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27화 (27/300)

27화. 이매탈이 너무 강함 (3)

“…….”

“…….”

“…….”

천안시 전체가 고요해졌다.

이유는 단 하나.

별안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사내 때문이었다.

‘…미친 뭐가 이리 많아.’

던전 안에서 막 나온 태운 또한 속으로 적잖이 당황하고 있었다.

게이트 주변을 둘러싼 헌터들.

그리고 조금 더 바깥쪽에 장사진을 이룬 기자들과,

위이잉 ― 위이이이잉 ―

공중에 잔뜩 떠 있는 중개용 드론들까지.

심지어,

‘아니… 갑자기 김천용이랑 정호백이 왜 같이 있어?’

자신의 코앞에는 대한민국의 7명뿐인 S급 헌터 두 명이 같이 서 있었다.

‘…빠져나갈 수 있을까?’

주륵 ―

태운의 등줄기로 식은땀이 잔뜩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 *

ㄴ 뭐야 저거

ㄴ ㅁㅊ 진짜로 누가 안에서 싸우고 있던 거였음?

ㄴ 이매탈 존머ㅓㅓㅓㅓ엇

ㄴ 근데 왜 다시 나옴? 감당 안 돼서 도망친 건가?

ㄴ 도망치는 게 맞지 ㅇㅇ 4대 길드도 혼자는 못하는데 어떻게 솔로 레이드를 함ㄴ 아니 잠만… 이거 진짜 에반데…;;

ㄴ 뻘뻘좌 말씀하신다 다들 경청!

ㄴ 뻘뻘좌 말씀하시죠 왜 에바입니까ㄴ 아니 저 사람 나왔는데도 아무것도 안 나오고 있음. 아니 그것보다 게이트 빛이 일렁이던게 멈췄음. 이건 확실히 던전 안에 살아있는 생물이 없다는 거. 미쳤다 ㄹㅇ;;;

ㄴ 그럼 혼자 토벌한거임? ㄹㅇ로? 와

ㄴ 이매탈 도랐네

ㄴ 이매탈 도랐멘

ㄴ 한국인이어라 한국인이어라 한국인이어라

ㄴ 외국 헌터면 좀 존심 상하는데

ㄴ ㅇㅈ 김천용까지 나섰는데 뭔가 뒷정리만 한 기분이잖아

댓글들이 무수하게 쏟아졌다.

모두가 당황스럽고 놀란 것이다. 누군지도 모르는 헌터가 혼자 S급에 가까운 던전을 토벌하고 나왔으니까.

그리고 그건,

“……!”

게이트 앞에 헌터들도 마찬가지였다.

“…아니, 게이트 빛의 일렁임이 멈췄는데?”

“혼자 토벌했다고? 미친…….”

놀란 눈으로 이매탈을 쳐다보던 김천용과 정호백의 동공도 잘게 떨리고 있었다.

그들도 게이트의 상태를 확인했으니까.

‘A급 최상위 웨어울프들이 나오는 던전을 홀로 토벌했다? S급 헌터도 힘든걸? 어떻게?’

‘역시… 강하군. 하지만 대체 누구지?’

그 자리에 있는 모든 이들의 머릿속이 복잡한 가운데,

반짝!

순간 이매탈, 태운의 두 눈빛이 반짝였다.

모두의 정신이 없는 지금, 탈출을 감행하려는 것이었다.

‘기회는 지금!’

[뇌신화(雷身化) ― 청뢰 ver]

파직!

푸른 번갯불이 튀어 오르는가 싶더니, 그의 신형이 한순간에 사라졌다.

신체 강화와 함께 모든 신경과 근육들의 체내 전기 신호를 번개 그 자체로 대체하는 기술.

체내 손상까지도 다소 감수한 현재 태운이 가진 최고의 고속 이동 기술이었다.

“엇!”

번쩍임 한 번에 이매탈이 눈앞에서 사라지자, 헌터들은 한 박자 뒤늦게 퍼뜩 정신을 차렸다.

“어, 어디로 갔지?”

당황한 헌터들이 주변을 두리번거렸다.

이매탈의 신형을 놓친 것은 정호백도 마찬가지.

‘…반응조차 못 했다!’

“김천…….”

정호백은 뒤쫓아야 하는 것 아니냐며 재빨리 김천용을 부르려고 옆을 돌아보았지만,

“…….”

어느새 김천용의 신형도 사라진 상태였다.

치직!

김천용이 서있던 자리엔 작고 하얀 번개가 튀어오르고 있었다.

* * *

피잇 ― !

천안시 대로에 얇고 푸른 빛줄기가 그려졌다.

그리고,

콰아아아아 ― !

그 뒤를 굵고 하얀 빛줄기가 따라붙고 있었다.

“거기! 잠깐 멈춰! 갑자기 왜 도망가는 거지?”

[뇌룡화(雷龍化)]

어느새 청룡으로 변신한 김천용이 온몸에 하얀 번개를 두른 채 태운의 뒤를 따라붙고 있었다.

‘김천용… 동물계 환수형 청룡이라… 바람과 물, 번개까지 쓴다더니 정말인가 보네.’

태운은 빠르게 이동하며 자신의 뒤를 바짝 따라오는 거대한 청룡을 슬쩍 바라보았다.

쿠우우우우 ― !

마치 거대한 기차가 자신을 향해 돌진하는 듯한 착각이 일어났다.

휘이이이잉 ― !

김천용의 바람이 계속해서 태운의 앞을 가로막았다.

본인에게는 뒤를 밀어주는 순풍을, 상대방에게는 앞을 가로막는 역풍을.

이렇게 빠르게 움직이는 와중에 사용하는 기술이라고는 믿기지 않을 정도로 세밀한 컨트롤.

정말 대단한 마력운용 기술이었다.

그 덕분일까, 김천용은 조금씩 태운에게 따라붙고 있었다.

‘역시 대한민국 최강이라는 건가.’

씨익 ―

이매탈이 가려주지 못한 태운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그려졌다.

‘나도 능력이 하나가 아니라서 말이지.’

[중력 조작 ― 0.5G]

키잉 ―

태운은 중력으로 자신의 몸무게를 조절했다.

순식간에 절반으로 줄어드는 몸무게.

모든 신체능력이 그대로인 상황에 몸무게가 절반으로 줄었으니,

푯 ― !

그만큼 빨라지는 건 당연지사였다.

“헉!”

눈 깜짝할 사이에 눈앞에서 상대를 놓쳐버린 김천용의 커다란 두 눈이 휘둥그레졌다.

“크윽!”

재빨리 거대한 몸을 위로 틀어 공중으로 치솟는 김천용.

공중에서 상대를 찾을 생각이었던 것이다.

하지만,

“…….”

김천용의 시야에 들어오는 것은 아무것도 없었다.

사아아아 ―

어디선가 불어온 산들바람만이 청룡의 콧수염을 흩날리게 하고 있을 뿐이었다.

“…젠장.”

청룡의 낮고 중후한 목소리가 일대를 울렸다.

슈우우우 ―

이매탈을 완전히 놓친 김천용은 추격을 포기하고 다시 게이트가 있던 곳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5분 정도 지났을까.

천안시 한쪽 구석.

부우웅 ―

SUV 하나가 천안 시내를 유유히 빠져나가고 있었다.

* * *

[천안시 A급 브레이크 발생 3시간 만에 상황 종료… 사상자 1,500여명.]

[천안 시장, 멀리서 달려와준 백호길드와 청룡길드 헌터들에게 감사 인사 전해.]

브레이크가 끝나고 인터넷과 신문에서는 기사들이 마구 쏟아지기 시작했다.

사실에 근거한 기사들도 있었지만 언제나 그렇듯 편파적인 기사와 추측성 기사, 비난성 기사들도 난무하고 있었다.

[몬스터 하나 잡지 못하고 쓰러진 헌터 협회… 그들을 정녕 헌터라고 부를 수 있을까.]

[길드 헌터들이 싸우는 동안 구경만 하는 헌터 협회… 무엇을 위한 협회인가?]

협회의 무능력함을 지적하는 수많은 기사들.

코빼기조차 보이지 않은 4대 길드, 주작길드와 현무길드에 대한 비난은 하나도 없고 시민들의 대피를 위해 힘쓴 협회를 저격하는 기사들만이 가득했다.

이런 상황이 생길 때마다 언제나 언론의 뭇매를 맞아야 했던 헌터 협회.

하지만 적어도 이번만큼은 조금 달랐다.

사람들의 관심이 전혀 다른 곳을 향하고 있었기 때문.

다른 모든 기사들보다도 이자와 관련된 기사들이 그 무엇보다도 더 많이 쏟아져나왔다.

[혜성처럼 등장한 미지의 헌터 이매탈, 그의 정체는?]

[브레이크 토벌 1등 공신은 청룡도 백호도 아니었다… 국민 영웅으로 등극한 이매탈.]

[S급 이상? A급 브레이크를 홀로 토벌한 이매탈.]

[김천용도 놓쳤다… 이매탈의 가공할만한 스피드.]

[정호백, 직접 감사 인사 전하지 못해 아쉬워… 이매탈은 자신의 생명의 은인.]

[이매탈, 그는 한국인인가 외국인인가?]

[푸른 번개를 다루는 이매탈, 협회 관계자 曰 “국내에서 번개 능력자는 보고된 바가 없어.”]

[푸른 번개의 이매탈, 국제 헌터 데이터에도 없다… 도대체 누구?]

기사뿐일까.

이매탈을 쓴 헌터가 웨어울프를 사냥하는 생중계 영상은 어느새 너튜브를 통해 유포되고 있었다.

그리고 그 영상들은 하나같이 어마어마한 조회수를 기록하고 있었다.

특히 웨어울프들에게 둘러싸인 정호백을 도와주고 게이트로 뛰어드는 짧은 영상은 공개된 지 단 몇 시간 만에 5,000만 회를 넘기고 있었다.

아쉬운 점이 있다면, 이매탈이 메인이 아니라 정호백이 싸우고 있는 주위 전체를 전반적으로 찍은 영상이라 화질이 그닥 좋지 않다는 것.

하지만 댓글들의 반응은 뜨겁기 그지 없었다.

ㄴ 번개 개 멋있네 ㅋㅋㅋㅋ

ㄴ 웨어울프 수십마리 조지고 바로 게이트로 뛰어드네 ㄷㄷㄴ 진심 웨어울프 조지기 직전에 푸른 번개 구슬 뜨는 거 진심 소름ㄴ 번개 구슬 뜨기 직전에 보면 일대가 살짝 아지랑이 핀 것처럼 흔들림. 뭔지는 모르겠는데 이것도 소름

ㄴ ㅋㅋㅋㅋ ㅇㅈ 다 소름

ㄴ I want to check his face. But this video picture quality is so bad…ㄴ 화질 높은 거 보고 싶으면 혼자 싸우는 영상 보러 가셈ㄴ 오 영어 잘하네. 저거 알아들음?

ㄴ 번역 기능 있잖아

ㄴ 아 ㅈㅅ

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매탈이 또 다른 곳에서 홀로 십수 마리의 웨어울프와 싸우는 꽤 긴 영상 또한 몇 시간 만에 2,000만 회를 넘겼다.

ㄴ 아니 그냥 싸움 자체를 잘하는데?

ㄴ 몸놀림 보소… 요즘 액션 영화가 잘 안 팔리는데, 이유가 있다니까?

ㄴ ㅅㅂ 번개검 존멋이다. 광선검보다 더 멋있다. 빠직거리는 거 개 설렘 하앍 하앍ㄴ 번개 성애자들 많이 튀어나오겠네 이거…. 는 무슨 나도 번개 성애자임 하앍ㄴ ㅋㅋㅋㅋㅋㅋㅋㅋ 근데 간지 뒤지는거 ㅇㅈㄴ 나는 번개검보다 전신에서 뿜어내는게 더 멋있는 듯, 토르도 저렇게 못하던데ㄴ 미안한데 토르는 번개의 신이 아니라 망치의 신이야.

ㄴ 엌ㅋㅋㅋㅋ 망치의 신ㅋㅋㅋㅋㅋㅋㄴ 확실히 청룡 상태로 번개 쓰는 김천용도 멋있지만, 인간 모습으로 번개 쓰는게 뭔가 더 카타르시스가 느껴진달까?

ㄴ 말투 무엇? 좀 극혐인데? 좀 X신 같달까?

ㄴ ㅋㅋㅋㅋㅋㅋㅋㅋ 갑자기 때리지 말라곸ㅋㅋㅋ

이매탈에 대한 여론은 하나같이 호의적이었다.

일단 멋있고 간지 난다는 의견이 주류를 형성했고, 그다음으로 많이 나오는 의견은 바로 그가 한국인이냐 외국인이냐 하는 싸움이었다.

ㄴ 그래서 이매탈은 한국인 맞음?

ㄴ ㅇㅇ 맞음

ㄴ 니가 그걸 어떻게 알아

ㄴ 국제 데이터에 없대잖아.

ㄴ 미안한데 국내 데이터에도 없어.

ㄴ 진짜 누구지? 어디에도 없으면 그냥 외계인 아님?

ㄴ 누가 봐도 사람인데 뭔 소리임…

ㄴ 아 진지충 진짜 드립 못 받고 빼액 대는 거 ㄹㅇ 극혐ㄴ 근데 애초에 한국인이 아니면 이매탈을 쓸 이유가 없지 않냐ㄴ 이매탈 못 쓸 건 또 뭐임?

ㄴ 전통탈 저거 한국인도 잘 모르는 사람 많은데 외국인이 찾아 쓰는데 이상하잖아.

ㄴ 그냥 시장에서 아무거나 샀을 수도 있지

ㄴ 그러네

ㄴ ㅋㅋㅋㅋㅋㅋ 인정 개 빠르네

여러모로 크게 화제가 된 이매탈.

그에 관한 관심이 어찌나 뜨거웠는지, 모든 포털 사이트와 동영상 사이트들이 온통 이매탈에 관한 것들로 도배되기 시작했다.

전국이 이매탈의 존재로 인해 들썩이고 있었다.

* * *

한편, 브레이크 이후 청룡길드.

똑똑.

누군가 김천용의 사무실 문을 두드렸다.

“네.”

김천용이 대답하자 한 여성이 문을 열고 들어왔다.

“이 실장님? 무슨 일이시죠?”

김천용의 물음에 이 실장이라 불린 여성은 살짝 긴장한 표정으로 대답했다.

“백호길드장이 길드장님께 독대를 요청해왔습니다.”

“호백이가?”

씰룩.

이 실장의 말에 김천용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어지간히도 궁금한가 보군.’

피식 ―

살짝 미소를 지은 김천용은 고개를 끄덕여 보였다.

“들어오라 그래요.”

벌컥 ―

김천용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재차 열리는 사무실 문.

터벅 터벅 ―

잔뜩 상기된 표정으로 이목구비가 짙고 커다란 덩치를 자랑하는 사내가 거칠게 들어왔다.

끄덕 ―

김천용의 눈치에 이 실장은 빠르게 사무실을 빠져나갔다.

탁 ―

이 실장이 나간 것을 확인한 김천용은 두 팔을 목 뒤로 넘기며 의자를 살짝 뒤로 젖혔다.

“그래, 뭐가 그리 알고 싶어서 그렇게 안달이 났냐?”

서로 동갑인 두 사람.

친한 친구까지는 아니었지만 적어도 서로 격식에 대한 허물은 없었다.

“그때, 너 그 사람 쫓아갔잖아. 무슨 일이 있었지? 빨리 말해.”

“흐음… 내가 왜?”

사실 별일도 없이 쫓다가 눈앞에서 놓쳐버렸을 뿐이었지만, 김천용은 뭔가 그냥 말해주기가 싫었다.

정호백의 표정이 필요 이상으로 흥분해있었으니까.

‘그에 관해 뭔가 더 알아낸 게 있는 건가?’

김천용의 예리한 눈빛이 정호백의 표정을 샅샅이 훑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