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91화 (91/300)

91화. 달토끼가 조금 강함 (3)

여신 아르테미스.

그리스 로마 신화에 등장하는 올림포스의 12주신 중 하나.

그녀는 대표적으로 달을 상징하는 여신이기도 했다.

고유능력으로 ‘점술’을 각성한 쿠마리는 전투와는 아무런 관련이 없는 능력자였지만,

쿠오오오오오 ― !

그녀의 신, 노아신에게서 받은 그녀의 권능은 그녀를 전 세계에서도 손에 꼽히는 초강자로 만들어주었다.

아르테미스의 권능 첫 번째, 달의 힘.

꾸국… 꾸구국…….

월광을 받은 쿠마리의 신체가 아르테미스 여신의 신체로 변모했다.

겉보기엔 그저 가녀린 여인의 신체이지만, 지금 그녀의 신체는 명백한 신의 몸.

그 어떤 고위 헌터조차 우습게 여길 수 있을 정도의 힘을 가진 초월적 신체였다.

본래 나뭇가지처럼 앙상했던 그녀의 다리는 어느새 정상적인 다리로 돌아와 있었고, 그녀의 전신은 신물을 다루기에 충분한 근력을 지니고 있었다.

끼긱… 끼기긱……!

아르테미스의 권능 두 번째, 궁술.

수렵과 궁술의 여신이기도 한 아르테미스였다.

그런 여신의 힘을 받은 쿠마리는 지금 지구상 그 누구보다도 뛰어난 명궁수나 다름없었다.

휘이이이이잉 ― !

바람의 영향조차도 무시하는 쿠마리의 화살이 거친 해풍을 뚫고 정확히 태운의 미간을 향해 쏘아졌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단순한 화살이라고 하기엔 너무나도 커다란 존재감을 지닌 그녀의 공격.

바로 아르테미스의 세 번째 권능, 야생의 수호자의 능력으로 이무기들의 힘을 흡수하여 강해졌기에 가능한 공격이었다.

야생을 수호하는 여신이기도 한 아르테미스의 힘은 그녀가 길들인 존재를 죽인 적을 상대할 때 그 적에 의해 죽은 존재의 힘을 그대로 흡수하여 사용할 수 있었으니까.

어찌보면 힘의 한도가 없는 능력이기도 한 조건부 최강의 권능인 것이다.

도명조가 괜히 쿠마리를 보고 조건부 최강자에 가깝다고 평가한 것이 아니었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여신의 힘을 잔뜩 품은 화살은 어느새 공간을 찢어발기며 어둠 속에 갇힌 태운의 미간 바로 앞까지 도달해있었다.

‘끝이다!’

그녀가 쏜 화살이 특임반장의 가면 바로 앞까지 도달했음을 확인한 쿠마리가 미소를 지었다.

앞으로 1초를 수십만 분의 일로 나눈 시간이 지나면 놈은 여신의 화살에 꿰뚫리는 꼴을 면치 못할 터.

아무리 강한 헌터라도 단번에 머리에 구멍이 난다면 자가 회복을 할 틈도 없이 즉사할 수밖에 없을 것이었다.

비록 그녀의 생각보다 힘이 많이 부족하긴 했지만, 정면 대결도 아니고 암흑룡의 흑운에 휩싸여 멀뚱히 서있는 그를 끝장내기엔 충분했다.

“…생각보다 별것도 아니었네.”

미소를 지으며 가만히 중얼거리는 쿠마리.

하지만 대부분의 소설이나 만화가 그렇듯,

파직!

그녀의 말은 곧바로 하나의 클리셰가 되었다.

* * *

태운의 2차 각성 능력인 전자기력.

그 기본 형태인 금뢰와 그로부터 파생된 적뢰와 청뢰.

태운은 자신이 지닌 뛰어난 마력 통제능력으로 직접 마력 입자를 나누거나 결합시켜 또 다른 성질을 가진 새로운 뇌전들을 탄생시켜 사용해왔다.

하지만 아무리 마력 통제 능력이 뛰어난 태운이더라도 거기까지가 한계.

이미 한번 나눈 입자를 또 나누거나 한번 결합시킨 마력 입자를 더 결합시키거나 하는 것은 불가능했다.

하지만,

파직! 파지직!

태운이 가진 무기는 마력 통제력뿐만이 아니었다.

치직! 파지지지직!

태운의 전신에서 피어오르는 자줏빛 번개 한 줄기.

2차 각성 능력인 전자기력과 3차 각성 능력인 강력(강한 핵력)이 동시에 발현되며 탄생한 태운의 신기술, 자뢰가 최초로 세상에 그 모습을 드러낸 것이었다.

파지지지직!

태운의 몸에서 피어난 자줏빛 번개가 허공을 향해 끝없이 뻗어나갔다.

치이이이이이이 ― !

뻗어나간 자줏빛 번개는 암흑룡이 쏘아낸 흑운을 순식간에 흔적도 없이 증발시켰다.

또한,

콰아아아아아아아아 ― !

파삭……!

맹렬한 기세를 뿜어내며 마치 대전차포보다 더한 기세로 쏘아졌던 쿠마리의 은빛 화살은 자뢰에 닿음과 동시에 마치 장난감 화살처럼 힘없이 갈라져 버렸다.

파지지지지직!

순식간에 두 강자의 기술을 무용지물로 만들어버린 자뢰가 두 존재를 놀리듯 자줏빛 혀를 날름거렸다.

두 개의 마력 입자를 더해 만든 청뢰를 구성하는 마력 입자 단위를 한 번 더 강제로 결합시켜 총 4개의 마력 입자가 합쳐져 탄생한 자뢰.

그동안의 번개들과 차이가 있다면,

파지지지지지지지직 ― !

허공에 튀어 오른 번갯불이 사라지지 않고 그 형태를 유지한다는 점이었다.

“……!”

“……!”

순식간에 자신들의 기술이 사라진 것을 목격한 쿠마리와 암흑룡의 두 눈이 살짝 흔들렸다.

스윽 ―

태운이 허공으로 손을 뻗자,

치지지지지직!

흑운과 은화살을 없애버린 자뢰 한 줄기가 사라지지 않고 태운에게로 돌아와 그의 주위를 빙글빙글 돌기 시작했다.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계속해서 태운의 주위를 맴도는 자뢰.

몸에 마치 보라색 고리 하나를 두른 듯한 모습이 된 태운은 두 존재를 바라보며 씨익 미소를 지었다.

“성장은 언제나 즐거운 법이지.”

톡 ―

태운은 자신을 둘러싼 자주색 고리를 손가락으로 건드려보았다.

치직!

마치 까칠한 애완 고양이마냥 까탈스럽게 튕기는 자뢰.

그런 자뢰를 바라보는 태운의 입가에는 어느새 흐뭇한 미소가 피어오르고 있었다.

“자신의 성장을 두 눈으로 확인하는 건 더욱더 즐거운 법이고.”

오싹!

가면 뒤 태운의 눈과 두 눈을 마주친 쿠마리는 순간적으로 전신에 소름이 끼쳤다.

격의 차이를 느낀 것이다.

그것도 압도적인 차이를.

덜덜덜!

쿠마리의 전신이 떨리기 시작했다.

<…….>

자신의 머리 위에 있는 주인이 떨고 있다는 사실을 알아챈 암흑룡.

주인의 능력을 알고 있는 암흑룡은 어쩔 수 없이 자신을 희생하기로 했다.

<떨지 마시오, 주인. 내 한 몸 희생할 테니. 오랜만에 바깥 공기였는데 아쉽긴 하지만…….>

“…흑비(黑飛)…….”

쿠마리가 침울해진 눈으로 암흑룡의 애칭을 부르며 그를 내려다보았다.

애초에 암흑룡을 희생시킬 생각이었던 쿠마리였지만, 그렇다고 가슴이 아프지 않은 것은 아니었으니까.

더군다나 스스로 희생하겠다고 말을 하고 있지 않은가?

혹시라도 흑비와 이무기들이 섭섭한 감정을 느끼지 않게 그들의 힘을 자연스럽게 흡수하려 했던 쿠마리였기에 암흑룡의 말은 그녀의 가슴을 더욱 무겁게 만들었다.

“…미안해.”

<별말을 다 하시는군. 이 지루한 삶, 오히려 주인과 보낼 수 있어 이쪽이 더 영광이었소. 부디 뜻한 바를 이루고 행복하시길.>

“…….”

슬픈 눈으로 암흑룡의 머리를 한 차례 쓰다듬은 쿠마리가 저 먼바다 뒤로 물러서고,

쿠우우우우우 ― !

홀로 남은 암흑룡이 거대한 기운을 일으키기 시작했다.

<지금껏 수만 년을 살아왔지만, 너처럼 비늘이 떨릴 정도의 강자는 실로 오랜만이군.>

“…너는 대체 어떻게 말을 하고 있는 거지?”

태운은 하얀 가면 뒤에서 자줏빛 안광을 터뜨리며 자신과 쿠마리 사이를 막고 있는 암흑룡을 노려보았다.

<흥, 언어가 너희 인간들의 전유물인 줄 아는가. 모든 생물들은 각자 자신들만의 언어가 있는 법. 이래서 인간들이란…….>

“누가 뭐라고 했냐? 그러니까 지금 너가 어떻게 인간의 말을 하고 있는 거냐고 묻고 있는 거잖아.”

태운은 자신을 도발하려는 듯한 암흑룡의 말을 귓등으로 흘리며 재차 다시 물었다.

‘인간의 언어를 아는 몬스터라…. 최대한 알아낼 수 있는 것들은 전부 알아내는 게 좋겠지.’

단 한 번도 보고된 적이 없는 케이스였다.

더군다나 인간과 소통이 가능한 암흑룡이라면 던전의 비밀에 대해 알고 있을 가능성이 컸다.

하지만,

<흥, 내게서 뭔가 캐내 보려고 하는 듯한데… 그런 무의미한 짓은 통하지 않는다.>

암흑룡은 그런 태운의 의도에 쉽게 넘어가 주지 않았다.

수만 년을 살았다더니 확실히 연륜은 있는 모양이었다.

“아, 그래?”

놈에게서 정보를 캐낼 수 없다고 판단한 태운은 빠르게 결단을 내리고 몸을 날렸다.

파앗 ― !

“그럼 너한텐 볼일 없어.”

* * *

이미 이 던전 안에 있는 몬스터를 죽이면 쿠마리의 힘이 강해진다는 것을 눈치챈 태운이었다.

굳이 암흑룡을 죽여 쿠마리를 강하게 만들 필요는 없었기에,

피잇 ― !

태운은 빠르게 암흑룡의 옆을 지나쳤다.

그러나,

<어딜 가는 거냐? 네 상대는 바로 나다!>

쿠우우우우우 ― !

암흑룡의 전신에서 마력이 격동함과 동시에 놈의 옆을 지나치던 태운의 신형이 암흑룡에게로 강제로 끌려가기 시작했다.

“……!”

깜짝 놀란 태운.

고개를 돌려 암흑룡 쪽을 바라보니,

콰아아아아아아아 ― !

일대의 모든 것이 암흑룡에게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이무기들의 시체는 물론이고, 던전 전체를 뒤덮고 있던 까만 바닷물과 대기마저 끌어당기고 있는 암흑룡.

키이이이이이잉 ― !

하늘에서 커다랗게 똬리를 튼 암흑룡의 몸통은 어느새 시커멓고 깊이를 짐작조차 할 수 없는 하나의 거대한 검은 구멍으로 변해있었다.

그래, 마치 블랙홀처럼 말이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 ― !

던전 안에 있던 모든 것들이 속수무책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건,

슈우우우우욱 ― !

태운도 예외는 아니었다.

빠른 속도로 암흑룡이 만들어낸 블랙홀로 빨려 들어가는 태운.

무력하게 끌려 들어가는 태운을 바라보며 암흑룡이 광소를 터뜨렸다.

<크하하하하하! 너는 여기서 나와 죽는다! 주인의 털끝 하나 건드리지 못할 것이야!>

[암천공(暗天孔)]

암흑룡이 자신의 몸을 희생시켜 만들어낸 커다란 블랙홀이 세계를 집어삼키려 하고 있었다.

만약 현실에서 암흑룡이 이 기술을 썼더라면 불과 1~2초만으로도 도시 여러 개를 소멸시켰을 정도의 어마어마한 위력.

하지만 언제나 그렇듯,

“어둠… 그래, 어둠도 중력과 관련이 있긴 하지.”

상대가 너무 나빴다.

키이이이잉!

대기와 함께 빨려 들어가던 태운의 전신의 마력이 들끓음과 동시에,

[중력장(重力場)]

지이이이이잉 ―

태운의 몸을 중심으로 넓게 중력장이 퍼져나갔다.

“네놈의 중력과 나의 중력, 누가 더 강한지 한번 볼까?”

<…네, 네놈! 중력마저 다루는……!>

암천공을 펼친 채 웃음을 터뜨리던 암흑룡의 두 눈이 놀라 휘둥그레졌다.

설마하니 중력까지 다루고 있을 줄은 몰랐던 듯했다.

지이이이잉 ―

넓게 퍼져나간 중력장의 범위 안에 암천공이 모두 포함되는 그 순간,

팍!

태운은 가슴 쪽으로 모았던 양팔을 활짝 펼쳤다.

[반중력(反重力)]

키이이이이잉 ― !

암흑룡이 만들어낸 모든 걸 안으로 끌어당기려는 인의 중력과,

꾸우우우우웅 ― !

태운이 만들어낸 모든 걸 밖으로 밀어내려는 척의 중력이 팽팽한 줄다리기를 시작했다.

그러자 암천공을 향해 날아들던 모든 물체들이 팽팽한 두 힘에 끼여 허공에 우뚝 멈추었다.

키기기기긱……!

<크아아아악!>

기합을 내지르며 안간힘을 쓰는 암천룡.

그극…….

마력의 양만큼은 놈이 훨씬 더 많았는지 허공에 멈춰있던 이무기의 시체들이 조금씩 암천공을 향해 다가가고 있었다.

그 모습에,

씨익 ―

태운의 입가에 미소가 피어올랐다.

“…최대한 안 죽이려고 했다만…. 하긴 그렇다고 오랜만에 마력 수치 덩어리를 만났는데 그냥 지나치기도 좀 그렇네.”

핏 ― !

태운의 몸 주위를 감싸고 있던 자줏빛 고리가 지그재그로 펼쳐지며 암천룡에게로 날아들었다.

아까 전 만들어냈던 자뢰 한 줄기였다.

치지지직!

눈 깜짝 할 사이에 암흑룡의 머리에 적중하는 자줏빛 번개 한 줄기.

<크아아아아악!>

순식간에 날아든 자뢰에 맞은 암흑룡이 커다란 고통에 몸부림쳤다.

치지지직!

치이이이익!

그리고 그 순간, 자뢰의 두 번째 특성이 빛을 발했다.

치지지지지직!

자뢰가 청뢰처럼 마력을 빨아먹으며 순식간에 온몸을 타고 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여기에서도 한 가지 차이점이 있었는데,

<크아아아아아악!>

데미지를 입히는 방식이 감전의 개념이 아니었다는 것이다.

치이이이이이익!

암흑룡의 몸 이곳저곳에서 뿌연 연기가 치솟기 시작했다.

자뢰는 네 개의 마력 입자가 강한 핵력에 의해 단단히 결합된 하나의 완성된 무기.

일반 번개보다도 몇 배는 더 뜨거운 열을 지닌 자줏빛 칼날이 암흑룡의 몸 이곳저곳을 헤집고 있었다.

그래, 정리하자면 감전이 아니라 번개보다 뜨겁게 달아오른 칼날이 광속에 가까운 속도로 전신을 난자하고 있는 것이었다.

콰지지지지지직!

치이이이이이이 ― !

<크아아아아아아악!>

자뢰에 맞은 순간부터 아무런 말도 내뱉지 못하고 비명만 지르던 암흑룡.

끝내 그 고통을 견디지 못한 암흑룡의 눈이 하얗게 뒤집히는 순간,

퍼어어어어어어엉 ― !

그가 만들어낸 암천공이 커다란 폭발을 일으키며 터져나갔다.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 !

던전 전체가 금방이라도 무너질 듯 요동치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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