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85화 (85/300)

85화. 발버둥 치지만 소용없음 (1)

“…뭐라고?”

팍!

쨍그랑!

커피가 반 정도 남아있던 잔이 벽으로 날아가 산산이 부서졌다.

주륵 ―

잔에 남아있던 커피는 벽을 까맣게 칠하며 구정물처럼 흘러내렸다.

“그, 그걸 지금 보고라고 하는 건가?”

{…죄송하게 되었습니다.}

전화 너머 도명조의 보고를 받은 이한천 의원의 볼이 파들파들 떨리기 시작했다.

“이 개X끼야! 일 처리를 이렇게밖에 못해? 어?! 고작 이런 보고 듣자고 지금까지 너한테 돈을 쏟아부은 줄 알아? 기소장 이미 제출됐어! 이제 이 일을 어떻게 할 거야?! 어?! 지금 나만 X된 줄 알아? 너네도 전부 다 X된 거라고!”

{…어떻게든 최악으로 치닫지 않게 만들어보겠습니다. 적어도 나쁜 선례는 남지 않게…….}

“뭘 어떻게 하겠다는 거야! 헌터에 대한 이미지는 이미 박살났어! 이미 기자들 앞에서 길을 막을 때부터 이미지는 완전 박살이 났다고! 그걸 감수하고서라도 그 선례를 막으려고 했던 건데, 이미 기소장까지 제출된 마당에 뭘 할 수 있다는 거야!”

이한천 의원의 두 눈에 핏발이 잔뜩 세워졌다.

“피해자가 한두 명도 아니고 무려 100명이야 100명! 지금 여론 때문에 판사들도 전부 손절했다고! 이대로면 꼼짝없이 사형이란 말이다! 이젠 사법부로 완전히 넘어가 버렸어! 네 놈이 힘으로 할 수 있는 건 이제 없다는 말이다!”

{…어떻게든 해볼 테니 기다려주시지요.}

툭 ―

“그러니까 대체 뭘 어떻게… 여보세요? 여보세요? 야, 이 X발X끼야!!!”

갑자기 끊어진 전화에 이한천 의원은 전화기에 대고 고래고래 악을 쓰기 시작했다.

그리고 불행(?)은 언제나 한 번에 몰아서 온다는 걸 증명이라도 하듯,

우우웅 ―

끊어졌던 이한천 의원의 전화가 곧바로 울리기 시작했다.

정 비서에게서 온 전화였다.

흠칫!

왠지 모를 좋지 않은 예감에 잠시 자신의 휴대폰을 멍하니 들고 있던 이한천 의원.

천천히 덜덜 떨리는 손으로 전화를 받았다.

“…무슨 일인가.”

{의원님! 큰일 났습니다! 지금 의인당에서……!}

“…특별법을 발의했다고? 벌써? 아니, 대체 어떻게……?!”

정비서의 말을 듣는 이한천 의원의 안색이 점차 새하얗게 질려가기 시작했다.

* * *

한편, 주작길드 길드장실.

이한천 의원의 안색만큼이나 얼굴이 하얗게 질린 남자가 한 명 더 있었으니,

덜덜덜…….

{소.}

“예, 예!”

바로 무려 김천용과 정호백을 상대로 승리를 거둔 도명조였다.

노트북 화면을 가득 채우고 있는 악귀 형상의 탈.

그 악귀탈의 입에서는 연신 새빨간 선혈이 뚝뚝 떨어지고 있었다.

{당장 설명해라.}

쿠구구구구 ―

분명 노트북 너머에서 힘을 사용한 것일 텐데도 도명조의 주위가 크게 흔들리기 시작했다.

건물? 아니면 건물이 서 있는 땅, 그 자체?

아니, 흔들리는 것은 도명조를 감싸고 있는 일부의 공간, 그 자체였다.

쿠구구구구구 ― !

공간 자체가 요동치자 그 범위 안에 있는 도명조의 전신도 같이 흔들리기 시작했다.

덜덜덜덜덜!

도명조의 전신의 떨림이 심해지기 시작했다.

단순히 팔다리와 어깨, 다리를 떠는 것이 아니었다.

피부 살갗과 사지, 근육을 넘어 온몸의 장기가 모조리 흔들리고 있는 것이었다.

“어어억…! 커헉! 쿠웨에에에에엑!”

급기야 검붉은 피를 토해내기 시작하는 도명조.

두 눈이 새빨갛게 충혈된 것이 어지간히도 심한 내상을 입은 듯했다.

“말씀… 말씀드리겠습니다!”

쿠구구구…….

도명조의 비명과도 같은 외침에 공간의 흔들림이 점차 잦아들기 시작했다.

“허억… 허억… 쿨럭!”

간신히 죽다 살아난 도명조가 거칠게 숨을 골랐다.

{제대로 설명해야 할 것이다.}

악귀탈의 두 눈이 새까만 빛을 발했다.

{나는 분명 네 놈에게 말했었다. 놈을 하루빨리 처리하는 게 좋을 거라고. 그런데 여태까지 시간을 끌다가 결국 이 사태가 벌어지게 만들어?!}

쑤욱!

콰악!

재차 분을 참지 못한 악귀탈의 손이 노트북 화면 바깥으로 나와 도명조의 멱살을 잡았다.

{매번 한국이야! 네놈의 관할인 한국이라고! 전 세계에서 그 어떤 곳도 헌터와 관련해서 이런 일이 벌어지는 곳은 없단 말이다! 말했지! 권능은 만능이 아닌데다가 무한한 것도 아니라고!}

“크윽! 노, 노아신 님… 진정하고 제 말을…….”

멱살을 잡힌 도명조의 두 눈이 크게 흔들렸다.

조금 진정하는 것 같더니 재차 분노를 터뜨리는 악귀탈의 행동에 크게 놀란 것이다.

항상 냉철하고 이성적이던 악귀탈의 이런 행동은 도명조에게도 굉장히 낯선 모습이었다.

{너 같은 놈에게 방주의 자리를 준 내 잘못이다! 이번 기회에 네놈의 방주직을 박탈하고 힘을 회수해야…….}

“트, 특임반장은 곧 죽을 겁니다!”

방주직을 박탈한다는 말에 도명조는 앞뒤를 재지 않고 일단 재빨리 결론부터 내뱉었다.

그리고 도명조의 말을 들은 악귀탈의 손아귀에 힘이 살짝 풀렸다.

{…곧?}

결국 이 모든 일의 원인은 특임반장이었으니까.

원인을 제거하면 시간은 걸리겠지만 사태는 자연스레 해결될 것이었다.

스윽 ―

악귀탈은 잠시 자신이 흥분했다는 것을 인지하고 멱살을 풀며 다시 화면 속으로 돌아갔다.

{들어보지.}

“예, 예! 그러니까 앞으로…….”

도명조는 악귀탈이 또 언제 급발진할지 몰라 신속하게 자신이 세워두었던 계획을 털어놓기 시작했다.

그리고 잠시 뒤.

{토끼를…. 흠. 그래, 방주에게 직접 일을 맡긴다라? 저번에 얻은 권리를 제대로 이용했군.}

악귀탈은 고개를 천천히 끄덕여 보였다.

“예! 그렇습니다!”

도명조가 세차게 고개를 끄덕였다.

악귀탈의 반응이 긍정적이라고 생각한 도명조의 얼굴에는 어느새 혈색이 살짝 돌아와 있었다.

하지만,

{그런데 왜 네놈이 직접 하지 않고? 굳이 왜 토끼를 시킨 거냐? 토끼는 네놈보다 관할 구역도 넓어서 훨씬 바쁠 터. 토끼의 구역에 문제라도 생기면 네 놈이 책임질 것이냐?}

악귀탈에 추궁은 끝나지 않고 있었다.

“조, 좀 더 확실히 처리하기 위함이었습니다. 아무래도 토끼의 능력 특성상 그녀는 자신이 가장 큰 힘을 발휘할 수 있는 최상의 조건을 맞출 수 있지 않습니까? 최상의 조건하에서 싸운다면 저보다도 강할 것이고요. 게다가 그녀에게는 ‘그’가 있지 않습니까? 토끼의 빈자리는 ‘그’가 잘 채워줄 것입니다.”

{…그 녀석을 말하는 건가? 전 방주 후보였던?}

“그렇습니다.”

{흐음…….}

팔짱을 낀 채 잠시 생각에 잠기는 듯한 악귀탈.

그렇게 수 초가 지나고,

끄덕.

악귀탈은 가만히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 확실히 네놈이 하는 것보단 토끼가 하는 게 더 가능성은 높겠어. 행여나 실패하더라도 토끼는 보험이 있지만 네 놈은 없으니까.}

‘후우우우우…….’

악귀탈의 화가 조금은 누그러졌다고 생각한 도명조는 속으로 깊은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하지만 말이다.}

쑤욱 ―

재차 화면에서 튀어나오는 악귀탈.

흠칫!

악귀탈의 갑툭튀에 놀란 도명조가 어깨를 떨었다.

방주들을 위협할 때마다 자주 튀어나오곤 하는 악귀탈이었지만, 도명조는 매번 볼 때마다 놀란 가슴을 쓸어내려야 했다.

“만에 하나 이번에도 실패할 경우엔… 더는 참지 않아. 보이나? 내가 흘린 피.”

스윽 ―

탈 뒤의 입가를 스윽 닦아내는 악귀탈.

그의 손에는 새빨간 피가 묻어나오고 있었다.

“한 번만 더 내가 이렇게까지 힘을 쓸 일을 만든다면… 기대해도 좋아.”

스륵 ―

다시 화면 안으로 돌아가는 악귀탈.

덜덜덜.

도명조는 그런 악귀탈을 멍하니 바라보며 전신을 부들부들 떨고 있었다.

{…일단 그 머저리 변태 놈부터 처리해. 지켜보고 있겠다.}

퍽 ―

악귀탈의 마지막 말과 함께 까맣게 암전되는 노트북 화면.

“…….”

까맣게 변해버린 노트북 화면을 바라보는 도명조의 입에서,

으드득……!

부서질 듯 이를 가는 소리가 새어 나오고 있었다.

캄캄하고 조용한 길드장실 안을,

으드득… 빠드득……!

그가 이를 가는 소리만이 조용히 채우고 있었다.

* * *

“임인범은 어쩌고 있습니까?”

“제마액을 먹인 채 근처 유치장에 구금 중입니다.”

제마액.

말 그대로 마력을 제거하는 진액이었다.

몬스터의 뼛가루를 녹인 액체로, 마력을 흡수하는 몬스터의 뼛가루의 성질을 이용한 헌터 제압용 액체인 제마액.

헌터가 일정량의 제마액을 섭취하게 되면 그 제마액이 몸에서 배변이나 배설을 통해 나가기 전까지는 제대로 마력을 사용할 수 없게 만들 수 있었다.

비록 100% 제한을 할 수는 없었지만, 무력이 아닌 것으로 헌터를 일시적으로나마 약화시킬 수 있는 거의 유일한 수단이었던 것이다.

게다가 제마액은 혈관에 주사로 놓게 되면 과다출혈을 일으켜 핏속에 진액을 완전히 제거하지 않는 이상, 거의 영구하게 헌터를 약화시킬 수도 있는 무서운 물건이었기에 협회에 의해 엄격히 관리되는 물건이었다.

비록 헌터가 자가 회복이 가능하더라도 과다출혈을 일으킨 후 자가 회복을 사용하면 몸속의 피를 거의 전부 새로 생성해야 했기에 꽤 많은 마력 수치를 잃게 만들 수도 있는 무서운 물건이었으니까.

그러나 사실상 거의 쓸 일이 없어 헌터 협회에서조차 매우 소량만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최근 태운의 요청으로 헌터 협회는 이전의 수십배나 되는 제마액을 보유하고 있는 중이었다.

기소장을 무사히 제출하고 막 협회로 돌아온 태운은 무언가 염려되는 표정으로 임인범에 대해 물었다.

“소란을 피우지는 않던가요?”

“그건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적정량의 몇 배를 먹인 데다가 기성이와 감마조들이 지키고 있거든요. 유치장 주변에도 방마재로 가벽을 쌓아놓아서 위험할 일은 없을 겁니다. 아, 그리고 해당 경찰서의 경찰분들도 잠시 이관해서 근무 중이십니다. 만에 하나 마력이 방출될 경우를 대비해서요.”

태운의 말에 태성은 걱정하지 말라는 듯 이야기했다.

하지만,

“…그래도 위험할 수 있으니 놈의 신변을 헌터 협회로 옮기는 게 좋겠습니다.”

태운은 뭔가 자꾸만 걸리는 듯 걱정스러운 기색을 지우지 못하고 있었다.

태운의 과도한 걱정에 태성은 살짝 고개를 갸웃거리며 말을 덧붙였다.

“정 불안하시면 저도 가 있겠습니다. 근데 정말 그렇게 걱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놈의 상태가 정상이더라도 기성이의 상대는 안 될 테니까요.”

태성의 말에 태운은 그를 돌아보았다.

“…무슨 소리를 하시는 겁니까? 제가 걱정하는 건 경찰분들이나 협회 직원분들이 아닙니다. 설마 협회 직원분들의 조치를 제가 못 믿겠습니까? 제가 걱정하는 건 임인범의 신변 그 자체입니다.”

“…예? 임인범의 신변이요?”

태성은 이해하지 못한 듯 두 눈을 끔뻑거리고만 있었다.

“기소장이 정상적으로 제출되었습니다. 이제 재판은 피할 수 없지요. 여론도 완전히 저희 편으로 돌아섰으니 판사들은 정치인들과의 선을 끊어내려고 할 겁니다. 그렇게 되면 이제 완전히 사법부의 관할이 된 이 일에 대해서 정계에서는 손 쓸 도리가 없지요. 그러나 그놈들은 어떻게든 임인범에게 중형이 내려지는 선례 자체를 막으려 들 겁니다. 전처럼 여론전으로 소문 자체를 묻을 수도 없게 되었으니까요.”

“그, 그럼……?”

태운의 말을 들은 태성의 눈동자가 잘게 흔들렸다.

설마 그렇게까지 하려고? 라는 말하는 듯한 표정이었다.

하지만 태운은 그런 태성의 설마 하는 생각을 오히려 확신하고 있었다.

“네, 아마 죽이려 들 겁니다. 피고가 사망하면 재판은 이루어지지 않으니까요.”

태운이 진지한 눈빛으로 태성을 바라보며 말했다.

“빨리 연락해서 임인범을 협회로 옮기라고 해주세요. 빠르면 빠를수록 좋습니다. 아니 그냥 지금 당장…….”

태운의 말을 들은 태성이 곧바로 휴대폰을 들려는 그때,

우우웅 ―

태성의 전화가 울리기 시작했다.

발신자는 바로,

“……!”

임인범을 지키고 있던 기성이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