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87화 (87/300)

87화. 흑막의 편린을 발견함 (1)

“…지금 이게 다 무슨 짓입니까? 뭐 새로운 자살 시도입니까?”

핸드폰을 든 도명조가 커다란 분노를 겨우 속으로 억누른 채 통화를 하고 있었다.

{이게 다 자네가 자꾸만 늑장을 부리니까……!}

“내가!”

콰아앙!

도명조의 주먹이 그의 앞에 있는 책상을 단번에 산산조각 냈다.

“내가 조금만 기다리라고 하지 않았습니까…! 곧 특임반장을 처리할 수 있으니 무반응으로 일관하라고! 그런데 이렇게 무턱대고 쑤셔놓으면 대체 어쩌라는 말입니까!”

{…….}

도명조의 분노는 정당했다.

야당 의원들이 완전히 똥을 싸질러놓았으니까.

비밀 회동에서 강동석 의원의 꼬리 자르기 경고에 똥줄이 타기 시작한 야당 의원들이 진짜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기 시작한 것이다.

“장난합니까?! 협회를 상대하면서 깡패를 동원해요? 지금 민심이 이 모양인데? 당신들은 뇌가 없는 거냐고!”

TV에서 흘러나오는 뉴스에서는 협회를 향한 테러를 하려다 제압된 깡패들의 모습이 적나라하게 드러나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생중계 영상을 보며 말을 잇는 JBS 아나운서들도 적나라하게 그들을 비판하고 있었다.

{실로 어이없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사람들이 다들 뭔가 잊고 있는 것 같습니다만, 협회 직원들도 모두 기본적으로 초인인 헌터들이란 말이죠. 누구의 생각인지는 모르겠지만, 고작 일반 용역 깡패들로 협회를 겁박하려 하다니요? 완전 바보 아닙니까?}

{그렇습니다. 헌터를 상대로 퍽치기와 분뇨 테러, 자택 침입 등을 떠올리는 것 자체가 어찌 보면 뒤가 구린 고위 인사들의 마음이 상당히 조급해져서 사고가 마비되었다는 증거겠지요. 얼마나 급했으면 요즘 시대에 깡패를 고용한단 말입니까?}

{누군지는 모르겠지만 정말 바보 같다는 생각밖에는 할 수가 없습니다. 하긴 최근 검찰청 앞에서의 협회 직원들과의 대치 이후 길드 헌터들의 이미지가 완전히 추락했으니까요. 적어도 헌터들을 동원할 수는 없었을 겁니다.}

{그렇죠. 지금 상황에서는 어떤 길드라도 섣불리 협회를 적대했다간 정말 나락으로 떨어질 테니까요.}

{그렇게 생각하니 헌터 협회의 입지가 많이 커진 것 같죠?}

{네, 그렇습니다. 1년 전만 해도 이런 일이 있을 거라곤 전혀 생각조차 할 수 없었는데요. 정말 감회가 새로운 것 같습니다.}

ㄴ 이야 초인들한테 깡패를 가져다 붙이네…….

ㄴ 저 부탁을 받고 움직인 깡패도 개웃김ㅋㅋㅋ 헌터를 상대로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건가?

ㄴ 협회 직원들이 마력 사용 안 하면 이길 거라고 생각한 거 같은데ㅋㅋㅋㄴ 아니 애초에 사람 담구는 애들이랑 괴물들 담구는 애들이 붙으면 누가 이기겠냐곸ㅋㅋㄴ 뜻밖에 깡패 진압 ㄱㅇㄷ ㅋㅋㅋㅋㅋㄴ 국회의원 머리 나쁜 거 하나는 알아줘야 한다니까.

ㄴ 나도 국회의원이나 할까? ㄹㅇ

ㄴ 국회의원들은 진짜 똑똑한데 무식한 듯. 어떻게 이렇게 극과 극의 매력을 동시에 가지고 있을 수 있지…….

ㄴ 그래서 우리나라 양극화가 이렇게 심한 거냐?

ㄴ 뭔 개소리야 얘는.

ㄴ 엌ㅋㅋㅋㅋ 안 받아줰ㅋㅋㅋㅋ

ㄴ 개너무하넼ㅋㅋㅋㅋ

야당 의원들이 성급히 벌인 짓들은 완전히 가만히 있던 다른 고위 인사들의 얼굴에까지 똥칠하는 결과를 가져오고 말았다.

게다가,

ㄴ 협회 직원들 참 고생한다. 던전 처리해, 헌터 범죄자 처리해, 거기다 깡패 처리까지…….

ㄴ 근데 저 깡패들도 엄청 셀 것 같은데 마력 사용도 안 하고 진압하는 거 뭔가 개간지네ㄴ 어우씨 깡패들 팔뚝 보소. 어떻게 잡았누ㄴ 특임반장 말고도 쎈 사람이 저렇게 많았구나. 왜 지금까지 몰랐지.

ㄴ 팩트) 길드 헌터가 더 쎔 ㅇㄱㄹㅇ

ㄴ 팩트) 길드헌터 < 특임반장

ㄴ < 이거는 좀 너무하잖아. 적어도 <<<<<…(넘사벽)…<<<<<<< 는 되어야지.

ㄴ 22222 ㅆㅇㅈ

ㄴ 3333333

협회를 향한 민심을 더욱 키워주는 결과까지 가져왔다.

그야말로 죽 쒀서 개 준 꼴.

도명조가 열이 뻗치지 않을 수 없었던 것이다.

{…사실 나도 반대하긴 했었어. 그런데 어쩌겠나. 다들 발등에 불이 떨어져서 알아서 하겠다는데… 나도 의원들을 하나하나 전부 통솔할 순 없다네.}

까드드득 ― !

이한천 의원의 변명 같지도 않은 변명에 도명조가 이를 부러질 듯 거세게 갈았다.

기득권들의 위기는 곧 주작길드의 위기.

혹시나 그들이 흔들리다 손을 잡았던 주작길드까지 휘말리게 된다면 오랫동안 쌓아온 도명조의 대한민국에서의 지위도 함께 흔들릴 수 있었기에,

주르르륵 ―

새빨갛게 충혈된 도명조의 두 눈에서는 말 그대로 피눈물이 흘러내리고 있었다.

{그러니까 좀 더 빨리했었으면…….}

“제가 임인범까지 죽여드렸지 않습니까! 선례를 방지해서 최악은 어떻게든 막았지 않았습니까! 제가 안 움직였습니까?! 직접 움직이진 못했어도 산하 길드들을 모조리 동원하여 해달라는 것들 전부 처리했습니다! 기소장 하나 막으려다 주작 산하 길드는 대붕을 제외하고 전부 날아갔어요!”

{…하지만 정작 중요한 특임반장은…….}

“그놈의 특임반자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앙!

도명조가 낸 커다란 발 구름 소리가 전화 너머 이한천 의원에게까지 전해졌다.

{…….}

지금껏 본 적 없던 도명조의 대노에 놀란 이한천 의원은 입을 다물었다.

“정말… 금방이었단 말입니다. 정말로 며칠만 지나면 특임반장을 없애고 여론도 정상화시킬 수 있었단 말입니다! 그런데 그걸 못 참고!”

{…며칠 뒤라고?}

며칠 뒤면 특임반장이 죽는다는 말에 이한천 의원이 살짝 떨리는 목소리로 되물었다.

“그래요. 3일 뒤에 특임반장은 죽을 겁니다. 당신들이 가만히만 있었으면 3일 뒤 특임반장이 죽고 힘을 잃고 여유가 사라진 협회가 자연스레 다시 수그렸을 겁니다. 당신들이 가만히만 있었어도 말이지요!”

도명조의 말에 이한천 의원의 목소리가 더욱더 심하게 떨리기 시작했다.

{아, 아니야! 아직 할 수 있네. 특임반장만 없앨 수 있으면 정말로 모든 걸 해결할 수 있어! 3일 뒤라고 했지? 3일 뒤라! 크하하하핫!}

이한천의 갑작스런 웃음에 도명조의 한쪽 눈썹이 꿈틀거렸다.

“…뭘 어쩔 생각입니까?”

또 뭔가 이상한 일을 벌일 것 같은 느낌에 도명조가 묻자,

{뭐긴 뭐겠나? 여론 조작이지.}

“대중들이 전부 알아버린 와중에 이제 와서 여론 조작을 한들 대체 뭐가 달라진다는…….”

{죽은 자는 말이 없는 법이지 않나?}

“……!”

{한 사람에 대한 소문을 조장하는 것은 어렵지 않아. 지금까지는 특임반장의 무력을 감당할 수 없었기에 가만히 있었지만… 그가 죽는다면 이야기는 달라지지. 흐흐흐.}

전화 너머 이한천 의원의 기분 나쁜 웃음소리가 도명조의 고막에 나긋하게 닿았다.

{3일 뒤, 특임반장이 확실히 죽으면 내게 연락 좀 해주게. 우리는 시나리오를 좀 짜고 있을 테니까.}

“…대체 어떤 시나리오를 짠다는 겁니까.”

{그야 당연히 반전 영화 시나리오 아니겠나?}

도명조의 물음에 이한천 의원은 흥분에 찬 목소리로 작게 속삭였다.

그리고 이한천 의원의 속삭임을 듣는 순간,

{특임반장은 사실 전 국민을 기만한 테러리스트였다… 라는 내용의 영화라네. 어떤가? 아주 재미있겠지? 관중은 바로 5,000만의 개돼지들!}

도명조의 두 눈에 이채가 스쳐 지나갔다.

* * *

콰직!

“후우…….”

팔공산 중턱에 나타난 A급 던전의 조사를 마치고 나온 태운이 한숨을 쉬며 던전 게이트에서 빠져나왔다.

던전 내부가 워낙 더운 사막 지형이었기에 태운의 온몸은 땀으로 축 젖어있었다.

치이이이이익 ― !

전신을 금뢰로 뒤덮어 그 열기로 땀과 소금기를 모조리 증발시킨 태운.

“끄읏차!”

그러면서 한 차례 기지개를 켠 태운은 조금 전보다는 한결 상쾌해진 표정으로 핸드폰을 확인해보았다.

“음? 무슨 일이시지?”

핸드폰을 보니 1통의 부재중 전화가 와 있었다.

바로 서민우 의원이었다.

뚜르르르르 ―

부재중을 확인하자마자 콜백을 하는 태운.

통화 연결음이 울리고 얼마 지나지 않아서,

{네, 여보세요. 서민우 의원입니다.}

서민우 의원이 곧바로 전화를 받았다.

“의원님 안녕하십니까. 방금 전화하셨었네요? 무슨 일이시죠?”

평소에는 문자를 먼저 보낸 뒤 전화를 걸었던 서민우 의원이었기에 태운은 웬일로 곧바로 전화를 건 그의 행동에 의아함을 느꼈다.

{아, 죄송합니다! 조금 마음이 앞섰다 보니…….}

서민우 의원의 사죄에 태운은 별거 아니라는 듯 그의 사과를 거부했다.

“뭘 이런 일 가지고 사과를 하고 그러십니까? 괜찮습니다. 그보다 무슨 일이 있었습니까?”

{아, 네! 중국 쪽에서 소식이 왔습니다. 전에 한국에서 도망쳤던 포장마차 8인 있지 않습니까?}

“……!”

서민우 의원의 말을 들은 태운의 눈빛이 착 가라앉았다.

중국으로 도망친 최초의 8인을 감시하던 서민우 의원의 지인에게서 온 소식인 듯했으니까.

{그 사람들이 중국에서도 신분을 위조해 용병을 뛰고 있었는데, 그들이 들어선 던전에 여러 명의 헌터들이 뒤따라 들어섰다고 합니다. 아마도…….}

“네, 구천길드겠지요.”

마침내 조우한 포장마차 8인과 구천길드의 헌터들.

자신이 직접 그들을 잡아 오라고 시켰었던 일이었기에 태운은 구천길드가 마침내 그들과 조우했다는 사실을 짐작할 수 있었다.

{그런데 말입니다. 그들이 나오기도 전에 던전이 닫혀버렸다고 합니다.}

“…네?”

서민우 의원의 말에 태운의 눈썹이 꿈틀댔다.

{지인에 말을 따르면… 그들이 들어가고 얼마 되지 않아 게이트의 일렁임이 멈췄는데. 밤이 되도록 아무도 나오지 않았다고 합니다. 그리고 새벽녘이 되어서 결국 아무도 나오지 않은 채로 게이트가 사라졌다는군요.}

“…그거 참 뜻밖의 호재네요.”

씨익 ―

태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졌다.

아무도 나오지 못하고 게이트가 사라졌다?

둘 중 하나였다.

던전 클리어 이후 두 집단이 던전 안에서 공멸했거나, 싸움을 채 끝내지 못한 채로 던전 안에 갇혔거나.

‘전자면 더 좋겠다만.’

사실상 최상의 시나리오로 두 무리가 공멸하는 그림을 그렸던 태운은 서민우 의원이 전해준 소식에 미소를 감출 수가 없었다.

하지만 서민우 의원이 전하려는 소식은 그게 전부가 아니었다.

{중요한 소식이 하나 더 있습니다. 사실 이게 더 중요한 것 같긴 합니다만… 혹시 특임반장님은 최근 해외에 있는 지인과 연락해보신 적이 있으십니까?}

“…아뇨, 없습니다.”

지인이 있을 리가 없었다.

해외 대회를 다닐 때도 친구 하나 없이 관장님과 돌아다녔었고, 시합을 마치면 언제나 관장님이 대여해주신 개인 훈련실에서 훈련했으니까.

그리고 관장님은 태운이 격투기를 그만두고 귀농하셔서 연락이 끊긴 지 오래였다.

‘관장님은 잘 지내고 계시려나?’

새삼 오랜만에 생각난 관장님 생각에 태운의 입가에 미소가 그려질 찰나,

{…뭔가 이상하게 돌아가고 있습니다.}

서민우 의원의 목소리가 태운의 회상을 가로막았다.

“…이상하게 돌아가다니요?”

{이번 소식을 전해 들으면서 해외에 있는 지인에게 특임반장님에 관한 이야기를 조금 해주려고 했습니다만… 뭐라고 할까요. 소통이 잘 안 되는 겁니다.}

서민우 의원의 말에 태운이 고개를 갸웃거렸다.

“지인이 외국인이시라서 그런 거 아닙니까?”

{아닙니다. 중국에 있는 지인은 한국인입니다. 뭐라고 할까요…. 특임반장님에 대한 이야기를 하면 그게 제대로 전달되지 않는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저는 헌터 협회에 속한 특임반장님 이야기를 하려고 하는데 자꾸 특공대 이야기를 한다든지… 다중 브레이크 사건 때 붉은 벼락을 내리치신 이야기를 하는데 그날 자꾸 한국 날씨가 안 좋았다는 이야기를 한다든지…….}

“……!”

태운의 표정이 심각해졌다.

“…소통의 오류가 맞습니까? 이야기를 회피하는 건 아니고요?”

{네, 맞습니다. 회피하려는 게 아니라 그냥 아예 못 알아듣는다는 느낌이었습니다. 뭔가 이상한 느낌에 지인에게 문자를 보내보았습니다만… 한번 보시겠습니까?}

띠링 ―

서민우 의원이 태운에게 톡을 보냈다.

{이건 제가 보낸 톡 내용입니다.}

핸드폰 화면이 캡쳐된 사진.

서민우 의원이 보낸 톡 내용은 이러했다.

―헌터 협회 특임반장

{그리고 이건 지인이 캡쳐한 제가 보낸 톡 내용이고요.}

띠링 ―

―낚시 협회 특공대장

캡쳐된 사진을 본 태운의 동공이 살짝 흔들렸다.

“이게 무슨…….”

{혹시 몰라 여러 번 보내봤습니다만… 특임반장님에 대한 이야기만 이상하게 자꾸 왜곡되더군요.}

띠링 ―

―헌터 협회 특임반장

―채집 협회 특별위원

띠링 ―

―헌터 협회 특임반장

―대한 협회 상임위원

띠링 ―

―헌터 협회 특임반장

―공군 부대 특임반장

“……!”

자꾸만 이상하게 변질되어 전달되는 톡 내용에 태운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줄기가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그리고 서민우 의원의 말을 들은 태운의 가면 뒤 표정에는,

{특임반장님. 누군가… 해외로 전해지는 특임반장님에 대한 정보 자체를 왜곡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그 어느 때보다도 당황한 기색이 역력해지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