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6화. 이매탈이 너무 강함 (2)
천안시가 빠르게 정리되어갔다.
파바밧!
콰지직!
우선 3인 1조로 다니던 청룡길드와 백호길드의 정예 헌터들.
한 마리도 버거워 시간이나 끌며 도망 다니던 이들이 힘을 합쳐 6인 1조로 다니기 시작하니, 따로 떨어진 웨어울프 한 마리 정도는 상대하는 것을 넘어 아슬아슬하게나마 잡는 것도 가능해졌다.
“산개!”
파밧!
“포위!”
샤샥 ― 샤샤샥 ― !
“크르릉!”
순식간에 6명의 A급 헌터들에게 둘러싸인 웨어울프가 뒷걸음질 쳤다.
끄덕 ―
서로 눈을 마주친 웨어울프 등 뒤쪽에 있던 두 헌터가 먼저 공격을 감행했다.
파앗 ― !
순식간에 가까이 다가간 두 헌터가 각자 무기를 휘둘렀다.
스팟!
그러나 상대는 A급 중에서도 최상위 몬스터인 웨어울프.
놈은 놀라운 반사신경으로 몸을 돌리며 두 헌터의 공격을 피해냈다.
그러나,
피잇!
“케엥!”
어느새 원래 앞쪽에 있던 두 헌터마저 달려들어 등을 보인 웨어울프의 등을 베어버렸다.
펄쩍!
눈 깜짝할 사이에 앞뒤가 막혀버린 웨어울프는 일단 상황을 모면하기 위해 공중으로 높게 뛰어올랐다.
하지만 그 또한 상정한 범위 내.
슈아아악 ― !
어느새 공중을 점한 다른 두 헌터가 공중으로 솟아오르고 있는 웨어울프의 머리 위에서 떨어져 내리고 있었다.
서걱! 서걱!
“깨애앵!”
양쪽의 어깨와 목 사이를 베어버리는 두 헌터.
“마무리!”
샤샤샥 ―
두 사람의 신호에 지면에 발을 붙이고 있던 다른 네 명의 헌터들이 웨어울프가 떨어지는 곳에 자리를 잡았다.
어깨를 베어버리는 바람에 두 팔을 사용할 수 없게 된 웨어울프.
두 발은 착지를 위해 사용해야 했으니 사실상 방어 수단이 사라진 상태였다.
파앗 ― !
웨어울프의 두 다리가 지면에 닿기 직전에 사방에서 네 명의 헌터가 달려들었다.
사실상 끝난 셈이었다.
“크아아아앙!”
그러나 죽음의 위기에 봉착한 웨어울프가 될 대로 되라는 식으로 몸을 뒤틀면서 상황은 조금 더 지속되었다.
쾅! 콰앙!
“크윽!”
“크헉!”
착지를 포기하고 휘두른 두 발에 맞은 두 헌터가 저 멀리 날아가고,
꽈아앙!
“깽!”
육중한 몸으로 공중에서 맨몸으로 떨어진 웨어울프가 고통을 호소했다.
“놓치지 마!”
푹! 푹!
다행히 다른 두 명이 재빨리 쓰러진 웨어울프의 목과 심장에 날을 박아넣으며 상황을 가까스로 종료시켰다.
“이봐! 괜찮아?”
날아간 두 헌터에게 달려가는 다른 헌터들.
“하아… 시X, 그 순간에 발악할 줄이야.”
“아 진짜 마력 수치 아까워 죽겠네.”
치이이익!
두 사람의 몸에서 옅은 연기가 솟아오르며 상처들이 빠른 속도로 사라져갔다.
제대로 된 자세는 아니었다지만, 놈의 발차기 자체가 워낙 강력했기에 각각 두 팔과 갈비뼈가 으스러졌던 두 헌터는 눈앞에 떠오르는 마력 수치 감소 메시지를 보며 계속 혀를 찼다.
“방금 600 정도 벌고, 바로 60 날렸네. 무슨 10% 부가세 내는 것도 아니고, 시X.”
“그래도 그쪽은 많이 오르셨네요. 저는 오늘만 벌써 자가 회복에 1,000 넘게 썼거든요. 한 번만 정통으로 맞아도 거의 전신 골절이니… 방금 사냥에서 딜도 못 넣어서 마력도 못 올렸는데.”
클로를 든 청룡길드의 여성 헌터가 투덜댔다.
방금 전 전투에서 뒤쪽에서 공격이 빗나간 두 헌터 중 한 명이었기에 마력 수치를 올리지 못한 두 명 중 한 명이 바로 그녀였던 것이다.
더군다나 발에 채여 날아가 회복에 마력 수치까지 날렸으니 억울할 만도 했다.
그러나 그녀와 함께 발에 채였던 백호길드의 헌터는 그녀의 말에 자신을 놀리냐는 듯 눈썹을 씰룩였다.
“무슨 그 정도 가지고… 그쪽들 오기 전까지 우리는 무슨 수로 버텼는데? 나는 오늘만 3,000이 깨졌어! 이거 600 벌었어도 2,000 넘게 마이너스라고!”
“헐… 그건 좀 많이 유감…….”
두 길드의 정예 헌터들은 겨우 한 마리 잡아놓고 가볍게 농담을 주고받으며 긴장을 풀고 있었다.
그들이 이렇게 여유를 부릴 수 있는 데에는 다 이유가 있었다.
그건 바로,
파지지직!
빠각!
두 명의 S급, 김천용과 정호백의 존재 덕분이었다.
아우토반 위에 스포츠카마냥 천안 시내를 빠르게 질주하며 도시를 정리하는 두 사람.
쿠우우우우 ―
거대한 청룡이 시가지를 뒤덮은 채 날아다니며 번개를 뿌려대고,
퍼어어엉 ― ! 퍼어어엉 ― !
트럭만한 백호가 순간순간 소닉붐을 일으키며 어마무시한 속도로 달려들고 있었다.
파지지직!
김천용이 쏘아 보낸 번개가 웨어울프의 사지를 마비시키면,
피윳 ― !
빠악!
바람처럼 달려든 정호백이 놈의 모가지를 일격에 꺾어버렸다.
애초에 던전을 빠져나왔던 웨어울프들 중 상당수가 정호백의 근처에 있었고, 그 웨어울프들이 미지의 인물에 의해 이미 몰살당한 뒤였기 때문에,
빠지지지직!
빠악!
이곳저곳에 따로따로 흩어져 얼마 안 되는 소수의 웨어울프들은 두 사람의 진격을 한순간도 멈추게 할 수 없었다.
빠악!
쿵 ―
가공할만한 속도로 어느새 천안시 전역을 다 돌아버린 두 사람.
눈에 보인 마지막 웨어울프를 쓰러뜨린 정호백이 스르륵 ― 변신을 풀며 바닥에 주저앉았다.
“후우… 후우… 으메 빡센 거.”
거칠게 숨을 몰아쉬는 정호백.
게이트에서 빠져나온 웨어울프들의 대부분을 상대했던 것도 모자라, 천안시 전체를 헤집고 돌아다녔으니 지칠 만도 했다.
“…이제 끝난 건가?”
슈루룩 ― 탁
마찬가지로 변신을 풀며 청룡의 모습에서 인간의 모습으로 돌아온 김천용이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띠리릭 ―
“청룡길드장입니다. 천안시에 몬스터가 남아있는지 확인 좀 해주세요.”
{알겠습니다. 잠시만 기다려주세요.}
외곽 지역에 대기하고 있던 초자연형 능력인 ‘천리안’을 가진 협회 직원이 천안시 전체를 탐색하기 시작했다.
잠시 뒤.
{이제 없네요. 두 길드 분들 고생하셨습니다. 그런데 아직 브레이크 게이트가 남아있는데… 혹시 위치는 알고 계신가요?}
천리안으로 게이트의 위치까지 찾아낸 듯했다.
“아, 어디 있는지 알고 있습니다. 걱정 마시죠. 이제 게이트 앞에서 잠시 정비를 한 뒤 백호길드와 같이 토벌하러 진입할 예정입니다. 그럼.”
요점만 말한 뒤 전화를 끊는 김천용.
그런 김천용을 정호백은 바닥에 앉은 채 물끄러미 바라보고 있었다.
“…그런 건 뭐하러 말하냐?”
“급한 불은 껐으니까 우리도 챙길 건 챙겨야지.”
김천용은 게이트 근처에 취재 기자들을 모이게 해, 브레이크 진압에 참여한 청룡길드와 백호길드의 평판을 올릴 생각이었던 것이다.
모습조차 드러내지 않은 다른 4대 길드인 주작길드와 현무길드와의 평판 차이를 벌릴 절호의 기회였으니까.
“얼른 가자고. 또 다른 놈들 튀어나오기 전에.”
파앗 ― !
인간의 모습으로도 충분히 빠른 김천용의 신형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
정호백은 방금 전 김천용이 있던 자리를 잠시 멍하니 바라보았다.
“…뭔가 그거 다른 놈이 챙길 것 같은데.”
긁적.
상황이 김천용의 생각대로 흘러갈 것 같지 않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 정호백은 잠시 머리를 긁적이다 김천용의 뒤를 따라 몸을 날렸다.
파앗 ― !
오늘 참 많이 뛰어다니는 두 사람이었다.
* * *
ㄴ 미쳐따 미쳐따 미쳐따.
ㄴ 하앍 하앍 청룡 개머시써.
ㄴ 둘이 콤비 개지리네. ㄹㅇ S급 둘이 손잡으니까 늑대 놈들 순식간에 썰리누.
ㄴ 이게 바로 용호상박인가…….
ㄴ 이 새끼 용호상박 뜻 모르는 듯;;
ㄴ 맞는 말 아님? 용이랑 호랑이랑 같이 싸웠잖아.
ㄴ 용호상박은 둘이 우열을 가릴 수 없다는 뜻임. 그리고 둘이 같이 싸우는 게 아니라 서로 싸워야 상박임;;
ㄴ 그래, 너 잘났다.
ㄴ 근데 ;; 이거 왜 쓰는 거냐? 극혐이네.
ㄴ 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디스배틀.
한편, 천안시 브레이크 생중계 댓글 창은 그야말로 폭발하고 있었다.
백호길드에 이어 청룡길드까지 합세하며 상황이 급속도로 반전되었기 때문.
특히 김천용과 정호백이 함께 천안시를 정리할 때는 순간적으로 쏟아진 댓글로 인해 댓글 기능이 잠시 마비되기도 했었다.
이제 천안시가 완전히 정리된 현재.
붉은 게이트 앞에 모인 청룡길드와 백호길드의 모습이 생중계되고 있었다.
ㄴ 이제 저거만 토벌하면 끝임?
ㄴ ㅇㅇ 저게 브레이크된 던전이니까ㄴ 근데 브레이크는 원래 던전 안에서 몬스터가 계속 나와야 하는 거 아님?
ㄴ 이제 몬스터 없나 보지.
ㄴ 몬스터 다 뱉어내면 게이트는 자동으로 소멸함 뭔 소리임;;
ㄴ ? 근데 왜 안 나와.
ㄴ 그러게 게이트가 아직 열려있다는 건 아직 몬스터가 남아있다는 소린데.
브레이크된 던전 토벌을 앞둔 지금, 댓글창에서는 갑자기 어째서 열려있는 게이트에서 몬스터가 나오지 않고 있는가에 대해 갑론을박이 펼쳐지기 시작했다.
ㄴ 원래 브레이크된 게이트 안에서 몬스터들이 늑장 부릴 때도 있음?
ㄴ 그런 게 어딨음;; 브레이크 자체가 던전이 가진 질량 그대로 던전의 부피가 줄어들면서 풍선마냥 쪼그라드는 거임. 그래서 던전 브레이크되면 마력이 뿜어져 나오고 몬스터들은 살려고 튀어나오는 거 ㅇㅇ.
ㄴ 오 뻘뻘좌 똑똑하네. ;; 이거 써도 이제 봐줌.
ㄴ 님이 뭔데 봐줌?;;
ㄴ 앜ㅋㅋㅋㅋ ㅈㄴ 웃기넼ㅋㅋㅋㅋ
ㄴ 나도 뻘뻘좌 할래;;;;;;;
ㄴ 뻘뻘좤ㅋㅋㅋㅋㅋㅋㅋ
ㄴ 아이디 ‘88AKSTP’는 이제부터 뻘뻘좌다. 이건 박제다ㄴ 박제는 에반데;;
ㄴ 엌ㅋㅋㅋㅋ 땀 개잘쓰넼ㅋㅋㅋ
다행히 던전에 대해 상당히 잘 알고 있는 듯한 일명 뻘뻘좌의 등판으로 중구난방 의견이 난무하던 댓글창은 빠르게 정리가 되어갔다.
ㄴ 뻘뻘좌, 그래서 저건 왜 그런 거임?
ㄴ ㅇㅇ 궁금함 빨리 알려주셈.
ㄴ 둘 중 하나임. 지금까지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유형의 브레이크이거나 아니면 안에서 누가 몬스터들이 나오지 못하게 틀어막고 있거나. 근데 둘 다 좀 에바긴 함;;
ㄴ ㅇㅎ 진짜 둘 다 에바긴 하네. 전자면 진짜 큰일이고 후자라고 하기엔 S급들도 힘들어하는 몬스터들을 상대한다는 건데 말이 안 됨.
ㄴ 전자는 그렇다 치고 후자는 말이 될 수도 있지 않음?
ㄴ 그게 어떻게 말이 될 수 있음? 천안에 온 길드가 청룡길드랑 백호길드밖에 없는데;; 웨어울프 한 마리 잡는데 A급 6명이 달려드는 거 못 봤음? 이 정도 수준의 던전이면 4대 길드도 혼자 토벌하기 빡셈;; 거의 준 S급 던전임;;
ㄴ 이매탈 쓴 헌터는?
ㄴ 오 미친.
ㄴ 아;;
ㄴ 그러네?
ㄴ 그 사람 없어졌잖아 어느 순간부터.
ㄴ 개소름;;
댓글창에 이매탈이 언급되기 시작했다.
“…이매탈?”
그리고 토벌 전 정비를 하며 준비를 하고 있던 김천용은 핸드폰으로 생중계 댓글창을 보다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정호백.”
“왜.”
앉아서 가만히 눈을 감고 있던 정호백이 한쪽 눈을 살짝 떴다.
자가 회복으로 신체적인 회복은 할 수 있었지만, 정신적인 피로까지는 어떻게 할 수 없었기 때문에 정호백은 잠시 눈을 감고 회복하던 참이었다.
“이매탈? 이 사람에 대해 알고 있냐?”
스윽 ―
댓글창을 보여주는 김천용.
김천용이 내민 핸드폰을 슬쩍 바라보던 정호백은 피식 ― 웃음을 흘렸다.
“아, 그 탈이 이매탈이었나? 나는 뭐 양반탈인 줄 알았네.”
“턱이 없었다면 이매탈이 맞다.”
김천용의 말에 정호백은 고개를 끄덕였다.
“맞아. 턱이 없는 탈을 쓰고 있었다. 너와는 달리 청색 번개를 다루더군.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나서 나를 구하고 이 안으로 뛰어들었어.”
“청색 번개라…….”
일렁 ―
정호백의 말에 김천용은 빛을 일렁이고 있는 붉은 게이트를 바라보았다.
‘그때 그 많은 웨어울프들을 죽인 사람인가.’
김천용은 머릿속으로 아까 전 정호백의 근처에 무더기로 죽어있던 웨어울프들의 소사체들의 모습을 떠올렸다.
그러면서 자신의 명치를 가만히 쓰다듬었다.
속에서 무언가 끓는 듯한 느낌이 들고 있었으니까.
‘이런 감정 오랜만인걸.’
김천용이 다루는 번개는 백뢰.
똑같이 번개를 다루는 능력자로서 왠지 모를 경쟁심이 피어오르고 있었다.
국내 최강의 자리에 오른 뒤로 경쟁심이란 감정을 버렸던 김천용이었다.
피식 ―
김천용은 오랜만에 느낀 이 기분이 싫지 않은 듯 바람 빠진 웃음소리를 내었다.
“뭐, 좋아. 오랜만에 생긴 라이벌이 죽게 놔둘 순 없지.”
빙글 ―
김천용은 몸을 돌려 게이트 앞에 자리한 청룡길드의 정예들과 백호길드의 정예들을 바라보았다.
“자, 다들 충분히 쉬었으면 토벌을 시작…….”
김천용이 브레이크 토벌 시작을 위한 서두를 꺼내는 그때,
꿀렁 ―
게이트의 빛이 크게 일렁거렸다.
무언가가 나오기 직전에 일어나는 전조현상이었다.
“……!”
파바바밧!
순식간에 전투태세를 갖추는 두 길드의 전투원들.
김천용과 정호백도 마찬가지로 전신을 강화한 채 자세를 잡았다.
하지만,
스륵 ―
게이트에서는 이매탈을 쓴 한 남자가 걸어 나왔을 뿐이었다.
“……!”
남자를 포함해 서로를 마주한 게이트 앞의 모든 이들의 눈빛이 당황한 듯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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