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9화. 전 세계가 너무 난리 남 (4)
최서아.
그녀는 그 누구보다도 전도가 유망한 사람이었다.
세계 최초의 유니크형 능력자.
고유 능력 ‘4대 원소’는 그 귀하고 강하다는 자연형 능력을 4가지나 사용할 수 있는 엄청난 능력이었다.
단 하나의 능력만 가져도 일정 수준 이상의 강력함을 보장받을 수 있는 대단한 능력인 흙, 물, 불, 공기를 모두 다루는 능력.
그러나,
“이이익!”
모든 기계나 물건이 그렇듯 단순히 소프트웨어가 좋다고 좋은 것이 아니었다.
슈퍼컴퓨터급의 프로그램을 지녔어도 하드웨어가 486, 586이어선 제대로 기능할 수 없듯이,
아무리 고급 휘발유를 넣는다고 해도 차체가 경운기여선 빠르게 달릴 수 없듯이,
“흐익! 이이이익!”
아무리 좋은 능력이더라도 사용하는 이의 센스와 기본적인 실력이 받쳐주지 못한다면 빛 좋은 개살구에 불과했다.
홀로 성동구 던전에 진입한 최서아.
“허억… 허억…….”
기초반 상태로 졸업한 그녀의 빈약한 몸뚱이가 벌써 체력적 한계를 맞이했다.
D급 헌터만 되어도 서두르지만 않으면 거의 상처 하나 입지 않고 솔로 토벌이 가능한 던전이 F급 던전이었다.
분명 그녀는 B급 헌터.
그런데도 F급 던전 하나를 버거워하고 있었다.
어째서?
상성이 좋지 않았으니까.
찌걱 ― 찌걱 ―
끈적이 토룡이라 불리는 몬스터, 즉 거대한 지렁이들이 최서아의 주위에서 연신 끈적이는 점액질을 분비했다.
놈들의 점액질에는 약간의 산성액이 섞여 있어서 오래 노출될 경우, 몸이 서서히 녹을 정도로 위험했다.
“오, 오지 마!”
쿠르르르 ―
바닥의 흙이 솟아오르며 끈적이 토룡을 매몰시켰다.
아직 B급에 불과한 최서아가 현재 각성한 능력은 4대 원소 중 2가지.
흙과 물이었다.
하지만,
스멀스멀 ―
애초에 지렁이는 땅속에서 사는 생물.
흙으로 매장한다고 죽을 리가 없었다.
그렇다고 물을 뿌리자니,
콰아아아아 ―
꿈틀꿈틀!
오히려 생기를 회복하여 더 역동적으로 움직이기 시작했다.
글썽 ―
흙과 물로 어떻게든 일단 녀석들의 접근을 막아내고 있는 최서아의 두 눈에 눈물이 차올랐다.
‘…나는 대체 왜 이러지?’
잔뜩 기대를 받았다.
대한민국 최강이라는 김천용의 적극적인 러브콜을 받을 정도로.
기초반인 채로 졸업했지만, 김천용은 그녀의 능력과 가능성을 믿고 그녀를 스카웃했고, 실제로 엄청나게 전폭적인 지원을 해주기도 했다.
하지만 그 결과가 이것.
아무리 상성이 좋지 않다고는 해도 고작 F급에 고전하고 있는 B급 헌터.
그것이 바로 최서아가 처한 위치이자 현실이었다.
“흐아아아아아아아아악!”
속에 잔뜩 쌓인 울분을 토해내며 마력을 쏟아붓기 시작하는 그녀.
콰아아아아 ― !
연신 물대포를 쏘고 흙으로 놈들의 진로를 방해해보지만,
쿠륵 ― 쿠륵 ―
얼마 지나지 않아 흙을 파헤치고 고개를 내밀며 물을 흡수하는 끈적이 토룡이었다.
그녀의 빈약한 마력 운용력으로는 놈들의 몸에 데미지를 줄 정도로 수압을 강하게 할 수도 없었고, 흙을 단단하게 뭉쳐 찌르는 것도 불가능했다.
그래, 전부 이놈의 빈약한 마력 운용력이 문제였다.
“이 지렁이 X끼야아아아!”
빠악!
흥분한 그녀가 결국 마력으로 몸을 강화한 채 끈적이 토룡의 머리인지 꼬리인지 모를 곳을 발로 찼다.
부르르르 ―
고통에 몸을 떠는 끈적이 토룡.
처음으로 유효타가 먹힌 듯했다.
하지만,
“아악!”
애초에 근접 전투는커녕 몸을 쓰는 것조차 익숙하지 않은 그녀였다.
몸을 강화했다지만 익숙하지 않은 움직임에 더해 몰려온 상상한 것 이상으로 강력한 충격이 그녀의 발목을 꺾이게 했다.
털썩 ―
그녀가 무릎을 꿇고 주저앉았다.
물론 자가 회복을 하면 금방 일어날 수 있었다.
그러나 그녀는 이미 너무나 큰 심리적, 정신적 타격을 입은 상태였다.
‘그냥 죽을까…….’
주륵 ―
끈적이 토룡에 둘러싸인 그녀의 두 눈에서 끝내 눈물이 흐르기 시작했다.
* * *
원래 헌터가 되기 전엔 단순히 헌터들을 동경했던 평범한 소녀였던 그녀였다.
자신이 그 헌터가 될 거라고는 생각조차 해본 적이 없었다.
연예인을 좋아하는 것과 되고 싶은 것은 엄연히 달랐으니까.
막상 되어보고 나니 다른 헌터들을 더욱 동경하고 존경하게 되었지만, 정작 그들에 비해 모자란 자신을 혐오하게 되었다.
최서아의 온몸이 파르르 떨리기 시작했다.
“이젠… 싫어… 그냥 다 포기하고 싶어…….”
주변 사람들의 무거운 기대도,
자신을 향한 안타까움과 우월감이 섞인 시선을 아무렇지 않은 척 받아들이는 것도.
특히 자신에게 가장 큰 투자를 해주었던 김천용의 한숨을 들을 때마다 그녀는 자신의 가슴이 짓뭉개지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이 던전에 들어오기 전에도 혼자 해결할 수 있다며 호언장담을 했었던 터라 새삼 더욱 그의 한숨이 두려워진 그녀였다.
“미친년…….”
근거도 없이 자신만만했던 좀 전의 자신을 욕하는 최서아.
꾸륵 ― 꾸륵 ―
끈적이 토룡들이 그런 그녀의 코 앞까지 다가와 점액질을 뿜어내려던 그때,
“…청룡의 헌터라면 그렇게 쉽게 포기해선 안 됩니다.”
파지지지직!
한 남자의 목소리가 그녀의 귓가를 울림과 동시에 하얀 번개가 삽시간에 주위를 휩쓸었다.
사아아아아 ―
순식간에 잿더미로 변해버리는 끈적이 토룡들.
그녀가 그렇게 고전했던 것이 믿겨지지 않을 정도로 허무한 광경이었다.
“…….”
최서아는 멍하니 그 광경을 바라보며 눈물을 뚝뚝 흘리고 있었다.
“하아…….”
후우우우웅 ― !
청룡으로 변신한 상태의 김천용이 한숨을 쉬자, 어마어마한 바람이 던전 안에 불기 시작했다.
욱신!
그의 한숨이 일으킨 어마어마한 바람이 칼바람이 되어 그녀의 가슴을 마구 후벼파는 듯했다.
‘마력 운용력만 조금 늘어도 괜찮게 싸울 수 있을 텐데… 그래, 어쩔 수 없지.’
멍하니 주저앉아있는 최서아를 바라보며 김천용은 무언가 결심한 듯 두 눈을 감았다.
“최서아 씨.”
우르릉 ―
청룡의 목소리가 대기를 울렸다.
흠칫!
그 웅장한 목소리에 최서아가 어깨를 떨며 위를 올려다보았다.
“이번 사태가 마무리되면 청룡길드에서 나가세요.”
쿵 ―
최서아의 안색이 파리하게 변했다.
‘결국…….’
울컥 ―
뚝뚝.
그녀는 고개를 떨군 채 닭똥 같은 눈물로 바닥을 적시기 시작했다.
“네… 그동안… 흐윽… 감사했…….”
“학교 가서 다시 배우고 오세요.”
“…예?”
김천용의 말에 최서아는 다시 고개를 들었다.
꿀꺽 ―
그녀를 똑바로 응시하고 있는 김천용의 용안이 왠지는 모르겠지만, 그녀의 마음을 편안하게 해주고 있었다.
“사관학교 실전반, 안 가봤죠?”
최서아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 * *
분명 성동구를 정리하고 다른 브레이크 구역으로 넘어갔어야 할 김천용이었다.
대한민국 공식 최대 전력인 그의 힘은 현장의 그 누구보다도 사태를 정리하는 데에 도움이 될 테니까.
그런데 갑자기 그가 겨우 F급 던전 안으로 들어온 이유.
파직!
그 이상의 전력이 서울에 도달했기 때문이었다.
―시민들의 대피는 어떻게 되었습니까!
―{한강 이북 지역들은 아직 대피 중입니다! 하지만 이남 지역의 대피는 완료되었습니다! 생존자들은 모두 대피소나 외곽으로 이동을 끝냈습니다!}
―이남 지역 인력 전부 이북 지역으로 이동시키세요! 그리고 한강 이북 지역 대피 마치는 대로 연락주세요!
―{알겠습니다!}
주작길드의 공백이 있던 한강 이북 지역과 달리 상대적으로 대피가 빠르게 이루어진 한강 이남 지역.
협회 직원들과 백호길드를 필두로 한 대처가 제대로 이루어졌던 덕분이었다.
―{백호길드장님! 대피 작업 끝났으면 모든 인력, 한강 이북 지역으로 지원하라는 지시입니다!}
―뭐? 개소리하고 있네! 대피만 끝나면 다인 줄 알아? 여기 몬스터가 얼마나 많은 줄 알고! 대체 어떤 X끼가 그딴 개소리를 지껄여?
―{특임반장님이십니다!}
―오케이! 개소리는 내가 했구나! 바로 넘어가겠다!
슈슈슉 ― !
한강 이남 지역을 정리하고 있던 백호길드와 백룡 길드가 한강을 건너는 그때,
우르릉 ―
하늘이 붉게 물들기 시작했다.
쉬오오오오 ―
금천구가 훤히 내려다보이는 상공.
한라산에서 순식간에 서울에 도달한 태운이 날고 있었다.
몸을 강화한 채 달리는 것보다는 느렸지만 무중력과 강력피의 동시 사용으로 자유로운 비행마저 가능해진 태운이었다.
푸쉬이이이이 ― ! 푸쉬이이이이 ― !
의도적으로 만든 강력피의 구멍이 몸 이곳저곳으로 옮겨가며 붙들리는 공기들을 분사했다.
휘이이이이 ―
그와 함께 공중에 뜬 태운의 신형이 마치 영화 ‘아이언맨’처럼 방향을 전환했다.
파직! 파지지직!
2개의 능력도 모자라 그의 전신에서 붉은 번개가 튀어 오르며 세 가지 능력이 단번에 발현되기 시작했다.
지잉 ―
태운이 만들어낸 자기장이 마력 감염 걱정이 사라진 금천구 전체를 뒤덮었다.
파지지지직!
태운의 몸에서 나온 붉은 번개가 자기장 전체를 잠식하자 금천구 전체가 점차 붉은빛으로 물들기 시작했다.
“저, 저거……!”
한강에 놓인 다리를 건너던 한 백호길드원이 뒤를 돌아보고 경악을 금치 못했다.
어느새 생성된 거대한 붉은 돔 같은 것이 도시 전체를 뒤덮고 있었으니까.
파직!
돔의 표면에서 연신 튀어 오르는 붉은 번개는 보는 이로 하여금 저절로 살이 떨리게 만들었다.
‘대체… 뭐야? 무슨 일이 일어나는 거야?’
파악 ― !
돔의 중심부에 떠오른 태운이 양손을 펼쳤다.
파직!
[적뢰우(赤雷雨)]
콰광! 콰과과광! 콰과과과광!
붉은 돔의 표면에서 수없이 많은 붉은 번개가 비처럼 쏟아져 내렸다.
치지직! 콰직!
백룡 길드가 미처 다 정리하지 못한 몬스터들이 눈 깜짝할 순간에 쏟아진 붉은 뇌격에 맞아 절명했다.
적뢰는 붉은빛을 띠는 적뢰이기도 하지만, 그와 동시에 마력을 가진 대상을 찾아가는 유도 성질을 지닌 적뢰이기도 했다.
콰과과과광! 파지지직!
그렇게나 많은 번개 다발이 금천구 전체를 강타했음에도 번개로 인해 지져지는 것은 오직 몬스터들 뿐.
도시의 피해는 전무했다.
후욱 ―
자기장 감지를 통해 더 이상 몬스터가 존재하지 않음을 파악한 태운이 자기장을 거두었다.
쉬이이이이 ―
붉은 돔이 사라지고 잿더미가 되어버린 몬스터들이 뿜어낸 검은 연기가 도시 곳곳에서 피어올랐다.
‘괴물…….’
그 사이, 한강 이북에 도달한 정호백이 뒤를 잠시 돌아보았다가 식은땀을 흘리며 다시 내달리기 시작했다.
불과 1분도 채 되지 않아 구 하나를 완전히 청소한 태운이 금천구 상공에서 작은 무전기를 꺼냈다.
치직…….
“한강 이남, 앞으로 5분 내에 정리 끝납니다. 이북 지역 담당 헌터들은 시민들의 대피가 완료되는 대로 무전 주세요.”
퍼엉 ― ! 퍼엉 ― !
무전을 마친 태운이 발바닥 쪽의 강력피의 공기를 모았다가 단번에 방출하며 다음 구역으로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로부터 정확히 3분 39초 뒤,
파직!
“대피 완료 지역 없습니까?”
한강 이남이 완전히 정리되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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