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7화. 전 세계가 너무 난리 남 (2)
“키에에에엑!”
“진짜 시끄러운 녀석들이네.”
그긍 ― !
콰아앙 ― !
공중에서 떨어져 내린 태운의 발이 놈의 머리통을 짓밟았다.
푸확!
단번에 터져버리는 몬스터의 머리.
공격을 날리는 순간 손발에 가해지는 중력이 데미지를 극대화하고 있었다.
쿠과과과과과 ― !
기잉 ― 기잉 ― 그그긍 ―
싸우는 매 순간순간 적재적소, 적절한 타이밍에 태운의 몸에 작용하는 중력이 변화했다.
스팟 ― !
주먹과 발을 내지를 때에는 0에 수렴했던 무게가,
콰아아앙!
몬스터의 몸과 부딪히는 순간 수백, 수천 배로 증가했다.
그야말로 중량과 속도를 모두 극대화시킨 극강의 투법.
163빌딩 화재 사건 이후 태운이 새롭게 만들어낸 중력투법이 몬스터들을 곤죽으로 만들어놓고 있었다. S급 이상의 몬스터들은 청뢰를 금방 벗어났기에 사용하고 있는 전투방식이었다.
아무리 마력이 많아졌다고는 하더라도 어쨌든 한 방에 죽일 수 없다면 청뢰는 그리 효율이 좋은 기술은 아니었으니까.
콰아앙! 콰아앙!
태운의 손발이 내질러질 때마다 몬스터들의 신체가 마치 찰흙처럼 으깨졌다.
어류처럼 비늘이 돋은 몸, 말의 다리와 정체를 알 수 없는 거대한 머리를 가진 백록담 던전의 몬스터.
“키에에에에엑!”
머리통만큼은 영화 ‘괴물’에 나오는 괴물과 비슷하게 생긴 몬스터들이 태운의 주먹과 발길질 한 번에 퍽퍽 터져나가고 있었다.
몬스터 중 전설형 몬스터 다음으로 강력한 키메라형 몬스터였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어쩔 수 없었다. 상대가 태운이었으니까.
‘확실히 그때의 고동색 웨어울프들보다도 더 강한 것 같긴 한데… 그래도 마력 수치가 안 오르는 게 아쉽네.’
이미 마력 수치가 5만을 훌쩍 넘기며 EX급이 된 태운이었다.
고작 S급 던전으로는 마력 수치를 1도 올릴 수 없었다.
최근 매일매일 바쁜 나날을 보내느라 밤잠을 줄여도 하루에 겨우 마력 호흡도 2시간 정도밖에 하지 못했던 태운.
잘 나타나지 않는 S급 던전조차 그를 성장시킬 수 없게 되었으니, 어찌 보면 그야말로 다른 고위 헌터들처럼 정체기를 맞이하게 된 것이다.
‘뭐 마력 호흡을 꾸준히 하면 계속 오를 테니까…….’
그나마 다행이라고 할 수 있는 점은 3차 각성 능력 ‘강력’이 발현된 이후, 마력 호흡의 효율이 대폭 상승한 점이었다.
강력의 성질 덕분에 자연의 마나들을 더 많이 붙들어 놓을 수 있게 되었으니까.
하루 한두 시간의 마력 호흡만으로도 남들이 큰 피해 없이 던전 한 번 도는 것 이상의 마력 수치를 올릴 수 있게 된 것이다.
정체기라고 해봐야 천안 때처럼 폭발적인 성장은 이룰 수 없을 뿐이었으니, 이전에 비해 상대적으로 정체기를 맞이했더라도 태운은 그다지 조급한 감정은 전혀 느끼지 않고 있었다.
그렇게 몬스터들을 때려잡고 있던 그때,
삐빅 ― 삐빅 ―
태운의 손목시계의 타이머가 울렸다.
“…아 벌써 30분이 지난 건가.”
특임반장이 된 이후, 언제 어디서 터질지 모를 사건들에 대비하기 위해 토벌이나 조사에 들어가더라도 30분이 지나면 잠시 던전 밖으로 나가곤 했다.
던전 안에서는 핸드폰이 터지지 않았으니까.
길어지게 되면 반나절, 혹은 하루 종일이나 며칠이 걸릴 수도 있는 던전 토벌 중에 일이 터지면 안 되니까 말이다.
연락을 대신 받아줄 사람조차 없이 혼자 일해야 하는 특임반장의 비애였다.
“키에에에엑!”
그러나 던전 밖으로 나가려는 태운을 향해 달려드는 몬스터들.
태운은 이 몬스터들에게 괴어마라는 이름을 붙여주었다.
“괴어마들아. 좀 기다려봐. 잠깐 폰 좀 보고 올 테니까.”
[중력 조작 ― 30G]
태운의 손짓 한 번에,
그그그긍 ―
쿠직! 콰직! 콰앙!
달려들던 괴어마들이 모조리 땅에 처박혔다.
“키으으으윽…….”
심지어 몇몇 괴어마들은 다리까지 부러져 몸을 덜덜 떨며 신음을 내기까지 했다.
슈룩 ―
그런 괴어마들을 등 뒤에 두고 던전을 빠져나온 태운.
품속에서 핸드폰을 꺼내 확인한 순간,
“……!”
스팟 ― !
태운의 신형이 모습을 감추었다.
촤아아아아악 ― !
한반도와 제주도 사이의 남해가 다시 한번 옅게 갈라지고 있었다.
* * *
“아아악!”
천안의 악몽이 서울에서 재현되고 있었다.
콰직!
델타조원 하나가 한 시민에게 달려드는 곤충형 몬스터 한 마리를 뭉개버렸다.
츠즈즈…….
델타조원의 공격에 의해 몸뚱이가 터진 몬스터가 소름 끼치는 날갯짓 소리를 남기며 죽어갔다.
소름 끼치는 외형을 가진 F급 몬스터.
바로 장군 바퀴벌레였다.
생김새는 바퀴벌레와 거의 똑같았다.
다만 그 크기가 자전거와 비슷할 정도로 컸고 무엇보다,
쪼오오옥 ―
마치 물장군이라는 수중 곤충처럼 상대의 체액을 빨아먹는다는 특징이 있었다.
‘이래서 F급 던전은 싫다니까!’
“우욱!”
비위가 약한 델타조원들이 연신 헛구역질을 해댔다.
F급 던전은 가장 약한 던전. 하지만 몇몇 헌터들에게는 가장 어려운 던전이기도 했다.
가장 약한 유형인 곤충형 몬스터들이 대부분인 던전이었으니까.
므애애애애앰 ― ! 므애애애애앰 ― !
어느새 여기저기 건물에 달라붙은 카오스 매미가 연신 음파를 터뜨려댔다.
“으으윽…….”
사람만 한 크기의 거대한 카오스 매미의 울음소리가 도시 전역을 뒤흔들었다.
울음소리 자체만으로도 생물에게 환각과 환청, 환통을 일으키게 하는 카오스 매미의 울음소리였다.
털썩 ― 털썩 ―
천운으로 마력에 감염되지 않고 서울을 빠져나가려던 사람들이 중심을 잃고 자리에 주저앉기 시작했다.
“크윽!”
부우우웅 ― !
사람들을 구조하기 위해 델타조와 감마조들이 서둘러 협회 특수 구조 차량, 방마 트럭들에다가 사람들을 실었다.
마력 없이 맨몸으로 사람들을 들쳐업다 보니 직원들의 몸은 온통 땀범벅이었다.
잉 ― 잉 ―
카오스 매미의 울음소리 탓에 계속해서 중심이 흔들렸지만, 다행히 전원이 D급 이상인 델타조와 감마조에게는 약간의 불편함을 줄 뿐 큰 데미지는 없었다.
그래도 거슬리기는 매한가지.
“누가 저 매미들 좀 죽여!”
사람들을 옮기던 델타조장 김인국이 버럭 고함을 질렀다.
처컥 ―
타아앙! 타아앙!
도심 곳곳에서 총소리가 울려 퍼졌다.
원거리 공격용 저격 마탄총을 든 직원들이 매미들을 맞추기 시작한 것이다.
치르륵…….
대다수의 카오스 매미들이 마탄에 맞아떨어졌지만,
푸르르르 ―
몇몇 카오스 매미들은 마탄총을 피해 다른 곳으로 날아가려 하고 있었다.
“젠장! 놓치겠어! 여기는 서울 중구 델타조장입니다! 길드들 지원은 아직입니까?! 몬스터들이 서울역 주변을 벗어나고 있습니다! 저희로는 역부족입니다!”
사람들을 방마 트럭에 옮기고 다시 전투에 복귀한 김인국이 재빨리 무전을 쳤다.
그러자 협회 본부와의 통신을 중계하고 있는 직원이 곧바로 대답했다.
{몬스터들이 향하는 방향이 어느 쪽입니까?}
휙 ―
재빨리 카오스 매미들이 날아가는 방향을 체크하는 김인국.
“종로구 방향! 북한산 쪽으로 향하고 있습니다!”
{헌터사관학교 측에도 지원을 요청했습니다. 종로구는 헌터사관학교에서 맡아줄 겁니다. 서울역에 집중해주세요!}
“사, 사관학교 말입니까? 거긴 학생들이……!”
{교관들도 있고 무엇보다 그분이 계십니다. 걱정 마세요.}
“아……!”
김인국은 누군가를 떠올린 듯 고개를 끄덕였다.
{서울 중구 상황 보고 바랍니다!}
“건물 내에 있던 사람들은 다행히 모두 각 건물 지하로 대피했고 거리에 있던 사람들도 일부 대피소로 옮기는 데에 성공했습니다. 다만 바깥에 있던 나머지 시민들의 피해가 심각합니다. 어림잡아도 수천에 육박할 것 같습니다!”
{알겠습니다! 계속 힘 써주시길 바랍니다!}
“길드 지원은 언제 옵니까?!”
{현재 도착한 백호, 청호, 백룡 길드가 12개 브레이크 지역 중 5개를 맡고 있습니다! 청룡이 곧 도착할 테지만, 청룡은 동대문구와 성동구를 먼저 맡아 정리할 것 같습니다!}
“그럼 여기는 어떡합니까! 델타랑 감마만으로는…….”
{일단 바빠서 끊겠습니다!}
치익…….
“…….”
서울에 있는 행정구역 중 총 12개의 구에서 동시에 브레이크가 발생했다.
여력이 없는 것이다.
‘주작길드만 있었어도…….’
4대 길드 중에서 제일 싫어했던 주작길드.
그렇다고 하필 이럴 때 없을 건 또 뭐란 말인가?
쨍그랑! 콰직!
텅 빈 주작길드 건물 안에서 터진 브레이크에서 계속해서 장군 바퀴벌레들이 건물을 부수며 나오고 있었다.
“씨X… 모르겠다.”
휘익 ― !
김인국은 욕설을 내뱉으며 몸을 날렸다.
일단은 최대한 사람들을 살려야 했으니까.
* * *
부아아아아앙 ― !
봉고차 여러 대가 도로 위를 빠르게 달려가고 있었다.
“아니, 왜 우리는 왜 맨날 뒷북만 치러 가는 것 같지? 길드 위치를 옮겨야 하나…….”
청룡길드장 김천용이 이마를 짚으며 한숨을 쉬었다.
“상황 보고.”
김천용의 말에 이혜지가 안경을 고쳐 쓰며 재빨리 상황을 보고했다.
“…해서 저희는 우선 동대문구와 성동구에서 터진 브레이크를 막으면 될 것 같습니다. 일단 제일 가까우니까요.”
“협회장님께서 배분을 잘 해주셨군. 좋아.”
스윽 ―
김천용은 차량 앞에 붙어있는 무전기를 들어올렸다.
청룡길드 차량 사이에만 통하는 길드 전용 무전기였다.
치익…….
“다들 잘 들어. 상황이 매우 심각하다. 하지만 막상 터진 던전의 위험도는 전부 F급이라 그리 크지 않아. 그러니까 지금 내가 호명하는 사람들은 브레이크된 던전 안으로 들어가 토벌을 진행한다. 대답.”
{알겠습니다.}
{네.}
{옙!}
펄럭 ―
김천용은 이혜지가 넘겨준 정리한 상황을 문서로 넘겨받아 살피기 시작했다.
“동대문구에 3개, 성동구에 1개. 총 4개의 F급 던전이 브레이크 되었다. 동대문구 브레이크는 민호성, 부길드장 차량 쪽 인원들에서 호성이를 제외하고 알아서 하나씩 들어가 토벌할 수 있도록. 호성이는 들어가지 말고 도시 정리에 힘써주고.”
치익…….
{라저.}
“그리고 최서아 씨, 듣고 있습니까?”
치익…….
{네.}
“성동구 던전은 최서아 씨 혼자 들어가서 토벌합니다. 어차피 F급이에요. 무리할 필요도 없으니 마력 폭주를 일으킬 일도 없을 겁니다. 이 정도는 할 수 있겠죠?”
{당연하죠!}
“후우…….”
다른 봉고차에 타고 있는 최서아의 자신만만한 대답에 김천용은 무전에 들리지 않도록 고개를 돌려 얕게 한숨을 쉬었다.
“좋아. 두 구역 빠르게 정리하고 청룡은 곧바로 다른 구역까지 정리한다. 벌써 백호는 3개 구역을 동시에 정리 중이야. 청룡이 백호에 밀려서 되겠어?”
{안 됩니다!!!}
길드원들의 힘찬 대답에 그제야 김천용의 입가에 옅은 미소가 피어올랐다.
“이만 끊지. 다들 정리되면 이 실장을 통해 보고할 수 있도록.”
{라저!!!}
툭 ―
무전을 내려놓자마자 김천용의 입가에서 미소가 금세 지워졌다.
벌써 최소 5만 명에 달하는 마력 감염증 환자가 발생했다는 소식을 들었으니까.
‘이상해… 브레이크가 이렇게 동시다발적으로 일어날 수가 없는데…….’
그리고 하필 이런 때에 전원이 자리를 비운 주작길드.
상식적으로 불가능한 가정이지만,
‘도명조… 설마 네놈이 벌인 짓은 아니겠지?’
도명조를 떠올리는 김천용의 눈매가 점점 더 매서워지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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