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15화 (115/300)

115화. 유해동물을 퇴치함 (3)

“허억… 허억… 허억……!”

어딘가로 힘들게 뛰어가고 있는 남자.

슈아아악 ― !

어지간히도 급했는지 마력까지 사용해 신체를 강화한 채 달리고 있는 남자의 숨이 그의 턱 끝까지 차오르고 있었다.

그나마 다행히 오밤 중이라 사람이 별로 없었고, 금방 도시를 벗어났기에 망정이지 하마터면 대참사가 일어날 뻔했던 순간이었다.

자신이 대참사를 일으킬 뻔했다는 사실마저 인지하지 못한 채 끊임없이 북쪽으로 내달리는 남자.

촤아아악 ― !

웬만한 자동차보다도 훨씬 더 빠른 속도로 내달렸던 남자는 인적이 거의 없는 어느 산길에 도달한 뒤에서야 발을 멈추었다.

“허억… 허억… 쿨럭……!”

남자, 정원준의 전신에서 땀이 비 오듯 쏟아지고 있었다.

어찌나 무리해서 달렸는지 얼굴은 새빨갛게 변해 있었고, 거의 S급 수준에 달하던 마력은 신체 강화만 사용했음에도 불구하고 거의 절반 가까이 줄어있었다.

“후우…….”

저 멀리 군부대가 보이자 잠시 주저앉아 숨을 돌리는 정원준.

가만히 근처에 있는 나무에 등을 기대고 앉아 잠시 명상을 시작했다.

“스읍… 후우… 스읍… 후우…….”

실로 오랜만에 마력호흡을 해보는 정원준.

마력호흡은 마력 수치를 올리는 데에는 극악하기가 짝이 없는 효율을 지닌 수단이지만, 그래도 마력을 회복하는 데에는 꽤 좋은 수단이었다.

그렇게 한 2시간 정도 흘렀을까.

“후우…….”

마력을 거의 다 회복한 정원준이 두 눈을 천천히 떴다.

핸드폰으로 시간을 확인해보려 했지만,

“…이런.”

배터리가 전부 다 닳았는지 핸드폰이 꺼져있었다.

‘말없이 사라졌다고 또 화연 누님이 뭐라 하시겠네.’

그걸 알면서도 정원준은 발걸음을 돌리지 않았다.

부길드장에게 혼나는 것보다 코드 제로에게 죽는 게 더 무서웠으니까.

‘분명 북한 땅에… 그분이 있다고 했었지.’

언젠가 지나가는 말로 들은 적이 있었다.

노아즈 아크의 수장, 노아신이라는 분의 은거지 중 하나가 죽음의 땅인 북한에 있다는 것을 말이다.

‘그분이라면… 그분이라면 코드 제로를 막아주실 수 있을 거다! 아니! 막는 게 아니라 단번에 쳐죽이실 수 있겠지!’

사정이 있어 은거지가 있는 곳 외에는 움직이실 수 없다는 노아즈 아크의 수장, 노아신.

어마어마하게 강력한 힘을 가진 십이방주를 휘하에 둔 것만으로도 그의 강력함은 감히 상상조차 할 수 없었다.

당장 도명조만 봐도 그랬다.

단신으로 S급 헌터인 김천용과 정호백을 가지고 놀았던 도명조.

정원준은 그런 도명조보다 훨씬 강할 것이 분명한 노아신이라면 코드제로를 이길 수 있을 것임을 의심치 않았다.

키이이이잉 ― !

군부대 인근에 도달한 정원준이 두 발에 있는 힘껏 마력을 모으기 시작했다.

콰아아아앙 ― !

어마어마한 폭음과 함께 포물선을 그리며 위로 솟구치는 정원준의 신형.

“흠냐… 헉?”

이번에도 초소 벽에 기대어 졸고 있던 초소병이 갑자기 어디선가 터져 나온 폭음에 놀라 재빨리 총을 붙잡았다.

“뭐, 뭐야! 누구냐!”

그러나 뒤늦게 폭음이 터진 자리에 총을 겨눠봤자 이미 군부대 위를 넘어간 정원준이 그 자리에 있을 리가 없었다.

어두운 밤하늘로 솟구쳐 날아간 정원준의 모습을 맨눈으로 포착하기는 더더욱 요원했고 말이다.

“…뭐지? 환청인가? 요즘 자주 들리는 것 같은데…….”

안 그래도 헌터의 등장으로 그 필요성에 의문을 제기하는 사람들이 많아지며 나날이 그 존재감이 내리막길을 걷고 있는 군대의 존재.

어차피 유일하게 국경을 맞댄 북한 쪽에는 방마벽을 높게 세운데다가 간혹 방마벽 너머에 나타나는 거라곤 북한군이 아닌 몬스터들이었기에 일반 총을 가진 군인들은 딱히 할 수 있는 것도 없었기 때문이다.

헌터들의 운신이 상대적으로 자유롭지 않은 하늘과 바다를 지키는 공군이나 해군과 달리, 육군은 헌터에 의해 거의 대체되다시피 하여 그 입지를 더욱 크게 상실해가고 있었다.

오랜 기간 최전방을 지키던 이 부대도 거의 오로지 국경 너머에 대한 몬스터 접근 감시용 부대로 전락한 상황.

그런 부대 군인들의 기강이 바로잡혀 있을 리가 만무했다.

“의무대대를 한번 가봐야 하나… 흐아아암…….”

초소병이 입을 찢어져라 하품을 하는 그때,

스팟 ― !

부대 위쪽으로 검은 융단 같은 밤하늘을 가르며 지나가는 또 하나의 존재가 있었다.

* * *

박 경장이 수사기록을 뒤지며 피해자들이 옮겨졌던 병원 리스트를 정리하는 동안 정원준에게 경고 메시지를 남겨두었던 태운.

―어디론가 도망갈 가능성이 큽니다. 눈치채지 못하게 하늘에서 미행 좀 부탁드릴게요.

―{알겠습니다.}

태운은 전투부서 직원 중에서도 동물형 능력자 중 수리부엉이의 능력을 각성한 한 베타조원에게 정원준의 미행을 부탁해놓았다.

아무리 동물형 능력자라도 완전 변신을 하려면 3차 각성을 이뤄야 했지만, 1차 각성 능력인 부분 변화로도 비행은 충분히 가능했기에 비행이 가능한 능력자 중 가장 마력이 여유 있는 베타조원에게 부탁한 것이었다.

그리고,

―안녕하십니까. 코스모스 팀의 코드 제로입니다. 수사를 위해 고인 분의 의료기록을 조회하려고 하는데…….

―아이고! 특임반장님! 아, 코드제로라고 하셨… 어쨌든! 제발 제 아들의 억울함 좀 풀어주세요, 으흐흑!

―그럼 저희가 의료기록 조회하는 데에 동의하시는…….

―아무럼요! 아무럼요! 제 아들의 억울함만 풀 수 있다면 뭐든 안 동의하겠습니까? 대신 꼭 그 미친놈을 처벌해주세요……!

태운은 서둘러 헌피연을 통해 접선한 유족들과 동행하여 직접 병원에서 의료기록을 조회했다.

―여기 있네요.

그리고 정원준이 한 짓의 증거를 발견하는 데에는 얼마 걸리지 않았다.

[사망진단서]

……

종류 ― 외인사, 타살.

직접사인 ― 마력 감염으로 인한 전신 세포의 괴사.

<외인사의 추가사항>

사고발생일시 : 2094년 4월 2일 23시 29분.

사고의 종류 : 불의의 중독, 타살.

사고발생장소 및 상황.

1) 주소 : ……

2) 장소 : XX역 옆 골목길.

3) 상황 : 어깨가 스쳤다는 이유로 헌터와 시비가 붙었고 마력에 감염됨.

……

분명하게 남아있는 당시의 의료기록.

수사기록과 사망진단서의 내용이 일치하는 것만으로도 정원준의 범행에 대한 간접증거는 나름 충분해진 셈이었다.

직접 증거가 부족한 것이 흠이었지만,

―…당시 CCTV 영상까지 가지고 계신다고요?

―당연하죠! 제가 직접 발로 뛰어서 얻어냈어요! 경찰에 제출한 원본 파일은 사라졌지만, 혹시나 폐기할까 봐 복사본까지 만들어뒀으니까요!

가족을 잃은 유족들은 그 일말의 고민마저 단번에 해결해주었다.

이렇게까지 쉬운 일이었다.

헌터 범죄를 한 번이라도 정면으로 들여다볼 용기만 있었다면 말이다.

유족의 눈물에 낯을 들 면목이 없는 박 경장이 고개를 숙였다.

주작길드가 증거를 없애고 경찰이 외면해봐야 결국 손바닥으로 하늘을 가리는 것임이 적나라하게 드러났으니까.

―…감사합니다. 제가 꼭… 놈이 정당한 죗값을 치를 수 있도록 하겠습니다.

꼬옥.

본인 또한 피해자이자 피해자의 유족

중 하나인 태운.

그는 울컥 솟아오르는 마음을 억누르며 유족들의 손을 꼭 붙잡아주었다.

―……!

그 누구보다도 그들의 아픔에 공감해주는 따뜻한 손길에서 진심을 느낀 유족들은,

―으흑…! 흐어어어엉……!

그들을 외면했던 세상에게 처음으로 위로를 받으며 병원 바닥에 주저앉아 울음을 터뜨리기 시작했다.

―엉엉엉……!

마치 부모님의 품에 안긴 어린아이처럼.

토닥토닥 ―

태운은 그런 유족들의 등을 말없이 두드려주었다.

그들이 울음을 그칠 때까지.

그래.

마치 어린아이를 달래듯이 말이다.

* * *

증거를 모두 챙긴 태운은 박 경장과 함께 병원을 빠져나왔다.

휘이이이잉 ―

어느덧 서늘해진 밤공기가 두 사람의 폐 속을 깊숙이 파고들며 열을 식혀주었다.

“후우우우…….”

하루 종일 돌아다니느라 지친 두 사람은 시원한 밤공기를 들이마시며 크게 숨을 내뱉었다.

“크흠… 그럼 이제 영장만 발부받으면 되는 겁니까?”

“…예?”

태운은 박 경장의 물음에 무슨 소리를 하냐는 듯 고개를 갸웃거렸다.

“영장을 왜 발부받죠?”

“…예? 체포하려면 당연히 체포영장이 있어야…….”

“그건 경찰 쪽이고요. 저희는 그럴 필요가 없습니다만.”

“…아!”

박 경장은 잠시 깜빡했다는 듯 자신의 뒤통수를 탁 쳤다.

헌터 범죄에 있어서는 이제 완전히 독자적인 모든 권한을 사용할 수 있는 협회였다.

그 말인즉슨 헌터 범죄자에 관해서라면 재판으로 넘겨질 때를 제외하고는 모든 걸 협회 독단적으로 처리할 수 있다는 의미였으니까.

그중에서도 태운은 전투부서의 최고봉인 코스모스의 대장이자 협회의 실질적 1인자.

따지고 보면 다른 건 몰라도 헌터 범죄에 관해서는 경찰청장이나 검찰총장과 같은 위치였다.

“저의 의지가 곧 영장입니다.”

“…방금 말씀 뭔가 되게 멋있었습니다.”

“그런가요?”

씨익 ―

태운은 철민이나 강천이 봤다면 되게 재수 없다 말했을 발언을 멋있다고 말해주는 박 경장을 향해 미소를 지어주었다.

“그럼 이제 정말 정원준을 잡기만 하면 놈에게 사형을 선고할 수 있겠군요!”

“사형이라…….”

박 경장의 말에 태운은 어두운 밤하늘을 올려다보며 말끝을 흐렸다.

“왜, 왜 그러시죠? 놈의 사형을 바라신 것이 아니었는지…….”

뜻밖의 태운의 반응에 박 경장은 다소 당황한 눈치였다.

당연히 희대의 악인인 정원준을 사형시키고 싶어 하는 줄 알았으니까.

그러나 태운이 바라는 것은,

“사형은 말입니다. 어떻게 보면 범죄자에게 용납된 가장 편안한 죽음일 수 있습니다.”

그보다 더 큰 것이었다.

“…예? 사형이 편안…하다고요?”

영문을 알 수 없는 소리를 하는 태운의 말에 흔들리는 박 경장의 눈동자.

“아무 일도 하지 않고 사형이 집행될 때까지 빈둥대지 않습니까. 심신을 다스려주겠답시고 종교인들이 와서 상담까지도 해주고, 일도 하지 않는 주제에 무료로 밥까지 나오지요. 사형 직전에는 유서까지도 쓸 수 있게 해주고, 마지막 식사에는 원하는 음식까지 가져다줍니다. 이보다 편안한 죽음이 있다고 생각하십니까?”

밤하늘을 바라보는 태운의 주먹이 꽉 쥐어졌다.

“사람은 말입니다. 아니, 피해자들은 말입니다. 그날 당신들께서 죽는 줄도 몰랐을 겁니다. 차마 대비할 수도 없었겠지요. 유서는커녕 가족들과 마지막 인사도 나누지 못했을 것이고, 훗날을 위해 오랫동안 모아둔 비상금은 쓰지도 못하셨을 겁니다. 며칠 뒤 만나기로 한 지인들에게는 미처 말도 전하지 못했을 거고, 다음에 먹으려고 모아두었던 할인 쿠폰도 사용하지 못하셨을 테죠. 죽음이 왜 끔찍한 일인지 아십니까? 영원한 이별이라서? 아니요. 죽음이 무서운 이유는 대비할 수 없게 갑자기 찾아오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우리는 할 수 있는 모든 것을 한 뒤에 맞는 죽음을 호상이라고 부르지요.”

꿀꺽 ―

태운의 말을 듣고 있는 박 경장의 목 뒤로 마른침이 넘어갔다.

그의 말이 일리가 있다고 생각한 것이다.

죄를 짓지 않은 평범한 사람들조차 준비하기 쉽지 않은 죽음을 사형수들에게는 당연한 듯이 준비할 시간을 주고 있었으니까.

“저는 말입니다. 그런 녀석에게 죽음을 대비할 시간 따위 주고 싶지 않습니다. 죽지 않으려 버둥거리다 결국 힘에 부쳐 비참하게 죽어버리는, 그런 걸맞은 죽음을 안겨주고 싶어요.”

그때,

우웅 ―

덤덤한 표정으로 섬뜩한 말을 내뱉던 태운의 주머니에서 한 차례 진동이 울렸다.

정원준에게 미행을 부탁했던 베타조원에게서 온 메시지였다.

씨익 ―

메시지를 확인한 태운의 입가에 섬뜩한 미소가 그려졌다.

“…다행히 유해동물이 미끼에 걸려들었네요. 장소도 알아서 딱 좋은 곳으로 가줬어요. 아주 고맙게도.”

“예? 정원준이 어디로 이동했습니까?”

“네.”

태운은 박 경장에게 문자를 보여주었다.

[정원준, DMZ 넘었음, 현재 북한 개성특급시.]

문자를 확인한 박 경장의 안색이 파랗게 질렸다.

“그, 그럼… 이제……!”

“네.”

뚜둑 ― 뚝 ―

핸드폰을 집어넣은 태운이 천천히 몸을 풀기 시작했다.

마침내 태운은,

“지금부터 처단하러 가보겠습니다. 합법적으로 말이죠.”

고대하고 고대하던 바로 그 순간을 맞이했다.

* * *

<참고>

[헌터 범죄에 관한 특별법 제 2조 2항]

― 고의적으로 선량한 일반인을 마력에 휘말리게 했을 경우, 무조건 사형에 처한다.

[헌터 범죄에 관한 특별법 제 2조 3항]

― 2항에 관한 사안에서 피의자 또는 피고인이 된 자가 재판이나 법률 집행을 거부 및 도주할 경우, 헌터 협회 소속 대헌터진압특수부대의 장 혹은 그 대리자가 즉결처분할 수 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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