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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2화 (22/300)

22화. 던전이 갑자기 열림 (2)

“쓰러진 헌터들 전부 안전한 곳으로 피신시키고 일로 모여!”

“네!”

파밧!

빠르게 산개하는 백호길드의 헌터들.

전원이 A급으로 구성된 정예들이었다.

우드득 ―

“니X럴 괴물 늑대 새끼들이 지금 우리 땅에서 뭐 하냐?”

정호백.

대한민국 7인의 S급 헌터 중 1인.

고유 능력인 백호로 백호길드의 상징과도 같은 존재감을 지닌 백호길드의 마스터였다.

“너희들은 다 뒈졌다.”

흠이 있다면 말투가 좀 많이 거친 점?

펑!

정호백이 땅을 박차자, 거친 폭음이 터져 나왔다.

지면이 포탄이라도 맞은 듯 터져나감과 동시에, 신체의 일부가 백호로 변한 정호백의 신형이 어느새 웨어울프의 위를 점하고 있었다.

콰가가가각!

정호백의 손이 사선으로 그어지며 지면을 긁었고,

“캥!”

웨어울프는 공격을 막아내며 고통에 찬 소리를 냈다.

그러나,

“어쭈?”

양팔에 생채기가 났을 뿐, 꽤나 멀쩡해 보이는 웨어울프.

‘A급 중에서도 최상위인가? 꽤나 빡세겠군.’

S급 헌터라고 할지라도 쉽게 볼 상대가 아니었던 것이다.

‘보스라도 튀어나오면 다 뒈지겠는데.’

혼자서는 막을 수 없다.

정호백은 빠르게 판단을 내렸다.

‘무리하면 당한다. 다른 길드 놈들도 오고 있을 테니 시간을 끌어야겠어.’

지금 이곳에 웨어울프를 홀로 상대할 수 있는 존재는 자신뿐.

A급 정예들을 데리고 왔지만, 그들이 웨어울프를 단신으로 상대하기에는 역부족이었다.

“다들 3인 1조로 다녀라! 다른 놈들 올 때까지 뒤지면 뒤진다! 알겠냐!”

콰우우웅 ― !

마력을 담아 지르는 정호백의 외침이 마치 사자후처럼 일대를 울리며 퍼져나갔다.

“……!”

덕분에 먼 거리에서도 길드원들은 그의 목소리를 정확히 들을 수 있었다.

‘정태만 데리고 왔어도 조금 나았을 텐데.’

정호백은 백호길드의 두 번째 S급 헌터인 구정태의 부재가 못내 아쉬운 듯 입맛을 다셨다.

“아우우우~!”

한편, 팔에 상처를 입은 웨어울프는 혼자 힘으로는 벅차다고 판단하고 하울링으로 동료들을 불러 모으기 시작했다.

“크르르르…….”

주변에 살아있는 존재가 별로 없어 그저 어슬렁거리기만 하며 흩어져있던 웨어울프들의 고개가 어디선가 들려온 하울링에 휙 돌아갔다.

“아우우우우~!”

“아우우우!”

슈슈슉 ― !

동료에게 답을 하듯이 하울링을 짧게 외친 녀석들이 소리의 발원지로 내달리기 시작했다.

흠칫!

사방에서 몰려오는 거대한 기척들을 느낀 정호백의 어깨가 살짝 떨려왔다.

“…너무 빡센데.”

“크릉!”

동료들을 부른 웨어울프 녀석은 정호백을 바라보며 기세등등하게 미소를 지어 보였다.

“표정 개 같네, 이 개X끼.”

주르륵 ―

홀로 웨어울프 떼를 상대하게 생긴 정호백의 등허리로 땀이 주르륵 흘러내리고 있었다.

* * *

끼이이익 ― !

뽑은 지 얼마 안 된 태운의 새 SUV가 뛰어난 제동력을 자랑하며 길가에 멈춰 섰다.

파앗 ― !

천안시 외곽에 차를 세워둔 태운의 몸이 총알처럼 쏘아져 나갔다.

‘늦지 않기를!’

[부분 강화]

하체를 집중 강화시킨 태운의 신형이 바람보다 빠르게 날아갔다.

“흐아아앙… 엄마!

“구급차 더 불러! 빨리!”

“XX병원이죠? 구급차 좀 전부 보내주세요!”

브레이크 외곽 지역.

구출된 사람들과 사상자들이 한데 모여 있었고, 외곽 지역을 담당한 협회 직원들의 발길이 빠르게 움직이고 있었다.

“엄마… 아빠……!”

쓰러진 부모들을 붙잡고 울고 있는 아이들.

“미정아! 눈을 떠! 흑흑…….”

쓰러진 아이를 안아 들고 눈물을 흘리는 부모들의 모습까지.

상처를 입고 쓰러진 사람부터 별다른 외상은 없지만, 마력에 감염된 사람들까지 꽤 많은 수의 사람들이 정신을 잃고 쓰러진 상태로 한데 모여 있었다.

그리고 그들 중 대다수는 이미 숨이 끊어진 듯 일말의 미동조차 없어 보였다.

으득 ―

그들을 지나치는 짧은 순간에도 그 모든 모습들을 선명하게 눈에 담은 태운의 이가 절로 갈렸다.

슈아아악 ― !

태운의 속도가 더욱 빨라지며 시야에 들어오는 풍경이 빠르게 변했다.

후우웅 ― !

“윽!”

무엇인가 지나가며 일으킨 거센 바람에 직원 몇몇이 눈을 비비면서 감았다 떴다.

“…뭐였지?”

그러나 그들이 눈을 떴을 땐 시야엔 이미 아무것도 없었다.

솨아아아 ―

거센 돌풍이라도 지나간 듯 가로수들이 서로 같은 방향으로 뒤늦게 흔들리고 있을 뿐이었다.

* * *

“하! 이 개X끼들 힘 좀 쓰네? 들어와!”

슈욱!

웨어울프의 주먹이 지척까지 들어오고,

“크아아아!”

아직 인간의 모습을 하고 있던 정호백의 머리가 순간적으로 백호로 변하며 웨어울프의 팔목을 물어뜯어 버렸다.

“깨갱! 캥!”

팔목을 물린 웨어울프가 고통에 울부짖자,

“크아앙!”

다른 웨어울프들이 정호백의 뒤를 잡고 달려들었다.

쾅!

“커헉!”

수박보다 커다란 주먹에 등허리를 맞은 정호백은 몸을 비틀거리며, 물고 있던 웨어울프의 팔목을 놓치고 말았다.

“끼잉! 끼잉!”

다행히 팔목을 물렸던 웨어울프는 고통을 호소하며 덤비지 않고 물러났다.

“하아… 하아… 감히 내 앞에서 그딴 표정을 지어? 하아… 하아… 그 손은 이제 못 쓸 거다. 큭큭.”

덜렁거리는 손을 붙잡고 낑낑거리는 웨어울프를 보며 정호백이 씨익 웃어 보였다.

“끼잉…….”

동료를 불러 모은 후, 기세등등한 미소를 짓던 웨어울프는 덜렁거리는 자신의 팔목을 핥으며 울상이 되어 있었다.

섬뜩한 미소를 짓는 정호백의 눈동자는 이미 백호의 그것이 되어 혈광이 아른거리고 있었다.

“크르르릉!”

“크르릉!”

그 살기 넘치는 눈빛에 오싹함을 느낀 다른 웨어울프들이 전신의 털을 바짝 세우기 시작했다.

정호백을 둘러싼 웨어울프의 수는 총 5마리.

문제는 이 5마리가 전부가 아니라는 점이었다.

‘이놈들이 여기저기로 퍼지지 않고 근처에 있다는 게 그나마 다행인가.’

“후우…….”

헐떡이던 정호백의 숨이 곧 정상으로 돌아왔다.

A급 최상위 몬스터 5마리를 한번에 상대하는 것은 아무리 S급 헌터라고 하더라도 무리였지만, 시간을 끄는 정도라면 백호의 회복력과 자가 회복으로 어찌저찌 버틸 수 있을 것이었다.

‘김천용 이 새끼는 뭐하길래 여태 안 와? 개 빡세네, 진짜!’

“하아… 자가 회복 쓰기 싫은데… 쯧.”

우웅 ―

치이익 치익 ―

정호백의 몸에 난 상처들이 순식간에 치유되었다.

“크릉?”

그 모습에 놀란 웨어울프들의 눈이 휘둥그레졌다.

“후우… 너희들은 이런 거 못 하지?”

슉 ―

콰앙!

정호백의 신형이 사라지는가 싶더니, 커다란 호랑이의 앞발이 뒤로 물러나 팔목을 핥던 웨어울프의 머리통을 후려쳤다.

“케헥!”

지면에 대가리가 박히며 피를 토하는 웨어울프.

“아니 이래도 메시지가 안 떠? 더럽게 안 뒤지네, 진짜.”

정호백은 다시 백호의 앞발을 들어 올렸다.

“내 마력 수치 어쩔 거야, 이 새끼야!”

연이어 마무리하려는 찰나,

콱! 콰악!

“휘유~”

정호백은 작게 휘파람을 불며 재빨리 몸통을 비틀어 그 자리를 피해냈다.

정호백의 몸이 있던 자리는 어느새 달려든 웨어울프 2마리의 아가리가 찢어발기고 있었다.

착 ―

마무리하지 못하고 물러난 정호백은 아쉬운 듯 작게 한숨을 쉬었다.

“하아… 진짜 빡세네. 누가 나 좀 도와줘라…….”

정호백의 한숨이 텅 빈 천안 한복판에 쌓여만 가고 있었다.

* * *

‘저기 있다!’

태운의 눈이 웨어울프 한 마리를 포착했다.

텅텅

후두둑 ―

웨어울프가 길거리에 있는 자판기를 몇 번 두드리자, 자판기가 통째로 크게 흔들리며 안에 있던 내용물들이 쏟아졌다.

치이익!

콜라 하나가 터지며 김빠지는 소리를 내자,

“크릉!”

깜짝 놀랐는지 웨어울프의 다리가 콜라 캔을 찍어눌렀다.

콰아앙!

단순한 발 구름에도 땅이 부서지고 지축이 흔들렸다.

쿠당탕!

자판기는 충격파로 인해 저만치 나가떨어지고 있었다.

“크릉?”

사라진 자판기를 찾으며 두리번거리는 웨어울프.

그러다 자신을 쳐다보고 있는 태운과 눈이 마주쳤다.

“크아앙!”

두두두두두 ―

무서운 속도로 달려드는 웨어울프.

그 모습이 마치 거대한 탱크가 두 발로 일어나 달려드는 듯한 착각을 일으켰다.

치직!

태운은 망설임 없이 곧바로 청뢰를 발산했다.

[청뢰침(靑雷針)]

피슉!

새끼손가락보다도 작은 푸른 번개의 바늘이 돌진해오던 웨어울프의 어깨에 꽂혔고,

빠지지지직!

“깨갱! 캥!”

웨어울프는 곧바로 어깨를 부여잡으며 바닥에 나뒹굴기 시작했다.

‘아쉽지만… 지금은 시간이 없어.’

평범하게 던전 안에서 웨어울프를 만났더라면 금뢰나 적뢰, 혹은 마력강화만을 사용하면서 능력 의존도를 최소화하고 본신의 실력을 키우려 노력했을 터였다.

그러나 지금은 누가 어디서 또 죽어 나가고 있을지 모르는 상황.

‘최대한 빠르게.’

여유 부리고 있을 때가 아니었다.

그래도 효울적으로 마력을 사용하고자 그나마 마력이 적게 드는 ‘침’ 형태를 사용했다.

“끼이잉!”

계속해서 바닥을 뒹구는 웨어울프.

치지지지직!

어느새 몸 전체로 번진 청뢰가 놈의 몸 전체를 지지고 있었다.

‘…꽤 오래 버티잖아?’

웨어울프는 생각보다 빨리 죽지 않고 있었다.

몸집은 훨씬 작았지만 불과 10초 만에 쓰러지던 대왕 아나콘다에 비해 확실히 체력이 좋은 듯했다.

‘어쩔 수 없지.’

파직!

녀석을 빠르게 마무리 짓기 위해 태운은 손에서 다시 한번 푸른 번개를 모았다.

그러나,

흠칫!

쾅!

바닥을 뒹구는 와중에도 태운의 공격할 것임을 알아챈 웨어울프는 쓰러진 상태에서 있는 힘껏 두 다리로 바닥을 박찼다.

콰창!

후속 공격을 피하기 위해 몸을 날려 근처 건물로 뛰쳐들어간 웨어울프.

다행히 안에는 아무도 없었다.

“끼잉! 끼이잉!”

치지지직!

그러나 여전히 푸른 번개는 웨어울프의 전신에 달라붙은 채 전신을 갉아먹고 있었다.

그 모습을 본 태운은 생각을 바꿨다.

‘그래봐야 곧 죽을 텐데 마력을 낭비할 필요는 없지.’

이번 브레이크는 A급 브레이크.

이제 A급에 발을 걸친 태운에게도 어떤 일이 일어날지 모르는 수준의 미지의 난이도였으니까.

아무리 신속함이 중요하다고는 하지만, 던전처럼 잠시 나가서 마력을 회복하고 다시 도전할 수도 없었으니 신중할 필요가 있었다.

태운이 건물로 들어간 놈을 바라보고 있을 때,

“아우우우~!”

녀석은 고통에 몸부림 치며 있는 힘을 다해 하울링을 쏘아 올렸다.

주위 동료들에게 전하는 구조요청 같았다.

드드드드드 ―

근처에 있는 웨어울프들이 모조리 몰려오는 듯, 지면에 미세한 진동이 울리기 시작했다.

진동을 감지한 태운은 직감적으로 품 안의 탈을 꺼내 착용했다.

‘그러고 보니 생중계가 있었지. 드론이 이곳을 찍을 수도 있겠군.’

전투가 벌어지는 곳이라면 어디든 찍힐 가능성이 컸다.

아직 제대로 된 기반을 다지지 못한 태운으로서는 대형길드의 이목을 끄는 것이 껄끄러울 뿐이었다.

그때,

[마력이 2,570 오릅니다.]

“뭐?”

휙!

고개를 돌려보니 청뢰침에 맞았던 웨어울프가 몸 전체가 잔뜩 그을린 채 건물 바닥에 쓰러져있었다.

더 이상 마력이 없는 듯 청뢰도 사라진 모습이었다.

“상태창.”

[상태창]

이름 : 권태운

능력 : 초힘(중력/전자기력/?/?)

마력 : 12,573

‘헉……!’

태운은 갑작스런 성장에 입을 벌린 채 손으로 입을 틀어막았다.

‘…이렇게 센 놈이었어?’

몬스터가 본인보다 훨씬 강할 경우, 약 10%의 마력을 얻을 수 있으니 조금 전 녀석의 마력 수치는 대략 25,700.

A급 몬스터 중에서도 최상위 몬스터였던 것이다.

‘미친.’

순전히 우연이었지만, 고민을 단번에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을 찾게 된 태운.

하지만 태운은 마음 놓고 기뻐할 수가 없었다.

“크르릉!”

“…….”

태운은 복잡한 표정으로 저 멀리서 으르렁거리며 몰려오고 있는 웨어울프들을 바라보았다.

놈들의 몸통 곳곳에는,

“크아아앙!”

어디선가 당한 피해자들의 혈흔이 묻어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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