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00화 (100/300)

100화. 두 번째 괴물이 들어옴 (2)

헌터 협회.

과도한 업무와 박봉, 그리고 무능력한 사회적 이미지로 인해 헌터 중 낙오된 사람들만이 가는 곳이 아니냐는 인식이 박혀있던 집단.

그랬던 헌터 협회가 지금,

타다다닥!

완전한 탈바꿈의 화룡점정을 그려 넣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어떤 방식으로?

그건 바로 협회 전력의 강화였다.

“특별법이 만들어지면 특임반의 명칭은 앞으로 ‘코스모스(Cosmos)’ 조, 대헌터진압특수부대로 바뀔 예정입니다. 최소 조건은 알파조 위, 그러니까 S급 이상의 헌터만이 코스모스 조로 활동할 수 있지요.”

코스모스(Cosmos).

질서 있는 우주를 뜻하는 말.

그 이름처럼 질서 있는 사회, 질서 있는 세계를 만들겠다는 태운의 포부가 담긴 팀 이름이었다.

그러나,

“S급이라… 하지만 S급의 인재가 그리 쉽게 나오는 것도 아니네. 만성적인 인원 부족에 시달리고 결국 앞으로도 자네 혼자 다 해야 할 텐데, 정말 괜찮겠나?”

기준이 S급이라는 커다란 문제가 있었다.

S급이라는 인재가 그렇게 쉽게 나올 수 있을 거였다면, 한국 전체에서도 아직까지 10명도 넘지 못했을 리가 없었으니까.

S급부터는 사실상 재능의 영역이었다.

마력 수치 10,000을 넘은 A급 헌터들 중에서는, S급이 될 수 있는 30,000에 도달하기는커녕 20,000도 넘지 못하고 계속 정체하고 있는 헌터들이 8할 이상이었다.

A급 몬스터부터는 헌터와 같은 등급이더라도 그 강함의 차원이 달랐기 때문.

A급부터는 기본적으로 몬스터들의 지능이 크게 상승했기에, 던전 토벌 시 부상의 빈도가 크게 늘어나 자가 회복에 사용하는 수치가 크게 늘어났던 것이다.

실제로 A급 헌터들은 A급 던전 토벌에 들어가면 약 60% 확률로 오히려 마력 수치의 손해를 보고 나온다는 통계 결과도 있었다.

때문에 A급 헌터들이 점차 A급 던전에 들어서는 걸 꺼리게 되고, B급 던전 토벌만을 반복하는 악순환이 이루어지는 것.

인재가 많은 4대 길드에서조차 A급 헌터들이 손해를 보고 나올 확률이 절반에 육박하는데 다른 길드에서는 오죽하겠는가?

괜히 S급 헌터가 희귀하고, A급 최상위 헌터들마저 대단한 존재들이라는 인식이 있는 것이 아니었다.

그런 의미에서 보면 A급 최상위에 도달한 협회의 동석과 태성은 대단한 사람들이었다.

하지만 태운은 그 정도로 만족할 수 없었다.

“물론 S급 헌터가 되는 것은 무척이나 어렵습니다. A급이 되더라도 그 가능성은 극악을 자랑하지요. 하지만 A급 헌터들 중 단 1%… 아니, 0.1%의 가능성으로 S급 헌터가 되더라도 말입니다. 그 모집단이 늘어나면 그 절대적인 숫자는 늘어나게 되지 않겠습니까?”

전 세계적으로도 비율상 A급 헌터 30명 ~ 40명 중의 1명꼴인 S급 헌터.

그 비율을 100명 중의 한명으로 조정하더라도, 그 A급 헌터의 숫자를 1,000명으로 늘린다면?

S급 헌터는 10명이 탄생한다.

태운의 말을 들은 동석의 표정에서 의아함이 묻어나왔다.

“…A급을 늘린다…? 대체 어떻게 하겠다는 건가?”

씨익 ―

태운의 입가에 의미심장한 미소가 그려졌다.

“…곧 알게 되실 겁니다. 조금 이따 부협회장님 오시면, 그때 한 번에 말씀드릴게요.”

“……?”

“근데 뭐 별건 아니니까 너무 기대하진 마시고요.”

말과는 다르게 무언가 커다란 일을 꾸미고 있는 듯한 태운의 표정에,

꿀꺽!

바로 얼마 전 호되게 당했던 동석은 마른침을 연신 삼켜야 했다.

* * *

헌터 협회 비밀 커뮤니티, ‘아틀라스’.

협회 특유의 부정적인 분위기로 인해 거의 협회장과 부협회장의 공지글 확인용이나 신세 한탄용으로 전락했었던 아틀라스는 최근 특임반장이 올린 명절 보너스 공지로 인해 상당한 활성화를 이루었다.

특히 명절 보너스 공지 이후 커뮤니티 내 새롭게 만들어진 탭인 ‘소확행’과 ‘행복 FLEX’가 가장 활발했다.

소소하게 행복한 일상을 올리는 일종의 SNS 같은 소확행은 각종 맛집이나 일상과 관련된 사진과 영상, 글들이 올라왔고, 큰맘 먹고 지른 비싼 물건이나 여행에 관련된 글이나 사진, 영상은 행복 FLEX에 업로되었다.

이 모든 것이 특임반장, 태운의 등장 이후 직원들의 소득적인 개선과 업무량의 감소가 이루어진 덕분이었다.

그랬기에 협회 소속 직원들은 전부 항상 특임반장에 대한 감사함을 가지고 있었다.

안 그래도 거의 찬양하다시피 할 정도로 협회 내 입지가 한없이 드높았던 특임반장.

그러던 와중에,

띠링 ―

새롭게 올라온 공지글은 그를 그야말로 하나의 신적인 존재로 만들어 주었다.

[전체 공지]

제목 : 협회 전력 강화 프로젝트

=> 안녕하십니까, 특임반장입니다. 불철주야 항상 열심히 일해주시는 협회 직원분들께 좋은 소식을 전하고자 이렇게 공지를 드리게 되었습니다.

=> 특별법 제정을 앞두고 있는 지금, 앞으로 맞이하게 될 협회가 주도하는 헌터 사회를 대비하기 위해 협회장님을 비롯하여 부협회장님과 저 또한 협회의 전력을 증대할 필요성이 있다고 생각했습니다.

=> 협회의 전력 증대를 어떻게 하냐고요? 물론 강하고 가능성 많은 인재들이 협회에 들어오는 것이 가장 확실한 방법이겠지요. 하지만 또 하나가 있지 않습니까? 바로 지금 계신 분들의 전력을 강화하는 것입니다.

=> 최근 업무적 부담을 덜게 된 전투부서 직원분들의 성장 속도가 예전에 비해 상당히 빨라졌음을 알고 있습니다만… 아직 부족합니다. 그래서 이렇게 준비했습니다.

(공지하는 모든 내용은 협회장님, 부협회장님과 이미 상의된 내용이며, 두 분의 승인하에 이루어지는 것임을 사전에 알려드립니다.)

=> 첫 번째, ‘레이드 부스터 프로그램’을 운영합니다. 월 1회, 상위 등급 직원이 여러분들의 던전 레이드에 동행할 것입니다. 예를 들면 알파조의 A급 던전 레이드에 제가 동행하는 방식이지요. 사실상 협회도 길드가 헌터들을 육성하는 방식을 차용하는 것입니다. 단, 동행한 상위 등급 직원은 몬스터를 묶는 역할만 합니다. 성장은 여러분들의 몫이니까요. 부상 빈도가 상당히 줄어들고 레이드 속도가 빨라지겠지요? 이는 곧 여러분들의 수익 증진까지도 연결될 것입니다.

=> 두 번째, 행정부서 직원분들을 위한 ‘유급 성장 휴가 제도’를 실시합니다. 아무리 행정부서 직원분들께서 사무직이라고는 하시지만, 여러분들도 헌터입니다. 누구나 그렇듯 성장에 대한 갈망은 어느 정도 가지고 계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월 1일, 던전 레이드를 위한 유급 휴가를 드립니다. 협회 업무에 지장이 가지 않는 선에서 10명 단위로 유급 성장 휴가 신청해주시면 되겠습니다. 던전 토벌에 대한 걱정은 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마무리되지 않은 던전은 저를 비롯한 전투부서에서 처리할 예정이니까요. 이 또한 여러분들의 수익 증진까지도 연결될 것입니다.(단, 해당 던전의 토벌 수익은 토벌한 전투부서가 8할을 가져갑니다.)

=> 마지막으로 ‘코스모스’ 조로 이름이 바뀔 특임반이 운영하는 ‘코스모스 마켓’을 오픈합니다! 전력 강화를 한다면서 뭘 파는 거냐고요? 바로 마석입니다! kg당 시가 10억짜리 마석을 협회 직원분들께만 단돈 1억에 판매합니다. 이는 협회 기밀 사항으로 외부인에게 알려지는 즉시 판매가 중단됩니다. 그러니 직원분들께서는 코스모스 마켓에 대한 기밀 유지를 위해 어디서든 언급 자체를 금해주시기 바랍니다. 자신의 성장에 과감히 투자하고 싶으신 분들은 언제든 제게 문의해주시기 바랍니다.

=> 헌터 사회를 우리 헌터 협회가 주도할 날이 머지않았습니다. 그때를 위하여 우리 모두 힘을 길러 당당하게 그 변화를 맞이합시다. 그리고 그 변화된 질서를 유지하기 위해 끝없이 정진하는 헌터 협회가 되었으면 좋겠습니다. 여러분, 그동안 수고 많으셨습니다. 그리고 앞으로도 잘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 P.S.(1) 유급 성장 휴가를 악용하다 적발 시, 그 즉시 징계가 내려지며 그 정도에 따라 최소 3개월간의 감봉, 최대 협회 퇴출에 처해질 수 있다고 하시니 유념해주시기 바랍니다.

=> P.S.(2) 마석 구매하시겠다고 대출까지 받으시는 일은 없길 바랍니다. 무이자 할부 24개월까지 가능하니까요.

=> P.S.(3) 코스모스 마켓에서 구매한 마석을 협회 외부인에게 판매했다는 사실이 적발, 혹은 뒤늦게 알려지는 경우에는 마석 판매가 그 즉시 중단됩니다.

“……!”

“…미쳤어…….”

“…그는 신인가?”

본부를 포함한 전국의 협회 지부가 뒤집어졌다.

성장의 기회가 열린 행정부서 직원들도 직원들이지만,

“시가의 10분의 1……?”

“전 재산 올인이다!”

“담배 끊어! 시X 이제부터 돈 모은다!”

“술자리? 미쳤냐? 나 술 끊었어.”

아직 A급에 도달하지 못한 베타, 감마, 델타조원들의 의욕과 사기가 하늘을 뚫기 시작했다.

* * *

부우웅 ―

“…….”

알파조의 업무용 캠핑카 안.

업무가 개편된 이후 굉장히 오랜만에 알파조 3명이 모두 모여 있었다.

아니, 이전과 달리 새로운 얼굴 한 명이 더 있었다.

“…제 얼굴에 뭐가 묻었나요?”

알파조 3명에게 둘러싸인 잿빛 은발의 남자, 강천이 하얀색 반가면을 쓴 채 어색한 표정으로 눈동자를 굴리며 눈치를 살폈다.

“…와, 신입이다.”

태성이 작게 중얼거렸다.

“신입이네요.”

“정말 신입이다.”

인하와 기성도 멍한 눈으로 강천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아니, 왜들 이래!’

협회가 처음인데다 단번에 알파조에 배정된 강천은 당최 적응할 수가 없었다.

처음 만난 순간부터 자꾸만 자신을 빤히 쳐다보는 3명의 시선은 도저히 익숙해지지가 않았으니까.

하지만 그동안 알파조의 사정을 아는 이들이었다면 그들의 반응을 충분히 이해할 것이었다.

“…저, 저기 그만 쳐다보시면 안 됩니까? 부담스러운데… 어어! 앞에 보세요!”

끼익 ― !

운전대를 잡고 있던 태성은 백미러로 계속 강천을 보고 있다가 순간적으로 신호를 위반할 뻔했다.

“크, 크흠!”

그제서야 정신을 차린 태성은 백미러에서 눈을 떼며 헛기침을 했다.

“미안하다, 신입. 알파조에 신입이 들어온 게 너무 오랜만이라서…….”

“와줘서 고마워.”

“정말 고맙다.”

인하와 기성이 초롱초롱한 눈빛으로 강천을 바라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근데 얼굴 보여주면 안 되는 거야? 궁금한데.”

“아.”

인하의 말에 강천은 하얀 반가면을 잠시 벗었다.

“차 안에서는 괜찮아요. 애초에 형이 외부 사람들 눈에만 띄지 말라고 준 거라서.”

“오, 잘생겼네.”

인하의 말에,

“……?”

기성이 동그란 눈으로 인하를 쳐다보았다.

순간 살짝 말을 실수했음을 인지한 인하는 곧바로 말을 덧붙였다.

“…오해하지 마. 난 너 같은 스타일이 더 좋으니까.”

“음.”

그제서야 다시 만족한 듯 고개를 끄덕이는 기성.

커플의 꽁냥거림이 불편했던 태성은 곧바로 대화의 화제를 돌렸다.

“특임반장님이랑 아는 사이었다며? 그 양반한테도 정말 과거가 있긴 했구만. 워낙 하늘에서 뚝 떨어진 듯한 사람이라서…. 사실 같은 사람인지도 의심하고 있었던 차였거든, 큭큭!”

“하하하… 그 형이 워낙 사람 같지 않기는 하죠.”

강천은 여러 의미로 동의한다는 듯 작게 웃어 보였다.

얼마 전 자신을 혹독하게 몰아붙이던 태운의 모습에 강천의 머릿속 태운에 대한 평가는 대폭 수정되었으니까.

같은 아픔을 가지고 엄청난 재능과 실력을 가진 존경스러운 형에서,

파르르 ―

다재다능한 면적으로는 존경스럽긴 하지만 악마보다도 무자비한 형으로 말이다.

부우웅 ―

벌써 30분째 어디론가 가고 있는 알파조의 업무용 캠핑카.

문득 궁금해진 강천은 태성에게 질문을 던졌다.

“그런데 저희 어디로 가는 건가요?”

“응? 아아, 말 안 했나?”

운전대를 잡은 태성의 입가에 씨익 미소가 그려졌다.

“당연히 신입이 들어왔으니 테스트를 봐야지.”

씨익 ―

씨익 ―

조수석에 앉은 인하와 강천의 옆자리에 앉은 기성의 입가에도 음흉한 미소가 그려졌다.

“신입… 테스트… 성공적……!”

“실력! 실력을 보자!”

너무 오랜만에 신입이라 그런 것일까.

과하게 흥분한 듯한 알파조원들의 반응에,

‘…여기 뭐야, 무서워.’

강천의 안색은 조금씩 파리해지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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