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5화. 특임반이 밑 작업을 시작함 (2)
헌터 협회.
한 나라의 던전과 관련된 모든 일들을 처리하며, 헌터들의 활동을 관리 및 지원하는 국가 기관.
대한민국의 헌터 협회는 각 도마다 하나씩 지부를 설립하여 해당 지역에서 발생하는 던전이나 헌터에 관련된 일들을 처리했다.
크게 전투부서와 행정부서로 나뉘는 협회의 체계.
그중 행정부서는 말 그대로 모든 사무를 담당했다.
헌터 데이터 관리팀, 던전 관리팀, 재정 관리팀, 시설 관리팀, 인사복지팀, 법무팀, 언론 대응팀 등 수많은 팀들로 나뉘어진 행정부서.
전국에는 고작 1,000명이 조금 넘는 행정부서 직원들이 존재했다.
그런데 헌터 협회는 서울의 수도권 본부, 강원도 지부, 충청도 지부, 경상도 지부, 전라도 지부, 제주도 지부로 총 6개.
가장 많은 일들을 처리하고 가장 규모가 큰 서울 수도권 본부에 500여 명의 행정부서 직원이 있었고, 각 지부에는 저 많은 팀들을 100여 명의 직원들이 감당하고 있었다.
언제나 과로에 시달리는 행정부서 직원들. 하지만 전투부서는 더했다.
전국을 커버하는 총 인원이 150명이 채 되지 않았으니까.
헌터 등급별로 알파, 베타, 감마, 델타 총 4개 단위로 나뉘어 있는 전투부서.
단위별로 임무는 달랐지만, 그들은 일단 브레이크 발생 시 긴급 전투 지원이라는 공통된 임무를 맡고 있었다.
먼저 D급 헌터들로 이루어진 델타조는 전국의 던전을 수색하고 마력을 측정하여 등급을 매기는 일을 맡았다.
가장 인원이 많은 델타조였지만, 그들조차 인원은 겨우 60명에서 70명 사이였다.
전국에서 발생하는 던전의 개수는 하루 평균 15개에서 30개 사이.
5인 1조로 조를 세분화시킨 델타조들은 시민들의 신고를 받고 출동하거나, 사람들이 별로 다니지 않는 산지 등을 찾아다니는 등 언제나 전국을 돌아다니기 바빴다.
두 번째, C급 헌터들로 이루어진 감마조는 델타조가 보고한 던전들 중 F급과 E급 던전의 내부를 조사하고 보고서를 쓰는 일을 맡았다.
던전 내부의 환경을 조사하고 몬스터의 특징을 알아내 보고서를 작성하는 일은 아무리 작은 던전이라도 몇 시간은 걸리는 일이었다.
심지어 F급과 E급 던전은 하루에 발생하는 던전들의 절반 이상을 차지.
인원이 30명에서 40명 사이 정도밖에 안 되는 감마조 또한 10인 1조로 조를 세분화시켜 매일매일 눈코 뜰 새 없이 바빴다.
세 번째, B급 헌터들로 이루어진 베타조는 감마조와 마찬가지로 던전 조사 보고서 작성 일을 맡았다.
하지만 담당 등급은 D급과 C급.
그중 C급 던전은 B급 헌터들로서도 쉽게 볼 수만은 없는 난이도였다.
10인 1조로 움직였다면 C급도 수월했겠지만, 베타조 인원 전체가 10명이 조금 넘는 것이 현실.
결국 베타조는 던전 조사를 위해 진입해야 함에도 5인 1조로 일을 하고 있었다.
마지막, 전원이 A급 헌터들로 이루어진 알파조는 가장 힘들었다.
감마, 베타조가 감당할 수 없는 B급 이상의 모든 던전들을 조사해야 했으며, 종종 문제를 일으키는 고위 헌터들을 진정시키기 위해 출동해야 했으니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알파조의 인원은 총 3명.
전국의 일들을 단 3명이서 처리해야 한다는 말이었다.
헌터 협회에서도 가장 극한의 업무 강도를 견뎌야 하는 그 알파조에,
“…….”
협회장과 부협회장의 아들,
“…때려칠까 진짜.”
한기성이 있었다.
* * *
부우웅 ―
커다란 캠핑카 한 대가 도로 위를 달리고 있었다.
차 안에는 상대적으로 멀쩡한 운전기사 하나와 눈 밑이 시커멓게 뜬 세 명의 남녀가 있었다.
“커어…….”
정적만이 가득한 차 안.
누가 보면 얻어맞은 것 같은 비주얼의 남녀 셋이 뒷자리에서 단잠에 빠져있었다.
덜컹 ―
“커어… 음?”
그중 가장 뒷자리에 벽에 기대고 앉아 한 여인을 자신의 무릎에 눕힌 채 자고 있던 남자가 차가 살짝 덜컹거리는 진동에 눈을 떴다.
“아… 죄송합니다.”
운전기사, 아니, 사실은 델타조에서 지원해준 D급 헌터가 백미러를 보며 미안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아닙니다. 괜찮아요.”
잠에서 깨어난 남성은 손을 들며 살짝 웃어 보였다.
퀭 ―
거의 얼굴의 절반을 뒤덮은 다크서클 때문에 미소를 짓는 그 모습이 참으로 기괴해 보일 지경이었다.
‘알파조는… 진짜 힘들겠다…….’
순번을 정해 돌아가며 알파조의 운전과 차량 관리를 지원했던 델타조 직원들이 하나같이 말하는 것이 있었다.
[일이 힘이 들 땐 고개를 들어 알파조를 보라.]
휴일 한번 없이, 퇴근 한번 없이 일만 하는 알파조.
왜 퇴근을 안 하느냐?
‘이 사람들이 퇴근하면 대한민국이 개 망하니까!’
퇴근을 안 하는 게 아니라 못 하는 거였다.
B급 이상의 던전은 하루에 평균 2~3개 발생했다.
심지어 많을 때는 4~5개까지 나온다.
B급만 있으면 그나마 다행이지만 그중에는 종종 A급도 섞여 있다.
아~주 가끔 나타나는 S급은 조사 불가 던전이니 어쩔 수 없다지만, A급까지는 감당해야 하는 것이 알파조의 임무였다.
A급 던전의 권고되는 입장 적정 최소 인원은 A급 헌터 10인.
그런 던전을 단 3명이서 조사해야 한다.
그뿐이랴?
전국에서 발생하는 헌터들의 분쟁을 막는 건 모두 알파조의 일이다.
베타조? 감마조?
가봤자 아무것도 못 한다.
워낙에 콧대 높은 작자들이 많은 헌터계에선 상대가 최소 A급 헌터 정도는 되어야 말을 들었으니까.
워낙 바쁘다 보니, 그들이 쉴 수 있는 시간은 오직 이동할 때뿐.
사치라고도 볼 수 있겠지만 이들이 괜히 캠핑카를 끌고 다니는 것이 아니었다.
벌써 수년째 퇴근 한 번도 못하고 캠핑카에서만 지내고 있는 세 남녀.
캠핑카는 세 사람의 집이나 마찬가지였던 것이다.
“…….”
잠에서 깨버린 남자, 한기성이 멍하니 옆에 난 창문을 바라보았다.
건물이 빽빽이 솟아오른 복잡한 도시 풍경.
어느새 서울에 다다른 것 같았다.
‘몇 달 만에 뵙겠네…….’
한기성은 협회 본부에서 일하고 계실 부모님을 생각했다.
워낙 바빠 벌써 몇 달째 제대로 연락 한 번도 드리지 못했다.
‘삶이 왜 이리 힘들지……?’
가족들도 제대로 보지 못하는 일상. 아니, 가족은커녕 제대로 쉬지도 못하는 일상.
‘이렇게 평생 살아야 하는 건가……?’
한기성은 문득 현타를 세게 느꼈다.
“…때려칠까 진짜.”
그때,
“으음…….”
자신의 다리를 베고 누워있는 여인, 그의 여자친구 유인하가 꿈틀거렸다.
“…….”
유인하를 내려다보는 한기성의 표정이 침울해졌다.
그녀의 눈 밑에 내려앉은 짙은 다크서클이 새삼 더 진해 보였기 때문이다.
‘그래, 너도 이렇게 열심히 사는데 내가 우는 소리해서 되겠냐.’
사락 ―
한기성은 유인하의 입가로 흘러내린 그녀의 머리카락을 살짝 넘겨주었다.
꾸욱 ― 꾸욱 ―
그리고 한기성은 조금이라도 다크서클을 없애보기 위해 자신의 눈 주변을 손가락으로 마사지하기 시작했다.
자가 회복으로도 회복시킬 수 없는 이 극심한 피로.
찔끔.
문득 새어 나온 눈물이 손가락에 묻어나오자, 한기성은 자신의 손가락을 바라보며 속으로 간절히 빌었다.
‘누가 좀 빨리 알파로 올라와 줘라, 제발…….’
신입이 들어오길 절실히 기도해보는 한기성이었다.
그때,
우우웅 ―
캠핑카가 어느 커다란 건물 앞에 부드럽게 멈춰 섰다.
“도착했습니다.”
협회의 최강 전력이자, 극한 직업인 알파조가 마침내 수개월 만에 협회 본부에 도착했다.
* * *
지상 10층, 지하 5층으로 이루어진 협회 본부 건물.
그중에서도 지하 1층은 협회의 모든 직원이 이용할 수 있는 휴게 공간이었다.
대휴게실, 안마실, 수면실, 식당, 각종 운동 시설 등이 자리한 지하 1층.
점심시간을 맞아 식당에는 협회 직원들이 잔뜩 몰려있었다.
협회에서 복지 차원에서 식사를 무료로 제공했기에 꽤 많은 직원이 끼니를 협회 식당에서 해결하곤 했다.
하지만 오늘은 그 점을 감안하더라도 훨씬 많은 직원들, 아니 거의 모든 직원들이 식당에 몰려와 있었다.
협회 내 인원 중 절반 가까이 되는 인원을 수용할 수 있는 식당이 가득 차 줄을 서고 있을 정도.
그 이유는 바로,
“안녕하십니까, 이번에 새롭게 인사드리게 된 신입 직원입니다.”
태운이 부른 출장 뷔페 때문이었다.
태운은 하얀 마스크를 쓴 채 식당 입구 근처에서 무선 마이크를 들고 서 있었다.
“과분하게도 새로 신설된 부서, 특임반의 반장을 맡게 되었습니다. 앞으로 잘 부탁드린다는 의미에서 차린 음식들이니 모든 분들께서 맛있게 즐겨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짱이에요!”
“특임반장님! 팬입니다!”
특히 행정부서 직원들의 호응이 대단했다.
협회 직원들의 고충은 크게 3가지였다.
첫째, 과도한 업무.
둘째, 업무에 비해 적은 수입.
그리고 마지막은 세간의 시선이었다.
그중 직원들을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세간의 부정적인 평가였는데, 이러한 평가를 최근 반등시킨 것이 태운의 존재였던 것이다.
매번 협회에 대한 부정적인 기사들만 보다가 최근 협회의 변화에 기대를 나타내는 기사들이 꽤나 많이 올라오고 있다 보니, 직원들의 안색은 전에 비해 많이 밝아진 상태였다.
그리고 전과는 다른 가면을 쓰고 있긴 했지만, 적어도 협회 소속 직원들은 특임반장이 이매탈이라는 것을 대충 눈치채고 있었다.
상부에서 특임반장과 이매탈이 동일 인물이라는 것을 공표하지 않았기 때문에 눈치껏 입을 다물고 있을 뿐.
어쨌든 뼈 빠지게 일해도 맨날 욕만 얻어먹던 조직의 평판을 바꾸어준 특임반장의 존재가 행정부서 직원들로선 반가울 수밖에 없었다.
하지만,
찌릿 ―
그렇지 않은 사람들도 있었다.
‘우리가 피똥 쌀 정도로 일할 때는 알아주지도 않더니…….’
‘그거 한 건 했다고 이렇게 평가가 바뀐다고? 진짜 인생 시X…….’
바로 전투부서 직원들이었다.
행정부서의 배에 달하는 업무 강도를 감당하던 전투부서 직원들의 눈에는 태운이 아니꼽게 보일 수밖에 없었다.
물론 태운이 최근 해결한 사건인 천안 브레이크와 볼리베어 일당 검거가 굉장히 굵직한 일이긴 했지만, 그간 무력적인 일들을 담당했던 건 전투부서 직원들이었으니까.
던전을 찾아내고 조사하여 브레이크를 사전에 막아내는 그들의 일은 아무리 열심히 해도 표가 나지 않았다.
아니, 사실 표가 나지 않게 하는 것이 그들의 임무였다.
축구로 따지면 수비수 같은 역할이랄까.
묵묵히 수십 번을 막아봐야 골 한번 넣은 공격수만 못한 평가를 받아야 하는 이들.
모두가 함께 수비수 역할을 하던 전과는 달리 갑자기 어디선가 나타난 공격수의 존재가 그동안의 그들의 공로를 모조리 가져가는 것 같은 기분에 전투부서 직원들은 도저히 태운을 웃는 얼굴로 대할 수가 없었던 것이다.
그래도 음식은 맛있었기에 행정부서 직원들 사이에 섞여 꾸역꾸역 고개를 숙인 채 식사를 하는 전투부서 직원들.
못마땅했지만 협회의 대다수를 이루는 행정부서 직원들의 특임반장에 대한 태도가 워낙 긍정적이었기에 그들은 입을 다물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그때,
“이야… 뷔페잖아?”
한 무리, 아니 단 3명의 남녀가 식당 안으로 들어섰다.
선두에 선 붉은 머리칼의 남자를 본 전투부서 직원들의 눈빛이 순간 반짝였다.
““알파조다!””
몇몇 전투부서 직원들의 목소리에 식당에 있던 모든 이들이 입구 쪽을 바라보았다.
“……?”
그리고 그런 사람들의 반응에 태운도 고개를 입구 쪽으로 돌렸다.
그곳에는 양옆에 남녀를 대동한 채 붉은색 더벅머리를 하고 건장한 체격을 자랑하는 한 사내가 서 있었다.
“안녕들 하십니까?”
태운 이전의 대한민국 헌터 협회 최강자이자, 가장 S급에 가까웠던 남자.
협회 전투부서 중 최강 알파조의 조장을 맡고 있는 맹호, 이태성의 등장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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