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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68화 (68/300)

68화. 여론이 갈대처럼 흔들림 (2)

“하아…….”

턱수염이 거뭇거뭇한 한 남자가 사무실 소파에 드러누운 채 한숨을 푹푹 쉬어대고 있었다.

“괜찮습니까, 마스터…….”

“…X발…….”

구천 길드의 마스터, 이만해가 나지막하게 욕설을 지껄였다.

“그 X끼들, 누군지 아직도 못 찾았어?”

“예…….”

이만해의 신경질적인 말에 부길드장 김동진이 작게 대답했다.

“아니, 그렇게 센 놈들이 알려지지 않았을 리 없잖아. 말벌! 말벌이랑 포크를 조종했다며! 뭐 염동력 쓰는 능력자 없대?”

“염동력 쓰는 사람은 독일에 있지 않습니까…….”

콰아아아앙!

김동진의 대답에 이만해는 소파 팔걸이를 주먹으로 후려쳤다.

투둑 ―

쿠션과 쿠션 안의 원목이 한번에 터져나갔다.

과연 A급 헌터다운 완력이었다.

“시X! 성호는 C급에서 D급으로 강등됐고, 춘석이는 B급에서 무려 F급이 됐어! 성호는 그렇다 쳐! 춘석이는 우리 둘을 제외하면 제일 강한 전력이었단 말이다! 그런 애를 F급 나부랭이로 만들어버렸어! 아니, F급이 문제냐? 애가 그냥 병신이 됐잖아! 이대로 넘어갈까 보냐!”

이만해가 흥분하여 콧김을 씩씩거렸다.

그런데 그때,

“어… 어…….”

돌연 김동진의 안색이 새하얗게 질렸다.

“…응? 뭐야? 너 왜 그래? 설마 내가 소리 좀 질렀다고 그렇게 된 건 아니겠…….”

“그대로 안 넘어가면 어쩔 건데?”

“으헤에에엑!”

갑자기 누군가 등 뒤에서 귓가 바로 옆에다 대고 속삭이자, 이만해는 기겁하며 반대쪽 소파로 펄쩍 뛰었다.

“다다다다다, 당신은?”

이만해는 얼굴이 김동진보다도 하얗게 질린 채 입술과 턱을 덜덜 떨기 시작했다.

“안녕, 어제 보고 또 보네?”

한 남자가 빙긋이 웃으며 이만해와 김동진을 향해 손을 흔들고 있었다.

그 남자의 정체는 바로,

“아직 정신 못 차렸지?”

태운이었다.

* * *

바로 어제.

구천 길드를 완전히 초토화하고 돌아가는 길이었다.

부우우웅 ―

아미산에서 떨어진 어딘가에 차를 세워두었던 두 사람은 창훈의 차를 타고 돌아가고 있었다.

“…….”

실컷 이성호와 강춘석을 패서 응징해놓고도 표정이 좋지 않았던 창훈.

그런 창훈의 얼굴을 바라보며 태운은 의아한 표정으로 물었다.

물론 가면 뒤라 표정이 드러나진 않았지만.

“표정이 왜 그러십니까? 뭔가 걸리는 거라도 있습니까?”

“그것이…….”

“막상 저지르고 나니까 이래도 되었던 걸까 걱정되십니까?”

태운의 말에 창훈은 고개를 절레절레 저었다.

“…아닙니다. 오히려 그 자리에서 죽이지 못한 것이 한인걸요. 제가 걱정하는 것은…….”

태운은 차분히 창훈의 다음 말을 기다렸다.

“제가 이성호를 칠 때… 그때 했던 말들 때문에 피해자의 유족들이 오히려 피해를 입을까 걱정됩니다.”

“아…….”

―무고한 시민 인생 조져놓고 술이나 마시고 앉아있어? 감히? 너 따위가?

분명 창훈은 그런 말을 한 바 있었다.

‘실마리를 주고 말았군.’

태운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그 신기루 능력, 한번 걸면 얼마나 지속됩니까? 아니 그보다, 제가 멀리 떨어져 있어도 지속될 수 있습니까?”

창훈은 그런 건 왜 묻느냐는 표정으로 일단 대답했다.

“제 마력 범위 이내여야 합니다. 대충… 시야 이내면 될 겁니다. 그리고 제가 일부러 풀지 않는 이상 마력을 다 쓰기 전엔 풀리지 않습니다.”

“아하, 그럼 차 돌리죠.”

“예?”

끼이이익 ― !

놀란 창훈이 급브레이크를 밟았다.

“어우, 위험합니다. 베타조장님.”

태운이 재빨리 백미러로 뒤를 확인했다.

다행히 많이 늦은 시간이라 차도에는 차가 많이 없었다.

“죄, 죄송합니다. 깜짝 놀라서… 그나저나 돌리다니요? 협회로 돌아가는 거 아니었습니까?”

“무슨 소리십니까? 하던 일은 제대로 마무리해야지요. 무고한 피해자가 또 나와선 안 되지 않습니까?”

“그, 그렇긴 합니다만…….”

부우우웅 ―

창훈은 일단 차량을 돌려 다시 아미산 쪽으로 액셀레이터를 밟았다.

“무슨… 계획이 있으신 겁니까?”

“음 계획이라… 있지요. 방금 생겼습니다.”

태운은 어느새 핸드폰을 꺼내 누군가로부터 온 메시지를 읽고 있었다.

“이이제이(以夷制夷)라고나 할까요?”

메시지를 바라보는 태운의 입가에는 흥미진진한 듯한 미소가 그려져 있었다.

* * *

다시 충남 당진의 구천 길드 건물.

충청도 4대 길드의 수장인 A급 헌터 하나와 최상위 B급 헌터가 무릎을 꿇고 눈물을 흘리며 싹싹 빌고 있었다.

“잘못했습니다! 진짜 잘못했습니다!”

“제발… 제발 그것만은……!”

이만해와 김동진이 이렇게까지 비는 이유.

그건 어제 그 장면을 두 눈으로 직접 봤기 때문이었다.

콰아앙!

―크아악!

―치료해.

치이이익!

콰아앙!

―치료해.

치이이익!

그건 사람이 아니었다.

강춘석의 양쪽 팔다리를 짓이기고 강제로 자가 회복을 시키던 누군지 모를 두 남자.

특히 눈앞의 이 바가지 머리의 남자(신기루로 인해 왜곡된 태운의 모습)는,

콰아아아앙!

뼈마디 하나하나까지 즙을 짜낼 정도로 짓이기던 악마 중의 대악마였다.

“안 넘어간다며? 그냥 못 넘어가겠다며?”

태운은 일부러 더 미친 놈인 척 고개를 갸웃거리며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였다.

사람을 통제하는 가장 빠른 방법.

그건 바로,

“응? 근데 내가 그냥 가야 해? 말해봐.”

공포였다.

덜덜덜.

두 사람은 안색이 하얗게 물든 채 연신 온몸을 떨었다.

차라리 죽이려고 했다면 이렇게까지 무섭지 않았을 것이다.

‘A급에서 F급이 되려면… 손발이 대체 몇 번이나 짓뭉개져야…….’

그래, 고통이었다.

사람이 죽음보다 더 무서워하는 것은 고통이었다.

애초에 죽음을 왜 두려워하는가?

죽는 것이 이 세상 그 무엇보다 고통스러울 거라고 생각하니까.

하지만 바가지 머리의 이 남자는,

“우리 자가 회복 연습할까? 너네도 예전에 사관학교에서 배웠지?”

직접 그 이상의 고통을 눈앞에서 보여줬던 사람이었다.

두 사람에게는 사신 이상의 존재였던 것이다.

공포로 인해 사고가 마비된 이만해가 어버버하는 사이, 아직 일말의 이성이 남아있던 김동진이 먼저 오체투지를 하며 바닥에 넙죽 엎드렸다.

“제발! 한 번만 더 용서해주십시오! 절대 불순한 생각하지 않고 착실히 살겠습니다! 그, 그리고 뭐든지 시키는 대로 하겠습니다!”

덜덜덜.

바닥에 엎드린 김동진의 얼굴에서 땀이 뚝뚝 떨어졌다.

흠칫!

하얘진 안색으로 멍하니 김동진을 바라보던 이만해는 태운의 섬뜩한 눈빛을 마주하고 몸을 흠칫 떨었다.

“마, 맞습니다! 시키는 대로 살겠습니다! 착하게 하겠습니다!”

너무 긴장한 나머지 어순마저 꼬여버린 이만해마저 바닥에 엎드리자,

“흐음…….”

태운은 일부러 잠시 고민하는 척하며 품에서 핸드폰을 꺼내 들었다.

“…너희 얼마 전 왕십리 포장마차거리 난동 사건 알아?”

“……!”

태운의 말에 김동진이 먼저 반응했다.

“아, 알고 있습니다.”

“걔들 누가 집어넣었는지는?”

“트, 특임반장이라고…….”

간신히 태운을 올려다보는 김동진의 동공이 잘게 떨렸다.

“흐음, 맞아. 내가 특임반장 그 형 아는 동생인데, 걔네들이 지금 가석방되고 중국으로 튀었단 말이야. 그래서 형님이 아주 빡치셨어.”

“……!”

특임반장의 아는 동생이라니?

그 말에 이만해와 김동진은 뼈마디까지 얼어붙는 듯한 느낌을 받았다.

‘시X, 잘못 걸렸다…….’

‘잘못하면 특임반장 귀에까지…….’

중소길드 헌터들 사이에서는 이미 암암리에 소문이 쫙 퍼져있는 상태였다.

뭐가 됐든 혹시라도 특임반장과 엮이지 말라고 말이다.

그 사람은 헌터든 일반인이든 걸리면 일단 조지고 보는 스타일이라나 뭐라나.

심지어 다중브레이크를 정리하는 특임반장의 모습은 그야말로 압도적이었기에,

‘X됐다……!’

켕기는 것이 많은 이들에게 특임반장은 그들을 잡으러 온 저승사자나 마찬가지였다.

“중국 난창.”

“…예?”

뜬금없는 태운의 말에 두 사람이 머리 위로 물음표를 띄웠다.

“그곳에 도망간 그 8명이 있다. 걔들 잡아 와.”

“……!”

태운은 쪼그려 앉아 두 사람의 머리를 툭툭 두드렸다.

“이 귀찮은 일 좀 대신해주면 살려는 드릴게. 아, 그렇다고 아예 도망갈 생각은 말고. 어차피 다 찾는 수가 있으니까.”

두 사람 가까이 얼굴을 들이민 태운은 과하게 미소를 지으며 광기를 드러냈다.

“알겠지?”

씨익 ―

태운의 입가가 마치 조커처럼 찢어지기 시작했다.

* * *

며칠 뒤.

{고생 많으셨습니다.}

“이게 다 의원님 덕분입니다. 저 혼자였다면… 이렇게까진 못했겠죠.”

태운은 TV를 보며 누군가와 통화를 하고 있었다.

[한 말씀 해주세요!]

[피해자를 왜 죽인 겁니까!]

TV 속에는 한 남자가 연신 여기저기서 터져 나오는 플래시를 맞으며 경찰서로 끌려가고 있었다.

남자의 정체는 바로,

[죄책감은 안 드십니까!]

구천 길드의 헌터, 이성호였다.

유야무야 넘어갈 뻔했던 이성호의 시민 마력 감염 살해 사건.

그런데 어떻게 이렇게 다시 수면 위로 떠오르게 되었는가?

그건 바로,

“덕분에 출발선에 서게 된 것 같습니다.”

서민우 의원이 모은 차기 당원들 덕분이었다.

특히 163빌딩 화재 사건 당시 건물 안에 갇혀있었던 대한민국 5대 언론사 ‘JBS’의 사장과 4대 로펌 ‘한민’의 대표 도움이 굉장히 컸다.

그들은 사건을 인지하기만 했을 뿐 윗선의 개입과 압박으로 인해 적극적인 수사를 펼치지 못했던 경찰과 검찰을 대신해주었다.

‘한민’의 변호사들이 그 주위의 모든 CCTV를 뒤지고 사설 전문업체를 불러 지문을 따내는 등 발품을 팔았고, ‘JBS’의 기자들은 이 사건을 집중취재하며 사건을 더욱 임팩트 있고 심각하게 만들어주었던 것이다.

덕분에 세간의 관심은 그야말로 대폭발.

언론통제와 뇌물매수에 어이없이 묻혀버린 왕십리 포장마차거리 난동 때와는 다르게 이번에야말로 제대로 사건을 인식하기 시작한 대중들은 그야말로 크게 분노하고 있었다.

ㄴ ㅅㅂ 마력으로 죽인다니…….

ㄴ ㅈㄴ 악질이네

ㄴ 눈 마주쳤다고 죽이는 게 말이 됨? 개어이없네ㄴ 생각해보니 개무서움. 헌터들이 마력 조금만 뿌려도 일반인은 95% 확률로 죽는 거잖아?

ㄴ 이거 어디서 들어봤는데? 예전에 누가 한번 집회하지 않았냐ㄴ 그런 것 같기도. 헌터가 사람 죽였다고 했던 것 같은데

게다가 사람들이 분노를 토해내는 과정에서 예전 초창기 피해자들이 목소리를 냈던 것을 기억하는 사람들이 조금씩 모습을 드러내기 시작하고 있었다.

점차 피해자들의 목소리가 대중에게 닿기 시작할 거라는 좋은 징조였다.

그러나,

{출발선… 그렇죠. 하지만 특임반장님.}

전화기 너머 서민우 의원이 태운에게 말했다.

{아직 긴장을 늦추시면 안 됩니다. 기득권들은 생각보다 더 독하고 끈질기니까요. 그들은… 본인들 것을 지키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습니다.}

서민우 의원의 말을 들은 태운.

태운은 TV를 켜놓은 채 핸드폰으로 생중계 댓글들을 바라보며 너무 걱정하는 것 같은 서민우 의원을 안심시키려 했지만,

“…아무래도 그런 것 같네요.”

그럴 수가 없었다.

훅훅훅 ―

갑자기 조금 전에 비해 훨씬 더 빠르게 올라가기 시작하는 댓글창.

댓글창을 바라보는 태운의 두 눈이 깊게 내려앉았다.

어느덧 댓글창에는,

ㄴ 성급한 일반화의 오류 지렸죠.

ㄴ 헌터가 가져온 마정석으로 먹고 살면서 배부른 소리들 하고 있네ㄴ 조X순이 아동 강간하면 남자는 전부 아동 강간범이냐? 고X정이 남편 살해하면 여자는 전부 남편 살해범이냐?

ㄴ 그 집회 연 사람 허위사실유포죄로 들어간 지가 언젠데 개소리 ㄴㄴ

기득권들이 고용한 댓글부대가 들어와 있었으니까.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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