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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16화 (116/300)

116화. 유해동물을 퇴치함 (4)

“뀌이이익!”

“비켜!”

콰아아아아앙!

거대한 폭발음과 함께 한 남자에게 달려들었던 오크 한 마리의 전신이 수백 개의 육편 조각이 되어 터져나갔다.

B급 최상위 몬스터 정도 되는 오크를 단번에 격살해버리는 사내.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도 사내가 얼마나 강력한 존재인지가 잘 드러나고 있었다.

그러나,

“뀌이이익! 뀌이이이익!”

방금 전의 행동은 그리 좋은 선택이 아니었다.

“꾸이이이익!”

동료를 잃고 흥분한 오크들이 어두운 밤을 깨웠고,

“크르르르릉…….”

폐허가 된 도시 곳곳에 잠들어있던 몬스터들이 눈살을 찌푸리며 일어나기 시작한 것이다.

“씨X!”

자신에게 몰려오는 몬스터들을 향해 적갈색 머리의 남자, 정원준이 욕설을 내뱉으며 거칠게 손발을 휘둘러댔다.

콰아아아앙! 퍼어어어엉!

온몸에 폭탄이라도 두른 듯, 그가 손발을 휘두를 때마다 일대가 붉은 화염에 휩쓸렸다.

준 S급에 도달했다는 정원준의 고유능력 ‘폭발’은 그만큼 대단한 위력을 자랑하고 있었다.

“꾸이이이익……!”

순식간에 전멸해버리는 8마리의 오크들.

그러나,

스스슥 ―

척 ―

그 오크들이 깨운 리자드맨, 고블린, 대왕 깡총거미 등 도시 전역에 잠들어있던 몬스터들은 이미 잔뜩 몰려나와 정원준을 포위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북한 개성특급시.

서울에서부터 이곳까지 오느라 지칠대로 지쳐버린 정원준의 입가에서,

주르륵 ―

한줄기 핏물이 흘러내리기 시작했다.

* * *

‘내가 너무 만만하게 생각했던 것인가.’

정원준은 자신을 둘러싼 몬스터들을 둘러보며 입술을 꽉 깨물었다.

몬스터들에 의해 멸망한 땅 북한.

몬스터들의 나라가 되어버린 이곳에 발을 들인 순간부터 더욱더 조심했어야 했다.

말 그대로 나라 전체가 몬스터 천지가 되어버린 곳이니까.

최대한 숨어서 다니지는 못할망정 하다못해 몬스터들을 죽이더라도 최대한 조용히 처리했어야 했지만,

퍼어어엉!

정원준의 능력은 조용함과는 그 거리가 너무 멀었다.

아니, 애초에 폭발이 아니었더라도 정원준은 놈들을 조용히 처리하지 않았을 것이었다.

그래봤자 단순히 꽤 큰 던전 정도로 안일하게 생각하며 이곳에 들어온 정원준이었으니까.

매사에 생각 없이 행동만 앞서는 정원준의 성격이 드디어 본인의 발목을 잡는 순간이었다.

“젠장……!”

몬스터들에게 둘러싸인 정원준의 이마와 등줄기로 식은땀이 연신 흘러내렸다.

지금 이곳에 인간이라곤 자신 혼자뿐.

물론 북한 전역에는 수백 개의 전투생존공동체, 일명 ‘전생체’가 있다지만, 그들은 대부분 몬스터들을 피해 도시에서 먼 땅속이나 산지에 자리 잡고 있었다.

그러니 북한에서도 꽤 발달한 도시인 이 개성특급시에 사람이 있을 리가 없을 터.

정원준은 그 순간 뼈저리게 느낄 수 있었다.

아무리 자신이 다크호스에 떠오르는 신성이라고 불리는 인재라고 하지만,

으드득 ― !

주작길드가 없으면 별 볼 일 없는 존재라는 걸 말이다.

휙 ― 휘릭 ― !

정원준의 눈동자가 주변을 둘러보며 빠르게 이리저리 움직이기 시작했다.

‘…빠져나갈 수는 있다.’

솔직히 말해서 몬스터들에게 포위되었다고 해서 그가 죽는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빠져나가려면 빠져나갈 수 있다.

하지만,

‘빠져나갈 수 있는 방향이 하필 남쪽…….’

몬스터가 가장 적게 나타난 남쪽은 전 특임반장, 그러니까 현 코드 제로가 있는 곳.

자신의 위치까지 파악하고 메시지까지 전했으니, 아마 지금도 자신의 위치를 추적하고 있을 확률이 높았다.

놈의 그 괴물 같은 능력을 고려해본다면 벌써 쫓아오고 있을 확률도 상당한 상황.

‘…그놈보단 몬스터들이 낫지!’

어차피 노아신이 있는 곳으로 가려면 여기 개성이 아니라 더욱 북쪽에 위치한 평양까지 가야 했다.

애초에 평양과 개성을 잇는 고속도로를 따라 달리기 위해 이곳에 온 것이 아니던가?

까득 ― !

결국 정원준은 조금 무리하더라도 북쪽으로 진로를 잡기로 했다.

“그래 씨X……! 난 노아신님만 만나면 돼! 그 길 비켜 이 개X끼들아!”

콰아아아아아앙!

퍼버버벙!

“크에에에엑!”

코드 제로를 피하기 위해 북쪽으로 길을 뚫기 시작하는 정원준.

하지만 그는 모르고 있었다.

이미 개성특급시에 세워진 몇 안 되는 높다란 건물 위에서,

“…노아신?”

붉은 안광을 빛내고 있는 한 남자가 한참 전부터 자신을 지켜보고 있었다는 사실을 말이다.

* * *

―수고하셨습니다. 이젠 제가 처리할 테니 돌아가셔서 다른 수사에 힘써주세요.

―네, 무운을 빕니다. 코드 제로 님.

―네, 감사합니다.

정원준이 개성특급시에 도달하기 직전, 그를 공중에서 감시하던 베타조원과 성공적으로 교대한 태운.

발에 불이 나도록 달리고 있는 정원준의 얼굴을 보는 순간, 금방이라도 눈이 뒤집힐 듯 분노가 머리끝까지 치밀었지만,

‘후우우우…….’

태운은 가까스로 심호흡을 하며 마음을 진정시킬 수 있었다.

‘…어디로 가는 거냐.’

명확한 목적지를 가지고 움직이는 듯한 놈의 목적지를 확인해보는 게 좋겠다고 판단했기 때문이었다.

‘…뭔가 믿는 구석이 있으니까 북한으로 온 거겠지.’

북한은 몬스터들로 가득한 땅.

아무리 헌터들의 해외 도피 길이 막혔다고는 하지만, 그렇다고 해서 북한으로 넘어가는 것은 좋은 선택지가 될 수 없었다.

말 그대로 사람이 살 수 없는 땅이었으니까.

언젠가 한 외국의 헌터 출신 기자에 의해 북한의 실태가 널리 알려진 바 있었다.

마력으로 인해 동물들까지 거의 다 죽어버려서 전생체의 북한 주민들도 어딘가에 숨어 풀뿌리나 캐 먹고 있는 실정이라는 사실이 말이다.

이름만 전투생존공동체이지, 사실상 그냥 근근이 살아가는 생존집단에 불과했던 것이었다.

그들처럼 살아갈 각오를 한 것이 아닌 이상 차라리 도망칠 거였다면 어딘가 이름 모를 무인도로 들어가는 게 더 나은 선택이었을 터.

쐐애애애애액 ― !

저렇게 확신에 찬 표정으로 북쪽을 향해 달려가는 정원준의 발걸음은 누가 봐도 북쪽에 무언가 믿는 구석이 있다는 사실을 보여주고 있었다.

콰아아아아아앙!

개성 안으로 들어선 정원준이 자신의 앞길을 막는 오크를 향해 냅다 주먹을 내질렀다.

커다란 폭발음과 함께 깨어나는 도시 전체의 몬스터들.

“…병신인가, 저거.”

그의 어이없는 행동에 태운은 자신도 모르게 혼잣말을 중얼거렸다.

굳이 자기장을 사용하지 않아도 도시에 들어서는 순간 어마어마한 수의 몬스터들의 기척을 느낄 수 있었던 태운이었다.

자신만큼은 아니겠지만, 적어도 A급 이상의 고위 헌터라면 이 정도의 기척은 당연히 느낄 수 있었을 터.

정원준이 얼마나 생각이 없는 작자인지가 절실히 드러나는 순간이었다.

‘저딴 머저리한테……!’

태운은 저런 대가리에 든 것도 없이 기본적인 생각조차 못 하는 병신한테 어머니와 자신이 당했다고 생각하니 새삼 재차 화가 치밀어오르기 시작했다.

우그그극 ― !

태운이 꽉 쥔 건물 옥상의 철제 난간이 마치 콜라캔처럼 힘없이 우그러뜨려졌다.

“후우… 후우… 후우… 후우…… 후우우우……….”

심호흡을 하며 겨우겨우 다시 심신을 다스린 태운.

어찌나 흥분하고 심신이 뒤틀렸었는지, 가면 뒤 태운의 눈빛은 능력을 사용하지 않았음에도 어느새 붉은 혈광을 띠고 있었다.

그리고 그때,

“그래 씨X…! 난 노아신님만 만나면 돼! 그 길 비켜 이 개X끼들아!”

몬스터들에게 포위당한 채 눈알을 굴리며 상황을 계산해보던 정원준이 뭐라고 혼자 지껄이는 소리가 태운의 귓가에 선명하게 들려왔다.

생각 없이 내뱉은 정원준의 혼잣말을 들은 그 순간,

“…노아신?”

익숙한 듯하지만 처음 듣는 단어에 태운의 붉은 두 동공이 살짝 확대되고 있었다.

* * *

콰아아아아앙!

“허억… 허억…….”

겨우겨우 몬스터들의 포위망을 뚫고 평양과 개성을 잇는 고속도로를 달리는 정원준의 거친 숨소리가,

슈우우우우 ―

구름 위를 날아가는 태운의 귓가에까지 선명하게 들려오고 있었다.

태운은 그런 정원준을 눈에 잘 보이지 않을 정도로 높은 상공에서 구름 뒤에 숨어 정원준을 따라가고 있는 중이었다.

어느새 하늘은 어둠이 걷히고 날이 밝아오고 있었다.

‘노아신이라…….’

정원준의 말을 들은 이후 생각에 잠겨있는 태운.

노아신이라는 단어가 자꾸만 태운으로 하여금 신경이 쓰이게 만들고 있었다.

‘분명 노아즈 아크를 이끄는 건 12명의 방주라고 했는데…….’

노아즈 아크(Noah’s ark).

한국말로 노아의 방주를 뜻하는 영어이자 지금 이 세계에서는 선별자를 자처하는 광인 집단.

태운이 토끼의 방주라는 쿠마리를 처단하며 알아낸 사실이었다.

쿠마리의 말에 따르면 노아즈 아크를 이끄는 건 십이지신을 모토로 한 12명의 방주.

분명 쿠마리는 그때 거짓을 말하는 것 같지는 않았다.

‘그런데 노아신이라……?’

정원준이 노아신을 언급한 상황을 미루어보아 짐작했을 때, 그도 아마 노아즈 아크의 일원인 듯했다.

이렇게 노아즈 아크의 일원을 찾게 된 것도 놀라운 마당에, 명칭의 느낌상 십이방주 위에 있을 것만 같은 존재의 가능성을 알게 된 태운은 머릿속이 상당히 복잡해져 있었다.

‘만약… 정말 정원준이 지금 십이방주보다 위인 노아신이라는 자를 찾아가는 거라면… 내가 이길 수 있을까?’

토끼의 방주, 쿠마리는 강력했다.

헌터가 된 이후 태운에게 처음으로 죽을 수도 있겠다고 생각하게 만든 그 펜릴보다도 훨씬 더.

아마 펜릴을 잡기 전이었다면 당했을 가능성도 컸다.

펜릴보다 강력한 암흑룡의 힘에다 수십 마리의 이무기들의 힘까지 흡수한 쿠마리였으니 어찌 보면 당연한 일이었다.

‘다른 십이방주들이 쿠마리와 비슷한 힘을 가졌다고 가정하고… 그리고 노아신은 최소 토끼의 10배 이상 강력하다고 가정한다면…….’

꾸깃 ―

생각에 잠긴 태운의 미간이 찌푸려졌다.

‘…모르겠군.’

싸움은 뭐든지 벌어지기 전까진 아무도 모르는 법이었다.

아무리 가정을 해봐야 결국 실전에는 여러 가지 변수가 존재하니까.

그 사실을 그 누구보다도 잘 알고 있는 전 격투기 선수 태운이었기에 그는 의미 없는 가정을 그만두기로 했다.

‘결국 노아신이라는 놈이 제일 높다는 거잖아? 대가리를 잡으면 노아즈 아크를 크게 약화시킬 수 있겠지.’

슈우우우우 ―

구름 위를 날며 정원준의 정수리를 내려다보는 태운의 눈빛이 살벌하게 빛났다.

‘지금 당장이라도 정수리에 벼락을 내리꽂아 버리고 싶지만…….’

어차피 정원준은 자신의 손에 죽을 것이다.

확실한 명분과 합법적 수단까지 모두 갖춘 이상 놈의 목숨은 이제 태운의 것.

언제든 지워버릴 수 있는 존재라면,

‘지금은 참아주마.’

뽑아낼 수 있는 건 모두 뽑아내고 지우는 게 합리적이었다.

슈우우우우 ―

끓어오르는 살심을 간신히 참아낸 태운이 지나간 하얀 구름 속에서,

치지직!

섬뜩한 번개 한 줄기가 피어오르며 공기를 데웠다.

한바탕 뇌우가 쏟아지기 직전의 하늘처럼,

우르르릉 ―

아직은 하얀 구름만이 가득한 하늘이 옅고 희미한 울음을 토해내고 있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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