직… 백호길드가 10분 이내에 도착, 현무길드는 다른 던전 토벌 중이라고 합니다. 주작길드는 답이 없습니다! 치직…….}

“10분! 10분만 버텨! 백호가 곧 도착한다!”

이현도는 목청을 높여 소리를 질렀다.

협회 소속 헌터들의 사기를 북돋아 주기 위함이었다.

그러나 그 큰 목소리는,

쫑긋.

웨어울프들의 시선을 끌고 말았다.

“크릉…….”

슈슉 ―

어마어마한 떡대를 자랑하며 서 있던 웨어울프 한 마리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퍽……!

퍽 하는 소리와 함께 이현도의 몸뚱이가 저만치 날아가며 가로수를 부러뜨리는 것으로도 모자라, 도로 위의 펜스들을 모조리 우그러뜨렸다.

“커헉……!”

겨우 B급 헌터인 이현도가 버틸 수 있는 충격이 아니었다.

오함마라도 정통으로 맞은 듯이 가슴이 크게 함몰되어 있었고, 여기저기 긁히고 부딪혀 몸 전체에는 피멍과 잔 상처들이 가득했다.

흐릿한 눈으로 자신을 날린 웨어울프를 바라보던 이현도.

자가 회복을 할 힘도 없었는지 그의 고개가 바닥으로 툭 떨어졌다.

“지부장님!”

그 모습을 본 협회 헌터들의 절규가 잇따르고,

“으아아아아!”

몇몇 협회 헌터들이 두 눈에 잔뜩 핏발을 세운 채 웨어울프를 향해 달려들기 시작했다.

그러나,

퍼버벅!

그들은 달려든 속도보다 더 빠르게 저 멀리 튕겨져 날아갔다.

콰과과광!

폭탄이라도 터진 듯 웨어울프를 중심으로 사방의 건물들이 터져나갔다.

슈우우…….

그리고 그 터져나가는 건물에는 이미 미동조차 하지 않는 헌터들이 죽은 듯이 쓰러져있었다.

“크아아앙!”

웨어울프의 포효가 도시 전체를 흔들었다.

천안 도시 전체가 바람 앞에 등불처럼 위태롭게 흔들리고 있었다.

* * *

“더 빨리 밟아!”

부아아아앙!

삐용 ― 삐용 ―

차 위에 붙인 사이렌을 울리며 시속 200km에 가까운 속도로 위태롭게 고속도로를 달리는 봉고차 한 대.

청룡길드장 김천용과 그 정예들이 타고 있었다.

“얼마나 남았어!”

“이 속도로 가면 15분 정도 걸립니다!”

“젠장, 하필 또 충청도에서 터져서는!”

청룡길드가 위치한 곳은 강원도와 경상북도가 만나는 지점.

자연스레 강원도와 경상북도는 청룡길드의 관할 아닌 관할구역이 되었다.

그리고 수도권을 양분한 백호길드와 주작길드.

현무길드는 전라도와 경상남도를 커버하는 것도 벅찬 수준이었기에, 어떻게 보면 충청도는 공백 지역이나 다름없었다.

때문에 거의 모든 중소 길드들이 무주공산이 된 충청도를 가지고 패권 경쟁을 벌이고 있었다.

그래서 그 어느 곳보다 헌터들이 많은 곳이긴 하지만,

‘A급 브레이크를 막아낼 만한 인재는 없다.’

웬만한 인재들은 거의 대부분 4대 길드에서 영입해가니 작은 길드에 인재가 있을 리 없었던 것이다.

기껏해야 B급 헌터 한두 명만 있어도 충청도 전체에서 알아주는 길드가 될 수 있는 곳이다.

그러니,

‘이런 쌩 난리가 나지!’

마력에 내성이 있는 헌터 포기자 출신 기자들의 생중계로 신랄하게 방송되고 있는 천안의 모습.

발생한 지 30분도 채 되지 않았음에도 이미 도시가 엉망이 되었다.

도로와 가로수들은 완전히 갈아엎어지고 건물들의 창문이란 창문은 모조리 깨져있었다.

다행히 협회의 발빠른 대처 덕에 마력 감염증에 휘말린 사람들의 수는 생각보다 그리 많지 않았다.

‘그래도 추정 사상자가 1,300여 명, 브레이크 진압 중 당한 헌터들 수만 100이 넘어간다.’

A급 브레이크는 세계적으로도 드문 브레이크였다.

한두 마리의 A급 몬스터들을 물리치며 토벌하는 데에도 A급 헌터가 최소 10명이 필요하다.

그런데 브레이크는 던전 내의 몬스터가 한꺼번에 몰려나오는 것이었으니,

‘A급 브레이크의 위험도는 최소 S급 던전 이상.’

브레이크는 한 등급 위의 던전과 맞먹거나 그 이상으로 위험하다고 평가되고 있었다.

김천용은 연신 운전대를 잡은 길드원을 재촉하며 눈으로는 핸드폰 생중계를 바라보았다.

그리고 생중계에 달리는 수많은 댓글들.

ㄴ 미친 나라 망하는 거 아님?

ㄴ ㅈ될 뻔;; 나 어제 천안 놀러갈라 했는데.

ㄴ 오우 님 운 오지시네요.

ㄴ ㅈㄴ 헌터들 어디서 뭐 하냐? 사람들 다 죽어 나가는데?

ㄴ 지금 저기 죽어 나가는 사람들이 헌터들이야 ㅂㅅ아.

ㄴ 아 내 말은 4대 길드들 말한 거였음.

콰아앙!

웨어울프의 주먹질, 발길질 한 번에 총알마냥 튕겨져 나가는 헌터들.

자가 회복을 할 여력조차 남기지 못하고 반송장이 된 채 늘어지는 모습들이 중계 카메라에 담길 때마다 빠르게 달리던 댓글들이 움찔움찔하며 순간순간 정적이 이어졌다.

ㄴ 아니 ㅅㅂ 백호랑 현무 뭐함? 충청도랑 제일 가까운데?

ㄴ ㅇㅈ 세금 혜택은 다 받아 가면서 일 터지면 코빼기도 안 보이쥬?

ㄴ 충청도에도 빨리 누가 뭐 하나 세워라. 길드 없냐? 협회 혼자 어떻게 막아 거기 인재도 없는데.

ㄴ 충청도에 길드 제일 많거든… 알고 말해라.

ㄴ 많으면 뭐 해 S급은 하나도 없고 A급도 몇 명 없는데.

그때,

슈슈슉 ― !

중계 카메라에 한 무리의 헌터들이 이동하는 모습이 잡혔다.

어깨에 하얀 호랑이 마크를 달고 있는 헌터들.

ㄴ 백호길드다!

ㄴ 오, 이제 반격 가나요?

ㄴ 호백이 행님! 늑대 새끼들 쓸어버리자ㅏㅏ

그들 중 선두에서 그들을 이끌고 있는 새하얀 백발의 남자.

번뜩!

바로 백호길드의 마스터 정호백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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