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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43화 (43/300)

43화. 성장통이 너무 아픔 (6)

강력.

태초에 존재하던 하나의 힘 SUPER FORCE, 즉 ‘초힘’이 빅뱅과 함께 분리되며 탄생한 4대 힘 중 하나.

강력은 ‘강력하다’의 강력과는 조금 많이 다른 의미였다.

강한 핵력의 줄임말이었으니까.

강한 핵력은 말 그대로 실로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힘이라고도 할 수 있었다.

알려진 단위 중 가장 작은 존재를 떠올리면 무엇이 떠오르는가?

많은 사람이 아마 ‘원자’를 떠올릴 것이다.

그런데 그 원자는 ‘원자핵’과 ‘전자’로 이루어져 있고, 원자핵은 ‘양성자’와 ‘중성자’로 나뉜다.

양성자와 중성자 속에는 ‘쿼크’라는 것들이 있는데, 이때 강한 핵력은 이 쿼크들을 결합시키며 동시에 양성자와 중성자를 결합시킨다.

즉, 작게 보면 쿼크를 결합시키는 힘이며 크게 보면 원자핵을 구성하는 힘.

그것이 바로 강한 핵력의 정의였다.

‘좀 더 간단하게 말하자면 결합시키는 힘이지.’

강한 핵력에 의해 결합되어 있는 원자핵은 정말 어지간해서는 부서지지 않는다.

일부러 핵분열 반응을 유도하지 않는 이상 말이다.

어쨌든 태운의 세 번째 능력인 ‘강력’은 결합시키는 힘이자, 붙들어놓는 힘.

태운은 그런 강력의 성질을 담은 마력으로 건물 주변을 얇게 감싼 것이었다.

쿠우우우우우 ―

강력장에 닿은 공기들이 벗어나지 못한다.

강력장에 붙들린 공기 때문에 생긴 작은 진공의 공간이 더 바깥에 있는 공기들을 끌어모은다.

그렇게 점점 더 많은 공기가 강력장에 붙들리게 되는 것이다.

건물을 둘러싼 강력장의 바깥쪽은 공기가 많다.

어찌 보면 무한하다고도 말할 수 있을 정도로 많은 양.

하지만 태운의 마력에 의해 둘러싸인 건물 쪽, 그러니까 강력장 내부는 그렇지 않았다.

쨍그랑!

건물 내외부의 기압 차를 이기지 못한 빌딩 전체의 유리창들이 산산이 부서져 떨어져 내렸다.

그리고,

“허억… 허억…….”

원래부터 연기로 인해 숨을 쉬기가 힘들었지만, 갑자기 줄어든 공기 탓에 건물 안의 생존자들이 목을 움켜쥐고 숨을 헐떡거리기 시작했다.

사람은 우주 같은 완전한 진공상태가 아닌 이상 숨을 쉬지 않고도 최대 3분 정도만을 버틸 수 있다.

공기 없이 3분, 물 없이 3일, 음식 없이 3주라는 333 생존 법칙이 괜히 나온 것이 아니었다.

하지만 진공상태에서 버틸 수 있는 시간은 그보다 더 적은 1분 남짓.

그러나 다행히 불은 적어도 공기 앞에서는 사람보다 약했다.

훅 ―

공기가 사라지자 새빨간 혀를 날름거리던 화마의 숨들이 훅훅 끊어졌다.

이미 불에서 뿜어져 나온 연기들은 강력장 안에 갇힌 지 오래.

163빌딩은 불과 10초 남짓한 짧은 시간 만에 화마가 그을리고 간 흔적만을 남기고 원래의 모습을 되찾았다.

푸쉬이이이이이이 ― !

불이 꺼진 것을 확인한 태운은 강력장에 갇혀있던 어마어마한 공기가 한꺼번에 터져 나오는 것을 막기 위해 강력장에 조그만 구멍들을 내어 천천히 공기가 원래 자리로 돌아가도록 했다.

“하아… 하아… 하아… 응……?”

건물 안에 있던 생존자들은 점차 숨이 돌아오는 것을 느꼈다.

그와 동시에,

“…….”

어느새 건물 전체를 달구던 열기와 시커먼 연기가 더 이상 올라오지 않고 있음을 깨달았다.

“어, 어떻게 된 거지?”

대다수의 사람들이 어안이 벙벙해진 채 주위를 두리번거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때,

“아!”

몇몇 사람들이 창밖을 바라보았다.

푸쉬이이이이이 ― !

강력장 안에 갇혀있던 연기도 함께 빠져나가며 창밖의 시야가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공중에 떠오른 채 건물을 향해 손을 뻗고 있는 하얀 가면의 남자.

사람들은 알 수 있었다.

조금 전에 알 수 없던 그 기현상은 저 사람이 한 것이라는 걸.

그리고 그가 바로 자신들을 구해준 사람이라는 걸 말이다.

* * *

강력장을 이루고 있던 마력 한 톨까지 끌어모아 회수한 태운의 신형이 천천히 지면으로 내려앉았다.

털썩 ―

태운의 한쪽 무릎이 바닥에 닿았다.

처컥 ― !

“허억… 허억… 허억…….”

태운은 식사할 때만 쓰는 입 부분의 마스크를 올리는 버튼까지 누르고 거칠게 숨을 헐떡거렸다.

단순히 힘을 많이 사용해서가 아니었다. 건물 전체를 감쌀 정도의 방대한 마력을 사용하긴 했다.

하지만 그보다 더 태운을 지치게 만든 건 바로 집중력이었다.

붙들어놓은 공기가 터지지 않도록 미세하게 균형을 조절한 것도 상당한 집중력을 요했지만, 마력 입자 한 톨도 자신의 통제를 벗어나지 않게 신경 썼던 것이 태운의 체력을 가장 많이 잡아먹었던 것이다.

화재 진압에 들인 시간 자체는 매우 짧았지만, 규모가 상당했던 탓에 태운의 심력은 거의 바닥이 나 있었다.

“허억… 허억… 끄응…….”

태운은 빠르게 호흡을 고르며 몸을 일으키려 했다.

비틀.

몸은 괜찮았지만, 심력이 어지간히도 바닥이 난 듯 태운의 몸이 비틀거렸다.

으득 ―

하지만 끝끝내 이를 악문 채 몸을 일으켰다.

아직 상황은 끝나지 않았으니까.

‘건물 상태가 그리 좋지 않아… 생존자들이 빠져나오다 다칠 위험이 있다. 사망자들도 있을 테니 시신도 수습해야 하고…….’

혹시 모를 잔불도 처리해야 했다.

태운의 걸음이 건물 안으로 향하려는 그때,

텁 ― !

누군가 태운의 손목을 붙잡았다.

스윽 ―

고개를 돌려 뒤를 돌아보자 붉은 머리의 남자가 태운의 손목을 붙잡고 있었다.

바로 이태성이었다.

“나머지는 전문가들에게 맡기시죠. 이 부분에선 그들이 하는 것이 더 빠를 겁니다.”

“…….”

잠시 이태성을 응시하던 태운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태운이 고개를 끄덕이자 이태성은 바리케이트 쪽을 향해 크게 소리를 질렀다.

“뒷일을 부탁드립니다!”

그리고 이태성의 외침을 들은 구 서장은 곧바로 무전을 쳤다.

치익……!

“모든 대원은 건물 안으로 진입하여 생존자 구조 및 시체 수습, 그리고 잔불을 처리할 것.”

타다다다다 ― !

바리케이드 바깥에서 대기하고 있던 기존의 소방대원들과 구조대원들, 그리고 추가로 도착한 구조대원들까지 백여 명에 달하는 인명 구조자들이 빌딩을 향해 달려오기 시작했다.

“엘리베이터 고장 났다! 헬기 불러! 고층 생존자들은 헬기로 이송한다!”

대한민국 전체를 경악과 안타까움으로 물들였던 163빌딩 초대형 방화 사건.

그 누구도 손 쓸 수 없는 상황에서 전원 사망이라는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던 재앙이,

[뉴스 속보……]

[오늘의 핫이슈, 하얀……]

단 한 명의 헌터에 의해 종결되었다.

* * *

부우우웅 ―

기자들과 인파가 몰리기 전에 빠르게 현장을 빠져나온 태운과 알파조.

“…….”

차 안은 조용했다.

지친 태운을 대신해 운전대를 잡은 이태성은 연신 태운을 힐끔거렸다.

뒷좌석에 앉은 한기성과 유인하도 마찬가지.

세 사람은 연신 태운을 힐끔거리고 있었다.

“…후우… 할 말 있으시면 하세요. 그만들 힐끔거리시고.”

태운이 한숨을 쉬며 피곤한 목소리로 말했다.

그들의 힐끔거리는 시선이 단순히 싸운 것보다 더 큰 피로감을 느끼고 있던 태운의 신경을 거슬리게 했던 것이다.

“궁금한 게 좀 많습니다만… 정말 다 질문해도 됩니까?”

이태성이 먼저 말을 꺼냈다.

태운은 고개를 끄덕였다.

“대답할 수 있는 거라면 그 정도야 해드려야죠. 같은 동료 아닙니까, 이제.”

피곤한 목소리지만, 은근한 정이 묻어나오는 태운의 말에 뒷좌석에 앉아있던 한기성과 유인하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정말로 이런 사람이…….’

‘그래, 이 사람도 이제 우리 협회 직원이었지…….’

새삼 태운이 앞으로 자신들과 함께할 동료라는 걸 다시 한번 깨달은 두 사람의 눈빛이 한없이 부드러워지고 있었다.

이태성 또한 마음이 살짝 뭉클해졌지만, 애써 감추고 담담하게 질문을 던졌다.

“그 거대한 불을 어떻게 끄신 겁니까? 저희 눈엔 잠시 건물이 뿌옇게 변하다가 한순간 시커메지더니 갑자기 불이 꺼졌는데…….”

“건물 내부를 진공상태로 만들었습니다.”

“예……?”

세 사람의 표정이 의아함으로 물들었다.

특임반장의 능력은 번개가 아니었던가?

당황한 이태성이 말을 더듬었다.

“어, 어떻게…? 능력은 번개가 아니신…….”

“그 점은 노코멘트입니다.”

태운의 일축에 이태성은 아쉽지만 깔끔하게 미련을 버렸다.

“알겠습니다. 뭐 사실 정말 궁금했던 건 지금 할 질문이니까요. 어떻게 마력을 사용하셨는데 마력 입자 하나도 새어나가지 않을 수가 있는 겁니까?”

뒷좌석에 앉아있던 두 사람도 고개를 끄덕였다.

아무리 전력으로 마력을 사용하지 않더라도 마력 입자 여러 개 정도는 헌터의 몸에서 새어 나오기 마련이었다.

사방으로 마구 퍼져나가지는 않더라도 마력을 사용하는 순간 그 자리에는 몇 초간 마력 입자가 머물게 되는데, 이러한 현상을 두고 헌터학에선 ‘마력의 잔향이 남는다’ 라고 일컬었다.

즉, 전력이든 아니든 헌터가 마력을 사용하면 마력은 결국 새어 나온다는 것이었다.

사방으로 퍼지냐 그 자리에 머무느냐에 차이가 있을 뿐.

그런데 바리케이트 근처에서 태운이 사라졌던 자리에서는 마력의 잔향을 하나도 찾을 수가 없었다.

거기다 화재 진압도 마찬가지.

분명 어마어마한 양의 마력을 사용한 것이 느껴졌음에도 이태성이 태운에게 다가갔을 땐, 마력의 잔향을 하나도 느낄 수 없었다.

“자세히 설명해드리긴 좀 그렇지만… 간단히 말하면 그냥 새어나가지 않게 잘 조절하고 붙들었을 뿐입니다.”

“…이런 말씀을 드리긴 뭐하지만, 그건 좀 말이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마력의 잔향이 남는 건 바람에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것과 다름이 없습니다. 인간이 자신의 머리카락까지 움직일 수는 없는 것 아닙니까?”

분명 머리카락은 인간의 일부이다. 하지만 인간은 머리카락을 제 맘대로 다룰 수 없다.

마력의 잔향도 마찬가지.

마력의 잔향은 분명 헌터가 가진 마력의 일부이다.

하지만 마력을 사용할 때 마력이 새어나가는 건 의식한다고 해서 뭐 어떻게 할 수 있는 부분이 아니었던 것이다.

그리고 그건 사실 태운도 마찬가지였다.

마력의 컨트롤이 누구보다 뛰어나기도 했지만, 잔향마저 남기지 않을 수 있었던 것은 그가 가진 고유능력 덕분이었으니까.

머리카락이 바람에 흔들린다?

왁스와 스프레이로 고정시키면 될 뿐이다.

그리고 태운의 능력은 그걸 실제로 가능하게 만들었고.

하지만 그 사실을 밝힐 수는 없었기에,

“저도 이런 말을 하긴 좀 그렇지만…….”

이렇게 대답할 수밖에 없었다.

“되는 걸 어떡합니까?”

“…….”

알파조 3인은 더 이상 입을 열지 않았다.

아니, 열 수 없었다.

‘좀 재수 없네.’

‘와, 욕 나올 뻔.’

‘뒤통수 한 대만 때릴까.’

왠지 모르게 울컥 솟아오르는 화를 참아야 했으니까.

* * *

“뭐, 뭐야!”

불 꺼진 집 안에서 노트북만 들여다보고 있던 남자가 돌연 소리를 질렀다.

덜덜덜.

노트북의 마우스 커서를 옮기는 남자의 팔이 덜덜덜 떨리고 있었다.

“그 불이… 벌써 꺼졌어……?”

남자의 동공이 믿을 수 없다는 듯 크게 흔들렸다.

쏟아부은 기름이 얼마던가?

기름을 부은 것도 모자라 건물 여기저기 알코올과 기름을 먹인 종이도 잔뜩 가져다 놓았다.

게다가 남자가 지른 불은 일반적인 불이 아니었다. 물로도 쉽게 끌 수 없는 특수한 불이었으니까.

소방 호스로 아무리 들이붓고 쏘아도 꺼지지 않았을 터.

그런데 그게 한 시간도 안 되어서 꺼졌다고?

인터넷에는 이미 어마어마한 양의 기사들이 올라오고 있었다.

모두가 포기한 순간 돌연 나타난 하얀 가면의 남자.

드르륵 ― 드르륵 ―

마우스 휠을 돌리는 남자의 두 눈에 핏발이 섰다.

“누구야… 누구야, 너……!”

딸깍 ―

남자는 기사에 편집되어 첨부된 불이 꺼질 당시 현장을 촬영한 생중계 영상을 클릭했다.

쿠우우우우우 ― !

하얀 가면을 쓴 남자가 공중에 떠오르더니 건물을 향해 손을 뻗었다.

순식간에 건물 전체가 무언가에 휩싸인 듯 뿌옇게 변하는가 싶더니 화재 연기로 인해 시커멓게 변한다.

10초나 지났을까.

푸쉬이이이이이 ― !

압력밥솥의 증기가 빠져나가듯 건물 꼭대기에서 시커먼 연기가 거세게 뿜어져 나갔다.

이윽고 제 색깔을 되찾는 163빌딩.

다시 모습이 드러난 빌딩에는 불이 일어났던 곳에 시커먼 그을음만 가득할 뿐, 모든 불이 꺼져있었다.

“이… 이이이이……!”

남자는 부서져라 이를 갈기 시작했다.

원리는 모르겠다.

하지만 어쨌든 이 자가 불을 끈 것은 확실한 사실.

“너… 너… 너 누구야……!”

눈에 불을 켜고 기사를 읽는 남자가 씩씩대며 콧바람을 거칠게 내뿜었다.

그리고 남자의 눈에 들어온 기사 한 줄.

[…의문의 남성과 대화를 나눈 후 전 대원의 현장 이탈 지시를 내렸던 구현수 소방정에 따르면 그는 본인을 ‘특임반장’이라고 밝혔다고 했다.]

“특임반장……!”

콰아아앙!

힘줄이 잔뜩 솟아오른 남자의 주먹이 노트북을 박살 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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