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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118화 (118/300)

118화. 유해동물을 퇴치함 (6)

파지지직!

“크아아악!”

풀썩.

등허리에 적뢰를 맞은 정원준이 비명을 지르며 길바닥에 쓰러졌다.

등줄기를 타고 흐르는 번개에 정원준은 전신이 마비됨과 동시에 온몸을 두꺼운 바늘로 푹푹 찌르는 듯한 고통을 느껴야 했다.

“10, 9, 8, 7…….”

저벅 ― 저벅 ―

그리고 그의 등 뒤에서 숫자를 세며 따라 걸어오는 한 흑발의 남자.

“…6, 5, 4…….”

치지직!

그의 쭉 뻗은 검지 손가락에 다시 한번 붉은 번개가 장전되었다.

“…3, 2…….”

흑발의 남자가 숫자를 다 세어가려 하자,

“허억… 허억… 씨X!”

치이이이이!

타닷 ― !

정원준은 재빨리 자가 회복을 하며 앞으로 몸을 날렸다.

살아남기 위해.

어떻게든 저 괴물에게서 살아남기 위해서 말이다.

“…1, 땡~!”

흑발의 남자가 숫자를 다 세자,

[적뢰탄(赤雷彈)]

지지지지지직!

피윳 ― !

그의 손가락에 뭉쳐졌던 붉은 구체 형태의 뇌탄이 정원준을 향해 쏘아졌다.

“…이익!”

정원준은 어떻게든 몸을 비틀어 피해 보려 했지만,

치직!

도대체 어떻게 되먹은 번개인 것인지, 놈이 쏘아 보낸 번개탄은 그가 피하는 족족

방향을 비틀며 그를 귀신같이 따라붙었다.

빠지지지직!

“크아아아악!”

이번에도 어김없이 순식간에 경로를 방향을 비튼 붉은 번개탄에 옆구리를 직격당한 정원준.

풀썩.

처절한 비명을 내지르며 다시금 길바닥에 주저앉고 말았다.

“10, 9, 8…….”

뒤따라오던 흑발의 남자, 태운은 적뢰탄을 쏘자마자 다시 10초를 세기 시작했다.

저벅 ― 저벅 ―

어느새 정원준을 거의 다 따라잡은 태운.

쓰러져있는 정원준을 내려다보며 섬뜩한 미소를 지어 보이는 태운의 모습은 그야말로 공포영화 속에 등장하는 미치광이 살인마가 따로 없었다.

“…뭐야, 벌써 포기한 거야? 압록강까지 가면 살려준다니까?”

“흐으으으으……!”

고통에 신음하는 정원준.

그의 두 눈과 코에서 눈물 콧물이 질질 새어나왔다.

이제 막 평양을 벗어난 그였다.

압록강까지 대체 언제 간단 말인가?

2만이 넘었던 그의 마력 수치는 벌써 수없이 반복된 자가 회복으로 인해 1만 대 초반까지 떨어진 상태.

이대로면 압록강에 가기도 전에 마력 수치가 완전히 사라질 것이었다.

‘…이대로는 안 돼!’

도망만 쳐서는 가망이 없다고 생각한 정원준.

치이이이이이!

자가회복을 하며 이판사판으로 놈에게 덤비기 위해 그의 빈틈을 기다렸다.

그가 가까이 다가오는 순간을 기다리면서.

몇 초 뒤,

저벅저벅 ―

태운의 신형이 정원준의 발치까지 다가오자,

꽈악!

정원준은 주먹을 크게 말아쥐며 팔에 잔뜩 힘을 주었다.

“이 개……!”

그렇게 벼랑 끝에 내몰린 심정으로 자신을 쫓아오는 사냥꾼에게 반격을 날리려는 그때,

“뭐야, 저것들은?”

번쩍!

콰르르르르릉 ― !

쿠과과과과과과과 ― !

태운의 몸에서 갑자기 커다란 굉음과 함께 온 세상을 붉게 물들일 정도로 어마어마한 붉은 섬광이 터져 나왔다.

“…….”

어정쩡하게 주먹을 반의반 정도로 들어 올린 애매한 자세 그대로 얼어붙은 정원준.

끼기긱…….

그는 천천히 고개만을 돌려 자신의 뒤쪽을 바라보았다.

쿵! 쿠웅!

그의 뒤에서는 어마어마한 수의 몬스터들이 형체를 알아볼 수도 없을 정도로 새까만 전기 통구이가 되어 쓰러지고 있었다.

단 한 번의 공격만으로 평양을 벗어난 두 사람에게 몰려들던 몬스터들을 전멸시킨 코드 제로의 강함이 새삼 다시금 정원준의 뇌리에 각인되는 순간이었다.

“…얼씨구? 그 주먹은 뭐냐? 나 때리려고?”

흠칫!

멍하니 등 뒤를 바라보던 정원준은 그의 뒤통수 쪽에서 들려오는 태운의 목소리에 화들짝 놀라며 말아쥐었던 주먹을 숨겼다.

“아, 아니, 그게 아니라……!”

“번개는 질렸어? 그럼 육탄전으로 갈까?”

정원준이 아니라며 채 입을 떼기도 전에,

콰아아아앙!

정원준의 몸을 지지던 번개만큼이나 빠른 태운의 주먹이 정원준의 복부에 꽂혔다.

“……!”

비명조차 지를 수 없을 만큼 턱 막혀버린 숨.

“그러고 보니 네가 저번에 나 복부 때렸다. 그치? 용서할라 했는데 생각해보니 다시 좀 빡치네?”

“크웨에에에에엑!”

정원준은 태운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속에서 잔뜩 무언가를 게워내기 시작했다.

단 한 번의 바디샷에 터져버린 정원준의 복부 내 장기들.

주르르륵 ―

정원준은 한 사발, 아니 한 양동이는 되는 피를 토해내기 시작했다.

그뿐이랴?

그의 입을 비롯한 칠공, 아니 몸에 있는 구멍이란 모든 구멍에서 각종 오물들이 쏟아져나오기 시작했다.

피, 땀, 눈물, 콧물, 심지어 분뇨까지.

온통 오물 범벅이 되어버린 정원준이 바닥에 엎드린 채 꺽꺽거리고 있자,

“으… 드러워.”

태운은 더럽다는 듯 한발 뒤로 물러나며 냉담하게 손가락을 뻗었다.

“그러니까 그냥 깔끔하게 번개로 하자고 했잖아.”

치지지직!

태운의 손가락에 다시 한번 붉은 번개가 튀어 오르기 시작했다.

치이이이이!

얼마나 이 짓을 반복해온 것인지, 정원준은 이제는 의식하지 않아도 무의식적으로 자가회복을 하고 있었다.

“허억… 허억……!”

전신에서 자동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자가회복을 느끼며 정원준은 거친 숨을 몰아쉬었다.

덜덜덜……!

떨리는 고개를 간신히 들어 태운을 쳐다보는 그의 두 눈에서는 시뻘건 피눈물이 줄줄 흘러내리고 있었다.

“이… 씨X 새끼가……!”

“뭐 어쩌라고? 약해빠진 등신 주제에.”

피윳 ― !

자비없는 태운의 적뢰탄이 그에게 날아들었다.

이번엔 사타구니 쪽으로.

“……!”

빠지지지지직!

“끄… 크아아아아아아아악!”

뼛속 깊은 곳부터 타고 흐르는 번개에 아득해지는 정원준의 의식.

전신을 가득히 채운 고통과 모멸감, 줄어드는 마력 수치에 대한 상실감과 놈에게서 살아남을 수 없다는 절망감까지.

더러운 오물들과 부정적인 감정들이 정원준의 전신을 감싸 안고 있었다.

철퍽 ― !

온통 부정적인 것들로 범벅이 된 정원준의 신형이 자신이 쏟아낸 오물 웅덩이 위로 힘없이 엎어졌다.

“그륵… 그르르르륵…….”

너무나도 큰 충격에 의식이 끊어지려는 정원준.

그러나 그런 정원준의 모습에도 태운은 일말의 동정심조차 느끼지 않고 있었다.

오히려 그런 그의 모습에 더욱 심한 역겨움을 느낄 뿐.

“어딜 편히 죽으려고…….”

스윽 ―

태운은 쓰러진 정원준을 차가운 눈빛으로 내려다보며 손을 살짝 들어 올렸다.

“아직 안 끝났어, 이 새끼야.”

휙 ―

태운의 손이 아래로 내려감과 동시에,

[중력 프레스 ― 4,444G]

크그그그긍 ― !

뿌직!

쓰러진 정원준의 두 발이 쥐포처럼 납작해졌다.

신체의 피부와 뼈, 그 안의 핏줄과 신경, 그리고 모든 근육들까지.

한순간에 3차원에서 2차원의 그것으로 변해버린 두 발이 여전히 3차원의 형태를 유지하고 있는 정원준의 발목과의 접점을 유지하지 못하고 끊어진 것이다.

“흐, 흐아아아아아아악!”

상상을 초월하는 고통에 정신이 다시 돌아온 정원준이 자신의 두 다리를 들어 올리며 오물 웅덩이를 구르기 시작했다.

철퍽! 철퍽!

푸슈슈슉!

끊어진 두 발목에서 피가 분수처럼 쏟아져나왔다.

치이이이익!

그러나 이번에도 순식간에 회복하는 정원준.

얼마 남지 않은 마력 수치를 쥐어 짜내는 그의 발버둥이 얼마나 처절한지 알 수 있었다.

그러나,

크그그그그긍 ― !

뿌직!

크그그그그긍 ― !

뿌직!

크그그그그긍 ― !

뿌직!

계속해서 사지말단을 끊어버리는 태운의 손짓에 곧 정원준의 마력 수치는 순식간에 0이 되어버리고 말았다.

크그그그그그긍 ― !

뿌지직!

“끄아아아아아아악!”

마력 수치가 0이 된 상태에서 태운의 중력 프레스 공격을 받은 정원준이 완전히 쉬어버린 목소리로 비명을 내질렀다.

“…이제 자가 회복 안 하네? 혹시 마력 수치 다 썼냐?”

이번엔 무릎까지 쥐포가 되어버린 정원준이 회복을 하지 않자, 태운은 고개를 살짝 갸웃거리며 물었다.

“우으으으으……!”

으드드득 ― ! 뚜둑!

얼마나 이를 세게 갈았는지 본인의 이가 정말로 부서지는지도 모른 채 이를 갈며 태운을 노려보는 정원준.

그의 두 볼은 어느새 새빨간 피눈물과 온갖 오물이 뒤섞여 그의 머리색같은 진한 적갈색을 띠고 있었다.

그런데 그때,

“너… 너는 노아신께서 반드시…! 허억… 허억……!”

말을 잇던 정원준의 호흡이 거칠어짐과 동시에 의식이 빠른 속도로 흐려져 가기 시작했다.

‘……!’

정원준이 지금 보이는 증상이 마력감염증의 증상이라는 걸 눈치챈 태운은 눈썹을 꿈틀거렸다.

“그래… 수많은 사람들을 마력감염증으로 죽였으니 너도 마력감염증으로 죽는 것도 나쁘지 않을 테지…. 그런데 말이다.”

파직!

태운의 두 눈에서 순간적으로 자줏빛 번개가 튀어 올랐다.

치지지직!

한번 튀어 오른 뒤, 사라지지 않고 태운의 곁을 맴도는 자뢰 한 줄기.

스윽 ―

자뢰를 두른 태운의 손이 정원준의 머리를 향했다.

“너를 그리 편히 보내줄 거란 생각은 말아.”

치직!

태운의 손끝을 타고 날아간 자뢰가,

콰직!

정원준의 머리를 무자비하게 찢어발겼다.

빙글 ―

그렇게 결국 싸늘한 주검이 되어버린 정원준에게서 태운은 곧바로 미련 없이 등을 돌렸다.

저벅 ― 저벅 ―

천천히 걸음을 옮기는 그의 발치 아래로,

툭 투둑 ―

몇 방울의 선명한 물방울 자국이 남겨지기 시작했다.

우르르릉 ―

쏴아아아아 ―

때마침 쏟아져 내린 소나기가 그 물방울 자국을 가려주었다.

이제는 눈물인지 비인지 알 수조차 없는 상황이었지만,

스윽 ―

태운은 단 한 번도 뒤를 돌아보지 않은 채 손등으로 두 눈을 닦아냈다.

스윽 ― 스슥 ―

닦아도 닦아도 사라지지 않는 물기.

“…….”

태운은 물기를 닦는 걸 포기하고 가만히 소나기를 내리고 있는 하늘을 올려다보았다.

우르르릉 ―

회색빛 구름이 두터워 보이는 것이 꽤 오랫동안 비가 내릴 것 같았다.

슥 ―

품에 넣어두었던 가면을 꺼내 뒤집어쓰려다 다시 집어넣는 태운.

쏴아아아아 ―

태운은 그냥 맨얼굴로 천천히 남쪽을 향해 걸어가기 시작했다.

찰박… 찰박…….

천천히 빗길을 걸어가는 그의 등이 조금씩 들썩이고 있었다.

2097년 1월 20일.

마침내 태운이 자신의 복수를 끝마친 그 날,

쏴아아아아 ―

그날 북한 전역에는 유례없는 소나기가 내렸다.

* * *

한편, 태운과 정원준이 북한에서 추격전을 벌이고 있던 그 시각.

―{어쩔 수 없지. 그냥 버려. 어찌 보면 그놈 하나 희생하고 나머지를 살리는 게 이득일 수도 있어.}

―…알았어.

거제도에 위치한 수정봉 전망대.

그곳에 이른 새벽 아침부터 100명이 넘는 대인원이 모여 있었다.

이화연의 연락을 받고 모인 주작길드원들과 대붕 길드원들이었다.

“다들 미행 없는 거 확인했지?”

““예.””

이화연의 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주작과 대붕 길드원들.

그런 길드원들의 대답에 한 차례 고개를 끄덕인 이화연은 옆에 있던 한 남자에게 고개를 돌렸다.

“…….”

말없이 토끼 탈을 쓰고 있는 한 남자.

그의 정체는 바로 얼마 전 토끼의 방주 자리에 임명된 네팔의 푸르바였다.

“…우린 준비 됐어.”

이화연이 어느 순간 귀신처럼 나타나 있던 푸르바에게 준비됐다고 말을 전했다.

“…마음에 들지 않는군.”

그러나 푸르바는 무언가 마음에 들지 않는다는 듯 온몸으로 도와주기 싫다는 티를 내고 있었다.

“감히 나를 해외 도피 셔틀 따위로 이용하다니…….”

잔뜩 불만이 어린 목소리로 궁시렁거리고 있는 푸르바.

조금이라도 빨리 한국을 벗어나야 했기에 이화연은 그런 푸르바를 달래주려고 했다.

“당신 능력이 그만큼 좋은 걸 어떡하겠어. 당신 도움이 없으면 우린 전부 꼼짝없이 죽은 목숨이라고. 대신 명조 오빠한테 빚 두 번이나 입힌 것으로 하기로 했다며?”

“…….”

그런 이화연을 빤히 바라보는 푸르바.

주춤 ―

그런 푸르바의 시선에 이화연은 자신도 모르게 한 발자국 물러섰다.

“뭐, 뭐야?”

“…네놈이 분명 소의 애인이었지?”

콰악 ― !

갑자기 푸르바의 억센 손이 이화연의 목덜미를 잡고 들어 올렸다.

“지금 뭐……!”

당황한 길드원들이 푸르바에게 달려들려 했지만,

스윽 ―

이화연은 재빨리 손을 들어 올려 그들을 제지시켰다.

“크윽… 왜, 왜 그러는 거야……?”

“갑자기 궁금해졌거든. 소, 그 녀석은 연인을 잃으면 어떤 표정을 지을지.”

“……!”

갑작스런 푸르바의 돌발행동에 이화연의 두 눈이 당혹스러움으로 가득 찼다.

그러나 이내 다시 평정을 되찾고 가만히 푸르바를 바라보기만 하는 이화연.

이런 상황에서 반항은 오히려 독이 될 수 있음을 본능적으로 간파한 것이었다.

“…….”

순간 당황한 듯 보이던 이화연이 아무 반응을 보이지 않자,

“…흥.”

푸르바는 재미없다는 듯 이화연의 목을 놔주었다.

“쿨럭! 쿨럭!”

이화연이 자신의 목을 매만지며 거칠게 기침을 토해냈다.

푸르바는 그런 이화연을 잠시 바라보다 고개를 돌리며 나지막하게 명령했다.

“…전원 서로를 붙들어라. 한번에 이동한다.”

텁 ―

터덥 ―

100명이 넘는 헌터들이 서로의 어깨나 손을 붙잡고 늘어서기 시작했다.

마지막으로 주작길드의 박기훈이 이화연과 손을 잡았고,

터업 ―

푸르바가 이화연의 어깨에 손을 올림과 동시에,

슈욱 ― !

그들의 모습이 순식간에 사라졌다.

2097년 1월 20일.

태운이 복수를 마친 그날.

주작과 대붕이 증발했다.

협회 직원이 너무 강함

— 글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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