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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74화 (74/300)

74화. 막 나가기 시작함 (1)

사실상 명예 당원이라고 봐도 무방한 이들이 밝게 웃으며 술잔을 부딪쳤다.

차앙!

“크으……!”

소문광이 시원하게 감탄사를 내뱉으며 시원한 맥주의 맛을 음미했다.

그를 포함해 다들 500cc 잔에 담긴 맥주를 단번에 최소 4분의 1은 비워냈지만,

홀짝 ―

태운은 맥주를 반 모금만 마시고 술잔을 내려놓았다.

생각보다 술을 조금씩 먹는 태운의 모습에 소문광이 눈을 크게 뜨며 물었다.

“특임반장님, 혹시 술이 조금 약하신 편입니까?”

소문광의 말에 다른 이들이 모두 놀란 표정으로 태운을 바라보았다.

천지를 벌벌 떨리게 할 만큼이나 강력한 양반이 술을 잘 못 먹는다는 사실이 이미지상 매치가 잘 안 된 것이었다.

그러나 다행히 그건 사실이 아니었다.

“못하진 않습니다. 소주로 치면 3병 정도?”

“그런데 왜…….”

소문광이 의아한 표정으로 태운의 맥주잔을 바라보았다.

손톱 정도 높이 정도 줄어든 태운의 맥주잔.

태운은 웃으며 이유를 말해주었다.

“혹시라도 취하면 대참사가 일어나지 않습니까? 항상 경계해야 해서요. 각성한 이후론 소주도 1병, 맥주도 500cc 이상 먹지 않는지라… 그래도 여러분들과 계속 건배는 해야 하니 속도를 늦춰야지요.”

태운의 말에 네 사람은 이해했다는 듯 고개를 끄덕이며 존경스러운 눈빛으로 태운을 쳐다보았다.

“참 생각이 깊으십니다… 이것 참, 이 나이 먹고도 제가 생각이 짧았군요.”

소문광이 머쓱한 듯 뒷목을 긁었다.

그때,

스윽 ―

소문광이 팔을 드는 과정에서 소매가 올라가며 그의 팔에 난 커다랗고 시퍼런 멍 자국이 드러났다.

““……!””

그 멍 자국을 본 다른 네 사람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응…? 아차!”

황급히 상처를 숨기는 소문광.

재빨리 움직인다고 움직이긴 했지만, 이미 모두가 그의 상처를 목격한 뒤였다.

“그 상처… 최근에 생기신 겁니까?”

태운의 물음에 소문광은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살짝 고개를 끄덕였다.

“예… 그냥 어쩌다 보니 부딪혀서…….”

소문광은 어떻게든 이 상황을 얼버무리려 했다.

“누굽니까?”

하지만 태운의 눈을 속일 순 없었다.

애초에 격투기 선수였던 태운이었다.

부딪혀서 든 멍 자국과 맞아서 든 멍 자국은 그 정도 자체가 달랐다.

특히 휘두른 것이 주먹이 아닌 무기였다면 그 차이는 더욱 선명했다.

그리고 그 차이를 태운이 알아보지 못할 리가 없었다.

팍 ― !

어느새 다가온 태운이 소문광의 소매를 걷어 올렸다.

“…둔기군요. 파이프나 방망이네요.”

“…역시 특임반장님 눈을 속이진 못하나 봅니다.”

소문광은 크게 한숨을 쉬었다.

좋은 날엔 좋은 이야기만 하고 싶었으니까.

괜히 자신의 사정이 드러나 이 자리의 분위기를 망치고 싶지 않았던 소문광의 눈빛이 침울한 기색을 내비쳤다.

하지만 태운은 직감적으로 느끼고 있었다.

지금의 이 일, 결코 좌시할 수 없는 일이라는 걸 말이다.

“말씀해 보시죠, 소 사장님. 대체 무슨 일이 있으셨던 겁니까? 아직 무슨 문제인지는 모르겠지만 저희가 도움이 될 수도 있지 않습니까.”

서민우 의원이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말했다.

“그게 말입니다…….”

JBS 소문광 사장의 이야기가 시작되었다.

* * *

얼마 전, 이성호를 처벌하기 위해 JBS에서 그에 대해 적나라하게 기사를 쏟아내던 때였다.

삐리리리 ―

소문광 사장의 핸드폰이 불이 날 듯이 울리고 있었다.

“예, JBS 사장 소문광입니다.”

{당신 미쳤어! 기사 당장 내려!!!}

별안간 전화기에서 터져 나오는 고함 소리에 소문광은 핸드폰을 귀에서 멀찍이 떨어뜨렸다.

“아이고 고막이야… 의원님, 갑자기 고막 테러하시기 있습니까? 저도 나이가 있단 말입니다.”

능청스러운 소문광의 말에 전화기 너머 열이 잔뜩 받은 여당의 고위 의원이 계속해서 고함을 지르기 시작했다.

{테러? 테러어어? 테러는 당신이 한 게 테러지! 당장 기사 내려! 지금 뭐 하는 거야, 당신!}

“왜 그러십니까? 저희가 뭐 오보를 낸 것도 아니고…….”

계속되는 소문광의 능청.

그러자 고위 의원의 목소리가 순식간에 살벌하게 내려앉았다.

{소 사장, 그렇게 안 봤는데 말이야… 지금 내가 생각하고 있는 게 맞다고 간주해도 되는 건가?}

“무슨 생각을 하시길래 그렇게 목소리까지 깔고 그러십니까? 저희 JBS는 언론의 소명을 다했을 뿐입니다만.”

{…마지막으로 기회를 주지. 기사 내려. 지금 당장.}

“이미 올라간 기사들을 어떻게 내린단 말입니까?”

{후우…….}

전화기 너머 의원의 한숨이 소문광 사장의 귓가까지 전해졌다.

{좋아. JBS는 그쪽 노선을 탔다고 간주하겠네. 후회하게 될 거야. 썩은 동아줄을 잡은 셈이니… 앞으로 조심하는 게 좋아.}

“저는 당~최 무슨 소리를 하시는 건지 모르겠습니다만? 아 참고로 이 통화 내용은 녹음되었습니다. 의원님도 부디 조심하시길 바랍니다.”

{뭐… 뭣? 소 사장! 정말 이렇게까지 나올 텐……!}

뚝 ―

소문광 사장은 여당 의원의 말을 다 듣지도 않고 전화를 끊어버렸다.

“어디 감히 JBS 사장한테 통신 수단으로 협박을 해?”

약점으로 통화 내용까지 확실히 확보한 소문광의 입가에 미소가 지어졌다.

스윽 ―

높다란 JBS 건물 꼭대기에서 도시를 내려다보는 소문광의 눈빛이 반짝였다.

후룩 ―

커피를 홀짝이는 소문광의 안색은 그 어느 때보다도 밝아 보였다.

“자, 그럼 JBS도 슬슬 기지개를 켜볼까! 그동안 더럽고 귀찮아서 기사를 안 냈던 거지, 누가 무서워서 그랬는 줄 아나.”

하지만 그때까지만 해도 소문광은 알 수 없었다.

기득권들은 생각보다 더 무섭고 막 나가는 존재라는 것을.

그로 인해 이후 JBS에게 어떤 일이 닥치게 될지 말이다.

* * *

며칠 뒤.

“이, 이게 다 무슨……!”

평소처럼 JBS 홈페이지에 들어가 JBS 직원들의 애로사항 게시판을 확인한 소문광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평소, 그러니까 어제까지만 해도 회사 전체에서 하루에 2~3개 올라오는 것이 전부였던 애로사항.

그런데 지금 받은 애로사항 게시판에는 수십 개의 애로사항들이 기재되어 있었다.

직원들의 애로사항이 대폭 늘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건물 내 자판기가 전부 고장 났습니다. 단순한 커피도 전부 밖에서 사야 합니다.

*화장실이 전부 막혔습니다. 휴지도 하나도 없습니다.

*건물 주변에서 악취가 납니다. 출입할 때 너무 괴롭습니다.

처음엔 그나마 가벼운 것들이었다.

시설의 고장이나 미화에 관련된 부분들.

약간의 지출만 있으면 해결될 수 있는 문제들이었기에 그나마 괜찮은 부분들이었다.

하지만 문제는 그것뿐만이 아니었다.

*이석호 사건 이후, 취재를 방해하는 사람들이 자꾸 나타나 취재하기가 어려워졌습니다. 카메라도 일부 파손되었습니다.

*취재를 방해받는 것도 모자라 폭행을 당했습니다. 기자들 중 부상자가 점점 늘어나고 있습니다.

*운전할 때 자꾸 누군가 위험하게 따라붙어 사고 위험이 있습니다. 신변의 위협을 느끼고 있습니다.

도저히 회사 생활의 애로사항으로는 보기 힘든 심각한 사항들이 잔뜩 올라와 있었다.

틱틱틱 ―

놀란 소문광은 곧바로 총괄보도국장에게 연락했다.

{예, 사장님. 보도국장입니다.}

“보도국장님! 제가 받은 자료가 전부 사실입니까? 이게 불과 며칠 만에 일어난 일이 맞는 거란 말입니까?”

소문광은 도저히 믿을 수 없다는 어투로 보도국장에게 물었다.

아무리 윗선이 미쳐 돌아간다지만, 이렇게 대놓고 원초적이며 저급한 방식으로 나올 줄은 몰랐던 것이다.

{안타깝지만 사실입니다. 사장님, 이러다 JBS가 망할 수도 있을 것 같습니다. 지금이라도 다시 노선을 돌리는 것이… 예? 아…….}

“……?”

소문광은 말을 잇던 보도국장이 누군가 대화하는 소리를 듣고 귀를 기울였다.

“보도국장? 지금 어디입니까? 무슨 소독…이라는 얘기 같았는데.”

{아… 사실 저 지금 입원해있습니다.}

“…뭐라고요?”

소문광의 동공이 크게 흔들렸다.

“입원이라니요? 왜? 어디 아픕니까?”

{사장님, 사장님도 조심하십쇼. 저 퍽치기 당했습니다. 다행히 스치긴 했는데 이마가 찢어졌어요.}

“……!”

{아무래도 작정하고 JBS를 음해하려는 세력이 나온 것 같습니다. 애초에 기사를 낼 때부터 어느 정도 각오했던 것이긴 하지만… 생각보다 현장에 나가는 기자들을 포함해 전체적으로 피해가 큽니다.}

“…병원이 어디입니까.”

{예…? XX병원입니다만…….}

“지금 가겠습니다.”

{사, 사장님! 오실 필요까지는…….}

뚝 ―

소문광은 무섭게 가라앉은 표정으로 곧바로 전화를 끊은 뒤, 사장실 박차고 나갔다.

쾅 ― !

‘아주 우리를 아래로 보고 있다 이거지… 때리면 말을 듣는 가축 정도로 보고 있어……!’

꾸욱 ―

소문광은 손에 쥔 핸드폰을 세게 잡았다.

‘좋아, 곧바로 퍼뜨려주지. 그런 통화 내용까지 남겼으면서 이렇게 대놓고 우리를 후두려 까겠다?’

JBS 본사 건물을 나서는 소문광.

지잉 ―

정문의 자동문이 열리자,

“윽……!”

어디선가 썩은 내가 풍겨왔다.

분명 어제만 해도 나지 않았던 낯선 냄새였다.

“…이게 대체 어디서 나는 거야?”

주위에 딱히 떨어져 있는 쓰레기 같은 건 없었다.

하지만 코를 넘어 뇌까지 마비시킬 것만 같은 이 명백한 악취는 분명 건물 주변에서 풍기고 있었다.

‘…물?’

건물 주위를 둘러보던 소문광은 문득 건물 주변에 있는 화단이 살짝 젖어있는 걸 발견했다.

가까이 다가가 보는 소문광.

“…우욱!”

화단 안에는 물컹물컹한 이상한 것들이 덩어리 채로 잔뜩 놓여있었다.

“이거 취두부잖아!”

화가 난 소문광은 재빨리 휴대폰으로 사진을 찍었다.

‘누가 이기나 해보자고. 내일 아주 기대해라.’

증거 사진을 확보한 소문광은 끓어오르는 화를 참으며 일단 빨리 보도국장의 병문안을 가기 위해 길거리로 나가서 택시를 부르려 했다.

그러던 그때,

부아아아앙 ― !

차도에 손을 내민 채 택시를 잡으려는 소문광 뒤쪽에서 요란한 엔진소리가 났다.

“응?”

슈욱 ― !

빠아악!

“끄아아악!”

갑자기 날아든 야구방망이에 맞은 소문광.

다행히 머리를 팔로 막아낸데다가 빗맞았다.

하지만,

욱신욱신!

“끄으으으으윽!”

방망이에 빗맞은 팔이 금방이라도 부러질 것처럼 욱신거리고 있었다.

척 ―

타다다닥!

오토바이를 타고 지나갔던 퍽치기 2인조 중 하나가 갑자기 소문광이 있는 곳으로 달려왔다.

“경찰이죠? 여기 JBS 본사 앞인데요…….”

그 와중에 거리를 지나던 시민이 경찰을 부르고 있었지만,

타다다닥!

퍽치기범은 아랑곳하지 않고 쓰러져있는 소문광에게로 다가와 그의 주머니를 뒤지기 시작했다.

“지금 당신 뭐 하는… 으아아악!”

소문광이 반항하려 하는 순간 퍽치기범이 그의 다친 팔을 툭툭 건드렸다.

그리고,

스윽 ―

퍽치기범은 그의 주머니 속에서 그의 핸드폰을 꺼냈다.

“아, 안 돼!”

순간 어떻게 된 일인지 깨달은 소문광이 핸드폰을 다시 뺏으려 했지만,

화르륵 ― !

어디서 났는지 휴대폰을 작은 기름통에 담갔다 뺀 퍽치기범이 휴대폰에 불을 붙였다.

눈 깜짝할 사이에 불타오르는 휴대폰을 바라보는 소문광의 두 눈이 타오르는 불꽃처럼 붉게 물들었다.

“안 돼애애애!”

불타는 자신의 핸드폰을 향해 손을 뻗는 소문광의 입에서 절규가 터져 나왔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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