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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4화 (24/300)

24화. 던전이 갑자기 열림 (4)

위이잉 ―

이매탈을 쓴 자를 놓친 드론이 이리저리 몸을 돌리며 대상을 찾고 있었다.

“뭐야 어디로 간 거야……!”

드론 조종사는 드론캠 화면을 뚫어져라 쳐다보며 손가락을 움직였다.

그때,

“크라라라라!”

저 멀리서 드론 조종사가 있는 곳까지 들려오는 거대한 포효소리.

‘이건……!’

포효소리를 들은 드론 조종사의 손이 바쁘게 움직였다.

위이이잉!

재빨리 드론을 돌려 소리가 들려오는 곳으로 날아갔다.

흔들흔들.

거센 바람에 드론의 몸뚱아리가 흔들렸지만, 조종사는 한계까지 드론을 가까이 붙였다.

‘역시!’

콰아아앙!

명실상부 대한민국 최고의 헌터.

김천용의 등장이었다.

“켁!”

청룡의 손에 잡힌 웨어울프가 발버둥 쳤다.

단순히 크기만으로 시가지를 가득 메운 거대한 청룡.

아파트 2층 크기의 커다란 웨어울프가 마치 어린아이 손에 잡힌 병아리처럼 느껴질 정도였다.

빠지지직!

청룡의 손에서 새하얀 번개가 튀어 올랐다.

“케에에엑!”

손에 잡힌 채 번개에 지져지는 웨어울프.

슈우우우 ―

짤막한 비명과 함께 새까만 통구이로 변해버린 웨어울프가 몸을 축 늘어뜨렸다.

“역시 마스터는 대단해!”

A급으로 이루어진 청룡길드의 정예들이 하나같이 엄지를 척 들어 올렸다.

역시 대한민국에서 가장 EX급에 가까운 남자의 힘은 어마어마했다.

“크르르… 집중해……!”

용의 목소리가 울려 퍼지며 웨어울프들의 털이 빳빳하게 곤두섰다.

짐승의 본능.

자신들이 명백히 하위서열임을 깨달은 것이다.

“크아아아앙!”

겁을 집어먹은 웨어울프들이 하나같이 크게 울부짖기 시작했다.

“크아아아아!”

“아우우우우~!”

여기저기서 포효와 하울링이 뒤섞이기 시작했다.

“이것들이!”

한 청룡길드원이 손에 마력을 응집시켰다.

우우웅 ―

일반형 능력자 특유의 마력 유형화가 시전되면서 푸른 마력이 거대한 건틀렛 모양으로 변모했다.

슈욱!

콰앙!

A급 헌터의 정권이 작렬했다.

그러나,

드드득 ―

“크으윽…….”

흘깃.

고개를 들어 하울링을 하면서도 보지도 않은 채 주먹을 잡아채는 웨어울프.

‘역시 혼자서는 무리인가……!’

으득 ―

주먹을 잡힌 길드원은 허공에 매달린 채 이를 갈며 놈의 빈틈을 기다렸다.

“지금!”

주먹을 잡힌 길드원의 신호에 따라,

샤샤샥!

웨어울프의 등 뒤에서 다른 길드원 2명이 쏜살같이 튀어나왔다.

지잉 ―

지잉 ―

검을 든 길드원과 클로를 장착한 길드원.

각자 마력 유형화를 전개해 더 커지고 강해진 무기로 웨어울프의 몸통을 노렸다.

콰창!

“헉!”

각자의 공격이 들어갔다고 생각하는 순간에 사라진 웨어울프.

그 때문에 검과 클로가 부딪히며 불꽃이 튀어 올랐다.

“조심해!”

가까스로 주먹을 빼내어 뒤로 몸을 물린 헌터의 다급한 목소리가 들리고,

“크릉!”

바닥에 납작하게 상체를 숙이고 있던 웨어울프의 주먹이 클로를 든 헌터를 노렸다.

후욱!

콰앙 ― !

다행히 양손을 교차시켜 막아내는 데에는 성공했다.

그러나,

“꺄악!”

콰드드드드득!

충격을 감당하지 못하고 등으로 땅을 갈아엎으며 튕겨져 나가떨어지고 말았다.

“이 자식이…….”

“집중해!”

헌터는 즉사하거나 기절하지 않는 이상 자가 회복이라는 비장의 수가 있기에 남은 두 헌터는 날아간 헌터를 크게 걱정하지 않았다.

타닥!

다시 양손에 마력 건틀렛을 생성시킨 헌터가 재빨리 달려들었다.

“으아아아!”

퍼버버버벅!

거친 기합과 함께 작렬하는 연타.

“크흥!”

가소롭다는 듯 막거나 피하는 웨어울프의 뒤를 검을 든 헌터가 다시 한번 점했다.

“엎드려!”

후웅 ― !

가로로 베어지는 거대한 마력의 대검이 근방을 휩쓸었다.

피슉!

“깽!”

미처 피하지 못한 웨어울프의 등에 얕은 검상이 생기면서 피가 튀어 올랐다.

“얕아!”

건틀렛의 헌터가 땅에 주저앉았다가 튀어 오르며 웨어울프의 턱을 노렸다.

뻐억!

“크에에엑!”

웨어울프의 몸이 붕 떠오름과 동시에,

슉!

뻑!

웨어울프도 그 틈을 놓치지 않고 앞차기를 날렸다.

“쿠웩!”

기습적으로 복부를 맞은 건틀렛의 헌터가 피를 토하고,

“아직 멀었냐!”

검의 헌터가 소리를 질렀다.

콰앙!

“이 개X끼가아!”

바닥에 처박히면서 이곳저곳이 골절되며 꽤나 마력 수치를 날려버린 클로의 헌터가 건틀렛의 헌터의 빈자리를 메웠다.

그리고 이러한 모습들은 드론을 통해 모조리 생중계되고 있었다.

ㄴ 와 A급 3명이 달려들어서 겨우 상대하네;;

ㄴ 김천용 개쩌는 거 보고 정호백 겁나 약해 보였는데 이거 보고 다시 호백이 형 리스펙 ㅠㅠㄴ 같은 S급이라도 차이는 많이 남. 특히 김천용은 S급보다 EX급에 더 가까움.

ㄴ 빨리 우리나라에서도 세계급 헌터 나왔으면 좋겠다.

ㄴ 이거 ㅇㅈ… 인터넷에서 일본 놈들이랑 중국 놈들이 나대는 거 ㄹㅇ 꼴보기 싫음

파지직!

‘3명은 되어야… 아니, 그래도 조금 아슬아슬하군.’

웨어울프들을 하나씩 없애며 길드원들의 상태를 확인하던 김천용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엄밀히 말하면 웨어울프는 A급 헌터 셋으로도 약간 부족할 정도로 강한 개체였으니까.

‘정호백은 어디 있지?’

근처에서는 보이지 않았다.

최소 백호길드원들과 협력한다면 좀 더 안전하고 빠르게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을 터.

김천용의 몸 아래로 하얀 구름이 피어오르고,

슈우욱 ―

김천용의 몸이 빠르게 공중으로 떠올랐다.

ㄴ 오, 개 간지 난다 ㄹㅇ.

ㄴ 진짜 청룡 형님 사랑해요.

ㄴ 역시 사신수 중엔 청룡이 짱이지!

거대하고 신성해 보이기까지 한 청룡의 자태에 시청자들의 반응도 뜨겁게 달아오르기 시작했다.

* * *

빠악!

“켁!”

“후우… 후우…….”

정호백의 발차기에 웨어울프의 목이 부러졌다.

‘점점 늘어나는구만.’

정호백은 거친 숨을 몰아쉬며 주위를 둘러보았다.

“크르르르…….”

10마리 안쪽으로 몰려왔던 웨어울프들은 벌써 눈대중으로 살펴봐도 주위에만 30마리 이상이 있었고,

“아우우~!”

바깥쪽에 위치한 녀석들은 계속해서 동료들을 불러내고 있었다.

‘이놈의 늑대들은 시X, 얼마나 있는 거야!’

브레이크라고 하더라도 기본적으로 던전에 있는 몬스터들이 나오는 것이기 때문에 그 수에는 한계가 있었다.

그러나,

‘끝이 안 보이네 시X.’

더욱 최악인 것은 아직 보스는 나오지도 않았다는 것이었다.

‘지금 상태에서 보스까지 나오면 무조건 죽겠지.’

스윽

정호백은 고개를 들어 주위를 에워싼 웨어울프들 사이로 저 멀리 보이는 붉은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웨어울프들에게 둘러싸여 정신없이 싸우다 보니 어느덧 서든 브레이크의 발원지가 있는 곳까지 도달했던 것이다.

쿵 ― 쿵 ―

브레이크가 일어난 게이트에서는 쏟아져 나오는 것까지는 아니지만 계속해서 한 마리씩 천천히 웨어울프들이 걸어 나오고 있었다.

원래 한꺼번에 쏟아져나오는 일반적인 브레이크와 달리 한 마리씩 나오는 게 상당히 이상하긴 했지만,

‘…일단 지금 같은 상황에선 다행이라고 봐야겠지.’

정호백은 게이트를 바라보며 입술을 깨물었다.

‘다행히 청룡 자식들이 도착한 것 같기는 하지만…….’

쾅! 콰앙!

보아하니 조금 떨어진 곳에서 발이 묶인 모양이었다.

아무래도 지원을 기대하기는 힘들 듯했다.

그때,

콰아앙!

“크아아악!”

웨어울프 무리 바깥쪽에서 정호백을 지원하기 위해 접근하던 백호길드 헌터들이 나가떨어지는 소리가 들려왔다.

“여기로 오지 마! 딴 데로 가서 뭉친 다음 한 마리씩 조져!”

“하지만 형님! 형님은……!”

“지금 누가 누굴 걱정하냐!”

빠악!

우드득 ―

뒤에서 날아온 웨어울프의 발길질에 정호백의 왼팔이 탈골되었다.

“크악!”

‘아오씨! 최대한 힘 좀 아끼려고 했는데!’

장기전을 대비해 최대한 효율적으로 힘을 사용하고 있던 정호백.

하지만 이젠 상황을 따질 때가 아니었다.

최선을 다하지 않으면 목숨까지도 위험할 수 있는 상황이었으니까.

‘이젠 나도 모르겠다!’

화아아악!

정호백의 전신에서 새하얀 빛무리가 터져 나오기 시작했다.

꾸드득 ―

우득 ―

여태껏 일부만 백호의 그것과 닮아있었던 정호백의 신체.

“크허엉!”

마침내 정호백의 몸이 작은 트럭만 한 백호로 완전히 환골탈태 된 것이다.

“크르르르…….”

웨어울프보다는 작았지만 평범한 백호보다 훨씬 더 크고 위엄이 넘치는 정호백의 모습.

주춤

백호의 초저주파가 담긴 울음소리에 웨어울프들이 조금씩 물러났다.

두둑 ―

잠시 시간을 번 정호백은 변신과 함께 호랑이의 강력한 근육으로 별다른 몸짓 없이 왼쪽 어깨를 억지로 끼워 맞추었다.

‘크윽!’

마력 하나하나가 중요한 상황. 자가 회복할 여유 따위는 없었다.

곧바로 팔을 끼워 맞춘 정호백의 눈이 살의가 담긴 맹수의 눈빛으로 변했고,

“크릉!”

그 모습에 본능적으로 위협을 느낀 웨어울프들이 하나같이 으르렁거리기 시작했다.

덩치만 따지고 보면 정호백에게 불리한 상황이었다.

트럭만 한 대호의 몸집을 자랑하는 정호백도 2층 높이의 키를 가진 웨어울프의 앞에서는 중형견 정도의 크기에 불과했다.

안타깝게도 정호백의 능력은 동물계 환수형 백호가 아니라 평범한 백호였으니까.

그러나 백호는 환수가 아니더라도 엄연한 맹수.

“크르르르…….”

맹수 중에서도 최상위 서열에 위치한 백호의 울음소리가 계속해서 웨어울프들의 근육을 긴장시키고 있었다.

“크르르…….”

포위망 바깥쪽에서 여유 있게 상황을 방관하던 녀석들도 정호백을 주시하기 시작했다.

덕분에 크게 당할 뻔한 길드원들은 가까스로 몸을 빼낼 수 있었다.

‘형님… 크흑…….’

정호백이 전력을 다하고 있음을 눈치챈 길드원들은 눈물을 머금고 후퇴했다.

지금 상황에선 자신들이 정호백에게 짐밖에 될 수 없음을 깨달은 것이다.

“크르르르르…….”

계속되는 대치.

일단 상황을 반전시키기 위해 완전 변신을 했지만, 결과적으로 사방에 모든 웨어울프들이 자신을 집중하도록 만들어버렸다.

어찌 됐든 길드원들이 빠져나갈 수 있었으니 다행이었지만,

‘이런 씨X! 함부로 움직일 수가 없네!’

자칫 조금의 틈만 보여도 수십 마리의 웨어울프들에게 난자당할 판이었다.

여태까지는 한 번에 네다섯 마리만이 덤벼서 어찌저찌할 만했지만, 아무리 정호백이라도 A급 최상위 몬스터 수십 마리는 당해낼 자신이 없었다.

그렇게 어느 쪽 하나 먼저 움직이지 않고 서로 눈치 싸움만 이어가고 있는 그때,

기잉 ―

미세한 이명이 들려왔다.

‘응?’

치지직!

그리고 정호백의 눈에 들어온 것은 공중에 떠 있는 푸른 구슬… 아니, 푸른 구슬들이었다.

치지지지직!

허공을 가득히 채운 푸른 구슬들이 한 차례 전류를 내뿜는가 싶더니,

[만뢰(萬雷) ― 청뢰 ver.]

콰지지지지지직! 빠지지지지직!

푸른 번개가 일대를 파랗게 물들이기 시작했다.

“……!”

푸른 번개 다발을 바라보는 정호백의 두 눈도 푸르게 물들어가고 있었다.

* * *

‘이 정도면 됐겠지.’

이매탈을 뒤집어쓴 채 빈 건물 안에 있던 태운이 한숨을 쉬었다.

“크에엑…….”

즉사한 녀석들은 몇 없었다.

그래도 대부분 치명상을 입었고, 빗맞은 녀석들도 근육이 마비되었는지 기괴하게 팔다리를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어김없이 놈들의 몸에 남아 몸을 갉아 먹고 있는 청뢰.

얼마 지나지 않아 마무리될 터였다.

‘마력이 짱이구만.’

청뢰 버전으로 사용했음에도 금뢰 버전 만뢰 한 번에 마력이 바닥을 치던 얼마 전이랑은 확연히 다른 몸 상태.

‘아직도 넘친다.’

마력이 아직 충분함을 확인한 태운의 시선이 붉은 게이트를 향했다.

‘아무래도 놈들이 전부 빠져나오는 걸 기다리고 있을 시간은 없겠어.’

한 마리라도 놓치게 되어 천안 밖으로 나가게 된다면 피해는 더욱 커지게 될 터.

가장 빨리 사태를 진압하는 방법은 서든 브레이크를 일으킨 던전 자체를 얼른 토벌해버리는 것이었다.

‘흠.’

잠시 두 눈을 감는 태운.

아직 펼쳐져 있는 자기장을 통해 녀석들의 기척을 감지한 후,

‘이 정도는 막을 수 있겠지.’

청뢰에 맞은 30마리가 넘는 웨어울프가 곧 죽으면 몇 마리 남지 않는다는 걸 파악한 태운은 망설임 없이 자리를 떠났다.

타닷!

“크르르……!”

지금 막 던전 입구에서 나오던 웨어울프와 눈이 마주친 태운.

치직!

곧바로 손에서 푸른 번개를 일으켰다.

[청뢰권(靑雷拳)]

슈욱!

빠악!

“크엑!”

순식간에 웨어울프의 안면에 꽂히는 주먹.

그와 동시에 놈을 다시 게이트 안으로 밀어 넣으며,

슈룩.

태운의 몸이 완전히 게이트 안쪽으로 사라졌다.

그리고 그 모든 장면을,

위이이이잉 ―

드론 한 대가 촬영하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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