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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58화 (58/300)

58화. 전 세계가 너무 난리 남 (3)

서울 종로구, 북한산 앞에 위치한 헌터사관학교.

사관학교 시설도 아수라장이 된 지 오래였다.

그나마 빠른 대피 덕에 인명피해 자체는 전무한 상황.

덜덜덜…

아직 던전 문 앞에도 다가가 보지 못한 기초반과 심화반 생도들이 대련장에 한데 모여 벌벌 떨고 있었다.

배애애애애앵 ― 배애애애애애앵 ―

턱 ― 턱 ―

대련장 바깥 여기저기에 달라붙는 소음 파리들.

어린아이만 한 크기의 파리 형태의 몬스터들이 날아다니는 장면은 생도들을 그야말로 충격과 공포의 도가니로 몰아넣기에 충분했다.

사사사사삭 ―

놈들이 어딘가에 달라붙어 앞발을 비비기 시작하자,

끼기기기기긱 ― !

칠판을 손톱으로 긁는 소리 이상의 불쾌한 소리가 사방으로 울려 퍼졌다.

“꺄아악!”

몇몇 생도들이 그 소음을 버티지 못하고 주저앉기 시작했다.

“흐윽… 흐윽…….”

3반의 귀염둥이(?) 이호진도 이미 바닥에 주저앉아 머리를 감싼 채 울고 있었지만,

덜덜덜.

이호진을 그리 귀여워해 주던 누나들도 그를 위로해줄 여유가 없어 보였다.

아무리 마력을 각성한 이들이라고는 하지만, 결국 아직은 마력을 제대로 사용하여 싸울 줄도 모르는 일반인이나 다름없는 이들이었다.

그런데 처음 맞닥뜨린 몬스터마저 혐오스럽고 징그러운 곤충형 몬스터들 중에서도 하필 거대한 파리라니.

몇몇 생도들은 PTSD에 걸릴 것이 분명했다.

작은 사람만 한 크기의 파리들이 달라붙는 장면은 그만큼 생리적으로 혐오스러웠으니까.

특히, 놈들의 수천 개로 이루어진 겹눈은 보는 이로 하여금 절로 헛구역질을 유발시키고 있었다.

하지만 그런 그들 중에서도 대련장 바깥에서 용감히 싸우고 있는 이들이 있었으니,

콰직!

바로 교관들과 실전반 생도들이었다.

슈욱 ― !

이대한과 채민아, 지동혁과 김한석이 각각 합을 이루어 소음 파리들을 대련장 근처에서 몰아냈다.

비록 전투까지 이루어지지는 않았지만, 물리법칙을 무시하듯 방향을 뚝뚝 바꿔버리며 날아다니는 소음 파리를 제대로 쫓아다니는 것만으로도 그들이 얼마나 성장했는지를 볼 수 있었다.

“이 X끼들, 개 빨라!”

“채민아! 흥분하지 마! 실제 상황이니까!”

“알았어!”

평소에 티격태격하던 대한과 민아가 서로 소통하며 합을 척척 맞추고 있었다.

특히 금방 흥분하여 마력을 모두 소진하던 민아는 꽤나 그 습관을 고쳤는지 몸을 강화한 채 상당히 오랜 시간 잘 돌아다니고 있었다.

콰직! 콰지직!

네 사람이 대련장 건물에서 몰아낸 소음 파리들을 조금 떨어진 곳에서 대기하고 있던 교관들이 잡고 있었다.

아무리 그들 중 대부분이 E급과 D급 헌터들이고 전투와 관련 없는 능력을 가진 사람들이 대다수라지만 F급 몬스터들 정도는 손쉽게 잡을 수 있었으니까.

하지만 그중에서도 가장 눈에 띄는 사람은,

콰직!

단연 강천이었다.

1차 각성을 하며 사실상 D급 헌터가 된 강천의 전투 능력은 교관들을 포함해도 단연 발군이었다.

“쟤 1차 각성 능력이 뭐라고 했지?”

소음 파리를 몰던 한석이 곁눈질로 강천을 보더니 혀를 내두르며 물었다.

“…냉병기.”

동혁이 대단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냉병기.

화약의 힘을 이용하지 않는 무기를 총칭하는 단어.

사실 이 한 능력만으로도 강천은 유니크형이 되기에 충분했다.

이 능력 하나만으로 만들어낼 수 있는 무기 종류가 어마어마했으니까.

슈아아아악 ― !

각성 전엔 언제나 쌍검을 들고 전투에 임했던 강천이었지만,

슈카칵 ― !

하지만 이젠 그럴 필요가 없었다.

이제 강천의 몸은 무기를 만들어내는 무기공장이나 다름없었으니까 말이다.

키잉 ―

강천의 손에 들려있던 쌍검이 합쳐지며 기다란 창으로 변했다.

퍼억 ― !

강천을 향해 정면으로 날아오던 소음 파리의 미간이 강천의 창에 의해 꿰뚫렸다.

파르르 ―

미간을 꿰뚫린 소음 파리가 강천의 창대에 매달려 경련을 일으키기도 전에,

키잉 ―

재차 변화한 강천의 창이 삐쭉빼쭉한 두 자루의 모닝스타로 변했다.

핏 ― !

공중으로 뛰어올라 마치 풍차처럼 신형을 회전시킨 강천이 하늘로 날아가려던 소음 파리 3마리의 경로가 겹치는 곳을 선점했다.

부아아아아앙 ― !

쾅! 쾅! 콰앙!

파리채에 짓눌린 평범한 파리처럼 몸통이 잔뜩 우그러진 채 추락하는 소음 파리들.

공격력도 공격력이지만, 그 재빠른 파리들의 경로를 미리 예상하고 선점하는 그의 동체시력과 감각이 돋보이는 순간이었다.

“저 미친 쉨…….”

“진짜 쌍룡 놈들 사람 진 빠지게 하네!”

대한과 민아가 툴툴댔다.

이미 저만치 앞서가 졸업까지 해버린 태운은 따라갈 엄두조차 나지 않는 사람이었다.

그들이 자전거라면 태운은 로켓이었으니까. 이미 지구를 벗어나 우주로 넘어가 버린 로켓 말이다.

그리고 강천은 아무리 뛰어나다고는 하지만 일반 승용차 정도인 줄 알았다.

아무리 그가 자전거보다 빠르더라도, 전력을 다해 밟으면 어떻게든 언젠가 따라잡을 수 있지 않을까 ― 하며 생각해볼 수 있을 정도.

하지만 이제 보니,

휘리리리릭 ― !

강천은 슈퍼카 중의 슈퍼카였다.

착!

공중에 떠오른 채 무기를 재차 변형시킨 강천은 어느새 채찍으로 그의 주위로 날아가던 소음 파리 하나를 감아 잡아버렸다.

“…채찍도 냉병기야?”

“…그런가 봐.”

훅 ―

채찍으로 잡은 소음 파리를 끌어당긴 강천이 다른 손으로 도끼를 생성해 찍어버렸다.

콰직!

그런 강천을 바라보며 대한과 민아가 멍을 때리는 사이,

턱 ― 턱 ―

쩌적….

그들을 피해 대련장에 붙은 소음파리에 의해 대련장 창문 몇곳에 금이 가기 시작했다.

소음 파리의 앞발에 붙은 수많은 가시들 때문이었다.

비비면 엄청난 소음을 일으키는 그 가시들이 창문에 박혀 균열을 만들어낸 것이다.

“흐아아아악!”

튼튼할 줄만 알았던 대련장 창문이 생각보다 쉽게 금이 가자 안에 있던 생도들은 비명을 지르기 시작했다.

“야, 너네! 집중 안 해!”

네 사람 중 대장격인 동혁의 호통에,

퍼뜩!

슈아악 ― !

두 사람은 얼른 정신을 차리고 소음 파리들을 쫓았다.

‘지금은 부러워할 때가 아니야!’

‘일단은 내가 맡은 일부터!’

다시 맡은 일에 집중하는 두 사람의 모습은 보기에 꽤나 프로답고 멋있어 보였다.

한편 강천을 보며 약간의 열등감을 느꼈던 실전반 네 사람은 깨닫지 못하고 있었다.

마라토너인 다른 생도들의 눈엔 그들 또한 충분히 따라잡을 수 없을 정도로 빠른 사이클 자전거라는 걸.

꽈악 ―

대련장 안에 모인 생도들 속 한 여인이 주먹을 꽉 쥔 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 * *

그 시각.

콰앙!

철민은 전투 능력이 뛰어난 교관들 다섯을 데리고 종로구 시내를 정리하고 있었다.

콰앙! 콰앙!

손쉽게 으스러지는 소음 파리들.

D급 헌터라도 전투형 능력자라면 F급인 소음파리 정도는 손쉽게 잡는 걸 넘어 갈아마셔 버릴 수가 있었다.

강천 못지않은 위용을 보여주며 소음 파리들을 학살하는 교관들.

타다다다다당!

특히 마탄을 난사하는 유이서 교관의 위용이 대단했다.

고유 능력 ‘필중’ 덕에 마구 쏘는 듯한 마탄들이 이리저리 날아다니는 소음 파리들을 모조리 격추시키고 있었으니까.

“유 교관! 저기 게이트 있다! 혼자 토벌 가능하지?”

게이트를 발견한 철민이 유이서 교관에게 외쳤다.

“네!”

유이서 교관이 게이트 안으로 들어가려는 그 찰나,

“자, 잠깐 멈춰! 유 교관은 남고 다른 사람이 들어가!”

철민이 다급히 유이서 교관을 불러세웠다.

“……?”

유이서 교관을 포함한 교관들의 고개가 어딘가를 바라보며 식은땀을 흘리는 철민의 시선을 따라갔다.

푸르르르르 ―

저 멀리서 날아오고 있는 거대한 비행체들.

소음 파리들보다 2배는 커다란 괴생명체였다.

“카오스 매미……!”

교관들의 표정에 경악으로 물들었다.

분명 중구에서 터진 브레이크는 하나.

그렇다면 저 몬스터는 다른 지역에서 넘어왔다는 말이었다.

‘대체 몬스터들이 얼마나 퍼진 거지?’

철민의 이마에서 식은땀이 흘러내렸다.

헌터들의 수에 비해 터진 브레이크 수와 퍼져나가는 몬스터들의 수가 너무 많았다.

으득 ―

재빨리 이성을 되찾은 철민은 곧바로 교관들을 향해 지시를 내렸다.

“유 교관은 날아다니는 개체들을 정리해! 넷 중 하나가 브레이크된 던전 토벌을 맡고, 나머지는 나와 함께 최대한 사람들을 구한다!”

“넵!”

“차량이 있는 겁니까? 도보로는 사람들을 구할 수 없습니다!”

교관 하나가 우려를 표했다.

이미 마력에 감염되어 쓰러진 사람들은 어쩔 수 없다 치더라도, 아직 시내엔 꽤 많은 사람이 살아있었다.

게이트 근처 혹은 몬스터와 가까이 붙지만 않으면 그나마 마력으로부터 무사할 수 있었으니까.

대부분 건물이나 차량 안에 꼭꼭 숨어있는 상황. 다행히 최근 지어진 건물들은 대부분 임시 대피용으로 지어진 지하 시설이 있었다.

하지만 오래전에 지어진 건물들 같은 경우엔 지하 시설이 없는 곳들도 있어 지상에 있는 사람들은 또 언제 건물 안으로 들어온 몬스터들로 인해 위험해질지 모르는 상황이었다.

“기다려봐… 곧 올 거… 아!”

끼이이이익 ― !

저쪽에서 달려오고 있는 십수 대의 방마 트럭들을 본 철민이 반색했다.

“여기다!”

헌터 협회 예비조원들이 방마 트럭들을 몰고 온 것이었다.

전투 능력을 지녔지만, D급이 되지 못해 델타조에도 들어가지 못해 평소엔 던전을 드나들면서 단련하며 생활하는 예비조.

그렇다고 해서 딱히 못난 이들은 아니었다.

행정부서야 등급이 의미 없으니 상관없지만, 대부분의 헌터 협회 전투부서 직원들이 이런 과정을 거쳤으니까.

애초에 사관학교에서 실전반으로 졸업해야 그나마 E급으로 졸업할 수 있었다.

그마저도 한 해에 2~3명에 불과하고 대부분이 기초반과 강화반인 상태에서 졸업하니 대부분이 F급.

잘해야 E급에서 시작하는 초짜 헌터들이 바로 델타조로 입사하는 것부터가 처음부터 어불성설인 것이다.

게다가 유사시에 방마 트럭을 운용하는 그들의 운전실력은 타의 추종을 불허할 정도로 뛰어났다.

천안 브레이크 당시 수십만의 천안 시민들을 단시간 내에 대피시킨 것이 누구겠는가?

운전의 달인, 헌터 협회 예비조원들이었다.

“운전 좀 부탁하지!”

각각 방마 트럭 하나씩을 잡고 위에 올라탄 철민과 교관들.

“다들 대피소 위치는 알고 있나?!”

““예 알고 있습니다!””

철민의 물음에 운전대를 잡은 예비조원들이 우렁차게 대답했다.

“좋아! 출발해! 최대한 사람들을 구한다!”

부아아아아앙 ― !

거대한 방마 컨테이너를 매단 방마 트럭들이 출발하고,

둘만 남겨진 유이서 교관과 브레이크 토벌을 맡은 교관이 서로를 마주 보고 고개를 끄덕였다.

“건투를!”

“그쪽도!”

슈룩 ―

남은 교관마저 게이트 너머로 사라지자,

처컥 ―

홀로 남은 유이서 교관이 자신의 애병, 마탄 개틀링건을 장전했다.

키잉 ―

마탄 개틀링건에 마력을 불어넣는 유이서 교관의 눈빛이 하얗게 빛나기 시작했다.

“다 들어와 봐, 이 X끼들아!”

타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다 ― !

백발백중의 마탄들이 종로구 시내를 휩쓸기 시작했다.

후두두둑 ―

양학에 특화된 그녀의 공격이 순식간에 시내를 헤집으며 날아다니는 괴물들을 모조리 추락시켰다.

하지만 결국 그녀는 D급 헌터. 마력의 한계는 생각보다 금방 찾아왔다.

키이잉…….

난사를 시작한 지 1분도 채 되지 않아 그녀가 총구를 바닥으로 내렸다.

“허억… 허억… 쿨럭……!”

순식간에 바닥을 치는 마력에 그녀의 시야가 핑 돌기 시작했다.

배애애애애애앵 ―

푸르르르르 ―

어디 숨어있었는지 아직도 날갯짓을 하고 있는 몬스터들이 슬금슬금 다시 기어 나오기 시작했다.

“징하다 징해, 벌레 X끼들… 허억…….”

그 짧은 순간에 분명 수백 마리는 처리했을 것이었다.

하지만,

끼기기긱 ― !

므애애애애앰 ― !

곤충형 몬스터들의 최대 강점인 그들의 물량은 단순히 수백 마리의 규모에 그치지 않고 있었다.

“아씨… 이래서 방구석에만 있으면 안 돼…….”

실전을 뛰어본 지가 오래된 유이서 교관이었다.

오랜만에 전투에 흥분한 나머지 너무 단번에 마력을 쏟아부어 버린 것이다.

철민이 있을 때는 그의 눈치를 보느라 자제했지만, 그가 사라지자마자 고삐 풀린 망아지처럼 날뛴 결과가 바로 이것이었다.

‘초짜들이나 하는 실수를……!’

으드득 ―

처컥!

탕!

허리춤에서 휴대용 마탄 권총을 꺼내 눈앞에서 알짱거리는 소음 파리의 머리를 부숴버리는 유이서 교관.

일렁.

마력을 끝까지 짜낸 탓인지 그녀의 시야가 흔들리기 시작했다.

비틀.

그렇게 흐릿해지는 그녀의 시야 속에서,

우르릉 ―

순간, 하늘 전체가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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