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34화 (34/300)

34화. 특임반이 밑 작업을 시작함 (1)

서울 이태원에는 몇 년 전부터 괴담이 하나 있었다.

밤늦게 혼자 다니는 사람을 납치해가는 모종의 집단이 존재한다는 괴담.

“자자 비켜주세요!”

“지나갑니다!”

그리고 그 괴담은 사실로 밝혀지며 대한민국을 공포로 물들였다.

“한마디 해주시죠!”

“피해자들을 죽일 때 양심의 가책 같은 건 없었습니까?!”

“알려진 사건 외에 더 저지른 범행들은 없습니까?!”

“지금 심정이 어떠십니까?!”

“피해자 유가족들에게 한마디 해주시죠!”

“…….”

촤좌좌좌좍!

몸 어딘가에 곰 문신을 하고 수갑을 찬 수십 명의 남성들이 줄줄이 경찰서 안으로 들어가고 있었다.

수년 전부터 서울 이태원의 밤거리를 공포로 물들였던 연쇄 실종 괴담.

그 주범인 장기매매 조직 ‘볼리베어’가 드디어 잡힌 것이었다.

추정 피해자만 100여 명이 넘는 대사건이었다.

범인들이 너무 많은 탓에 그들을 감당할 수 없었던 이태원 경찰은 이 사건을 서울용산경찰서에게 이양했다.

촤좌좌좌좍!

용산경찰서를 둘러싼 기자들의 카메라가 연이어 섬광을 터뜨리고 있었다.

그렇게 밤새 이어진 볼리베어 조직원들에 대한 조사.

그리고 이튿날, 경찰의 발표는 가히 대한민국 전체를 충격에 빠뜨리기에 충분했다.

[충격… 연쇄 실종 괴담의 주범 ‘볼리베어’, 단순 괴담이 아닌 실제 범죄 사건으로 밝혀져… 범인 전원 중국과 러시아 출신 불법 체류자들.]

[범행 전 이태원 전역의 CCTV부터 파괴하는 등 치밀한 모습 보여… 수년간 이태원 CCTV의 잦은 고장 원인은 ‘볼리베어’]

[피해자 총 103명, 생존자 없어… 그들의 장기는 이미 해외로 빠져나간 지 오래.]

[내장탕 집으로 위장한 ‘볼리베어’, 심지어 내장탕에 인육 사용한 적 있어… 대충격.]

ㄴ 이런 미친…

ㄴ 잠만 ㅅㅂ 나 이태원에서 내장탕 먹은 적 있는 것 같은데ㄴ 와 내장탕에 인육 넣는 건 선 씨게 넘었지ㄴ 100명 넘게 죽인 것부터가 이미 아웃임ㄴ 아니, 100명 넘는 사람이 당했는데 지금까지 경찰은 뭐한거임?

공포는 이내 곧 분노로 뒤바뀌었다.

곧바로 경찰에 대한 비판이 이어졌다. 103명이나 되는 피해자들이 생기는 동안 경찰들은 뭐 했냐는 비판이었다.

그런 여론에 대해 경찰 대변인은 침착하게 그 이유에 대해서 설명했다.

“우선 피해자분들과 그 유족분들께 심심한 위로의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실종자들은 대부분 같은 불법 체류자들이었습니다. 무연고자들이 대부분이었기에 실종이 되었더라도 그분들이 사라졌다는 사실조차 알려지지 않은 경우가 대다수였습니다. 또한 이태원은 수년 전부터 알 수 없는 원인으로 CCTV가 잦은 고장을 일으켜 상당수의 건물주분들이 모형으로 바꾸신 상태였습니다. 도로 CCTV 또한 잦은 고장으로 인해 교체 및 수리 주기를 주 2회까지 단축시켰음에도 범인들 또한 교체 혹은 수리가 된 CCTV들을 사각지대에서 반복적으로 파괴해왔습니다. 때문에 수사에 착수하기 이전에 그들의 범행을 인지하기조차 어려웠다는 말씀을 드리겠습니다.”

침착하고 명료한 경찰 대변인의 설명.

웬만해서는 대변인의 말 같은 건 잘 귀담아듣지 않는 대중들이었지만, 이번 사건에서만큼은 다행히 대변인의 말을 받아들이는 사람들이 많았다.

ㄴ 하긴 103명이나 없어졌다는데 딱히 두드러졌던 실종사건(?) 같은 게 하나도 없었지 않았음?

ㄴ 무연고자를 어떻게 찾아;; 물론 안타깝긴 하다만…ㄴ 아무도 실종신고를 안 했는데 경찰이 어떻게 찾누ㅋㅋㅋㅋㄴ 애초에 나도 이태원 근처 사는데 괴담만 많이 들었지, 실제로 누가 없어졌다는 소리는 못 들어봤음… 진짜 귀신같이 무연고자만 납치하나 보네 ㄷㄷㄷ

물론 말도 안 되는 소리라며 받아들이지 못하는 사람들도 상당했다.

ㄴ ㄹㅇ 개소린데? CCTV가 그렇게 많은데 한 번도 안 찍혔다는 게 말이 됨?

ㄴ 아니 CCTV를 자꾸 부쉈대잖아

ㄴ 그러니까! 계속 부수는데 그 부순 범인도 못 잡은 것부터 개소리임ㄴ 그렇긴 하네… 사각지대에서 몇 년간 고장냈는데 사각지대 없앨 생각은 안 하고 그냥 교체만 한 게 레전드ㄴ CCTV만 제대로 운영했어도 100명 넘는 피해자는 안 나왔다.

ㄴ 근데 CCTV를 왜 경찰한테 뭐라 함?

ㄴ CCTV 경찰에서 관리하는 거 아니야?

ㄴ 건물 CCTV는 건물주들이 관리하는 거고 도로에 있는 건 도로교통공사에서 관리함ㄴ 아니 차량 블랙박스는 뭐 엿 바꿔 먹었나?

ㄴ 이태원 거리에 잠깐 차 세우면 바로 폐차되는 거 모르냐?

ㄴ 아 ㄹㅇ? 이태원 안 가봐서 모름

ㄴ 그냥 미친 놈들 개 많아서 차만 보면 달려드는 애들 때문에 거기는 차 가지고 들어가면 안 됨 ㅇㄱㄹㅇ

하지만 경찰 대변인은 능숙하게 경찰 측 입장을 받아들이지 못하는 대중들의 관심을 다른 곳으로 돌려버렸다.

“경찰은 이번 연쇄 실종사건의 주범인 ‘볼리베어’ 검거에 큰 도움을 주신 헌터 협회의 ‘특임반’ 요원분께 약소하게나마 감사패를 전달할 예정입니다. 이번 일로 인해 국민 여러분들께 심려를 끼치게 되어 죄송하다는 말씀을 드리며 이상 대변을 마치겠습니다.”

ㄴ 헌터 협회? 특임반?

ㄴ 뭐야? 갑자기 헌터 협회가 왜 나옴?

ㄴ 몬스터나 던전 관련 사건도 아닌데 헌터 협회가 왜 나오지?

ㄴ 특임반? 헌터 협회에 그런 게 있었냐? 전투부서만 있는 거 아니었어?

ㄴ 깨알 상식 ― 협회의 전투부서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총 4개의 조로 이루어져 있다

ㄴ 그걸 누가 몰라? 아는 척 오지네

경찰을 향했던 대중들의 화살은 한순간에 협회의 ‘특임반’에 대한 호기심으로 뒤바뀌고 있었다.

경찰 대변인의 대변 연설이 끝나고 쏟아지는 기사들.

당연히 기사들의 대다수는,

[경찰 대변인, 돌연 헌터 협회의 특임반 언급]

[알파, 베타, 감마, 델타도 아닌 특임반, 협회의 와일드카드?]

[아무도 눈치채지 못한 대사건을 해결했다는 특임반 요원… 이매탈일 가능성은?]

협회의 신설 부서, 특임반에 초점이 맞춰져 있었다.

* * *

특임반.

특수임무전담반의 줄임말이었다.

헌터 협회 내에서 새로 만들어진 특수부서로, 말 그대로 특수한 임무를 전담하기 위해 만들어진 부서였다.

그리고 특임반의 인원은 당연히 1명뿐이었다.

“허, 제보를 받았을 때만 해도 이렇게까지 큰 사건인 줄은 몰랐는데…….”

기사를 확인하던 동석이 헛숨을 내뱉었다.

“뭐, 결과가 좋았으니 다행입니다.”

협회장실 소파에는 하얀 마스크를 쓰고 있는 태운이 앉아있었다.

“마스크는 괜찮았나? 나름 제작에 공을 들였는데.”

“예, 오히려 더 편하네요. 이매탈은 솔직히 시장에서 아무거나 산 거라 불안했거든요.”

“허허허! 다행이구만.”

태운이 쓰고 있는 하얀 마스크는 펜싱용 투구를 개조한 것으로, 목 덮개 부분을 제거하여 얼굴 부분만 덮을 수 있게 되어있는 특임반 전용 장비였다.

옛날 드라마 오징어게임에 나왔던 마스크처럼 얼굴의 절반을 한 번 더 이중으로 뒤덮어 얼굴이 보이지 않게 만든 특수 장비였던 것이다.

“그나저나 이번 볼리베어 건으로 특임반에 대한 사람들의 관심이 폭발하고 있군. 정말 기자회견을 가지지 않아도 되는 건가?”

“부서 하나 신설했다고 해서 굳이 기자회견까지 가질 필요가 있겠습니까? 홈페이지에 부서에 관한 설명을 기재한 것으로 충분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대로 넘어가시죠. 협회장의 너무 잦은 언론 노출은 정계 쪽에 위기감을 심어줄 수 있습니다. 협회 소속이 된 저 또한 마찬가지이고요.”

태운의 말에 동석은 고개를 끄덕였다.

안 그래도 몇몇 정치인들이 연락해 오고 있는 상황이었다.

전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거냐며 동석의 의중을 떠보는 연락들이었다.

‘일단 미리 말을 맞춰놓은 대로 얼버무리긴 했다만…….’

욕심이 그득그득해서 그런지 눈치 하나는 더럽게 빠른 작자들이었다.

끝까지 의심을 버리지 못하는 듯한 그들을 달래느라 꽤나 진땀을 뺐던 동석은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태운이 일부러 가면을 바꾼 이유도 그것에 있었다.

뭐 곧 들통날 임시방편에 불과하겠지만, 짧은 기간이라도 협회의 와일드카드인 이매탈이 곧바로 움직이기 시작했다는 사실이 세간에 알려지지 않게 하기 위함이었다.

최소한 아무런 답변을 내놓지 않음으로써 동일 인물이라는 사실을 확신에 가까운 추측으로 길게 끌고 갈 수 있을 테니까.

현재 두 사람, 아니 양현주까지 포함하여 세 사람은 전반적으로 협회에 대한 긍정적인 이미지를 대중들에게 각인시키기 위해 밑 작업을 하고 있는 중이었다.

이 모든 건 대중적인 호의를 쌓아놓음으로써 훗날에 맞이하게 될 반작용을 상쇄하기 위함이었다.

“적어도 올해까지 특임반은 헌터와 관련된 일은 건들지 않고 민간 문제 해결 쪽에 집중하겠습니다.”

스윽 ―

태운이 소파에서 일어나며 말했다.

“협회장님과 부협회장님께서는 특임반에 대해서 구태여 아무 말도 꺼내지 않는 것이 좋을 겁니다. 원래 미담이라는 건 스스로 드러내기보다 타인을 통해 전해지는 것이 좋은 법 아니겠습니까?”

저벅저벅 ―

가면을 쓴 채 문 쪽으로 천천히 걸어가는 태운.

그 모습에 동석은 의아한 표정을 지었다.

“음? 이번엔 창문으로 나가지 않는 건가?”

“아.”

태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슬슬 협회 직원분들께도 인사는 해야 할 것 같아서요. 그래도 이제 한솥밥을 먹게 된 사이 아닙니까?”

가면에 가려져 표정이 보이지는 않았지만, 분위기로 미루어 보아 동석은 가면 뒤에서 태운이 웃고 있음을 눈치챘다.

“허허허! 그러시게나. 그런데 뭐라고 소개하려고?”

멈칫 ―

동석의 말에 문고리를 잡으려던 태운이 발걸음을 멈추었다.

“…….”

“…….”

한순간 이어진 정적.

그때,

똑똑.

벌컥 ―

부협회장, 양현주가 협회장실로 들어섰다.

“여보… 음? 태… 아니, 뭐 어쨌든, 여기 서서 뭐 해?”

양현주는 가면을 쓴 채 문 앞에 서 있던 태운을 바라보고 고개를 갸웃거렸다.

“부협회장님.”

“응?”

태운은 진지하게 목소리를 깔았다.

“저는 이제 뭐라고 소개해야 할까요?”

“엉?”

양현주는 태운의 뜬금없는 질문에 얼빠진 표정을 지었다.

“음음, 이제 확실히 이매탈은 아니니까.”

“…….”

심각한 고민에 빠진 듯한 태운과 마찬가지로 협회장 자리에 앉아 고개를 끄덕이고 있는 동석을 번갈아 보는 양현주.

“…특임반장 아니야?”

어이는 없었지만, 사뭇 무거워 보이는 분위기에 양현주는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아!””

양현주의 말에 얼굴이 환해지는 동석과 손가락을 튕기는 태운.

두 남자의 바보 같은 모습에 양현주는 자신도 모르게 속마음을 내뱉었다.

“…바보들이냐?”

현주는 고개를 절레절레 흔들었다.

* * *

어느 건물의 어두운 방 안.

집 안의 모든 불을 꺼놓은 채 컴퓨터 화면만을 켜놓은 한 사람이 모니터를 바라보고 앉아있었다.

본인을 포함해 화면에 뜬 13개의 화면.

총 13명이 화상 채팅에 참여한 가운데, 한 남자가 먼저 말을 꺼냈다.

{전원 참석했군.}

남자는 악귀 형상의 탈을 쓰고 있었다.

철저하게 신분을 가린 모습.

그리고 나머지 12명도 탈을 쓰고 있는 건 마찬가지였다.

{한 달 동안의 성과, 보고할 수 있도록.}

화상 채팅에 참여한 이들의 성과가 줄줄이 보고되고,

꿀꺽 ―

마침내 방 안에 앉아있던 남자의 차례가 다가왔다.

{마지막이다. 보고해라, 소.}

소의 탈을 쓴 남자가 다리를 달달 떨기 시작했다.

“그, 그것이…….”

{……?}

악귀 형상의 탈을 쓴 남자가 고개를 갸웃거렸다.

{왜 그러지? 소. 저번 달만 해도 자신만만하지 않았나?}

그때, 토끼 탈을 쓴 여자가 대화에 끼어들었다.

{보고를 받으시는 와중에 죄송합니다만, 실례를 무릅쓰고 잠시 제가 발언해도 괜찮겠습니까?}

{…허락한다.}

악귀 탈의 남자가 고개를 끄덕이자 토끼 탈을 쓴 여자는 웃음이 나오는지 입을 가렸다.

{얼마 전 제가 뉴스 하나를 본 게 있습니다. 남한에 관한 것이었지요.}

흠칫!

토끼의 말에 소가 어깨를 흠칫 떨었다.

흘깃 ―

토끼는 소를 잠시 눈으로 흘기더니 이내 말을 이어나갔다.

{뭐라더라… 사망자 1,500여 명? 무려 대도시에서 발생한 브레이크로 인한 피해자가 그 정도밖에 안 된다고 하더군요.}

덜덜덜.

소의 다리 떨림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무려… 그 ‘펜릴’까지 데려가 놓고 말이죠? 정말 어이가 없더군요.}

토끼의 말에 다른 탈들이 수군대기 시작했다.

{미친… 펜릴을 데려가서 그것밖에 못 했다고?}

{펜릴을 썼으면 최소 정부 붕괴 정도는 이뤘어야 하는 거 아니야?}

특히 호랑이 탈을 쓴 남자가 크게 흥분했다.

{소! 그게 사실이냐! 펜릴의 던전을 사용한 거냔 말이다! 그래놓고도 저딴 성과라고?}

소가 덜덜덜 떨기 시작했다.

“나는 그저… 대계를 앞당기려고…….”

그때,

{전부 조용.}

악귀탈의 한마디에 시끄럽던 탈들이 전부 입을 다물었다.

{소, 저번에도 말했지만, 전설형 몬스터는 수가 한정되어 있다. 알고 있나?}

“예, 예… 알고 있습니다. 죄송합니다!”

{펜릴은 그중에서도 강한 편에 속하는 몬스터이거늘… 겨우 1,500이라…?}

덜덜덜덜덜.

달그락 달그락 ―

소의 다리 떨림이 심해지며 컴퓨터 책상이 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소, 한 번만 더 기회를 주마. 다음 달까지 펜릴이 본래 채웠어야 할 할당량을 채워라. 그렇지 않으면 방주직을 해제하고 힘도 거둘 것이야.}

“하, 할당량이라면 어, 얼마나……?”

“…….”

악귀탈이 화면을 뚫어지게 바라보았다.

뚝 ― 뚝 ―

잔뜩 긴장한 남자는 소 탈 뒤로 식은땀을 뚝뚝 흘려대고 있었다.

{100만.}

“……!”

소는 화면 속 악귀탈의 입가가 점점 찢어지는 듯한 착각을 느꼈다.

{최소 100만 이상의 목숨을 거둬와라.}

쩌어어억 ―

어느새 화면 밖으로 튀어나온 작은 악귀 형상이 소의 코앞에 흉측한 이빨을 드러내고 있었다.

{기대하지.}

이빨을 드러낸 악귀가 소의 코앞에 혀를 날름거리는 그 순간,

퍽 ―

악귀의 한마디와 함께 컴퓨터의 전원이 나가버렸다.

“…….”

넋이 나간 채 한동안 가만히 앉아있는 소 탈을 쓴 남자.

소가 앉은 의자 밑은 어느새 노란 물로 흥건해져 있었다.

졸졸졸 ―

작은 물소리가 어두운 집 안을 홀로 채우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