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40화 (40/300)

40화. 성장통이 너무 아픔 (3)

스카이 스타.

163빌딩에서도 160층에 위치한 한국에서 제일 높은 식당이라는 타이틀을 가진 고급 레스토랑이었다.

무려 미슐랭 5스타로 선정된 이 음식점은 그 명성과 맛에 비해 꽤나 가격이 그리 높지 않아, 일반인들도 특별한 날이면 찾아오는 곳이기도 했다.

다만 예약이 엄청나게 힘들 뿐.

“콜록콜록!”

그렇게 힘들게 예약에 성공해 찾아온 사람들이 식당에서 받은 냅킨으로 겨우겨우 코와 입을 막고 있었다.

그 안에는,

“쿨럭! 여보… 괜찮은 거지?”

“허억… 허억… 괜…찮아…….”

대한민국의 정치인이자 국회의원, 서민우 의원과 그의 아내가 있었다.

결혼 10주년 기념일을 맞아 식사하러 온 두 사람은 별안간 밑에서 올라오는 열기와 순식간에 바깥을 새까맣게 뒤덮은 연기에 바닥에 엎드려 힘들게 숨만 몰아쉬고 있었다.

화재 상황에서 가장 무서운 것은 불이 아니었다.

가장 무서운 것은 바로 연기.

불이 뿜어낸 열기를 머금은 채 순식간에 시야를 뒤덮으며 숨조차 제대로 쉴 수 없게 만드는 연기야말로 화재 현장에서 가장 많은 사람을 죽게 만들고, 구조에 가장 큰 장애물이 되는 존재였다.

‘대체 어디서 불이 난거지?’

서민우 의원은 재빨리 핸드폰을 확인했다.

여기저기서 잔뜩 온 메세지들.

하지만 서민우 의원은 그보다 먼저 뉴스를 확인해야 했다.

“이… 이게… 무슨…….”

기사 몇 개를 확인해보던 서민우 의원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건물 어딘가에서 난 단순한 불이 아니라, 그야말로 역사에 길이 남을 수도 있는 초대형 화재 현장 동영상이 업로드되어 있었으니까.

‘대피조차 할 수 없다…….’

160층과 가장 가까운 화재 현장인 150층에서 일어난 불.

벌써 150층을 넘어 151층까지 번진 상태였고, 시커멓게 뿜어져 나온 연기는 그 위의 모든 층을 뒤덮어 163빌딩의 머리 부분 자체가 보이지 않고 있었다.

레스토랑 측에서 화재 사실을 인지하자마자 모든 창문과 계단을 비롯한 외부 통로를 닫았기에 망정이지, 조금이라도 열린 곳이 있었다면 식당 안까지 이미 새까만 지옥으로 변해버렸을 터.

약간의 연기가 조금씩 들어오고 있는 것만으로도 벌써부터 숨쉬기가 쉽지 않아지고 있었다.

서민우 의원은 자신도 모르게 옆에 있는 아내를 쳐다보았다.

울컥 ―

괴로워하고 있는 아내의 모습을 보자마자 울음이 턱 끝까지 차올랐다.

기반 하나 없이 혈혈단신으로 뛰어든 정치판.

비난과 욕설, 각종 비리와 암투, 위선과 거짓으로 가득 찬 그곳에서 초심을 잃지 않고 중심을 잡을 수 있도록, 괴물이 아닌 인간으로 남을 수 있도록 도와준 아내였다.

자신의 마음이 흔들리거나 지쳐서 휘청일 때면 언제나 묵묵히 뒤에서, 때론 옆에서 응원해준 아내였다.

‘미안해……!’

그동안 챙기지 못한 결혼기념일.

10주년만큼은 제대로 챙겨주고 싶었다.

실로 오랜만에 제대로 데이트 코스까지 전부 계획해놓았는데.

점심은 스카이 스타에서 먹은 후 가로수길에서 산책하고,

아내가 좋아하는 예쁜 카페에 들러 잠시 커피를 마시며 쉬었다가,

그 카페에 미리 맡겨놓은 꽃다발을 아내에게 선물하고,

집으로 돌아가 저녁엔 맥주와 오븐 치킨을 먹으며 하루를 마무리하고 싶었다.

무엇보다 오늘 밤은 딸아이가 친구네 집에서 자고 온다고 했으니까.

‘아…….’

주륵 ―

문득 떠오른 딸아이 생각에 결국 서민우 의원의 눈에서 겨우 참고 있던 눈물이 흘러내렸다.

이제 중학생이 된 딸, 하민.

지금쯤 친구들이랑 신나게 놀고 있겠지.

‘우리 딸 혼자 어떡하지……?’

아직 철없이 해맑기만 한 딸이었다.

벌써부터 어른이 되기엔 준비가 턱없이 부족한 딸이었다.

덜덜덜.

문득 느껴진 내가 아닌 다른 사람의 떨림에 서민우 의원이 고개를 돌려 옆을 바라보았다.

몸을 떨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는 아내가 그의 눈 안에 들어왔다.

“콜록… 여보… 우리 하민이 어떡해…? 우리 가면… 콜록콜록! 하민이 혼자서 어떻게 해…….”

서민우 의원은 터져 나오려는 울음을 억누르며 한 손으로 아내의 등을 감쌌다.

“아직… 콜록! 하민이 아직 혼자서 라면도 못 끓인단 말이야…….”

뚝뚝.

서민우 의원은 아내에게 아무 말도 해주지 못한 채 그저 고개를 떨구고 눈물을 흘렸다.

“우으으으으…….”

163빌딩 160층에 위치한 한국에서 제일 높은 식당, 스카이 스타.

슬픔과 두려움으로 가득 찬 사람들의 흐느낌 소리가 층 전체를 가득 메우기 시작했다.

* * *

찌익 ―

집으로 돌아온 한 남자가 조끼를 벗어 던졌다.

풀썩 ―

소파로 엎어지는 남자.

“킥킥… 킥킥킥…….”

집 안에 불도 하나 켜지 않고 소파에 엎드린 채 괴상한 웃음소리를 흘려대는 남자의 모습은 상당히 기괴하고 음산하게 느껴졌다.

“내가… 내가 못 할 것 같아? 까짓거… 누워서 떡 먹기지! 킥킥!”

퍽퍽.

엎드린 자세로 수영하듯 발을 내려치는 남자.

스윽 ―

남자는 그 상태 그대로 고개만 돌려 벽에 걸려있는 달력을 바라보았다.

불도 켜지 않고 암막 커튼까지 쳐져 있어, 집 안이 상당히 어두웠음에도 남자는 용케도 정확하게 달력을 읽고 있었다.

“오늘 아마 2만 정도… 음? 안 되는데… 매일 매일 2만씩 해도 60만밖에 안 되잖아? 100만 채워야 하는데…….”

벌떡!

“너무 적어… 건물 하나로는 너무 적어…! 그래, 100만을 채우려면 건물 단위가 아니라 도시 단위여야지!”

남자의 눈이 광기로 번들거렸다.

“역시 브레이크만한 게 없네… 응? 저번에도 브레이크 했는데… 그때, 왜 실패했지?”

또륵또륵 ―

남자의 눈동자가 마치 카멜레온처럼 따로따로 굴러가기 시작했다.

“아, 그래, 이매탈. 이매탈! 이매탈 때문이야! 그 녀석만 없었어도!”

콰앙!

화가 난 남자가 휘두른 주먹에 맞은 텔레비전이 깡통마냥 우그러졌다.

“헉!”

본인이 쳐놓고 본인이 놀란 남자는 텔레비전을 붙잡고 오열하기 시작했다.

“아, 안 돼! 안 돼… 안 돼…….”

실로 종잡을 수가 없는 감정선이었다.

콰직!

남자는 잠시 오열하다 어차피 망가진 텔레비전을 반으로 접어버렸다.

드르륵 ―

순식간에 울음을 뚝 그친 남자는 의자를 빼서 식탁 위에 앉아 노트북을 켰다.

타다닥 ―

초록창을 열고 무언가 검색하는 남자.

“사람 가장 많은… 곳…….”

탁!

노트북 화면에 촤르륵 ― 검색 결과가 떠올랐다.

“킥킥킥… 백만…? 껌이지…….”

어두운 집 안.

그보다 더 어두운 기운의 존재가 벌써부터 다음 일을 계획하고 있었다.

한편, 남자의 팔목에 새겨진 숫자 문신.

그 숫자가 무엇을 뜻하는지는 알 수 없었지만,

슈룩 ―

78.

슈룩 ―

79.

슈룩 ―

80.

시간이 지나면 지날수록 그 문신의 숫자가 커지고 있었다.

* * *

재난 긴급 뉴스가 시작되었다.

날 것 그대로 방송되는 재난 현장 생중계와는 다르게, 커다란 재난이 발생했을 때 현장 생중계 영상을 보며 전문가의 의견을 들어보는 프로그램이었다.

“안녕하십니까. 재난 긴급 뉴스를 맡은 아나운서 이재훈입니다. 현재 여의도에서 안타까운 일이 벌어지고 있는데요. 그에 관해서 전문가분들과 이야기를 나누어 보겠습니다. 오늘 이 자리에 소방학교장님과 헌터학 교수님 두 분 모셨습니다.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둥근 반원 모양의 책상에 둘러앉은 세 사람이 서로 인사를 나누었다.

“자, 빠르게 본론으로 넘어가 현장 상황 분석해보겠습니다. 우선, 소방학교장님? 간단하게 교장님이라 호칭을 불러드려도 괜찮겠습니까?”

“예, 괜찮습니다.”

“네, 그럼 교장님이 화재 상황과 진압 현장에 대해서 먼저 간단하게 분석 부탁드립니다.”

아나운서의 말에 소방학교장은 한숨을 크게 쉬었다.

“안타깝지만 상황은 거의 최악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18개 층에서 발생한 거대한 불길들을 감당하기엔 현재 우리의 소방력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차라리 비슷한 규모의 산불이었다면 소방헬기라도 동원했을 테지만, 건물 화재의 경우엔 소방헬기 사용이 어렵습니다. 옥상의 시야가 확보되었다면 구조 헬기라도 사용할 수 있었을 텐데, 현재로서는 그마저도 불가능한 상황입니다.”

“헬기들을 동원하지 못하는 이유가 화재 연기 때문인가요?”

“그렇습니다. 보시면 아시겠지만, 이미 여의도 상공이 먹구름처럼 시커멓게 변해있습니다. 이런 상황에선 시야가 확보되지 않아 헬기 비행이 어려울뿐더러 연기가 품고 있는 열기로 인해 난기류까지 발생할 수 있어 비행 자체가 위험한 상황입니다.”

소방학교장의 말에 아나운서도 안타까운 듯 연신 탄식을 내뱉었다.

“어떻게 소방관분들이 쏘는 물대포만으로 어떻게 안 되겠습니까?”

“웬만한 상가 건물이라면 가능했겠지만, 163빌딩은 그야말로 초고층 빌딩 아닙니까? 모든 수단을 동원해 수압을 최대로 높이더라도 현재 기술로는 층고가 높은 163빌딩의 경우 50층까지가 한계입니다. 그러니까 적어도 50층 위에서 일어난 불은 지상에서 잡을 수가 없다는 말이죠.”

“아…….”

“대원들이 건물 안에 있는 소화전을 이용하는 방법도 있겠지만, 지금 저층을 포함해 지하에서까지 발생한 화재로 인해 건물 진입 자체가 힘든 상황입니다.”

“그럼… 어떻게 되는 겁니까? 안에 사람들이 너무 많이 있는데요. 특히 오늘 같은 경우 휴가 시즌인데다가 점심시간이라 안에 계신 분들이 최소 1만 명 이상으로 추정된다고 합니다.”

“우선 지금 상황으로 보아 우리 소방대원들이 목표로 하고 있는 것이 지하층과 2층의 불길을 잡는 걸 목표로 하고 있는 것 같은데, 안타까우면서도 아주 현명한 선택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지하층과 2층 불길만 잡는다면 3층부터 6층, 조금만 더 빨리 잡는다면 7층 사람들도 구할 수 있을 겁니다.”

“그럼 나머지 다른 층들은……?”

소방학교장이 침음을 흘리며 고개를 살짝 절레절레 흔들었다.

“…아무래도 가능성이 낮을 것 같습니다.”

“아…….”

잔뜩 심각해진 아나운서의 표정.

무려 1만 이상의 목숨이 걸린 상황이었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저 상황을 지켜보고 있는 것만으로도 두려움과 안타까움, 그리고 아무것도 하지 못하고 있다는 죄책감이 들 수밖에 없었으니까.

아나운서는 속으로 심호흡을 하여 마음을 다스리며 방송을 이어나갔다.

“상황이 많이 심각합니다. 자, 그럼 교수님께도 한번 여쭤보겠습니다. 지금 현장 상황이 많이 심각한데요. 초인이라 불리는 헌터들이라면 어떻게 타개책이 있을 수도 있지 않겠습니까?”

“아시겠지만 헌터들이 일반인들에 비해 강한 이유는 마력을 다루기 때문입니다. 그런 헌터들이 마력을 사용해 사람들을 구하게 된다면, 헌터들에 의해 구해진 사람들은 마력감염증으로 인해 95% 확률로 사망하겠죠.”

“하지만… 지금 상황이 너무 심각합니다. 5%의 생존확률이라도 노려보는 게 낫지 않겠습니까?”

아나운서의 말에 헌터학 교수는 씁쓸하게 미소를 지었다.

“만약 헌터들이 구조작업을 시작한다면 불길을 이겨내기 위해서, 그리고 더 빠르게 사람들을 구하기 위해 더욱 마력을 많이 사용해야 하겠지요. 하지만 일부러 외부로 방출하지 않더라도 마력을 한 번에 많이 사용할수록 헌터의 몸에서는 마력 입자가 새어 나오게 됩니다. 예를 들어 한 A급 헌터가 전력으로 몸을 강화해서 저 불길로 뛰어든다? 그러면 그 순간 그 헌터의 몸에서 새어 나온 마력입자들은 반경 500m까지 퍼져나갑니다.”

“아, 그러면…….”

“예, 순식간에 화재 현장 반경 500m 이내의 사람들의 95%가 전멸할 수도 있는 겁니다. 참고로 500m면 163빌딩에서 한강까지 가고도 강 안으로 더 걸어 들어가야 하는 거리입니다. 그리고 그 반경 500m 안에는 지금 아파트 단지와 대학병원 하나가 포함되어 있죠.”

“헌터들이 나서는 것 자체가 불가능하겠군요.”

헌터학 교수가 안타까운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였다.

“헌터들이 브레이크 현장을 진압할 때, 협회에서 사람들을 괜히 시 외곽지역까지 물러나게 하는 것이 아닙니다. 헌터들마다 개인차가 있긴 하겠지만, 웬만큼 마력 컨트롤을 마스터하지 않고서는 전력으로 마력을 사용하는 순간, 헌터의 몸에서는 마력 입자가 퍼지기 시작할 수밖에 없습니다. 물론 전력이 아니라면 그렇지 않겠지만 저 현장에 뛰어들기 위해선 아무리 고위 헌터라도 전력으로 임해야 할 테니까요.”

“그렇다면 구조가 아닌 화재 진압은 어떻습니까? 예를 들어 청룡길드 마스터이신 김천용 헌터께서 바람과 물로 불을 끄는 겁니다.”

아나운서의 말에 헌터학 교수는 살짝 답답하다는 듯 미간을 찡그렸다.

“물론 김천용 헌터라면 전력을 다하지 않고도 불을 끌 수도 있겠죠. 하지만 김천용 헌터가 다루는 바람과 물은 그 자체로 마력입니다. 게다가 둘 다 확산에 최적화된 물질이죠.”

교수가 두 손을 쫙 펼쳐 보였다.

“김천용 헌터가 만들어낸 바람이나 물방울들은 오히려 A급 헌터가 전력으로 몸을 강화하는 것보다 더 큰 피해를 야기할 겁니다. 몇 시간 뒤면 자연스레 사라질 마력이라지만, 그 몇 시간 동안 그 마력이 어디까지 퍼질 수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김천용 헌터가 종종 일어나는 강원도 산불 현장에 괜히 모습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본인도 그 위험성을 알고 있기 때문인 겁니다.”

소방학교장과 헌터학 교수의 말을 전부 들어본 아나운서의 눈은 어느새 눈에 띄게 우울해져 있었다.

시간이 지날수록 사람들의 희생이 체감되어가는 까닭이었다.

“두 분의 이야기 잘 들어보았습니다. 하아… 정말로… 기도가 필요한 순간이 아닐 수 없습니다. 주제넘지만 현장에 계신 모든 분과 지금 이 뉴스를 시청하고 계신 모든 분께 간곡히 부탁드리겠습니다. 부디, 부디 사람들이 무사할 수 있도록 기도에 힘을 보태주십시오.”

아나운서는 카메라를 정면으로 응시하며 입술을 깨물었다.

뉴스를 진행하는 아나운서로서는 지양해야 할 감정적 발언과 종교적 발언이었지만, 스튜디오에서 방송을 촬영하는 카메라 감독을 포함한 모든 스태프도 같은 마음이었기에 방송은 그대로 송출되었다.

“부디… 신의 가호가 깃들기를.”

화르르륵 ― !

생중계 영상을 바라보는 세 사람의 검은자가 새빨간 불꽃색으로 물들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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