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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71화 (71/300)

71화. 남매 사이가 나쁘지 않음 (1)

매년 10월 초면 헌터사관학교에서 열리는 홍보설명회.

길드에 비해 인기나 메리트가 없는 헌터 협회는 인재 유치를 위해 매년 홍보설명회를 가졌다.

헌터 협회가 하는 일, 협회 내 복지시설, 그들이 이루고자 하는 이상 등등.

하지만 언제나,

―사회정의요? 협회가 무슨 힘으로?

―그건 이제 여러분들 같은 인재들이 힘을 주신다면…….

―수입은 얼마나 되는데요? 그래도 헌턴데 월 천은 되죠?

―어… 음…….

―와, 진짜 겁나 박봉인가 보네. 절대 안 감.

―진짜 그냥 생고생하러 가는 곳인데?

효과는 미미했다.

아니, 애초에 질문조차 던지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자는 이들이 9할을 넘었다.

‘올해는 그래도 조금은 다르지 않을까.’

올해 홍보설명회를 맡게 된 기성은 속으로 심호흡을 하며 대강당을 향해 걸음을 옮기고 있었다.

홍보설명회는 예전부터 매년 알파조원들이 돌아가면서 맡아왔다.

협회 최대전력이자 간판인 그들이 가야 조금이라도 생도들의 관심을 끌 수 있을 테니까.

“후우…….”

대강당 문 앞에 도달한 기성은 크게 숨을 내쉬었다.

끼익 ―

문을 열고 들어가는 기성.

웅성웅성.

홍보설명회에 참여한 생도들이 저들끼리 떠들고 있었다.

터벅터벅 ―

기성은 문을 열자마자 곧장 무대 위로 직진했다.

무대 한가운데에 놓여있는 스탠딩 마이크.

기성은 마이크를 잡고 살짝 꺾어 일부러 소음을 일으켰다.

삐익 ―

“……!”

삽시간에 조용해지는 대강당 안.

씨익 ―

기성은 그런 생도들을 훑어보며 희미한 미소를 지었다.

“안녕하세요, 여러분. 저는 오늘 홍보설명회를 맡은 헌터 협회 직원입니다.”

생도들을 바라보는 기성의 두 눈빛이 진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홍보설명회.

매년 하는 의미가 있을까 싶을 정도로 단체 수면 시간으로 치부되었던 시간들이었다.

하지만 기성은 확신했다.

적어도 올해만큼은,

“…해서 던전에 관한 업무들을 맡고 있습니다.”

결코 무의미한 시간이 아닐 거라고.

협회에 대한 기성의 설명을 듣는 생도들의 눈빛이 반짝반짝 빛나고 있었다.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생소한 광경.

지금껏 홍보설명회를 왔던 역대 알파조원들이 이 장면을 보았다면 눈물과 콧물을 질질 흘렸을 정도였다.

“이 중에는 전투와 관련이 없는 능력을 각성했거나, 전투 관련 능력을 각성했더라도 많이 두려운 생도분들도 계실 겁니다.”

홍보설명회를 이어가는 기성의 표정에 즐거움이 깃들었다.

“그런 의미에서 헌터 협회 행정부서는 헌터가 헌터업계에서 유일하게 전투를 거의 하지 않고도 사회에 기여할 수 있는 안정적인 직장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헌터의 일을 하면서도 헌터를 포기한 마력 면역자들처럼 위험부담을 대폭 줄일 수 있는 것이죠.”

‘홍보설명회 하는 게 이렇게 재밌었나.’

최근 몇 년간 알파조 세 명이서 돌아가면 해왔던 홍보설명회.

작년 홍보설명회를 맡았었던 인하는 홍보설명회가 끝나자마자 차에서 계속 구시렁거렸었다.

―애들 듣지도 않는데 이거 왜 하는 거냐고 진짜… 피곤해 죽겠는데 차라리 이 시간에 잠이라도 한 번 더 자게 해줄 것이지!

―…인정한다.

‘인하야, 네가 올해 홍보설명회를 와봤어야 해.’

홍보설명회를 이어가는 기성의 표정이 그 어느 때보다 밝아 보였다.

생도들이 관심 있게 들어주는 것만으로도 이렇게까지 힘이 난다니.

문득 기성은 학창시절, 학교로 찾아와 입시설명회를 해주셨었던 컨설팅 강사분들에게 미안해졌다.

그도 거기서 꿀잠을 잤던 사람 중 한 명이었으니까.

‘강사님들 죄송합니다!’

괜히 갑자기 든 죄송한 생각에 기성의 목소리가 조금 더 높아졌다.

“전투부서의 장점도 만만치 않습니다. 특히 여행을 좋아하는 분들이라면 정말 즐겁게 일을 하실 수 있을 겁니다. 매일매일 전국을 돌아다녀야 하거든요. 다행히 이동에 관련된 비용은 모두 경비 처리가 되니 교통비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하하하하!”

계속해서 생도들의 긍정적인 반응이 이어졌다.

그렇게 시간이 흘러 기성의 헌터 협회에 대한 홍보와 1차적인 설명이 끝이 나고,

“자, 제가 해드리는 헌터 협회에 관한 설명은 여기까지입니다. 그리 길진 않았죠? 너무 길면 지루하잖아요. 이제부터는 함께 질의응답을 해가며 여러분들의 궁금한 점을 풀어드리는 시간을 가져보도록 하겠습니다.”

마침내 Q&A 시간이 다가왔다.

언제나 이 시간만 되면 정적에 휩싸였던 홍보설명회 시간.

그러나 역시 올해는,

번쩍! 번쩍! 번쩍!

수많은 생도가 손을 번쩍번쩍 들고 있었다.

생도들의 끝없이 이어지는 거수 행렬에,

화아아아 ― !

홍보설명회가 계속될수록 기성의 얼굴이 마치 햇살처럼 밝아지고 있었다.

* * *

“이게 정말 홍보설명회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작년에도 홍보설명회에 왔었던 졸업반 생도들이 하나같이 혼란스러운 표정을 짓고 있었다.

“애들이 잘 들어주니까 직원분 표정도 겁나 밝네…. 그 철인이 저렇게 잘 웃을 줄이야.”

“작년에 왔던 유인하 언니는 누구 때문에 엄청 똥 씹은 표정이셨는데.”

“…지금 나 까는 거야?”

“아니, 작년에 처잤던 애들 까는 건데.”

“그게 나잖아……!”

“어머, 너 잤었니? 너무하네~”

민아가 대한을 향해 혀를 내밀며 메롱

― 하는 표정을 지어 보였다.

하지만 민아의 눈에도 지금 이 상황이 어색하긴 마찬가지였다.

“경비에 식대도 포함되나요?”

“그렇습니다. 행정부서는 협회 건물 내 식당을 무료로 사용할 수 있고, 외근이 잦은 전투부서는 하루 3만 원까지 식비를 경비 처리할 수 있습니다.”

“일 많이 힘들어요? 특히 알파조는 퇴근도 못 한다던데.”

“얼마 전까지는 소문보다 더하면 더했지, 그보단 못하진 않았습니다. 하지만 최근 업무 내용이 개편되면서 일이 많이 줄었습니다. 가장 바쁜 알파조도 일주일에 2일에서 3일의 휴일을 가지고 있습니다.”

“주 4일 근무라고……?”

“심지어 주 3일 근무일 때도 있습니다. 휴일이 정해진 것이 아니라 비번을 받는 근무 형태이다 보니 휴일이 불규칙합니다. 물론 일하는 날은 거의 하루 종일 일해야 하지만요.”

“행정부서는요!”

“행정부서는 고정 근무입니다. 주 5일 일하고 이틀 쉽니다. 행정부서는 일반 직장처럼 출퇴근 시간이 명확하게 정해져 있습니다.”

끝없이 이어지는 생도들의 질문과 기성의 대답.

작년에 두세 번 정도 이어지다 침묵으로 가득했던 홍보설명회와 너무 큰 차이를 보이고 있었다.

그때,

“월수입은 얼마나 돼요?”

작년 홍보설명회를 한순간에 도서관보다 조용하게 만들었던 그 질문이 한 생도의 입에서 튀어나왔다.

“…수입 말씀이시군요. 그렇죠. 수입. 가장 중요한 문제지요.”

올 것이 왔다는 생각에 기성도 턱을 쓰다듬는 척하며 목울대를 가리고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분명 협회 직원들의 주머니 사정은 불과 몇 달 전보다 크게 나아진 상태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길드 헌터들에 비하면 턱없이 부족한 것은 여전했다.

기성은 살짝 심호흡한 뒤, 생도의 질문에 성심성의껏 대답해주기 시작했다.

“모두가 고정급을 받습니다. 행정부서는 월 300만 원, 팀장급은 350만 원을 받지요. 전투부서는 그 조별 등급이 올라갈수록 달라지지만 가장 낮은 델타조는 월 500만 원, 가장 높은 알파조가 월 1,000만 원을 받습니다. 아무래도 전투부서는 생명위험수당이 붙어 행정부서보다 많이 받는 편입니다.”

사아아아 ―

삽시간에 대강당 안 분위기가 내려앉았다.

생각보다 적은 금액에 생도들이 실망한 것이다.

‘그래, 작년에도 이랬어.’

민아는 자신도 긴장했는지 기성을 쳐다보며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작년엔 처음부터 분위기가 개판이긴 했지만, 수입 이야기가 나오는 순간 차가울 정도로 얼어붙었었다.

그리고 그 뻔한 과정이 올해도 되풀이되고 있었다.

하지만 올해는 기성도 많이 준비해온 상태였다.

매년 반복되었던 이런 분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 말이다.

“물론 이게 다가 아닙니다. 최근 명절마다 전 직원에게 명절 보너스가 지급되기 시작했고, 부서별 너튜브 채널 운영이 가능해지면서 너튜브 수익도 창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밖에 가끔씩 업무 외 미션이 주어질 때가 있는데, 그에 따른 수당이 또 두둑하게 주어집니다.”

조금 조급해진 기성의 목소리가 미세하게 높아졌다.

“그뿐입니까? 특히 전투부서는 휴일이 늘어나면서 던전 레이드를 통해 고정급 외 수익을 더 창출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전부 다 따져본다면 직원들이 한 달에 실질적으로 벌어가는 수입은 고정급의 약 1.5배…….”

기성이 열변을 토하는 그때,

웅성웅성.

생도들이 자기들끼리 나누는 이야기 소리가 기성의 목소리를 덮을 정도로 커지기 시작했다.

“그래봤자 제일 많아 봐야 월 1,500? 중소 길드 신입 수준 아니야?”

“확실히 협회가 박봉이긴 한가 봐.”

“많이 나아진 게 저 수준이라니…. 그 전엔 왜 들어간 거임?”

“길드 갈 능력이 없으니까 저거라도 갔겠지.”

“괜히 협회 헌터들이 욕먹었겠냐? 킥킥킥.”

“행정부서는 답도 없다 진짜. 용병보다도 못 벌어.”

“전투부서도 알파조 빼면 용병이랑 비비는 수준인데 뭐.”

웅성웅성.

“…….”

기성은 입에서 마이크를 뗐다.

웅성웅성.

생도들의 이야기 소리가 너무나 명확하게 모조리 기성의 귓가에 들리고 있었다.

“아니, 행정부서는 그냥 포기하고 마력 면역자로 취업하는 거랑 차이가 뭐임?”

“심지어 대기업 가면 저거보다 잘 벌어. 내가 찾아봤어.”

“너튜브… 아니, 제일 높은 알파조 구독자가 겨우 2만인데 무슨 수익이 얼마나 난다고…. 심지어 만든 지 몇 년 됐네?”

“아니, 진짜 낙오자 수용소야 뭐야. 왜 죽다 살아나서 저 박봉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 건데?”

푹! 푹! 푸우욱!

생도들의 이야기 한 마디 한 마디가 기성의 폐부를 찔렀다.

딱히 반박할 수도 없었다.

기분은 나쁘지만 거의 다 맞는 말이었으니까.

이렇게 많은 생도들이 깨어있는 것은 사실상 처음이다 보니 장대비처럼 쏟아지는 수많은 생도의 팩폭은 철인이라 불리는 기성도 감당하기가 힘들었다.

하지만,

“…저희는 능력이 없는 낙오자라서 협회 직원이 된 것이 아닙니다.”

더 나은 기회를 버리고 협회에 들어와 열심히 일하는 동료 직원들에 대한 오해 섞인 모욕까지 참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협회 직원인 기성이 하는 협회 직원들에 대한 변호가 생도들에게 와닿을 리가 없었다.

“안쓰럽다.”

“그래도 철인이면 헌터 업계에서도 나름 1티어 아님?”

“4대 길드 가면 2티어 정도지. 아니, 3티어일 수도?”

“제일 센 이태성이 2티어야. 철인이랑 고무인간은 2.5티어 쯤 될 듯.”

“S급이 1티어, A급이면 1.5 이하. 이태성이 1.5티어고 철인이랑 고무인간이 2티어 수준이지. 이태성이 어떻게 2티어냐? A급 최상윈데.”

어쩌다 보니 등급까지 매겨지게 된 기성.

기성은 순간적으로 숨이 턱 막히는 듯한 기분이 들었다.

‘…올해도 망했구나.’

당황한 기성의 머릿속이 새하얘지려는 그때,

스윽 ―

대강당 한쪽 구석에 앉아있던 한 여인이 손을 들었다.

“…헐?”

순간, 손을 든 여인을 바라보는 생도들의 표정이 경악으로 물들었다.

“……!”

그녀와 조금 떨어진 뒷자리에서 불만이 잔뜩 어린 얼굴로 앉아있던 강천도 살짝 놀란 기색을 표하고 있었다.

“…네. 거기 손드신 생도분. 질문하세요.”

손을 든 여인과 눈을 마주친 기성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그녀의 정체는 바로,

“특임반장은 어떤 사람인가요?”

첫 체력장에서 단번에 심화반을 배정받은 유일한 여성 생도, 한유린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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