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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06화 (106/300)

106화. 욕심 부리다 배가 터짐 (4)

“부길드장……?”

한 손으로 박기훈을 들어 올린 채 류하오의 고개가 갸우뚱거렸다.

소곤소곤.

그러자 왕 비서가 재빨리 류하오의 귓가에 부길드장이라 불린 여인의 정보를 읊어주었다.

“아아~”

류하오는 그제서야 기억이 난 듯 고개를 끄덕였다.

휙 ―

쓸모없는 물건을 던지듯 들고 있던 박기훈을 아무렇게나 내팽개치는 류하오.

쿵!

의식이 희미해진 채 힘없이 추욱 늘어진 박기훈이 말 그대로 지푸라기처럼 쓰러졌다.

“기훈이 형!”

타닷!

선배 헌터들을 뿌리친 정원준은 재빨리 쓰러진 박기훈을 향해 달려가 그를 부축했다.

“으윽… 으으으…….”

“형! 정신 차려! 얼른 자가 회복 사용하라고!”

정원준이 조급한 목소리로 닦달해보았지만,

“으으으으……!”

흰자가 9할 이상 드러날 정도로 눈이 거의 뒤집힌 박기훈은 정원준의 목소리에 반응하지 않고… 아니, 못하고 있었다.

“…기훈이 형 얼른 옮겨!”

“…아! 넵!”

정원준의 말에 뒤에서 대기하고 있던 길드원들 중 두 사람이 달려와 박기훈을 데리고 길드 어딘가로 사라졌다.

박기훈을 데리고 물러나는 두 사람의 얼굴엔 다행이라는 표정만이 가득했다.

박기훈이 무사해서?

아니,

‘어, 얼른 피하자!’

‘도망가서 안 와야겠다……!’

박기훈을 부축한다는 핑계로 지금 이 자리를 피할 수 있었으니까.

미친놈인 류하오도 류하오지만, 돌아온 사람이 하필 광전사 이화연이었다.

지금 저 자리에 머문다는 것은 언제 어떻게 터질지 모르는 커다란 시한폭탄 2개를 양 옆구리에 끼고 있는 것과 마찬가지인 일인 것이다.

아니, 정원준도 있었으니 시한폭탄만 총 3개였다.

실제로 두 사람이 박기훈을 데리고 사라진 뒤,

“그래서… 아가씨? 당신 남친 어디 있는데?”

“…….”

“이 새끼가 감히 화연 누님한테……!”

파지지직!

주작길드 1층은 다시 한번 금방이라도 터질 듯한 험악한 분위기로 치닫고 있었다.

* * *

“아가씨? 말 좀 하지? 아니, 무슨 주작 놈들은 다들 갑자기 묵언수행 들어가는 게 취미라도 되는 거야?”

고개를 까딱거리며 광기로 번들거리는 눈빛을 하고 있는 류하오.

“…….”

류하오의 옆에 말없이 서서 이화연을 노려보고 있는 왕웨이.

그런 류하오와 왕웨이를 바라보는 이화연의 입가엔 보일 듯 말 듯 한 희미한 미소가 걸려있었다.

―아마 정부는 나를 찾기 위해 모든 수를 동원할 거야.

―그럼 어떡해? 계속 그냥 여기 있을 거야? 길드원들은 어쩌고?

―잠깐이면 돼. 얼마 안 걸려. 여기가 정리되는 대로 애들 전부 데리고 와야지. 하지만…….

―정부가 사용할 수라는 게 마음에 걸리는 거지?

―응, 정부가 사용할 수는 사실 단 하나밖에 없어. 최소한 국내 길드 중 자신들의 가장 큰 힘이었던 우리 주작을 위협하기 위해서는…….

―…해외 길드……!

―맞아. 아마 외국의 길드 헌터들에게 요청하겠지. 그 어떤 대가를 치르고서라도. 억만금을 치르더라도 한국 내 기득권만은 유지하고 싶은 욕심 많은 인간들이니까. 아마 중국 길드 헌터가 제일 가능성이 높겠지.

모든 것이 도명조의 예상대로였다.

정말로 도명조와 자신이 자리를 비운 그 짧은 사이, 중국 헌터들이 주작으로 찾아와서 깽판을 치고 있었으니까.

‘역시 오빠는 머리도 좋아. 진짜로 벌써 짱깨 새끼들이 몰려왔네. 전생에 제갈량… 아니, 제갈량도 사실상 짱깨구나. 비유할만한 인물에 누가 있지…? 몰라, 뭐 어쨌든.’

이미 도명조에게서 정답지를 받아온 것과 마찬가지인 이화연은 당당한 기세를 유지하며 한 걸음 앞으로 나아갔다.

“너희는 왜 여기서 이러고 있는 거지? 부탁받은 일이 우리 일뿐만은 아닐 텐데?”

꿈틀.

이화연의 말에 류하오의 눈썹이 꿈틀거렸다.

뭔가를 알고 있는 듯한 이화연의 발언이 그의 심기를 거스른 것이다.

“너… 뭔가 알고 왔구나? 하! 하여튼 이놈의 정치인 새끼들은 입도 싸다니까? 대체 어디서 정보가 샌 거야?”

터벅 ― 터벅 ―

류하오가 어이가 없다는 듯 웃음을 흘리며 이화연의 바로 코앞까지 다가왔다.

그리고는,

콱 ― !

박기훈의 뺨을 사정없이 내리쳤던 손으로 이화연의 얼굴을 붙잡았다.

“맞아. 내가 해야 하는 일이 너희만 있는 게 아니거든? 그러니까 빨리 입 열어. 확 아가리 찢어버리기 전에.”

“저, 저 미친놈이……!”

류하오의 등 뒤에서 정원준의 눈이 홱 돌아가는 듯했으나,

스윽 ―

이화연은 시선을 류하오의 두 눈에 고정한 채 한 손을 들어 정원준에게 손바닥을 펴 보였다.

가만히 있으라는 신호였다.

―그럼… 오빠가 여기를 정리하기 전에 중국 헌터랑 우리 애들이랑 트러블이라도 생기면 어떡해?

―그래서 부탁 좀 하자. 화연아, 정부 눈을 피해서 주작으로 잠깐 돌아가줘. 그리고 내가 곧 연락하면 애들 데리고 이리로 건너와.

―…알았어. 오빠 부탁인데 해야지.

―고마워. 아 그리고 혹시 말이야.

―……?

―중국 헌터든 누구든지 간에 버거운 상대가 찾아온다면… 그놈들과 맞붙지 말고 협회 쪽으로 넘겨버려.

―…협회 쪽으로 넘기라니? 무슨 말이야?

―어떻게든 주작을 협박하러 온 놈들과 특임반장이 부딪히게 만들라는 말이지. 아마 놈들은 두 가지 의뢰를 받고 왔을 테니까. 우리 주작을 닦달해 내 신변을 확보하고 협회의 그놈을 제거하라는 의뢰를 말이야.

―……!

―무력이 아니라면 어떤 방법이든 좋아. 신고를 해버리든, 아니면 거짓말을 하든 무슨 수를 써서라도 놈들의 우선순위를 그놈 쪽으로 돌려버려. 아마 그렇게만 하면 놈들은 다시 주작길드로 찾아오지 못할 거야.

그녀는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

협회 측으로 넘겨버리면 끝날 일이라는 걸.

그리고 그건 그렇게 어려운 일도 아니었다.

눈앞의 이 남자는 자존심 몇 번 살살 긁어주면 알아서 눈이 돌아가 협회로 쳐들어갈 것이 뻔한 인물이었으니까.

특히나 자존심이 강한 중국 헌터들 중에서도 자존심이 드세기로 유명한 류하오였으니,

‘…일 자체는 쉬워.’

도발 몇 번이면 마무리될 일이었다.

하지만 가장 큰 문제가 있었으니,

꽈아아악……!

자존심이 강한 건 류하오 만의 특징이 아니라는 것이다.

‘감히… 내 얼굴을 잡아……?’

이화연의 두 주먹이 거세게 말려 들어갔다.

도명조 외의 남자들은 전부 다 자신의 발밑으로 여기는 이화연이었다.

그런 그녀가 초면인, 그것도 외국의 외간 남자에게 얼굴을 잡혔으니,

빠드드드득 ― !

열불이 나지 않을 리가 없었던 것이다.

그러나,

―화연아, 제발 부탁할게.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긴다면 나를 위해서라도 참아주라.

도명조는 이런 상황까지도 모두 예측하고 미리 부탁을 해놓은 상태였다.

그리고 자신이 인정하고 사랑하는 유일한 남자인 그런 도명조의 부탁을,

“후우우우…….”

그녀는 결코 저버릴 수 없었다.

‘오빠의 부탁이니까… 오빠의 부탁이니까 참는 거야……!’

어차피 협회로 가는 순간 특임반장의 손에 끝장날 녀석이었다.

‘저승 가기 전, 여자랑 해보는 마지막 스킨쉽 상대가 나인 걸 영광으로 알아라 이 짱깨 새끼야……!’

이화연은 간신히 성질을 다스리며 입을 열었다.

“…마스터는 곧 서울로 돌아올 거야. 잠시 해외에 볼일이 있어서 나갔을 뿐이니까.”

“…해외? 해외 어디?”

류하오가 재차 묻자,

피식 ―

이화연은 대답을 회피하며 웃음을 흘렸다.

“몰라도 돼. 어차피 내일 밤에는 한국으로 돌아올 거니까 당신이 찾아가는 것보다 기다리는 게 더 빨라. 됐지? 적어도 모레 아침에는 여기서 볼 수 있어.”

“…….”

이화연을 믿을 수 없다는 듯 그녀를 의심스러운 눈으로 쳐다보는 류하오.

그러자 이화연은 그런 류하오에게 쐐기를 날렸다.

“못 믿겠어? 못 믿으면 모레 다시 와서 깽판 치던가. 그때는 뭘 부수든 누구 죽이든 아무 말 안 할 테니까 당신 꼴리는 대로 해. 그리고 당신 어차피 할 일 하나 더 있다며? 그거 처리하고 오면 시간 딱 맞겠네.”

다시금 또 하나의 할 일을 상기시켜주는 이화연의 말에,

“…뭐, 좋아. 한번 믿어보지.”

류하오는 잠시 머릿속으로 대충 시간 계산을 해보더니 고개를 끄덕였다.

“하지만.”

꾸드드득 ― !

류하오는 이화연의 얼굴을 붙잡은 손의 힘을 주며 눈을 부라렸다.

“네 말을 완전히 믿을 순 없지. 왕 비서를 여기 두고 가겠다. 막말로 혹시라도 단체로 날라버릴지, 내가 어떻게 알아?”

뜨끔!

야생적인 감각인 것인지 우연인 것인지, 당장은 아니지만 곧 있을 계획이 류하오의 입에서 나오자 이화연은 가슴이 뜨끔한 기분을 느꼈다.

“…말이 돼? 우리가 왜 날라? 건물이고 인맥이고 전부 다 여기 있는데. 그리고 우리는 꿀릴 게 없거든? 게다가 이 정도 대인원이면 이동하는 순간 들킨다고.”

“뭐… 사람 일은 모르는 거 아니겠어?”

피식 ―

한 차례 웃음을 지은 류하오는 자신의 뒤에 서 있던 왕웨이에게 말했다.

“왕 비서. 여기 머물면서 놈들 감시해. 수상한 움직임 보이면 바로 나한테 연락하고.”

“네.”

터벅 ― 터벅 ―

류하오는 이화연의 얼굴을 붙잡고 있던 손을 놓고 그녀를 지나쳐갔다.

“모레라 했지… 뭐, 오늘내일 이틀이면 그런 어중이떠중이 하나 처리하는 건 간단하지.”

‘어중이떠중이? 특임반장이 어중이떠중이라고……?’

류하오가 앞으로 할 일을 알고 있던 이화연의 얼굴에 잠시 물음표가 스쳐 지나갔다.

하지만,

‘뭐 내 알 바는 아니지.’

그녀는 굳이 류하오의 생각을 정정해줄 필요성을 느끼지 못했다.

어차피 류하오가 죽는 건 기정사실이나 다름없어 보였으니까.

빙글 ―

그녀는 몸을 돌려 자신을 지나쳐간 류하오의 뒷모습을 바라보았다.

‘잘 가라. 중국의 어중이떠중이. 너 같은 건 한 트럭을 가져와도 그놈 상대가 안 될 테니까.’

자신만만하게 주작길드를 나서는 류하오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흔들 ―

이화연은 살짝 마지막 인사를 보내주었다.

* * *

한편, 그 시각 태운은,

“자자자! 빨리빨리 움직입니다! 오늘 안에 던전 토벌 끝낼 거니까!”

‘미, 미쳤어!’

‘이건 버스가 아니라 총알… 아니, 로켓 택시잖아…! 무서워……!’

‘괴, 괴물이야! 역시 원조 괴물은 달라! 차원이 달라!’

알파조에게 ‘레이드 부스터 프로그램’을 실시해주고 있었다.

“어어? 정신 안 차리지? 몸이 편합니까? 여기 몬스터 또 갑니다!”

“키에에에엑!”

태운의 손짓과 함께 공중에서 떨어져 내리는 2마리의 몬스터.

사람 얼굴을 하고 있는 거대한 거미들이 공중에서 알파조를 덮치고 있었다.

아무렇지 않게 하늘에서 거대한 인면지주를 떨구는 태운의 모습을 보며,

‘저번엔 벼락을 떨구더니… 이젠 거미까지 떨구네.’

강천은 생각하기를 포기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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