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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72화 (72/300)

72화. 남매 사이가 나쁘지 않음 (2)

한유린.

그녀 자신은 모르고 있을 수도 있었지만, 그녀는 사관학교에서 굉장히 유명한 존재였다.

첫 체력장에 수많은 남자를 제치고 홀로 당당히 심화반에 배정받은 여인.

지금 실전반인 민아를 포함해 여태껏 처음부터 심화반에 올랐던 여성은 한유린이 딱 10번째였다.

그리고 그 여성들의 공통점은,

“특임반장에 대해 이야기해주세요.”

모두 실전반으로 졸업했다는 것이었다.

첫 체력장에서 심화반을 배정받았던 이들이 실전반에 오를 확률은 50%가 조금 안 되었는데, 지금껏 심화반에 올랐던 9명의 여성이 모두 실전반으로 졸업했다는 사실은 한 가지를 시사하고 있었다.

바로 그들은 이미 통상적인 신체적 한계를 뛰어넘어본 경험이 있는 엄청난 노력파들이라는 것.

남자들보다 불리한 조건에서 시작한 그녀들이 대다수의 남자들을 제치고 심화반에 올랐다는 것부터가 이미 그 사실을 증명하고 있었던 것이다.

즉, 어찌 되었든 간에 통계상으로 보면 그녀가 내년에 실전반에 오르는 것은 거의 확정된 기정사실.

무엇보다 그녀가 생도들 사이에서 유명한 점은 예비 실전반이라는 사실 말고도 하나가 더 있었다.

꿀꺽 ―

‘개 이쁘다…….’

‘저런 사람이랑 한 번만 사귀어보고 싶다.’

‘목소리도 이뻤어? 매력 개발리네, 진짜!’

그건 바로 그녀의 외모.

압도적이라고 봐도 무방할 정도의 그녀의 도도하고 고급스런 외모는 남자 생도들 사이에서 거의 신격화되고 있었다.

―심심한데 티어나 짜보실?

―무슨 티어?

―여자 생도들 외모 순위.

―다 꺼지고 한유린이 1등 아님?

―무슨 1등이야. 0순위지. 린느님은 비교 자체가 불가임.

―하긴 천상계는 빼줘야겠지.

―난 한유린 별로던데… 내 마음의 별…. 훗.

―누가 이 X끼 아가리 좀 조져주라.

그리고 그건 여성 생도들 사이에서도 비슷했다.

―유린이 너무 예쁘지 않아?

―진짜 남자들 눈도 유린하고 우리들 마음도 유린하고 싹 다 유린하네.

―와, 이름 진짜 잘 지었다. 유린… 친해지고 싶다.

―한번 말 걸어봐.

―…못하겠어. 뭔가 무서워.

누가 여자들이 항상 예쁜 여자를 질투하고 시기한다고 그랬던가.

여자들도 예쁜 여자를 좋아한다.

아니, 좋아한다기보다는 동경에 가깝다고나 할까.

그러나 한유린은 차가워 보이는 외모일 뿐만 아니라, 말수도 거의 없어 주변 사람들로 하여금 다가가기 힘든 아우라를 풍기고 있었다.

오죽하면 같은 반과 심화반 사람들마저 대부분 그녀와 한 마디도 못 나눠봤을까.

심지어,

뚝 ― 뚝 ―

매일매일을 태릉 선수촌에 온 운동선수마냥 훈련을 소화하는 그녀의 모습은 그야말로 범접 불가, 언터처블 그 자체였다.

그런 한유린의 질문을 받은 기성의 눈동자가 잠시 흔들렸다.

기성이 그렇게 잠시 뜸을 들이는 사이,

“미친, 왜 저 질문을 안 했지?”

“특임반장은 누군가요? 왜 얼굴을 맨날 가려요?”

“특임반장이랑 만나봤어요?”

“특임반장은 얼마나 세요?”

생도들의 관심이 순식간에 수입에서 특임반장으로 옮겨갔다.

단번에 뒤바뀐 강당 안 분위기.

“얼굴을 가리는 이유는 저도 잘 모르겠습니다. 신원을 드러내는 걸 원치 않으시는 것 같더군요.”

“만나봤습니다. 같이 식사도 해봤는걸요.”

“제가 본 헌터 중엔 제일 강하신 것 같습니다.”

기성은 생도들의 쏟아지는 질문을 받아주며 곁눈질로 한유린을 흘깃거렸다.

‘도와준 거냐…? 고맙다.’

기성의 눈빛의 의미를 알아들은 듯 한유린은 흘깃거리는 기성과 눈을 마주치며 고개를 미세하게 끄덕였다.

그리고,

‘…둘이 무슨 사이지?’

찰나의 순간에 두 사람이 주고받은 눈빛의 대화를 읽어낸 강천의 표정은 호기심으로 가득 물들어있었다.

* * *

헌터 협회 홍보설명회가 무사히 끝이 났다.

탁 ―

“후아아아아… 끝났다아아아……!”

헌터사관학교 주차장.

자신의 차량에 탄 기성은 안도와 후련함이 잔뜩 섞인 한숨을 크게 내쉬었다.

폭삭 ―

겨우 한두 시간에 불과한 시간이었지만, 그 짧은 사이에 기성의 얼굴은 10년은 더 늙어 보였다.

그때,

벌컥 ―

탁 ―

한 여인이 대뜸 기성의 조수석 문을 열고 차량에 탑승했다.

그 여인을 보고 기성이 눈살을 장난스레 찌푸렸다.

“이게 오랜만에 보는 오빠한테 인사도 없이…….”

“…안녕.”

기성의 말에 짤막하게 인사를 하는 여인.

피식 ―

그런 여인의 반응에 기성은 어이없는 듯 미소를 지으며 헛웃음을 지었다.

“여전하구나. 하긴 살가우면 그게 한유린이 아니지.”

여인의 정체는 한유린이었다.

한기성과 한유린.

두 사람은 친남매였으니까.

2년이 넘게 알파조원으로서 전국을 돌아다니며 일하던 기성은 학교에 온 김에 오랜만에 여동생의 얼굴을 보기 위해 그녀를 불러낸 것이었다.

“…아깐 도와줘서 고맙다.”

기성이 강당에서 있었던 일을 언급하며 고맙다며 인사했다.

“바보냐. 뻔한 화젯거리가 있는데 써먹지도 않고.”

유린의 일침에 기성이 무안한 듯 머리를 긁었다.

“그분 명성에 기대지 않고 해보고 싶었어. 요즘 다들 너무 그분한테만 기대는 것 같아서 말이야. 뭐… 결과적으로 또 이렇게 되긴 했지만.”

흘끔 ―

유린은 멋쩍은 웃음을 짓는 기성을 곁눈질로 바라보았다.

“…정말 협회 사람들도 몰라? 그 사람 정체가 뭔지?”

유린의 물음에 기성이 크게 한숨을 쉬었다.

“후우… 그런 것 같더라고! 엄마 아빠는 알고 계신 것 같은데, 물어봐도 말 안 해주더라고. 신뢰의 문제라면서.”

“…본인이 드러내기를 원하지 않는 건가. 대체 무슨 생각을 하고 있는 건지…….”

유린은 괜히 기성의 조수석 서랍 부분을 무릎으로 툭툭 쳤다.

뭔가 의미심장한 그녀의 말에 기성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뭐야. 그 발언 뭐지? 너 뭐 알고 있어?”

기성의 추궁에,

“내, 내가 어떻게 알아? 협회 직원들도 모르는걸.”

유린은 도도하고 차가운 외모답지 않게 당황하며 ‘난 몰라요’를 시전했다.

약간의 홍조와 함께 촉촉해진 얼굴.

금방이라도 식은땀을 흘릴 것 같은 모습에 기성의 두 눈이 가늘어졌다.

‘이 녀석… 뭔가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예전부터 거짓말에 서툴렀던 여동생을 잘 알고 있는 기성이었다.

그녀가 무언가를 숨기고 있다는 건 곧바로 알 수 있었지만,

“하긴 그래. 네가 알 리가 없지.”

더 자극했다간 여동생이 예전처럼 이상한 돌발행동을 할까 봐 캐내는 건 그만두기로 했다.

‘후우…….’

그런 기성의 생각도 모른 채 위기를 잘 넘겼다고 생각한 유린은 괜히 차창 밖으로 고개를 돌리며 살며시 한숨을 내쉬었다.

* * *

사실 그녀는 특임반장의 정체를 알고 있었다.

그가 바로 태운이라는 걸 말이다.

하지만 어떻게?

‘그때부터 주의 깊게 보고 있었으니까.’

태운은 처음부터 남달랐다.

첫 체력장 결과가 나오기 전에도,

‘저 사람… 압도적이야.’

우연히 그가 체력장 시험을 치르는 걸 보고 있던 유린은 직감적으로 그가 1등을 할 것이라 예상했다.

그리고 예상대로 그는 곧바로 실전반에 올랐다.

딱히 수업 시간에 집중하는 것 같지는 않은데, 언제나 이론 시험은 여유 있게 통과.

항상 눈을 감고 조는 듯하면서도 꼿꼿하게 바른 그의 자세를 보며 유린은 의아함을 품었다.

‘뭐 하는 거지?’

그녀는 남몰래 태운 쪽을 향해 감각을 최대한 집중했다.

“후읍… 푸우…….”

희미하지만 규칙적인 숨소리.

그 숨소리를 듣자마자 그녀는 알 수 있었다.

‘마력 호흡!’

그가 수업 시간 내내 마력 호흡을 하고 있었음을.

첫 체력장에 실전반에 들어갈 정도의 피지컬과 끝없는 노력까지.

유린은 진심으로 강천은 물론이고, 태운이 꼭 협회에 들어갔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저런 사람이 들어가면 협회가 조금은 더 강해질 수 있을 텐데.’

올해로 21살인 유린은 2076년, 던전이 최초로 나타났던 해에 태어났던 던전 베이비였다.

유린이 태어나고 얼마 지나지 않아 알코올 중독자였던 데다가 고칠 의지조차 보이지 않는 어머니와 이혼을 결심하신 유린의 아버지.

어찌나 중독이 심했는지 임신 중에도 술을 찾던 어머니를 말리느라 진이 다 빠지신 아버지는 유린이 태어나자마자 결단을 내리고 어머니와 갈라서신 것이었다.

그 이후 천운이 따라 마력에 감염되었던 아버지와 오빠가 모두 살아남아 헌터가 되고 홀로 일반인으로서 살아왔던 그녀.

그리고 몇 년 뒤, 아버지 한동석은 지금의 어머니인 양현주와 재혼을 하셨다.

―엄마라고 불러줄 수 있을까……?

다행히 새어머니는 두 남매를 친자식보다도 더 아껴주셨기에 두 남매는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

그렇게 어린 유린은 오빠인 기성이 마력에 감염되기 전, 매일매일 협회에 소속되어 일하며 욕을 먹는 부모님에게 물은 적이 있었다.

―엄마, 아빠는 왜 길드에 안 가? 돈도 훨씬 많이 받을 수 있는데.

―돈이 전부가 아니란다, 유린아. 사람은 돈보다 더 큰 가치를 추구할 줄 알아야 해.

―그 가치가 뭔데?

―…나중에 자연스레 알게 될 거란다.

당시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는 부모님에게 불만을 품었던 어린 유린이었지만,

―오빠……?

곧 알게 되고 말았다.

전혀 예상치 못한 방향으로 말이다.

* * *

오빠인 기성이 던전 브레이크에 휘말렸다.

당시 기성의 나이 18세, 유린의 나이 13세였다.

―오빠아! 오빠아아아!

그때만 해도 오빠와 살가운 사이였던 유린은 죽은 듯 누워있는 오빠에게 가까이 다가가지도 못한 채 유리창에 매달려 울부짖었다.

95%의 사망확률.

거의 100%에 달하는 그 확률에 유린은 절망했다.

하지만,

―괜찮겠지? 우리 기성이 괜찮겠지……?

―나랑 당신도 살아났잖아. 부모가 둘 다 적응했어. 기성이도 살아날 거야. 그래, 그럴 거야.

부모님은 자신들도 살아났으니 기성이도 살아날 거라 애써 스스로를 다독였다.

―‘그래… 엄마 아빠도 이겨냈으니까 오빠도 이겨낼 거야!’

그들의 긍정적인 생각 덕분이었을까.

곧 기성은 자리를 털고 일어났다.

당시 브레이크에 휘말렸던 수십 명 중 유일한 생존자로서 말이다.

―협회에 들어갈래요.

―무, 무슨 일이 있었던 거야?

어머니인 현주는 기성의 어두운 표정에 근심 어린 목소리로 물었다.

―그놈들… 그놈들이 마력을 마구 터뜨렸어요. 분명 우리는 브레이크 장소에서 100m는 넘게 떨어져 있었다고요.

―그놈들이라니……?

―브레이크를 토벌하겠다고 왔던 길드, 대붕길드요.

대붕길드.

4대 길드인 주작길드의 직속 산하 길드였다.

―……!

기성의 말을 들은 동석과 현주의 얼굴에 분노와 안타까움, 그리고 무력함이 동시에 깃들었다.

―미안하다, 기성아. 지금 협회로선 대붕 길드 뒤에 있는 주작길드를…….

―괜찮아요. 제가 강해질 거예요. 나와 함께 휘말린 사람들 몫까지. 언젠가 반드시 대가를 치르게 할 거예요.

오빠 기성은 강인했다.

그리고 재능도 있었다.

불과 몇 년 만에 A급에 오른 기성은 철인이라는 이명까지 붙으며 협회 간판인 알파조에 이름을 올렸던 것이다.

하지만 거기까지가 한계였다.

―오빤 화도 안 나?

―{어쩌겠어. 사람들은 모르는걸. 너도 우리가 가족이니까 아는 거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이랑 비슷했을걸.}

―…웃기지 마.

―{응? 유린아 화났어? 여보세요? 여보세요?}

뚝 ―

으드득 ―

언제나 협회 이야기만 나오면 부정적인 이야기투성이인 기사와 각종 커뮤니티의 글에 막 성인이 된 유린은 이를 갈았다.

‘다들 얼마나 열심히 하고 있는지도 모르면서…….’

부모님과 오빠가 얼마나 열심히 사는지 전부 알고 있는 유린이었다.

더 나은 환경과 조건들을 모두 포기하고 굳이 협회에 들어가 고생을 자처하고 있는 그들의 심정을 알고 있었기에,

탁탁탁!

유린은 더욱 화가 났다.

때마침 집 근처에 나타났다는 던전으로 냅다 달려간 그녀.

웅성웅성.

던전 게이트 주위로 넓게 접근금지선이 쳐져 있었다.

―다가오시면 안 돼요! 죽어요!

한 협회 직원이 그렇게 말을 하지 않아도 사람들은 알아서 접근금지선보다 더 멀리서 인파를 형성하고 있었다.

약간의 마력에라도 닿으면 높은 확률로 죽는다는 건 모두가 알고 있었으니까.

하지만,

타닥!

이미 격한 감정에 휩싸여 있던 유린에게는 그런 가능성 따위 고려 대상이 될 수 없었다.

―어… 어어어……??!!!!

사람들이 알아서 조심했기에 접근금지선 안쪽에서 핸드폰을 하며 마력측정기를 가지러 간 동료를 기다리던 협회 직원의 눈이 크게 떠졌다.

타다다닥!

전속력으로 던전 게이트를 향해 달려가는 유린.

직원도 맨몸으로 최대한 빠르게 그녀를 막기 위해 달려갔다.

마력으로 몸을 강화해 그녀를 구해봐야 자신의 마력에 감염될 것이 뻔했으니, 맨몸으로 달리는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결국 직원은 자신과 반대쪽에서 달려오는 그녀를 제때에 잡을 수 없었다.

슉 ― !

유린은 냅다 던전 안으로 손을 집어넣었다 빼냈다.

―헉… 헉… 허억…….

전속력으로 달렸던 유린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나도 헌터가 될 거야…! 내가 협회에 들어가 협회의 평판을 바꿀 거야!’

눈을 부릅뜨며 자신의 손을 내려다보는 유린.

그리고 몇 초 뒤,

풀썩 ―

그녀의 신형이 허물어졌다.

―꺄아아악!

―미, 미쳤어!

던전을 구경하러 나왔던 사람들이 혼비백산하여 소리를 지르기 시작했다.

때아닌 던전 자살 소동이 벌어졌던 유린의 집 근처.

그게 바로 작년의 일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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