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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08화 (108/300)

108화. 욕심 부리다 배가 터짐 (6)

몇 시간 전.

―뭐라더라…? 헌터 협회 동호회장…? 그 사람 만나려면 어떻게 해야 합니까?

―도, 동호회장이요?

갑자기 협회 데스크로 오더니 중국어로 동호회장을 찾던 올백머리의 남자가 있었다.

그런 영문을 알 수 없는 남자의 말을 들은 협회 직원들은 충분히 당황해할 수 있는 상황.

그러나 천만다행으로,

―아…! 동호회장 말씀이십니까?

이미 전해 들을 바가 있는 협회 직원들은 미리 약속한 매뉴얼대로 그에게 대답해주었다.

―지금 동호회장님은 오늘 막 분지도 던전 토벌에 들어가셨어요.

―분지도……?

―네, 급하신 일인가요? 아마 오늘 막 들어가신 거라서 만나시려면 꽤 많이 기다리셔야 할 것 같은데…….

―음… 직접 찾아가야겠네. 알았어요.

분지도까지 직접 찾아가겠다는 남자.

그 말을 들은 데스크 직원들의 눈빛이 예리하게 빛났다.

‘정말 나타날 줄이야……!’

‘특임반장님을 노리는 외국의 헌터……!’

얼마 전에 있었던 팀장급 이상 직원들이 참여했던 조촐한 축하 파티 자리.

그 자리에서 태운에게서 엄청난 정보를 듣게 된 조장들과 팀장들은 태운의 부탁대로 모든 직원들에게 지침을 전해두었다.

<특임반장을 찾거나 이상한 말을 하며 협회의 누군가를 찾는 외국 헌터가 찾아오면 분지도로 보내라!>

그 무엇보다도 거대하고 강대할 것으로 예상되는 헌터 사회의 어둠, 노아즈 아크.

그리고 노아즈 아크의 짓으로 추정되는 태운에 대한 정보의 통제와 왜곡.

또한 구석으로 몰리며 발등에 불이 떨어진 여당까지.

이 사실들을 파악한 태운은 노아즈 아크나 여당이 직접적으로든 간접적으로든 자신을 해하려 할 것임을 예상했던 것이다.

―도심에서 싸울 순 없고… 게다가 저를 죽이려는 것일 테니 그에 맞는 적절한 대응을 하려면… 아무래도 사람이 없는 장소가 낫겠지요.

―우리나라에 사람이 없는 장소가 어디…….

―무인도(無人島)가 있지 않습니까? 때마침 최근 노려진 곳이 무인도인 분지도였으니… 앞으로 저를 노리는 것 같은 사람이 있으면 모두 분지도로 보내주시고 제게 문자 남겨주세요. 그럼 제가 알아서 처리하겠습니다.

―…설마 죽일 생각인가?

―저를 죽이겠다고 온 사람을 살려 보낼 정도로 착한 위인은 아니라서요.

“후우우우…….”

저벅 ―

협회장실 창문을 통해 도시를 내려다보고 있던 동석의 입가에서 한숨이 새어 나왔다.

올백머리의 남자, 류하오를 분지도로 보냈다는 보고를 들었기에 마음이 편치 않았던 것이다.

‘중국 팔룡길드의 S급 헌터 류하오… 결국 정부가 외국 헌터에게까지 손을 뻗은 것인가……?’

아직 확신할 수는 없었다.

류하오 그가 정부의 부탁을 찾아온 것인지, 아니면 태운을 습격했다는 그 모종의 집단에서 찾아온 것인지.

하지만 그 무엇보다 확실한 것은,

‘…첩첩산중이로군.’

앞으로의 싸움이 조금 더 힘들어지게 될 것이라는 사실이었다.

‘태운 군.’

바쁜 도심을 내려다보는 동석의 눈빛이 살짝 흔들렸다.

‘자네는 지금 어디까지 보고 있나?’

* * *

인천 강화군에 속한 섬 주문도.

그리고 그로부터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위치한 작은 무인도, 분지도.

얼마 전 살아있는 여신이 죽음을 맞이한 그 죽음의 섬에,

철썩!

“…….”

한 남자가 바닷바람을 맞으며 앉아있었다.

‘…이제 곧인가.’

잠시 핸드폰 시계를 바라보며 시간을 확인한 남자, 태운은 가면을 벗은 채로 무릎을 끌어안고, 그 위에 자신의 턱을 살짝 올린 채 멍하니 바다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기기 시작했다.

‘중국의 고위 헌터라…….’

예상한 바였다.

자신이 일을 벌이며 헌터 사회의 암묵적인 불문율을 뒤흔들수록 국내뿐만이 아니라 외국에서도 견제가 들어올 것이라는 걸 말이다.

‘그래도 정보 왜곡 때문에 더 늦을 줄 알았는데…….’

지금 오는 이는 아마 노아즈 아크 소속 사람은 아닐 가능성이 높았다.

십이방주라는 최고 수뇌부가 당했는데 이렇게 어설프게 대놓고 찾아온다?

‘그런 멍청한 녀석들이었다면 진작에 망했겠지.’

세상의 정화를 위해 ‘선별’을 하려하지만 ‘혼란’은 원하지 않는 모순적이고 괴상한 집단.

다행이라고 봐야할지는 모르겠지만, 모든 사고를 자연재해나 사고로 위장하는 그들이었기에 오히려 그들이 태운을 노리더라도 대놓고 나타날 리는 없었다.

앞으로 또 태운을 노린다면,

‘저번처럼 던전 안에서 기다리거나… 브레이크를 일으킨 뒤에 습격하거나 하겠지.’

어떻게든 자신들이 태운을 습격하는 모습을 대중에게 들키지 않을 수 있는 방법을 택할 가능성이 높았다.

으득…….

하지만 브레이크를 인위적으로 일으킬 수 있다는 사실만으로도 그들의 위험성은 재앙 수준이었다.

‘노아즈 아크… 소의 방주……!’

한국을 담당한다는 소의 방주.

한국에도 노아즈 아크 소속원들이 퍼져있겠지만, 결국은 전부 소의 방주라는 자의 명령에 의해 움직일 터였다.

즉 소의 방주만 잡고 대대적인 단속을 시작한다면, 적어도 한국에서 인위적인 브레이크는 일어나지 않게 만들 수 있을 것이었다.

‘…문제는 그 소속 마크가 성기에 새겨져 있다는 건데… 그걸 무슨 수로 확인하지?’

태운이 일일이 확인한다거나, 그렇다고 협회 직원들에게 부탁해 헌터들의 그곳을 확인할 수도 없는 노릇이었다.

“끄응…….”

뜻밖의 문제에서 골치가 아파진 태운은 자신도 모르게 앓는 소리를 냈다.

고개를 이리저리 갸웃거리며 한참을 고민해보고 또 고민해보는 태운.

그러나,

“…모르겠다.”

아무리 생각해도 성기에 새겨진 표식을 자연스레 확인할 수 있는 방법 같은 건 떠오르지 않았다.

뭘 어찌해도 인권 침해 논란의 여지가 있는 방법들 뿐.

“푸우우…….”

이상한 지점에서 덜컥 막혀버린 태운은 답답했는지 크게 한숨을 쉬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어떻게든 방법이 나오겠지.”

뚜둑 ― 뚝 ―

태운은 몸을 이리저리 돌리며 근육을 풀기 시작했다.

“일단은 눈앞의 일부터 처리해보자고.”

촤아아악!

분지도에 도달한 작은 어선 하나.

그 어선에서,

턱 ―

한 남자가 내리고 있었다.

그리고,

번뜩!

그런 남자를 바라보는 태운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나기 시작했다.

* * *

“…으그그극! 섬이라고 하더니 뭐 코 앞이잖아?”

어선을 얻어타고 분지도에 도착한 올백머리의 남자, 류하오가 찌뿌둥한 몸을 쭉 펴며 기지개를 켰다.

땅덩이가 큰 탓에 어딘가를 가려면 비행기를 타지 않는 이상 기본 수 시간, 혹은 며칠까지도 걸리는 중국.

그 거리감에 익숙한 탓인지, 서울에서 분지도까지의 거리와 이동시간은 류하오에게 그냥 동네 마실 가는 것 정도로 느껴진 듯했다.

“헤이 차이니즈 맨! 아이 윌 컴백 히어! 어… 비포 썬 다운! 오케이?” (중국인 형씨! 나 해지기 전에 돌아올게! 알았지?)

탈탈탈!

류하오를 분지도까지 데려다준 어선 주인이 서투른 영어로 외쳤다.

“오케이! 땡큐!”

류하오는 짤막한 미소를 지어 보이며 어선 주인에게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런 류하오를 바라보며 어선 주인은 피식 웃음을 흘렸다.

“거참 한국의 섬들을 좋아한다니 그냥 지나칠 수도 없고…….”

탈탈탈! 부르르릉 ― !

어선 주인은 뱃머리를 돌리며 중얼거렸다.

“가만… 중국인들이 해외 땅을 그렇게 산다던데… 설마 저 사람 한국 섬을 싹쓸이하려는 건 아니겠지?”

고개를 갸웃거리며 다시 주문도로 돌아가는 어선 주인.

어느새 어선이 수박씨만큼이나 작은 점이 되어 사라지고,

“자… 그럼 던전 게이트를 한번 찾아볼까? 뭐 섬이 별로 크지도 않아서 오래 안 찾아도 되겠네.”

어선이 사라진 것을 확인한 류하오는 이리저리 기지개를 켜며 걸음을 옮기려 했다.

하지만,

스슥 ―

“…응?”

류하오는 굳이 던전을 찾기 위해 걸음을 옮기지 않아도 되었다.

“오… 뭐야? 사람이 있잖아? 무인도라 그랬는데?”

한눈에 다 보일 정도로 작은 섬인 분지도.

그런 섬 대부분을 뒤덮고 있는 나무와 풀숲들을 헤치고,

“…….”

한 남자가 모습을 드러냈으니까.

“음… 그러니까… 네가 헌터 협회 동호회장이냐?”

류하오는 모습을 드러낸 남자를 보며 중국말로 질문을 던졌다.

상대가 헌터임을 확신했기에 거리낌 없이 자국어로 말을 던진 것이었다.

그리고,

“뭐…? 동호회장…? 진짜 미치겠네.”

흑발의 머리를 이마 위로 쓸어올리는 남자, 태운이 피식 웃음을 흘리며 대답했다.

“그래, 내가 동호회장이다.”

저벅 저벅 ―

태운은 가면을 벗은 채 천천히 류하오의 앞으로 다가갔다.

척 ―

어느새 30cm도 되지 않을 정도로 가까워진 두 사람의 거리.

스윽 ―

“그래서? 너는 어디 사는 누구세요?”

태운의 고개가 류하오의 코앞에서 모로 꺾어지기 시작했다.

* * *

한편, 류하오가 떠난 주작길드.

저벅 저벅 ―

“…뭐냐.”

주작길드 1층 로비 소파에 앉아 류하오의 명령대로 주작길드를 감시하고 있던 왕웨이가 눈썹을 꿈틀거렸다.

류하오에게 무례하게 굴었던 정원준이라는 사내가 갑자기 자신에게 다가온 탓이었다.

“너희 주인 말이야. 너랑 단둘이 왔냐? 협회의 그 녀석까지 잡으러 간다면서 다른 수룡길드 사람들은 안 데리고 온 거야?”

정원준의 물음.

정말 궁금해서 물어보는 듯한 느낌이었다.

의외로 주인에 대한 충성심(?)이 강한 왕웨이는 살짝 코를 으스대며 대답했다.

“흥, 고작 협회 직원 하나 잡는 데에 길드의 힘까지 빌릴 필요가 뭐가 있지? 류하오 님 혼자서도 여유롭게 하실 수 있는 일이다.”

왕웨이의 말에 정원준의 한쪽 입가에 희미한 미소가 새겨졌다.

“아… 그래? 그럼 너희 길드에서는 너희가 한국 온 것도 모르겠네?”

“그런 것 하나하나까지 길드에 보고할 이유는 없어. 호랑이는 고고하며 강한 존재니까. 류하오 님은 그저 군림하며 행보하실 뿐이다.”

“아하… 그렇단 말이지?”

딱!

왕웨이의 말을 들은 정원준이 손가락을 튕기자,

저벅 저벅 저벅 ―

저벅 저벅 저벅 ―

류하오가 떠나고 로비를 정리하는 듯하던 주작길드원들이 갑자기 모조리 왕웨이를 향해 몰려왔다.

순식간에 왕웨이를 중심으로 둥글게 포위망을 형성한 주작길드원들.

“…지금 이건 무슨 의미지?”

왕웨이의 표정이 딱딱하게 굳어졌다.

자신을 향해 몰려온 주작길드원들의 기세가 심상치 않았으니까.

“뭐긴 뭐야? 넌 이제 죽었어.”

정원준의 섬뜩한 말에 왕웨이는 재빨리 류하오를 언급했다.

“류하오 님이 돌아오시면 너희는……!”

그러나,

“푸흡!”

몰려온 주작길드원 무리 너머에서 한 여인의 비웃음 소리가 들려왔다.

“류하오? 그놈이 어떻게 돌아오지?”

스스슥 ―

왕웨이를 둘러싸고 있던 주작길드원들이 홍해처럼 갈라지며,

또각 ― 또각 ―

비웃음을 흘린 여인, 이화연이 모습을 드러내며 그에게 다가왔다.

“호랑이라고 해봐야 결국 짐승이지. 주제도 모르고 그런 괴물을 죽이겠다고? 그 호랑이가 과연 가죽이라도 남길 수 있을지 궁금한걸?”

“네년 뚫린 입이라고……!”

쫘악!

이화연의 손바닥이 왕웨이의 뺨을 올려붙였다.

“……!”

지금 이 상황 어떻게 돌아가는지 그 흐름 자체를 따라잡지 못한 왕웨이의 동공이 크게 흔들리고,

“미안한데 이제 널 지켜줄 호랑이는 없단다.”

쿠우우우우우 ― !

상처 입은 주작의 권속들이 독기와 살기를 가득 품은 불꽃을 뿜어내기 시작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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