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64화 (64/300)

64화. 지원군이 나타남 (1)

마력 감염으로 인한 무려 11만 2천여 명의 대량 사망자 발생.

다중 브레이크 사건은 모든 협회 직원들의 신경을 곤두서게 했다.

그야 그들은 그 어떤 헌터들보다 마력 감염에 대해 예민한 사람들이었으니까.

협회 직원들이 일부 몰지각한 헌터들에 의해 억울하게 피해를 입은 사람들이라는 사실도 있긴 했지만, 그냥 마력 감염이라는 어이없는 일 하나 때문에 사람들이 죽어 나간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화가 나는 협회 직원들이었다.

안 그래도 그렇게 날이 서 있는 중에,

“아니 이게 말이나 되는 일입니까?”

또다시 사건이 터지고 말았다.

협회 본부 10층.

협회장 전용 사무실임과 동시에 대회의실로 쓰이는 협회장실에 협회의 주축이 되는 이들이 모여 있었다.

협회를 이끌어가는 협회장과 부협회장.

그리고 전투부서를 이끄는 알파, 베타, 감마, 델타의 각 조장들과 행정부서를 이끄는 각 부서의 팀장들.

마지막으로 특임반장 태운까지.

모두가 모여 한 문제에 대해 회의를 하고 있었다.

회의의 주제는 바로,

“사람이 또 죽었단 말입니다!”

또다시 발생한 헌터에 의한 마력 감염 사고였다.

그중에서도 베타조장 안창훈이 가장 크게 분노를 표하고 있었다.

이번 문제를 일으킨 헌터가 속한 길드가 안창훈을 마력 감염증에 걸리게 만들었던 한 중소 길드였기 때문이었다.

그 사건으로 함께 여행을 갔던 절친한 친구를 셋이나 잃은 안창훈이 몸을 부르르 떨었다.

자신보다 높은 이들이 많았기에 차마 회의실 책상은 내려치지 못하고 주먹을 꽉 쥐는 안창훈.

목소리를 높인 것만으로도 충분히 무례한 일이었지만, 회의실에 모인 모두가 그의 마음을 알고 있었기에 그의 행동을 나무라는 사람은 없었다.

“…가해자 신상 정보와 사건 브리핑 부탁하네.”

동석은 그런 안창훈을 측은한 눈빛으로 바라보다 다시 회의를 이끌어나갔다.

그러자 행정부서의 헌터 데이터 관리팀장 김민혜가 회의실 벽면 스크린에 자료를 띄우며 브리핑을 시작했다.

“이번 사건을 일으킨 범인은 충남 당진에 위치한 구천 길드의 C급 헌터, 이성호입니다. 헌터로 활동한 지는 이제 3년이 되었고, 집으로 돌아가는 길에 만난 행인에게 마력을 사용했습니다.”

“그 행인분은?”

“일면식도 없는 처음 보는 사이로, 그날 이후 이틀 만에 사망했습니다.”

으득 ― !

브리핑을 듣던 안창훈의 입에서 이 가는 소리가 회의실 전체를 메울 정도로 크게 새어 나왔다.

동석은 그런 안창훈의 분노를 담담하게 넘기며 회의를 진행했다.

“이성호라는 헌터가 과거에도 이런 일을 벌인 적이 있었나?”

“없습니다. 다만, 구천 길드 소속 헌터들이 벌써 4명째 이런 일을 일으켰습니다. 이들로 인한 총피해자는 9명으로, 단 한 분…만이 살아남았습니다.”

모은 자료를 보며 정보를 읊던 김민혜가 슬쩍 안창훈의 눈치를 살폈다.

자료상의 유일한 생존자가 바로 베타조장 안창훈이었으니까.

뿌득 ―

안창훈의 두 눈에는 핏발이 가득 서 있었다.

조금만 더 지나면 피눈물이라도 흘릴 기세.

그런 그의 심정을 잘 아는 동석이 한숨을 쉬며 마른세수를 했다.

“후우… 경찰 측은 뭐라고 하던가.”

“이성호 헌터 자체로는 초범인데다가 만취 상태로 심신 미약으로 인정될 것 같다고 합니다. 더군다나 고의성을 입증하기가 힘들고 징역을 살아도 가석방이나 사면될 가능성이 높다고…….”

“사면은 무슨 사면입니까…! 사형을 시켜도 모자랄 판에!”

콰앙!

참다못한 안창훈이 책상을 주먹으로 내리쳤다.

“진정해, 베타조장. 너무 흥분했어.”

보다 못한 이태성이 그의 어깨를 잡았다.

“…예, 죄송합니다.”

끄덕 ―

태성이 안창훈을 진정시키자 동석은 태성을 보며 고맙다는 표시로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이렇게 경찰에서 헌터 범죄를 인식해주는 것만으로도 장족의 발전이야. 예전 같았으면 사건 자체를 접수조차 하지 않거나 대충 벌금으로 끝냈을 테니까.”

동석의 말에 모두가 고개를 끄덕이며 하얀 가면을 쓴 채 앉아있는 특임반장을 바라보았다.

그 어렵다는 첫 선례를 만들어낸 것이 특임반장이었으니까.

동석이 태운을 향해 질문을 던졌다.

“지난번에 소란을 일으켰던 그 8명은 어떻게 되었나?”

“시민들과 경찰을 직접 폭행한 4명은 징역 6년, 나머지 4명에게는 징역 3년이 구형되었습니다. 결국 판결 자체는 각각 징역 3개월과 1개월에 불과했지만…….”

태운은 할 말이 많다는 듯 상체를 앞으로 기울였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 그것만이 아닙니다. 윗물이 고이다 못해 아예 썩어버린 수준이에요. 이것들이 쥐도 새도 모르게 한 달이 지나자마자 원래 1개월이었던 놈들과 나머지 4명마저 형량의 3분의 1이 지났다는 이유로 가석방시켰습니다. 그 8명은 벌써 해외로 도망갔고요. 정치인들은 물론이고, 사법부도 그들과 결탁했는지 완전히 썩어버렸습니다. 아니, 그냥 지금 법체계 자체가 잘못되었다고 봐야겠지요.”

“……!”

‘가석방……!’

‘이 미친놈들이 진짜!’

태운의 말에 회의실 안에 있던 모든 이들의 동공이 크게 확장되었다.

* * *

징역형을 선고받으며 헌터계에 첫 선례를 남겼던 최초의 8인.

당시 사건이 터지고 이제 한 달이 조금 지났을 뿐이었다.

그런데 그들이 벌써 자유의 몸이 되었을 줄이야.

그들에 대한 형량 선고도 상당히 문제였지만, 그 부분은 사법부의 고유 권한이었기 때문에 어쩔 수 없는 부분이기도 했다.

하지만 그 이상을 넘어 형량의 3분의 1이 지나자마자 기다렸다는 듯이 가석방을 시켜버린 것은 명백히 윗선이 미쳐 돌아가고 있음을 증명하고 있었다.

사법부마저 썩어버린 것인지 정계 인사들의 외압이 있었던 것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어쨌든 이 사회가 뭔가 크게 잘못되어가고 있다는 것만은 확실해 보였다.

태운이 말을 재차 이어나갔다.

“물론 이번엔 사람이 죽은 만큼 판결만은 전보다 더 신경 써서 제대로 이루어지게 해야겠지만, 결국 이 사건도 저번 때처럼 될 가능성이 큽니다.”

태운의 말에 안창훈이 목소리를 가늘게 떨며 질문했다.

“이제… 협회가 여론의 힘을 많이 얻지 않았습니까? 여론을 이용하면 어떻게 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그러나 태운은 고개를 저었다.

“우리가 여론과 민심을 장악한 것은 칼로 쓰기 위한 것이 아니라 방패로 쓰기 위함이었습니다. 정계와 부딪히면 정계에선 어떻게든 여론을 이용해 우리를 구석으로 몰아가려 할 테니까요. 그때를 위한 안전망 구축이었습니다.”

태운은 한 차례 숨을 고르며 말을 이어갔다.

“한 번 여론을 이용하기 시작하면 그 자체로 실마리를 주게 됩니다. 단 한 번의 공격을 위해서 커다란 빈틈을 내주게 되는 것이죠. 그리고 그 과정에서 여론을 이용하려 하는 협회에 대해 반감을 갖기 시작하는 사람들도 나올 테고요. 그리고 애초에 우리는 아직 여론몰이를 할 준비가 되지 않았습니다. 지난번에도 느끼시지 않았습니까?”

헌터가 최초로 징역을 선고받은 사건.

그러나 이런 어마어마한 사건이 세간에서는 크게 화제가 되지 않았다.

위에서 언론을 통제했으니까.

심지어 SNS 등의 매체들까지 통제했는지, 그 흔한 너튜브 영상에서도 해당 사건에 대한 것이 하나도 올라오지를 않았다.

“애초에 우리는 아직 윗선을 상대할 무기가 없다는 말이군요. 기껏해야 갖춘 것은 방패뿐.”

안창훈이 포기한 듯한 표정을 지으며 고개를 푹 숙였다.

“그렇다고 너무 그렇게 벌써부터 포기하기엔 이릅니다.”

하지만 태운은 포기하지 않은 듯했다.

“이번 사건, 저번 사건과는 다르게 일단 최대한 사건 처리를 길게 끌어보죠. 빨리 처리해봐야 가석방되면 끝이니까.”

태운의 말에 동석과 현주가 눈빛을 빛냈다.

“뭔가 방법이 있는 건가?”

씨익 ―

그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피어올랐다.

“지원군이 모이기 시작했거든요.”

태운은 자신의 업무용 핸드폰을 흔들어 보였다.

* * *

얼마 전.

다중 브레이크 사건이 터지고 얼마 지나지 않은 시점이었다.

“X발……!”

8명의 해외 도주 소식을 들은 태운은 제주도로 돌아가 토벌 중이었던 S급 던전 안에서 화풀이하고 있었다.

콰아아앙! 콰아아아아앙!

필요 이상의 힘이 담긴 태운의 주먹에 몬스터들의 몸통이 공간과 함께 통째로 짓이겨지고 있었다.

“키, 키이이익…….”

흉신악살과 같은 태운의 화풀이에 무려 S급 몬스터인 괴어마들이 겁을 먹고 뒷걸음질을 치기 시작했다.

“후우… 후우…….”

어떻게든 화를 삭여보려 노력하는 태운.

그러나,

“…그 미친 X끼들 진짜!!!”

[중력장(重力場)]

지이이잉 ―

도저히 참을 수가 없었다.

슈욱 ―

쿠구구구구구구구궁 ― !

“키엑……!”

태운의 손짓과 함께 도망치던 괴어마들이 마치 보이지 않는 창에 찔린 것처럼 몸통 위쪽에 구멍이 나며 움직임을 멈추었다.

상대방 신체에 아주 좁은 범위의 중력만을 기하급수적으로 높여 마치 위에서 떨어져 내린 창에 꿰뚫린 것처럼 만드는 태운의 새로운 살상 기술, 중력창우가 시전된 것이었다.

“키이이이이……!”

텁 ―

태운이 보이지 않는 중력창에 꿰뚫린 채 움직임을 멈춘 괴어마 중 한 마리를 잡았다.

분명 몸통이 꿰뚫린 자리에는 아무것도 없었지만,

그극 ― 그그극 ―

몸통에 난 구멍에는 다른 신체 부위의 수백 수천 배 이상의 중력이 작용하고 있었기에 괴어마들은 무언가에 걸린 것처럼 피를 질질 흘리며 옴짝달싹도 하지 못하고 있었다.

“후우… 전부 다 너희들처럼 만들어버릴 수도 없고… 그치? 아니다, 그냥 혹시라도 찾아내면 그냥 쥐도 새도 모르게 없애버리는 것도 나쁘지 않지 않을까? 어차피 해외로 숨어서 아무도 모르잖아?”

“키, 키이이이이익!”

태운의 살벌한 발언을 마치 알아들은 것처럼 겁에 질린 괴어마가 몸에 구멍이 난 채 어떻게든 도망치려 발버둥을 쳤다.

그리고,

지이이이익 ―

기어코 중력창을 벗어나는 데에 성공했다.

투두두둑 ―

물론 중력창이 있던 자리를 지나친 신체는 완전히 갈라져 피와 장기들이 쏟아지고 있었지만.

쿠웅 ―

결국 무리하게 도망치려다 신체가 너덜너덜해진 괴어마가 쓰러졌다.

쿠웅 ― 쿠웅 ―

얼마 지나지 않아 중력창에 꿰뚫린 채 가만히 있던 괴어마들도 과다출혈로 인해 모두 쓰러져버렸다.

“쯧…….”

조금 필요 이상으로 잔혹하게 몬스터들을 사냥한 태운은 혀를 차며 숨을 돌리고 화를 삭이기 위해 다시 던전 밖으로 빠져나왔다.

그리고 던전을 빠져나온 순간,

띠리리 ― 띠리리 ―

태운의 업무용 핸드폰이 울렸다.

“후우… 타이밍 한번 좋네.”

태운은 깊게 한숨을 내쉬며 전화를 받았다.

제발 심각한 일이 벌어진 것이 아니기를 기도하면서.

톡 ―

“네, 특임반장입니다.”

{안녕하십니까, 특임반장님. 저는 국회의원 서민우라고 합니다.}

“……!”

국회의원이라는 말에 깜짝 놀란 태운의 눈이 조금 커졌다.

“…고명하신 국회의원님께서 저한테 직접 전화를 다 주시는 걸 보니 제가 유명해지긴 했나 봅니다.”

잔뜩 경계하는 태운.

그럴 수밖에 없었다.

지금 이 썩어빠진 세상을 만들고 협회를 꼭두각시로 전락시킨 장본인들의 대다수가 국회의원이었으니까.

얼마 전 그 난리를 친 이한천도 그러하지 않았는가.

하지만,

{그렇게까지 경계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적어도 서민우 의원은 그런 류의 국회의원이 아니었다.

더군다나,

{혹시 163빌딩 사건을 기억하십니까?}

그는 태운에게 도움을 받았던 사람이었으니까.

“……!”

서민우 의원의 말을 들은 태운의 동공이 잘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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