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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03화 (103/300)

103화. 욕심 부리다 배가 터짐 (1)

협회가 새로운 인물과 새로운 변화를 꾀하며 발전을 거듭하고 있는 그때,

“…어떻게 할 겁니까?”

“…….”

꼬리를 자르며 가까스로 목숨을 건진 여당 기득권 세력들은 여전히 발등에 남아있는, 아니 더 매섭게 타오르고 있는 불씨를 감당하느라 정신이 없는 상태였다.

“이제 어떻게 할 거냐고 묻고 있지 않습니까?”

현 대한민국 대통령 김정원이 잔뜩 초조해진 표정으로 여당 의원들을 닦달하고 있었다.

“보궐 선거로 의인당이 제1야당으로 눈 깜짝할 사이에 자리를 잡았습니다! 그뿐입니까? 그동안 우리 여당과 XX당의 눈치만 살살 보던 소수당들마저 죄다 의인당의 손을 잡거나 합당까지 해버렸어요! 이제 의석수마저 우리가 밀린단 말입니다!”

총 국회의원 의석수 300석 중 이번 보궐 선거를 통해 의인당이 차지한 의석의 수는 113석.

본래 서민우 의원이 무소속으로 1석을 가지고 있었으니 총 114석이나 되는 굉장한 의석수였다.

물론 총 130석을 가지고 있다가 보궐 선거에서 2석을 추가로 확보하여 132석이 된 여당에는 미치지 못했지만,

‘젠장……!’

‘소수당 이것들이 우리 손을 쳐내고 의인당에 붙어……?!’

나머지 54석을 차지한 여러 소수당들이 의인당의 편을 들고 있다는 것이 커다란 문제였다.

사실상 168 대 132.

한순간에 여당이 을로 전락해버린 것이었다.

제1야당과 손을 잡고 나라를 손에 쥐고 뒤흔들었던 정부.

일단 살기 위해 거의 절반에 가까운 몸통이었던 전 제1야당을 버렸으니 그 여파가 크지 않을 리가 없었다.

“국회의원 의석수뿐입니까? 이젠 무력도 쓸 수 없어요! 주작길드장은 아직도 연락이 안 됩니까?”

김정원 대통령의 호통에 강동국 의원이 고개를 살짝 숙이며 대답했다.

“…주작길드에서도 모른다며 발뺌을 하고 있습니다. 갑자기 길드장과 부길드장이 돌연 잠적을 해버렸는지, 그들조차 지금 그들이 어디 있는지 찾지를 못하고 있다고…….”

콰앙!

성질에 못 이긴 김정원 대통령이 회의실 테이블을 강하게 내리쳤다.

“정말 그 말도 안 되는 뻔한 변명을 믿는 겁니까? 수틀리니까 당연히 잠적한 거겠죠! 그럼 이제 어떻게 할 겁니까! 이대로면 우리도 박 의원이나 이 의원 꼴이 되어버린단 말입니다!”

사형 선고를 받고 수감 중인 제1야당의 주요 5인들.

물론 대한민국은 사형을 선고만 할 뿐 집행은 하지 않는 나라로 알려져 있었다.

1997년 이후 집행하지 않은 지가 올해로 딱 100년째 되는 해였으니까.

아마도 사형을 한다기보다는 죽을 때까지 수감되어 있을 확률이 높은 것이다.

하지만 설령 아무리 그렇다고 해도 김정원 대통령은 결코 안심할 수가 없었다.

이놈의 의인당과 협회가 어떤 카드를 들고나올지 알 수 없었으니 말이다.

막말로 자신이 내쳐지고 협회를 위시하여 국정을 휘어잡은 의인당 정부가 갑자기 사형수들에 대해 사형 집행을 실시하라고 할지 누가 알겠는가?

더군다나 김정원 대통령은 지금의 이 기득권자의 위치를 절대 잃고 싶지 않았다.

“다들 무슨 꿀 먹은 벙어리입니까! 입이 있으면 말을 좀 해보세요! 하다못해 일도 제대로 마무리하지 않고 잠수 타버린 도명조를 찾을 방법이라도 이야기해보라고! 주작 놈들 입이라도 강제로 벌릴 방법이라든지!”

계속되는 김정원 대통령의 닦달에도 약속이라도 한 듯 모두 입을 굳게 다물고 있는 여당 의원들.

아무리 머리를 쥐어 짜내도 이 상황을 타파할 좋은 방법이 떠오르지 않는지, 다들 아무 말 없이 식은땀만을 흘리고 있었다.

그런 가운데, 강동국 의원이 다시 한번 조심스레 말을 꺼냈다.

“…도명조를 찾을 방법은 아니지만… 주작 놈들의 입을 열 방법이라면 제게 방법이 하나 있긴 합니다.”

“그렇지! 역시 강 의원님! 믿을 건 정말 강 의원님밖에 없어요! 자자, 그래서 그 방법이 무엇입니까?”

“그것이 말입니다…….”

강동국 의원이 제안한 방법을 들은 김정원 대통령.

“…그래! 왜 그 생각을 못 했지……?”

초조함만이 가득하던 그의 표정에 한줄기 화색이 돌기 시작했다.

* * *

중국의 대도시 중 하나인 쓰촨성의 청두.

와글와글.

세계에서 가장 많은 인구를 가지고 있는 중국의 대도시답게 청두의 거리는 수많은 사람들로 바글거렸다.

콰삭!

한 남자가 벤치에 앉아 사과 하나를 베어 물고 있었다.

스윽 ―

벤치 등받이에 기댄 채 하늘을 올려다보는 남자.

“…하늘 참 맑네.”

남자는 새삼 맑은 하늘에 나지막하게 감탄했다.

중국은 마정석 에너지 사용으로 세계에서 가장 큰 환경적 변화를 겪은 나라 중 하나였다.

던전이 나타나기 직전인 2060년대에는 방독면이 없으면 거리를 제대로 나서지도 못할 정도로 온갖 매연과 먼지로 가득 오염되었었던 중국이었으니까.

오죽했으면 물이 가장 더러운 나라는 인도, 공기가 가장 더러운 나라는 중국이라는 말도 나돌았을 정도였다.

덤으로 그로 인해 가장 큰 피해를 본 건 대한민국이었다.

“…이게 다 우리 헌터 덕분이지. 안 그러냐?”

“맞는 말씀입니다.”

남자의 말에 5보 정도 떨어져 서 있던 정장을 입은 남자가 미동도 하지 않은 채 대답했다.

“킥킥킥.”

남자는 정장을 입은 남자의 대답에 만족한 듯 작게 킥킥거렸다.

그렇게 남자는 계속 벤치 등받이에 머리를 기댄 채 고개를 좌우로 살짝살짝 굴리며 빈둥댔다.

“하여간 너무 살기 좋은 시대라니까. 아주 그냥 너무 행복해서 질리겠… 응?”

우우웅 ―

빈둥대던 남자의 주머니 속에서 갑자기 핸드폰이 울렸다.

스윽 ―

핸드폰을 꺼내 발신자를 확인하는 남자.

피식 ―

남자는 핸드폰 화면에 뜬 발신자의 이름을 보고 웃음을 흘렸다.

“필요할 때만 전화하는 양반이잖아? 또 뭐가 필요해서 전화를 다 하셨을까……?”

남자는 잠시 핸드폰을 바라보다 통화버튼을 눌렀다.

“여보세요.”

{오랜만입니다. 류하오 헌터.}

전화 너머에서 중후한 남성의 목소리가 흘러나왔다.

“예 오랜만이네요. 공사가 다망하신 국회의원께서 어쩐 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전화를 받은 남자, 중국의 헌터 류하오가 전화에 대고 빈정대는 어투로 대답했다.

{하하하! 류하오 헌터께서 아무래도 이 사람에게 서운하셨나 봅니다. 그간 연락을 많이 드리지 못해 죄송합니다. 아무래도 저도 여유가 많이 없다 보니…….}

남자의 변명에 류하오의 입가에 희미한 비웃음이 잠시 어렸다 사라졌다.

“아유, 뭐 국회의원이라는 자리가 그런 자리니까요. 괜찮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또 어떤 일로 전화를 다 주셨습니까?”

{제가 꼭 무슨 용건이 있어서 전화를 드린 건 아니…….}

“하하하하하! 강 의원님?”

{…네?}

돌연 류하오의 목소리에 날이 서자 전화 너머의 남자, 강동국 의원은 저도 모르게 긴장했는지 마른침을 꿀꺽 삼켰다.

“저는 본론 이야기 안 하고 이리저리 에두르는 거 싫어합니다. 아시지 않습니까? 우리 서로 소중한 시간 낭비하지 말자고요.”

주륵 ―

강동국 의원의 이마에서 식은땀 한 방울이 흘러내렸다.

상대는 중국의 고위 헌터였다.

한국의 고위 헌터라면 몰라도 외국의 고위 헌터, 그것도 중국의 고위 헌터는 국회의원이자 여당의 NO.2인 강동국에게도 부담스러운 상대였던 것이다.

{크, 크흠. 그럼…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씀드리겠습니다.}

강동국 의원은 귀에 꽃힌 자동번역기를 만지작거리며 목소리를 가다듬었다.

“흥.”

강동국 의원의 말에 류하오는 코웃음을 쳤다.

‘그럴 줄 알았지.’

전부터 여러 번 거래 관계를 이어왔던 대한민국 여당과 류하오였다.

류하오는 중국의 S급 헌터 중에서도 상당한 위치에 올라 있는 인물이었으니까.

한국에 4대 길드가 있다면 중국에는 팔룡이라고 불리는 8대 길드가 있었다.

인구만큼이나 헌터가 넘쳐나는 중국에 존재하는 수백 개의 길드 중 최상위 8개 길드인 8대 길드.

그 8대 길드는 3대 길드인 통칭 ‘천지인(天地人)’과 5대 길드인 통칭 ‘오행(五行)’으로 한 번 더 나뉘었는데, 류하오는 그 중 오행 중 하나인 수룡 길드의 3인자였다.

그의 사회적 위치는 길드장도 아닌 길드의 3인자임에도 대도시 청두가 속한 쓰촨성의 최고권력자인 서기(한국의 도지사와 비슷)보다도 높을 정도.

그야말로 하늘에 닿을 듯한 위치에 자리한 자였던 것이다.

이는 그만큼 현시대에서 헌터들이 그 자체로 엄청난 사회적 위치를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알려주는 증거이기도 했다.

어쨌든 그런 류하오의 코웃음에,

파르르 ―

그와 통화를 하던 강동국 의원의 어깨가 살짝 떨려왔다.

{…한국의 주작길드를 기억하고 계신지요?}

“…주작길드? 아… 그 한국의 4대 길드 말입니까? 나름 최강이라고…. 한국 정부의 뒤를 봐주고 있다고 했지요?”

한국의 길드 중 최강이라 여겨지는 주작길드를 우습게 보는 듯한 류하오의 발언.

하지만 그는 충분히 그럴 수 있는 위치에 있는 자였다.

{예, 그렇습니다. 근데 최근 어떤 일을 맡겼었는데 그 일을 제대로 해결하지 않은 채 주작길드의 길드장과 부길드장의 행방이 묘연해졌습니다.}

“…잠수를 탔군요?”

{네.}

말을 하면 할수록 강동국 의원의 목소리의 떨림이 사라져 갔다.

류하오와 통화를 한다는 긴장감보다 이 사태에 대한 분노가 점점 더 커져 가는 까닭이었다.

“그래서… 뭐 어쩌라는 겁니까? 저보고 찾아달라고요?”

{그것보다는… 주작길드원들이 알고 있는 것 같은데 입을 열지 않고 있습니다. 주작길드는 정부와 손을 잡은 길드 중 최강의 패인지라… 그들이 입을 열지 않으면 저희가 할 수 있는 방법이 없어서 말입니다.}

“아하… 그래서 내가 가서 입을 열게 해달라?”

{네, 그렇습니다. 그리고 또 한 가지.}

“…또?”

강동국 의원은 말을 내뱉기 전, 한 번 크게 숨을 들이쉬었다가 내쉬며 심호흡을 했다.

{팔룡 길드에서 한국 헌터 협회 직원 하나만 제거해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꿈틀.

류하오의 붓처럼 짙은 눈썹이 꿈틀거렸다.

“헌터 협회 직원을 제거해달라… 아니 협회 소속 헌터라면 머저리 중 머저리일 텐데 그것마저 저한테, 아니 팔룡 길드에까지 부탁하신다고요?”

{…예? 머저리가 아닙니다. 뉴스 한 번도 접하지 못하셨습니까? 지금 한국은 그자 때문에 난리가 났습니다만…….}

“…난리요?”

정말 모르는 듯한 류하오의 목소리에 강동국 의원은 고개를 갸우뚱거렸다.

{모르십니까…? 특임반장이라고…….}

지직…….

강동국 의원이 특임반장을 언급하는 순간 미세하게 일렁이는 전파.

그리고 그렇게 변형된 신호는 왜곡된 그대로 류하오에게로 전달됐다.

‘…동호회장? 뭔 개소리야, 이 양반…….’

갑자기 알 수 없는 말을 하는 강동국 의원이 의아했지만 류하오는 자신도 모르게 그러려니 하고 넘겼다.

“뭐, 어쨌든 알겠습니다. 그래서, 이번엔 뭘 주실 겁니까? 꽤 일이 많은 것 같은데 이에 합당한 만큼 주시겠지요?”

{물론입니다.}

씨익 ―

전화 너머 강동국 의원의 입가에 처음으로 미소가 그려졌다.

{인천 차이나타운.}

“……!”

류하오의 두 눈이 살짝 커졌다.

{그곳에서 발생하는 모든 이권을 넘겨드리지요.}

“호오……?”

류하오가 살짝 흥미를 보였다.

“근데 그 작은 차이나타운 하나가 그렇게 큰 이득인지는…….”

{얼마 전 팔대 흑사회 중 하나인 동렁과 주작길드가 거래를 했었습니다.}

“…동렁이?”

팔대 흑사회 동렁.

그들은 수룡 길드의 경쟁자인 목룡 길드의 산하 집단이었다.

“풉…! 푸하하핫!”

만족한 듯 웃음을 터뜨리는 류하오.

“목룡 놈들, 배가 꽤나 아프겠는데? 좋아요. 이번 일, 제가 맡지요. 인천 차이나타운이라고 하셨나요? 거기 깔끔하게 싹 한번 청소 좀 해놔 주시죠. 곧 가져갈 테니.”

{물론입니다. 그럼 저희는 팔룡 길드와 류하오 헌터님만 믿고 있겠습니다.}

“예예~”

뚝 ―

건성으로 대답하며 전화를 끊은 류하오.

“어디 감히 함부로 팔룡 길드를 들먹여……?”

스윽 ―

다시 한번 하늘을 향해 고개를 든 그의 입가에는,

“나 혼자 다 먹어야지… 팔룡으로 넘어가면 나눠야 하잖아…? 큭큭!”

어느새 탐욕스럽고 음흉한 미소가 선명하게 그려져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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